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601~614쪽까지 대배심 결정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하며 제 생각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자신이 없네요. 관계자들의 다양한 반응에 저도 이리저리 반응하게 되었고, 그런 감정들에 생각을 나중에 장식품처럼 갖다 붙인 건지도 모릅니다.
먼저 저는 검시관 프랭크 미냐드, 윤리학자 아서 캐플런, 원목 존 마스 신부의 반응을 읽을 때 마음이 편안했고, 제가 이 상황에 있었다면 이들처럼 행동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릴 능력이 있는지 회의하는 사람들이며, 메모리얼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평가를 유보합니다.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고 신중하다고 할 수도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가장 나약한 이들입니다. 다행히 이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압니다. 저도 저의 나약함을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이중에서도 존 마스 신부의 반응에 가장 끌렸습니다. 제가 신을 믿지는 않지만요. 611쪽, [신부가 내놓은 말은, 사람들이 나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자기 자신에게가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에게 최선의 이익인 선택을 내려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위안을 믿었으며, 메모리얼 직원들은 위안을 제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신부는 하느님이 자비롭고도 용서가 많으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가 두 번째로 편안하게 여긴 그룹은 수사관 버지니아 라이더와 주무 검사 아서 부치 섀퍼, 내과 전문의 브라이언트 킹과 호러스 볼츠, 법의학자 시릴 웨크트 등입니다. 이들은 중심이 단단한 수사관 혹은 의사들이며, 자신들이 옳고 그름을 안다고 믿습니다. 이들이 보기에 포 박사와 간호사는 유죄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신념을 단죄로까지 밀고 나가지는 않습니다. 일종의 타협이라 할 수도 있고 체념 혹은 너그러움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중에서는 아서 부치 섀퍼에 대한 묘사가 와 닿았습니다. 607쪽, [섀퍼는 메모리얼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여부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검사로서 섀퍼는 자기가 고생 끝에 재판까지 끌고 간 피의자 상당수가 결국 무죄로 풀려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평생 동안 그 일 때문에 부루퉁하며 살 수는 없었다.]
간호사 지나 이스벨과 캐시 그린의 반응은 다소 헷갈리기도 하고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해야 하는 전문가들이며, 극한 상황에 있었고, 앞으로도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의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새롭게 얻은 신념은 어쩐지 자기합리화의 분위기도 풍깁니다. 특히 캐시 그린의 열정은 상당히 꺼림칙합니다.
그래도 이스벨의 다짐은 심금을 울렸습니다. 602쪽, [이스벨은 자기와 라이프케어 및 메모리얼의 동료들이 그 당시 최선을 다했다는 믿음에 매달렸다. 만약 요청을 받기만 한다면, 이 간호사는 또다시 폭풍 속에서 근무할 것이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직업이고, 또한 그녀의 맹세였으니까.]
다음으로는 제 눈에는 마뜩치 않은 이들입니다. 특히 저는 앤절라 맥마너스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이나 다른 사람의 처지에 대한 이해, 너그러움은 없고 단죄의 의지만 느껴졌으며, 심지어 단죄의 논리나 그 방법에 대한 탐구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저 울 테니 누군가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해 달라, 그런 걸까요. 그녀 역시 고통 받은 사람인데 제가 너무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걸까요.
에필로그에서 갑자기 1인칭 시점이 됩니다. 이런 시점 전환도 무척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616쪽부터 나오는 허리케인 샌디와 뉴욕 벨뷰 병원의 사연. 미국이 커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는 건가요, 미국 보건의료시스템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가요.
623~624쪽, 포 박사가 재난 상황에서 봉사하는 의료 근로자를 보호하는 기준과 지침, 법안을 만드는 이야기. 감동을 받아야할지, 으스스함을 느껴야 할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습니까?
636쪽, [아니면, 가장 좋은 원칙은 비상 아닌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원칙일까? 즉 ‘먼저 온 사람을 먼저 치료한다’는 방식이거나, 특정한 시점에 몸이 아픈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비뽑기 방식일까?]
한국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엇비슷한 질문을 맞닥뜨렸다고 봅니다. 다행히 치명적인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고, 한국인에게는 늘 한국식 해법이 있죠. ‘동원할 수 있는 민관군을 동원한 뒤 사회적 압박을 주고 갈아 넣는다. 그리고 결과를 놓고 기적이라고 부른다.’
641쪽, 저자의 답이 신중한 민주주의라면 조금 맥이 빠지는데요.
644쪽, [‘내가 여기에 괴물을 하나 길러낸 것 같아.’ 버클이 내게 직접 한 말이다. 그의 우려에서 핵심은, 이 지침들이 종종 딱딱하며, 위기 상황의 가혹한 국면들 전체를 통틀어 적용되기 위해 고안된 표준이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었다. 배급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배급은 인구에 해를 끼칠 수 있었다.]
653쪽, 원서는 표지에 물에 젖은 종이의 효과를 냈다고 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봤습니다. 글자가 번진 것처럼 보이게 했군요. https://www.amazon.com/Five-Days-Memorial-Storm-Ravaged-Hospital/dp/0307718964
잘 읽었습니다. 감상을 뭐라 한 줄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묵직합니다. 본문의 마지막 두 문단을 이용해서 적자면 끔찍한 압력을 받을 때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끔찍한 압력 속에서 행한 일을 두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고 싶은지,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기르고 싶고요.
569쪽, [아직까지 포의 사건이 배심이나 재판관의 판결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포가 자기 행동을 공개적으로 설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메모리얼에서의 추정살인에 대해 의료계가 조직적으로 내놓은 주된 답변이란, 자기들끼리 결속하고 서로를 옹호하는 것뿐이었다.]
“살아있는 환자를 아무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멀더릭의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살아있는 환자는 어떻게든 모두 대피시킨다는건지, 대피가 불가피한 중환자들은 다 죽이고(…) 떠나서 결국 살아있는 환자는 남겨두지 않는다는 건지 중의적으로 해석되네요. 책을 읽다보면 계속 후자에 더 방점이 찍힌 지시 같아서 기분이 께름칙합니다.
605쪽, [이제 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결국 재난 당시에는 의사의 결정이 곧 법이라는 것뿐인 셈이었다. 만약 의사가 모르핀과 버스드를 과도하게 투여하는 것조차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의사의 사명이라는 것이었다. (...) "이것이야말로 빌어먹을 놈의 선례이고, 아주 위험하고도 나쁜 선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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