“ 범인 개개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도 조직 속에서 꼭두각시 노릇을 한 것뿐이니까요. 텔레비전에서 아사하라를 보아도 밉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중증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상자는 괜찮지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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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독신 여동생이 그 사건으로 쓰러진 다음 연로한 부모님을 대신해 하루걸러 병원으로 가서 시즈코 씨의 간병을 하고 있다. 실제로 병원에 가서 간병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환자의 주변 정리를 해주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동생을 사회에 복귀시켜야 한다. 절대로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다’는 오빠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것은 깊은 애정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며, 어처구니없는 폭력과 범죄에 대한 말없는 항변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분노가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온하고 온순한 얼굴에다 상냥한 미소를 띠고 말투도 부드럽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강한 결의가 불타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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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동생은 자신이 배운 봉제 일을 계속하고 싶어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이번에는 슈퍼마켓에 취직했습니다. 동생은 좀 맥이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면서까지 일자리를 찾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직장을 찾았죠. 십 년이 넘게 거기서 일을 했습니다. 시즈코는 버스로 통근했습니다. 십 년이나 계산대를 맡았으니 베테랑이라 할 수 있죠. 사건 이후 이 년이나 입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회사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사건 후에 그 슈퍼마켓으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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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동생은 그렇게 굳이 역까지 바래다주지 않아도 ○○선을 타고 사이쿄 선으로 갈아탄 다음에 이케부쿠로에서 마루노우치 선을 타면 된다면서 사양했지만, 저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가스미가세키까지 가서 마루노우치 선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고 권했습니다. 그때 제가 그렇게 권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사건에 휘말려들지 않았을 겁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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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아내와 동생이 전차를 탄 시각이 7시 20분이라 치고, 가스미가세키에서 내린 게 8시 조금 전, 마루노우치 선을 타려고 환승하기 위해 걷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린이 살포된 전차와 딱 마주치게 됩니다. 한 해에 한 번밖에 없는 강습회에 가려고 탔던 전차인데, 공교롭게도 동생이 탄 차량에 사린 봉지가 놓여 있었던 겁니다. 정말 운이 나빴어요. 그러나 운이 나빴다는 걸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동생은 나카노사카우에 역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소방대원이 살려내려고 노력했지만 그 사람도 사린가스를 마셔서 결국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니요, 그분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름도 모릅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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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하지만 저는 동생과는 연락이 안 되는 상태에서 왠지 몹시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시간상으로 문제의 그 열차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정말 괜찮을까’ 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저는 외부로 돌아다녀야 하는 영업사원이라 전차를 타고 고객을 만나러 갔습니다. 도중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급히 어머니께 연락을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가 10시 반에서 11시 정도였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방금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시즈코가 지하철에서 독가스에 당한 모양이니 빨리 병원으로 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은 니시신주쿠의 ○○병원입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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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급히 회사로 돌아와 전차를 타고 신주쿠까지 가서 병원에 도착한 게 12시였습니다. 그전에 전화로 어떤 상태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요?” 하고 물었더니 “아무튼 지금은 중독상태예요”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중독이란 바로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이었지요. 불안한 마음에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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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병원에 도착해보니 피해자들로 가득 찼더군요. 넓은 병원 로비가 환자들로 가득했습니다. 모두들 링거주사를 맞고 안과와 내과의 검진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말 큰일이 벌어졌구나 생각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독가스로 추정된다는 텔레비전 보도가 있긴 했지만 그 이상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사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더군요. 결국 그날 제가 들은 이야기는 농약으로 보이는 극약을 마셨다는 간단한 설명뿐이었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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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얼굴을 보니 마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습니다. 고통스럽다든지 답답하다든지 하는 그런 표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심장박동도 아주 약했습니다. 띄엄띄엄 약하게 뛰는 상태를 보일 뿐이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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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그날(20일) 저녁에는 부모님과 아내와 아이들이 병원으로 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아이들까지 다 부른 것입니다. 