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문화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어려움에 부딪힌다. ‘자연’을 말하는 순간 자연으로부터 한발 물러섬으로써 거기에 속하지 않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찬양할수록 그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자연을 문화로 바꾸어 놓는다. 좋은 예가 자연보호다. 자연을 보호하려면 울타리를 둘러야 하고 이는 곧 인위적 대상을 만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특정 상태를 근원적이고 보존 가치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뒤 그 자연을 감시하는데, 이것이 곧 간섭이고 ‘문화’인 셈이다. 고비사막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의 자연 지역이 엄밀히 말해 ‘문화경관’으로 탈바꿈했다. 그러기에 가차 없이 다듬은 생울타리, 꼿꼿하게 뻗은 길, 기하학적 형태의 유희가 돋보이는 프랑스식 정원이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영국식 정원보다 한결 솔직해 보인다. 프랑스식 정원은 자연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의도가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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