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완결성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마티스의 <이카로스>를 보면 엽서가 생각나서 엽서 뒷 면을 채울 정도의 분량으로 끄적거려봤습니다. 어디 올리지도 않아서 링크할 수 없어 댓글로 달아놓습니다. 그림 <이카로스>에 대한 저만의 감상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카로스>
하늘에 구름이 가득 찼는지 별빛 하나 볼 수 없다. 달이 뜨면 크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하필 오늘은 그믐달이 뜨는 날이라 적어도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달을 볼 수 있다. 그것도 구름이 훠이훠이 물러나야 가능하다. 기둥 뒤에 앉아있던 희연은 살짝 고개를 내밀고 눈을 찡그리며 창밖을 노려보았지만 그 무엇도 식별할 수 없었다. 옆에서 들리는 동재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마저 없다면 우주 공간에 홀로 둥둥 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희연이 보고 있는 방향에 그들이 주둔하고 있을텐데 불빛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저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희연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희연은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손을 뻗어 동재를 흔들었다. 동재는 뭔데 하면서 몸을 꼼지락거렸다.
“이상하지 않아? 불빛이 하나도 없어. 군대가 퇴각한 것 같아.”
조근 조근 이야기했지만 한 밤의 고요함을 타고 희연의 목소리는 전기가 끊겨 암흑에 파묻힌 건물의 로비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렁그렁 기침 소리도 섞여있다.
“나가 볼까?” 누군가 말했다.
김 상사는 소대장이 내린 명령을 되씹었다. 짧고 의심할 여지없이 단호한 명령이다.
‘나오면 사살한다.’
지하 벙커에서 발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밟고 밖으로 나온 김 상사는 야간 투시 망원경을 들고 경계선을 살폈다. 어떤 움직임도 없다. 김 상사는 제발 그들이 튀어나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사령부에서는 더 이상 현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 선량한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건물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그들도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하고 있을테니 언제까지고 몸을 숨기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이 지직거리며 전방을 주시하라는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 상사는 몸을 움츠리고 다시 망원경을 들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다가 멈췄다. 건물 동쪽의 출입구가 살짝 열리고 둥그런 것이 슬그머니 나왔다. 망원경의 배율을 올려도 확실하게 식별되지는 않지만 그것이 사람 머리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탄창 확인, 장전, 잠금장치 해제, 대기하라”
명령이 연이어 하달된다. 김 상사는 소총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엎드려 쏴 자세를 잡았다. 심연과도 같은 묵직한 어둠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 소대원들도 같은 자세로 대기 중일 것이다. 그런데도 철컥, 장전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명탄이 올라가고 과녁이 확인되면 조준하고 발사한다.”
거무스레한 사람 형상이 하나둘씩 바깥으로 나온 후 살짝 숙인 자세로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들 온다. 김 상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방아쇠에 걸쳐 놓은 손가락이 미끈거린다. 펑, 소리와 함께 시커먼 밤하늘을 가르며 꼬리를 단 유성이 중력을 거슬러 솟구치더니 노란색 불빛이 사방을 밝힌다. 얼핏 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빛에 놀라며 팔을 들어 눈을 가리는 모습이 보였다. 김 상사는 레이저 포인터를 그 중의 한 과녁에 맞추었다. 몸통의 왼쪽에 박힌 붉은 색 점이 선명했다. 김 상사는 잠시 호흡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성불하소서... 씨발.”
불꽃놀이 소리와 함께 터지는 불빛 때문에 놀란 희연은 앞에 서있는 사람이 동재임을 깨닫고 그를 불렀다. 희연의 목소리를 들은 동재가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같은 무용단 소속이므로 너무나도 익숙한 그만의 율동이었지만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동재의 팔과 다리가 제멋대로 휘청거렸다. 이어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단발성으로 연속해서 울리는 쾅, 쾅 소리에 맞추어 기이한 모습으로 흔들거리다 쓰러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여기저기서 어지럽게 나부꼈다.
“김동재!”
희연이 그에게 뛰어가려던 순간 따끔한 느낌이 관통하면서 몸통이 뒤로 튕겨나가고 팔이 허우적거렸다. 까만 하늘을 밝히며 소용돌이치는 노란 불이 시야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희연의 뒤통수가 땅바닥을 강타했고 몸통에서는 거무튀튀한 액체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동재를 부르려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을 향해 휘둥그레진 희연의 눈에서 미지근한 물이 차올랐다.
[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D-29
밥심

