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제 앎도 새끼손가락 손톱의 때 정도의 수준이라 부끄럽습니다. 누구나, 어느 지역이나, 외부에서 변화하라는 압박을 넣으면 반발을 할 거 같고, 미국은 더군다나 독립심을 강조하는 문화인 것 같고, 그 중에서도 남부는 더 그런 분위기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미국에서 있어본 기간은 보름도 채 안 되어 잘은 모르겠습니다. 보건의료기구평가합동위원회가 제안한 새 비상 기준에는 남부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병원 임원들이 다 반발을 한 거긴 하네요. ^^;;;
400~445쪽은 다른 각도로 읽기 고통스럽네요. 수사망이 천천히 조여오고 있고, 언론도 먹잇감을 대충 찾았고, 그런데 포를 비롯한 의사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제대로 모르고 있고.
446쪽, [“그건 안 됩니다!” 포티의 공보실장인 크리스 워텔은 거의 소리치다시피 반대 의견을 냈다. 카트리나 때 활동한 보건 전문가를 1급 살인으로 기소한다는 생각은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짓이었다. 단순히 이들을 2급 살인 혐의로 수사한다는 것만 가지고도, 각지에서 항의 편지가 쏟아진 바 있었다. 루이지애나 주에서 2급 살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사면 없는 무기 강제노역형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1급 살인 혐의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고 해야, 사형을 추구할 수 있는 선택지뿐이었다.]
450쪽 전후의 묘사를 읽다가 애너 포 박사님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이런 외모이시군요.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p0707917
와 저랑 딱 동일한 부분에서 검색해보셨네요. 저는 작중에 묘사된, 체포되어 구치소에서 찍힌 사진을 보았습니다. 포와 랜드리 그리고 부도가 나란히 있는 사진이었네요. 묘사되어 있는대로 포 선생은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어요. 계속 글로만 읽던 분의 실제 모습을 보니(그것도 머그샷으로)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셋이 나란히 서서 찍힌 것은 아니었구요. 각각 찍힌 머그샷들이 나란히 편집된 사진이었습니다. 포는 당황한 듯 보였고, 랜드리와 부도는 무언가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456쪽, [“이번 사건은 안락사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명백하고도 단순한 살인입니다.”]
459~460쪽, [“그러면 누구한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주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느낌이 드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수요일부터 목요일 사이, 그러니까 이 사건들 가운데 상당수가 벌어졌을 당시를 돌아보신다면, 루이지애나 주 정부가 그 병원을 ‘버림받은’ 상태로 방치했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460~463쪽까지의 분석은 그대로 옮겨 적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네요. 냉철하고 명료하고 정확해서. 스케치와 분석을 이렇게 잘 교차해 몰입감과 깊이를 양손에 쥐는 기술도 논픽션 저자로서 배우고 싶습니다.
462쪽, [병원은 이런 더 커다란 실패의 축소판에 해당했다. 손상된 물리적 기반 시설 손상된 작동 시스템, 손상된 개인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영웅주의의 사례도 매한가지였다. 이 시나리오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재난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것이었다. 시스템은 항상 실패하게 마련이었다. 공식 대응은 항상 의식조차 못할 정도로 느리다. 조정과 소통은 특히 어렵다 이 사실은 다른 나라의 재난을 지켜보면서 미국이 점차 받아들이게 된 진리였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가 자기 나라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충격적이었다.]
463쪽, [“메모리얼에서 사망한 가족을 둔 (그리하여 십중팔구 그 병원을 고발했을) 유가족들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럼 당신들은 그때 어디 있었나? 정작 가족이 그 병원에 갇혀 있을 때, 당신들은 거기 함께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루이지애나 주 메타리의 간호사 마크 C.는 이렇게 썼다.] 감정적으로는 호소력이 있지만... 그 호소력을 노리고 하는 빗나간 공격이겠지요.
470쪽, 이제 여론전이 되었습니다. 양측 모두 팽팽하고, 각자의 무기가 있네요. 책의 장르는 여기서 갑자기 정치 스릴러가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473쪽, [“비극적인 사실은, 마침내 도착한 구조 헬리콥터와 보트의 숫자가 너무나 적었으며, 또한 시기가 많이 늦어진 까닭에 우리 환자들의 일부를 구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 병원에서 일어난 범죄란 바로 ‘이것’뿐이었습니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셰리와 로리에게 우리의 전적인 지원과 사랑을 전하도록 동참해주세요. 이들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전장(戰場)의 영웅입니다!”]
482쪽, [재난 당시 도시에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대가 동원된 바 있으며, 블랑코 주지사는 군인들의 소총이 “장전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즉 군대는 기꺼이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일 채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으며, 주지사는 “나 역시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다보니, 모랄레스는 마치 전쟁 지역에 민간 법률을 적용하라는 모순적인 요청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다음날,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읽기에 매우 힘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점점 읽기가 힘들어지고 있네요. 사건 자체만 해도 그런데 그 이후의 과정들은... 어후... 이국종 교수님 생각도 나고...
정말, 이국종 교수님 생각도 나네요. 그런데 이 책 결말도 뭐 그리 속시원하지는 않겠지요? ㅠ.ㅠ
504~505쪽, 메모리얼 병원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사망한 환자는 3명뿐이었던 공립 채리티 병원 이야기. 극한 상황 속에서 메모리얼 병원과 어떻게 다르게 대처했는지 차이점이 나옵니다. 저자는 ‘가능성을 놓고 환자를 분류하지 않았다, 가장 위중한 환자를 맨 처음 내보냈다’는 사항에 방점을 찍네요.
저는 이곳이 근무 교대나 취침 시간표를 지켰고, 4시간에 한 번씩 회의를 열고 장기자랑을 하는 등 ‘컨트럴 타워’가 있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지 않았나 봅니다. 기강이 있는 조직이었고, 응급실 담당 의사 중에 참전 용사가 몇 사람 있었다는 점에도 눈길이 갑니다.
그러게요. 저도 이 부분을 꽤 흥미롭게 읽었어요.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대처하는 것이 익숙한 베테랑들이 침착하게 행동한 것 같더라구요. 자동차 연료를 빼서 발전기도 가동시키고, 정기적인 회의를 거치고, 기강잡힌 규율을 지키는 것 등등. 말씀하신 대로 '컨트롤 타워'의 존재가 큰 역할 을 한 것 같아요. 메모리얼에서는 수전만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것 같으면서 각 부서간 (입은 물론이거니와) 손발은 안맞고, 게다가 헬리패드로 환자를 이동시키는 작전은 엉망진창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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