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⑧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

D-29
G. K. 체스터턴에 따르면 무신론자란 없고 자신이 뭘 믿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 계몽주의와 종교적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 종교적 감정은 우리의 타고난 본성이 아닐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에 참여하고 무언가 위대한 것을 믿고 싶은 것이야말로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박힌 욕구인 듯하다. 이 세계가 최악의 기후재난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세속화된 현대사회는 의미와 내용을 약속받는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자체로 죄가 있다는 뿌리 깊은 감정은 서구 문명의 주요 원형적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아담은 어째서 하느님 앞에 몸을 숨겼을까?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주인공인 피고 요제프 K.는 어째서 자신이 고발당한 이유를 끝까지 듣지 못할까? 그는 무조건 유죄이기 때문이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생태주의를 유대-기독교의 변종으로 이해하면 생태주의의 유머를 모르는 성격과 신종 환경운동과 함께 새로이 깨어난 권위적이고 경건한 사고방식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녹색 각성에 담긴 역설은, 그것이 원래 울트라 자유주의에 기원을 둔 급진적인 저항운동에서 출발했음에도 줄곧 전체주의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정치적 활동 방식은 녹색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합의를 추구하는 정치적 일상은 환경주의자들의 사고방식에는 낯선 것이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녹색당 정치인들은 흔히 권위적인 우익 포퓰리스트들과는 반대되는 타입으로 떠받들어지곤 한다. 하지만 스위스의 역사학자 루시앙 셰러 Lucien Scherrer의 말처럼 “인류 구원의 열쇠를 안다고 확신하는 자는 반민주적 태도로 돌변할 위험이 크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정말이지 이제부터 제대로 기후 보호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면 경제와 사회 전반은 물론 우리 일상의 혁명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생태학적 의제들이 갑자기 유권자들에게 큰 비용을 청구한다면, 그 무수한 변화를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세계의 구원이라는 더 큰 선을 위해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포기할 수 있을까? ‘비상시’ 얼마나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해야 할까? 또 비상 상황이 언제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1960년대 독일 대학생들은 비상사태법에 반대하며 길거리로 나섰는데, 지금이야말로 비상사태가 필요한 때이다. 여기서 고려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비상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개인의 자유권 침해도 커진다. 둘째, “비상시에는 법이 따로 없다”는 명언대로 시민의 인권을 박탈하고자 일부러 비상사태를 선포한 독재 정부도 있었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자들은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으며, 공포가 퍼지면 누구나 쉽게 밟혀 죽는 법이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그런데 녹색당을 찍는 도시 엘리트층은 도덕적 이중잣대에 빠져 심리학에서 ‘셀프 라이선싱self-licensing’이라 하는 ‘도덕적 자기합리화’에 나선다. 녹색당에 표를 주고 유기농 마켓에서 공정무역 제품만 구매함으로써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스키 휴가를 떠나는 자기 행동을 정당화한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머리 말리기 이런 건 잊어버리자! 헤어드라이어를 5분만 사용해도 60그램의 탄소가 배출된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사람은 남극에 온돌을 놓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수건으로도 얼마든지 머리를 말릴 수 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장맥주님의 문장 수집: "머리 말리기 이런 건 잊어버리자! 헤어드라이어를 5분만 사용해도 60그램의 탄소가 배출된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사람은 남극에 온돌을 놓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수건으로도 얼마든지 머리를 말릴 수 있다. "
스타일링 때문에 드라이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놀랍게도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건강과 자연을 챙기는 이들이 문신용 잉크에 포함된 독성물질은 간과하고 있다. 가령 검정 문신 잉크에는 검댕 외에도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가 들어 있다. 유기농 식품을 고집하면서 문신을 하는 것은 크리스탈 메스(합성마약의 일종–옮긴이)를 흡입하면서 강황 가루 스무디의 항산화 효과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대는 경우와 비슷하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장맥주님의 문장 수집: "놀랍게도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건강과 자연을 챙기는 이들이 문신용 잉크에 포함된 독성물질은 간과하고 있다. 가령 검정 문신 잉크에는 검댕 외에도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가 들어 있다. 유기농 식품을 고집하면서 문신을 하는 것은 크리스탈 메스(합성마약의 일종–옮긴이)를 흡입하면서 강황 가루 스무디의 항산화 효과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대는 경우와 비슷하다. "
저 몸에 문신 많은데... 근데 문신이 환경에 안 좋다는 건가요, 건강에 안 좋다는 건가요?
