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314쪽, [홍수 지역 주변의 다른 보건 시설에서도 끔찍한 이야기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인트 버나드 패리시에서 무너진 제방 근처에 있던 단층짜리 세인트리타스에서는 무려 30명 이상의 환자가 익사한 것이 분명했다. 폭풍 직전에 시설 대피와 관련해 재촉을 받았던 운영자 부부도 종적을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병원과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형 재난에서 발생한 총 사망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책에서 가장 등골이 서늘한 문단이었습니다.
333쪽, [라이더 요원은 라이프케어의 사망환자 23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했고, 존슨은 ㄱ드ㅡㄹ이 언제 죽었는지, 또는 만지막으로 살아 있는 것을 본 장소가 (1층, 2층, 또는 7출 가운데) 어디였는지 말해줄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의 묘사도 저자의 의도에 따라 편집된 진실이겠지요. 한데 메모리얼 병원 의료진이 극한 상황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것 같습니다. 책은 그런 선택에 대해서는 모호한 평가를 내리지만, 있었던 사실 자체를 독자에게 숨긴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더 명백하게 ‘그 자가 살인자다’라고 이야기했어야 했을까요?
셰리 핑크는 2부 줄곧 포가 잘못이 있다는 뉘앙스로 씁니다. 딱부러지지않게 써서 좀 답답함까지 느꼈습니다. 저는 포가 잘못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저자가 일종의 대안으로 환자, 가족까지 포함시키는 민주주의 결정시스템을 얘기하거나, 어찌어찌 의사의 기지로 결국 산 환자를 얘기하는데는 고개가 갸웃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재난상황에서 작동하기 힘들고, 예외적으로 유능한 의사의 경우는 결국 운이라고 보거든요.
시종 의아했던건 카트리나가 세긴 했어도 그 지역이 허리케인이 늘 지나가는 지역인데, 그럼 각종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당연히 있었어야 하지않냐는 겁니다.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한 대비 시스템이요. 미국이 후진국도 아니구요.
포 개인에 대한 드라마보다 이런 측면을 저널리스트라면 더 다뤘어야하지않나 싶습니다. 포는 드라마로 치면 매력적인 캐릭터죠. 저자가 이런 드라마? 스러운 쪽에 치중하고, 제도적, 윤리적 측면같은 건조하고 추상적인 측면은 잘 안다룬 것 같습니다. 또. 의료진이나 법조인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중있게 대변도어야할 쪽은 환자와 유가족이라 보거든요. 이들은 전문 지식도, 조직(포는 의사단체,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병원 업체측)도 없는 약자들입니다.
한국 기자들은 ‘야마’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언론사 입사하자마자 배우는 용어이고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일본어에서 왔다며 우리말로 순화시키자고 하지만 몇십 년째 못 그러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단어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특한 개념이라고 봅니다. 프레임, 첫 문장, 관점, 논조, 헤드라인... 글쎄요. 전하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한 가지로 뽑고, 팩트를 그 메시지에 따라 구성하고, 그 구성과 결이 다른 팩트는 취하지 않거나 뒤로 빼는 취재방법론입니다. 수집한 팩트를 바탕으로 두괄식으로 정연하게 글을 쓰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미국 기자들이 야마라는 말을 쓰지는 않겠지만, 셰리 핑크가 이 책에서 잡은 야마는 두 가지입니다. 안락사, 그리고 정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메모리얼 병원의 참극을 두고 방재 시스템 붕괴, 혹은 재난 피해와 계급 문제를 야마로 뽑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고른 야마에 맞는 주연 캐릭터들을 골랐고, 환자가 아닌 의료진과 수사관이라는 두 그룹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고 봅니다.
왜 이 사건을 두고 그 두 야마를 골랐느냐고 비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전직 기자 겸 현직 작가로서 모든 주제를 다 다루는 것보다는 최대 두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편이 르포르타주로서 완성도는 더 높아지는 길이었다고 옹호해 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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