조영주
뭔가 플루토의 한 장면 같네요. 잘 보았습니다. ^^

수 북강녕
두번째 줄부터 "아니?! 이 작품은 그야말로 '그믐'에 최적화된 감상문 아닌가!?"라는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검은인간의 심장, 그 붉은 점을 가시광 레이저 포인터로 보셨군요
다음 작품 「좀비 여인의 초상」에서도 기대하겠습니다 :)
밥심
그믐달 넣은거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밥심
모임지기님께서 어디 써놓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찾을 수 없어서 여쭙습니다. 책의 목차와 다르게 진도를 계획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조영주
저희 단톡방이 있는데요, (출판사)대표님이 각기 원하는 순서를 고르라고 했고 제가 마지막에 봐서 늦게 골라서 첫 타가 되었습니다... 다들 첫 번째는 무서워 해서요 ;ㅅ;
밥심
아.. 그럼 책의 목차를 정할때는 무슨 기준이 있었는지도 궁급합니다. 출판사 편집자분의 권한이었을까요.

조영주
네 목차는 저희가 작품을 낸 후, 편집자님이 정했습니다 ^^
밥심
답변 감사합니다! ^^

물고기먹이
앗 그런 이유였군요?!ㅋㅋㅋ

조영주
앞서 잠깐 언급한, 본래 적었던 조남정과 김인우와 관련된 '버린 에피소드'를 소개해 봅니다. <유서>를 모두 읽으신 후주석을 보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포가 될수 있으니, 답글로 달아놓겠습니다. ^^

조영주
작년 11월, 우연히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았다. 예전에 작품을 구입했던 화가 한 명이 이 페스티벌의 초대권을 보내왔다. 전시회는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롯데호텔 27층과 28층의 각 객실을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처음 들어선 두 개의 룸에는 그다지 흥미가 가는 작품이 없었다. 구경꾼도 없어 들어가기 꺼려질 정도였다. 세 번째 룸은 달랐다. 입구부터 인파로 막혀 있었다. 흥미가 일었다. 나는 “실례합니다”를 연달아 말하며 방 안에 들어가 문제의 작품을 확인했다.
침대 위에 인간 대신 그림자가 누워 있다. 커다란 검은 종이를 실제 인간의 사이즈로 자른 그림자다. 그림자는 방금 전 가슴에 칼이 찔려 살해당했다. 그림자는 서 있을 때 칼에 맞았으리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습격당했기에 허우적거리다 침대 위로 쓰러졌으리라. 그게 아니라면 춤을 추듯 한쪽 팔을 들고, 다른 팔은 늘어뜨릴 이유가 없다. 그림자가 쓰러진 침대 위, 밤바다처럼 깊고 푸른 침대보가 깔려 있다. 침대보에 노란 별이 번쩍인다. 크리스마스 전구를 이용한 장치다. 그림자와 함께 보자면 저 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사체 위로 보이는 희미한 지상의 불빛 같다.
나는 작품을 보자마자 마티스의 <이카루스>를 떠올렸다. 이 생각은 작가의 이름 석 자를 확인한 후 확신으로 변했다. 작가의 이름은 김인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오리가미 전문 화가였다.
김인우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뭔가 떠오를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들었다. 이 노트 역시 마티스의 <이카루스>가 표지에 그려져 있다. 일전, 마티스 전시회에서 구매한 굿즈다. 나는 침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닥치는 대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노트에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 정확히는 5년 만이었다. 데뷔작을 적은 후 도통 글이 적히지 않았다. 차기작은 그림을 소재로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소재를 고른 게 잘못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영감을 떠올리려고 닥치는 대로 화가들을 만났다. 그들의 작품도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작품이 100점이 넘었는데도 영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 영감이 지금 찾아왔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전시 시간이 끝났는데요.”
누군가 내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올 때까지 나는 노트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구경꾼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방안엔 얼핏 보기엔 쌍둥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은 두 남성만 방안에 남아 있었다. 두 명의 남성을 구별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한 명은 휠체어를 탔고, 다른 한 명은 그런 휠체어를 잡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카루스를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휠체어를 탄 남성이 내게 물었다. 나는 창피한 마음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게 저기.”
나는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두 남성에게 각기 건넸다.
“저는 이런 일을 합니다.”
“이 책 저도 봤어요.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남성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죠.”
“인우야, 자기소개부터.”
“아, 김인우입니다. 졸작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눈앞의 작품과 그들을 번갈아 보다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그래서 마티스의 오리가미를 오마주하시는군요!”
내가 한 말에 내가 당황했다. 장애를 대놓고 언급하며 마티스와 닮은 꼴이라고 말하는 건 실례 같았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마티스가 말년에 장애가 온 후 오리가미에 심취해서가 아니라, 김인우 씨도 장애인이라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제 말뜻은. 제가 그림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 중인데요,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아서……아, 뭐라는 거야. 아무튼 그러니까 그게! 죄송하빈다! 저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작가님 작업하는 모습을 한 번 보고 싶은데요, 가능할까요?”
김인우는 내 장광설을 들은 후 뒤를 돌아보았다. 형에게 의견을 묻는 태도였다. 김영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김인우는 말했다.
“언제든지요.”