저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시즈코가 큰일을 당했어” 하고…… 아이들도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울지 않는 줄 알고 있으니까요. 두 아이는 “아빠, 울지 마” 하고 같이 엉엉 울면서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부모님은 고난의 세월을 견뎌오신 분들답게 묵묵히 참아내시더군요.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 밤새 우셨다고 합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은 담담해 보이셨지만.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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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시즈코가 신주쿠의 병원에 있는 동안 매일 그곳에 갔습니다. 가끔 몸이 좋지 않을 때만 제외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7시부터 시작되는 면회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갔습니다. 우리 회사의 소장이 차로 바래다줄 때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체중이 많이 빠져서 여위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병원을 옮긴 8월 23일까지 약 다섯 달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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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표현만은 무척 간단하더군요. “이제는 다른 사람과, 예를 들면 가족들과 한자리에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이죠. 요컨대 이런 말이었습니다. 일어날 수 없다, 말도 할 수 없다, 의식도 거의 없다. 그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차라리 시즈코는 그 자리에서 죽는 게 나았어! 저애는 그렇다 치고 너희들 고생이 말이 아니야.”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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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저도 그때가 제일 가슴이 아팠습니다. 동생이 사고를 당한 일도 물론 가슴 아프지요. 그러나 그보다 부모님이 그런 생각을 하신다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았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시즈코가 쓰러지고 열흘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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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아직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쪽에서 말을 하면 알아들을 정도는 됩니다. 의사의 말로는 자신의 가족관계(아버지, 어머니, 오빠, 올케, 조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요컨대 인간관계에 관한 인식이 아직 완전하지 못한 것 같다는 거지요. 나는 늘 “오빠가 왔어”라고 말하기 때문에 제가 가면 오빠라는 사실은 아는 듯합니다. 그러나 오빠와 자신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억도 거의 다 잃어버린 것 같으니까요.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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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입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음식은 콧구멍을 통해 직접 위 속으로 넣어줍니다. 목 근육이 굳어버렸지요. 성대에는 이상이 없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근육이 굳었습니다. 의사의 말로는 재활치료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발로 걸어서 병실을 걸어나가는 것이라 합니다. 실제로 시즈코가 그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여하튼 그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저는 병원과 의사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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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가족의 일이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저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동생에게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함께 여행도 다니고 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시즈코가 우리 말을 알아들었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처음에는 “우─” 하는 소리뿐이었지만 정말 끝도 없이 눈물 이 흘러내렸습니다. 같이 있던 간호사도 다행이라며 같이 울었습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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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시즈코는 그때 “아, 우” 하는 소리를 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의사에게 물어보았더니 머릿속의 감정은 처음에는 울음과 외침의 형태로 불안정하게 표출된다고 하더군요. 그게 첫걸음이라고요.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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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사건 전날 밤,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말 사소한 행복이지요. 그런데 하루가 지난 다음 날 그 터무니없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가족의 그 사소한 행복마저도 빼앗아간 놈들입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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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사건 직후 제가 병원의 기둥과 벽에다 마구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댔던 모양입니다. 그때는 옴진리교의 범행이라는 사실을 몰랐지만 정말 화가 치밀어서 상대가 누구든 정말 가만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에 손이 아파서 아내에게 “왜 여기가 아프지? 이상한데?” 하고 말했더니, “당신이 벽에다 주먹질을 했으니까 그렇죠”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서야 그때의 일이 어렴풋이 생각났습니다. 그 정도로 화가 났던 겁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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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씨
“ 중증 장애를 가진 동생의 모습을 낯선 타인에게 보인다는 것이 가족으로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아니, 그보다 남에게 그 모습을 보이는 걸 넘어 이렇게 문장으로 바꾸어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가족으로서 결코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는 일에 한 사람의 작가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그 가족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시즈코 씨 본인에 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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