비누를 직접 만들 생각인가? 그런 일은 열성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두자. 파는 제품을 사도 상관없다. 거대 기업과 차별화하고자 여러 화장품 회사가 일찌감치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책임을 지는 일에 눈을 떴다.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회사들이 더욱더 책임감 있게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자 애쓴다면 소비자로서 그런 노력을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런던을 본거지로 둔 ‘멸종 저항 Extinction Rebellion’ 소속의 환경 무정부주의자들이 소동을 피울 때 이들이 선호하는 접선 장소는 로열 더치 쉘 Royal Dutch Shell과 브리티시 페트롤륨 BP이다. 그런데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닐까? 서방의 에너지 대기업들의 총생산량을 전부 합하면 전 세계 석유 채굴량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거대 국영기업에 맞서 채굴 현장에서 시위를 한다면 이야말로 훨씬 용기 있는 행동일 것이다. 다만 대중의 박수갈채를 기대할 수 있는 런던같이 안전한 장소에 비한다면 확실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위험한 선택이긴 하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뉴욕에서 했던 유명한 유엔 기후행동 환경정상회의 연설로 돌아가 (‘미래를 위한 금요일’ 항목 참조) 그녀가 들려준 허튼소리에 주목해 보자. “당신들은 공허한 말들로 내 꿈과 유년을 빼앗아 갔어요!” 정말로 그럴까? 살만한 세상을 물려주게끔 어른들에게 책임감을 일깨우는 것은 젊은이들의 정당한 요구다. 그러나 빼앗긴 유년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레타의 먼 조상이 살던 시절의 유럽에서는 태어난 아이 다섯 중 하나는 젖먹이 시절을 벗어나기도 전에 죽었다. 지금은 아동 사망률이 1퍼센트도 안 된다. 그레타는 조상들은 꿈도 못 꾸었을 삶을 누리고 있다. 깨끗한 수돗물을 사용하고,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받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고 있다. 풍요로운 스웨덴에서 자란 소녀의 “당신들은 내 유년을 빼앗아 갔어요”라는 말은 낯설고 오만하게 들린다. 전기나 수돗물도 없이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는 튀니지나 시리아 또는 내몽고의 어린이가 그랬다면 훨씬 호소력이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부모에게 던지는 무의식적인 메시지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완독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윤리적인 소비라는 게 아직 개념이 명확치 않아서, 꼼꼼히 따져보면 말이 안 되는 구호도 많습니다. 저자가 그런 부분을 지적할 때는 날카롭습니다. 그런데 가끔 비약이 지나치다거나 초점이 안 맞을 때도 있어 보이고, 문제점을 지적할 때가 아니라 제안을 할 때에는 저자의 주장 역시 성긴 듯합니다. 근본적으로는 '개인들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사소한 실천'이 과연 이 모든 문제의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개인적 실천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요.
siouxsie님의 대화: 제가 예전에 동물로 태어난다면 패리스 힐튼의 강아지로 태어나는 게 꿈인 시절도 있었어요.
ㅎㅎㅎㅎ
장맥주님의 대화: 10장은 더 괴상한데요. 아니, 이게 끝이여?
마지막 두 챕터는 승마와 녹색당 찬양으로 끝맺운 느낌이라 완독하고 뭔가 찝찝한데~~? 했어요. ㅎㅎ
장맥주님의 대화: 저 몸에 문신 많은데... 근데 문신이 환경에 안 좋다는 건가요, 건강에 안 좋다는 건가요?
건강에 안좋다는 걸로 읽혀요. 장맥주님 문신 많으시다니 그것도 놀라워요. 주사 잘 맞고 고통을 잘 첨는 편이긴한데 문신은 겁나서 못하고 있는 1 인입니다!
siouxsie님의 대화: 와우~정원이 있는 삶~
손바닥만합니다. 있는 거라곤 땅덩어리밖에 없는 텍사스에 살잖아요. 여긴 어지간해선 개인 주택이라서요. 다들 정원이 있어요~ ^^;
새벽서가님의 대화: 손바닥만합니다. 있는 거라곤 땅덩어리밖에 없는 텍사스에 살잖아요. 여긴 어지간해선 개인 주택이라서요. 다들 정원이 있어요~ ^^;
오! 말은 안 타고 다니시나요? 예전에 텍사스 출신 학생이 텍사스에선 말 타는게 싼데 뉴욕이랬나 어떤 대도시는 말타는게 비싸다고 해서 띠용했어요. 본인이 키우던 말도 그립다며... 한국왔더니 말을 못타서 답답하다고 ㅎㅎ 제주도 가란 말은 차마 못했어요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빈페이지_책증정] 《그리고 밤은 온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책 증정] Beyond Bookclub 11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도서증정][발행편집인과 함께 읽기] <시간의 연대기-잊힌 시간 형태의 기록>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 여러분의 처방책이 필요합니다.
30번째 생일선물로 책을 추천해 주세요.친해진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에게 기념 선물로 줄 만한 책에는 뭐가 있을까요? 결혼하는 같은회사 직원에게 선물할 책을 추천해주세요.
생명으로부터 배웁니다
[김영사/책증정]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그믐무비클럽] 4.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 with 서울동물영화제
히트 메이커, 조영주 작가가 돌아왔다!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쓰지 못하는 작가들의 이야기 <노블리스트>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책증정] <십자가의 괴이>를 함께 읽어요.
2월 26일(수), 함께 낭독해요 🎤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불확실성의 시대, 철학자들에게 묻다
[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열림원/도서 증정]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을 함께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나눠요!
2월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이달의 고전] 2월 『제5도살장』 함께 읽어요[이달의 고전] 2월 『양철북』 함께 읽어요[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사회파 미스터리 3권
[박소해의 장르살롱] 22.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타오>를 이야기하오 [책 증정] 소설 <피해자> 함께 읽어요. [박소해의 장르살롱] 3. 모든 것의 이야기
다정한 모임지기 jena와 함께 한 달, 또 한 달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2월〕 선릉과 정릉[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월] 읽을, 거리
SH의 깊이 있는 서평 블로그
<페이크와 팩트>를 읽고<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고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이달의 소설] 2월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함께 읽어요[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책 증정] Beyond Bookclub 10기 <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5. 피아니스트의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