조영주
더불어 본래 설정에서는 조남정이 소설가가 아니었습니다. ^^ 초고를 낸 후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생각하다 보니, 세 명 모두 예술을 하는 편이 이야기의 주제와 관련이 깊을 것 같아 바꿨더랬습니다.
이와 관련된 본래 설정의 에피소드 및, 김인우와 관련된 삭제한 본래의 데뷔작 사연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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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열세 살 때 사고로 지금의 몸이 되었습니다. 이후 학교에 가는 걸 싫어하게 됐습니다. 동급생들에게 심하게 놀림을 당했거든요. 특수학교에 다녔다면 훨씬 나았을텐데, 부모님은 일반학교를 고집하셨습니다. 많은 은둔형 외톨이들과 마찬가지로 동생 역시 게임에 빠졌습니다. 게임은 외모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이 동생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어떻게든 동생이 일상생활을 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병원에 억지로 데려가보기도 했지만 역효과만 났습니다. 이젠 자기 방 밖으로조차 나오지 않으려 들었습니다. 방에 요강을 갖다 놓고 그곳에서 모든 볼일을 처리했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해도 말을 듣지 않자 강경책을 썼습니다. 아예 동생 방에서 휠체어를 치웠습니다. 게임기며 컴퓨터도 없애고 책만 남겨두었죠. 그러고는 자물쇠를 걸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희가 약간 어떻게 됐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동생의 방문을 열어주는 건 하루 세 번, 식사를 줄 때뿐이었습니다.
처음에 동생은 애원을 했습니다. 다시 컴퓨터며 게임기를 돌려달라고 저희에게 욕을 하고 윽박을 지르기도, 밥을 다 던져버리기도 했습니다. 동생은 한 달이 지나서야 포기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알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완전 푹 빠져서 저희가 문을 열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는 언젠가부터는 저희가 갑자기 들어가면 지금처럼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하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이후 저희는 허락받지 않으면 동생 방의 문도 못 열게 됐죠.
동생의 독서에 대한 집착은 날로 심해졌습니다. 게임을 할 때처럼 쌓아놓고 읽어댔습니다. 동생의 중독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분야가 달라졌을 뿐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만, 더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기에 그냥 내버려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어도 독서는 게임보다 나으니 그냥 내버려 둔 것도 컸죠. 이런 동생이 언제 어떻게 마티스에 대해 알게 됐는지, 그리고 오리가미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는 저도 정확한 경위는 알지 못합니다.
언젠가 학교에서 돌아와 동생 방문을 열어보니, 동생이 종이를 자르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마티스의 책이 펼쳐져 있었죠. 동생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온 지도, 말을 거는 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동생의 집착이 책에서 종이로 옮겨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기뻐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는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것을 불길한 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한 달 후의 일이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거대한 인간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저와 눈높이가 같은, 동생이 불구가 되지 않고 성장했으면 됐을 법한 크기의 그림자였습니다. 땅을 딛고 우뚝 서 있는 그림자,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앙상한 동생의 두 다리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는 아무 말 없이 그 그림자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동생은 말했습니다.
- 이건 나야.
그러더니 동생은 한 손에 든 가위로, 그 거대한 그림자의 두 다리를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 어때, 이제 내 말이 맞지?”
“그게 데뷔작 <걷는 인간>이었군요.”
