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604~605쪽, [미냐드가 생각하기에, 대배심의 결정은 포티 주 검찰총장이 그 여자들을 다룬 방식이 가혹했기 때문에, 그리고 언론의 설득하는 위력 때문에 나온 것에 불과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검찰총장의 조급함이 정의의 실현을 방해한 셈입니다. 포 박사 등이 여론전을 벌인 것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자신들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고, 병원 밖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은 아니니까. 포티 검찰총장을 두 번 죽이는 말이겠군요.
이쯤에서 한국 검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네요. 한국 검찰도 조급함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조직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거대한 사정 정국이 오는 것 같지요.
606쪽, [보통 수줍어하는 성격은 아닌 생명윤리학자들조차, 이 사건에 관해서만큼은 각자의 견해를 드러내기를 꺼렸다. 이미 미국에서는 조력 자살과 안락사의 관습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듯했기 때문에, 굳이 이제 와서 어느 누구도 그 사건을 정면으로 부각시키고 싶어 하지 않은 듯했다. 또 상당수의 윤리학자들은 메모리얼의 상황이 워낙 끔찍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는 도덕적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캐플런은 전혀 다르게 느꼈다. “왜 거기서는 안 된단 말인가?” 그는 이렇게 묻곤 했다. 하지만 본인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왜 생명윤리학자들이 메모리얼 병원의 상황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렸느냐. 사고실험과 실제 상황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윤리학자들은 첨예한 윤리적 쟁점을 다루는 것이 어렵다고 여기지만, 정말 무거운 것은 윤리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어 퓨 굿 맨》에서 잭 니콜슨의 대사를 좀 뒤틀어 말하자면, 윤리학자들이여, You can’t handle the reality.
현실에는 어떤 식으로 논의를 펼쳐도 깊이 상처 받을 수밖에 없는 살아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그 고통과 사연에 대해 논리는 별 답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동체를 이끄는 자리에는 연륜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요.
다른 이야긴데요 《어 퓨 굿 맨》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작가가 참 시나리오를 잘 썼다고 해야하나요.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 집중하면서 재판과정을 지켜봤네요. (작중 이름은 다 까먹었습니다만) 특히 톰 크루즈가 잭 니콜슨을 감정적으로 자극시켜서 코드 레드를 명령했다고 대답을 이끌어내는 씬은 참 인상적이었어요. 말씀하신 잭의 명대사도 기가막히쥬. You can't handle the truth! 괜히 아는 영화 나와서 떠들어 봤습니다.
《어 퓨 굿 맨》 재미있었지요. 이게 애런 소킨 각본이지요? 《소셜 네트워크》와 《머니볼》도 좋아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재미있게 봤고... 저는 《머니볼》에서 빌리 빈이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직 제안 거절하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봐요. 이 장면이 무척 감동적인데 왜 감동적인지 잘 설명을 못하겠어요.
이 영화가 언급되는 순간 절묘하게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 퓨 굿 맨"을 추천해주네요. 우연이겠지만 살짝 무섭습니다.
아내가 바이어 접대하느라 자기 휴대폰으로 열심히 중국 영화를 검색한 다음날 제 유튜브 피드에 난데없이 중국 영화 추천이 뜨더라고요. 우연일까요, 저희가 수다 많이 떠는 부부인 걸 구글이 아는 걸까요. 무서웠습니다.
왜 거기서는 안된다는 건지에 덧붙여 왜 포만 그런 판단을 한 건지도 궁금하네요. 2부 읽으면서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거운 것은 윤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 정말 동감합니다.
제가 이 책 감상 쓰면서 만든 말인데 왠지 마음에 들어서 몇 번 더 써먹으려고 합니다. ^^
포가 그렇게 결백해 보이지는 않지요? 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혼란이었고, 좋은 혼란이었습니다.
책의 1부는 허리케인이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메모리얼 병원을 다루며 여기서 클라이맥스는 안락사 결정입니다. 책의 2부는 이후의 소송전과 여론전인데, 여기서 절정은 대배심의 기소 여부 결정입니다. 두 절정부 모두 대단히 강렬하고 효과적인 선택입니다. 복잡한 사연을 다층적으로 소개하는 책에 뚜렷한 몰입 지점을 만들고 독자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펼치면서도 헤매지 않게 합니다.
저자가 여러 가지로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601~614쪽에서는 대배심의 결정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소개합니다. 메시지를 차치하고서도 이런 연출은 이제 절정을 지나 결말이 되었다고 독자에게 알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았고 여전히 찜찜한 상태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신문에 미래가 없다고 보는 사람이거든요. 종이신문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문들이 지금 구상하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 그것은 통신사이지 신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그래서 후배 신문기자들에게, 논픽션 저자로 살 길을 찾아보라고 혼자 떠들고 다닙니다. 그런 때 이 책을 강력하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르포르타주 단행본은 이렇게 쓰라고 하고 싶군요.
한국 기자나 언론사의 한 부서가 펴낸 르포르타주 단행본이 없지는 않은데, 연재 기사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이런 구성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습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기승전결의 플롯 없이 병렬식, 조립식인 경우가 많고, 소설 같은 연출도 별로 없어요. 제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지만 기자 훈련을 받지 못한 저자의 르포르타주는 한쪽을 지나치게 편드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취재해야 할 현장을 빼먹는 때도 흔하고요.
논픽션 단행본 저자가 되려는 기자 후배들에게 책을 한 권 더 추천한다면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뚜렷한 현장이 있는 글감으로 논픽션을 쓴다면 『재난, 그 이후』를, 현장이 없다면 『아웃라이어』를 추천하겠습니다. 둘 다 단순히 글 잘 쓰는 학자나 에세이 저자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취재와, 그리 학문적으로 정교하지는 않은 저널리즘 방식의 분석이 결합한 훌륭한 논픽션입니다. 일간지 혹은 주간지에서 취재하고 기사 쓰는 스타일이 전부라고 여기는 한국 기자들이 배울 점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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