현재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도어 있는 김인우의 데뷔작이다. <걷는 인간>은 자코메티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는다. 세간에 발표된 것은 미디어마트 형식으로 커다란 화면 속에서 김인우는 가위로 그림자의 다리를 싹둑 자르는 장면을 반복한다.
“하지만 저희는 당시엔 그것을 작품으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동생이 미쳤다고 생각해 병원에 입원시켜버렸죠. 그런데 이후, 동생은 병원에서도 오리가미를 꾸준히 했습니다..”
정신병원의 커리큘럼 중 미술수업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에 김인우는 꾸준히 오리가미 작품을 만들었다.
김인우는 늘 검은 인간에 집착했다. 자신과 같은 크기의 등신대 검은 인간을 만든 후, 허리 부분에서 절단하는 것을 반복했다. 병원에서는 이런 김인우의 문제행동을 디지털 카메라로 녹화했고, 이것이 후에 미디어 아트 <검은 인간>이 된다.
이런 김인우의 작품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연히 병동을 찾은 한 소설가 덕이다. 한 추리 소설가가 차기작 취재를 위해 정신병동을 찾았다. 소설가는 이곳에서 김인우의 작품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 추리소설가는 김인우의 그림자 인간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연쇄살인 현장에서 종이인형이 연달아 발견되는 추리소설 <오리가미 살인>을 발표했다. 이 소설의 표지로 김인우의 <걷는 인간>을 표지로 삼는가 하면, 각 연쇄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등장하는 모티브인 종이인형 역시 김인우의 작품 사진으로 게재했다.
이 장편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김인우의 작품 역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장애를 입은 후 오리가미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사정이 알려지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소설 <오리가미 살인>은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끌었다. 이에 따라 김인우의 인기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려졌다. 해외에서도 김인우의 작품이 표지며 속지를 장식한 덕이다. 이제 김인우의 작품은 소품이 천만원이 넘었고, 대작은 일억원대에 거래되었다. 소설에 실린 데뷔작을 비롯해 초기작품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건 김인우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김인우가 세계적인 화가가 되도록 한 결정적인 계기는 소설가와의 계약조항에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출간해도 김인우의 작품을 실을 것, 이 계약의 조항을 싣도록 한 게 바로 형 영우였다.
영우는 당시 법대생이었다. 김인우가 정신병원에서 그린 작품이 소설에 실리게 되자, 그는 동생을 대신해 계약조항을 검토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추가조항으로 해외에서 출간될 경우에도 김인우의 작품을 실을 것을 명시했다.
밥심
역시 발표된 최종 버전의 소설이 되는 과정에서 버려진 수많은 문장들과 아이디어들이 있었군요. 창작 뒷얘기를 듣는 것 같 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센스민트
오! 초고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전 이 버전도 재밌었는데 특히 인우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졌어요. 제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조남정이란 캐릭터가 소설가라는 게 뭔가 비현실적이고 첨부터 의도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거든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로 작가님이 고민하셨던 부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유해 주신 덕분에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조영주
아아, 처음부터 뭔가 비현실적인 그 이질감을 잘 캐치하셨군요. 편안한 연휴 되세요. ^^

바닿늘
오오........... 와.......
오아......... 오오와..... 😯
(초반 드립에 실패한 후 위축되어 있는 중..)

조영주
ㅋㅋㅋ 뭘 하셨었나요? 잘 모르겠는

바닿늘
그것 참 다행입니다.
그러면 위축은 풀도록 해야겠습니다. 😆😆

수북강녕
대체 이런 초고는 어떻게 버리시는 걸까요? 저 역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서서 흐늘거리는 장면이 눈앞에 금방이라도 나타나는 것만 같습니다 👍👍👍
다양한 버전을 소개해 주시고 집필 전후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 주셔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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