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생각하니 영화보다는 6편짜리 미니시리즈 같은 게 어울릴 거 같아요.
[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
D-29
장맥주
장맥주
책 자체도 상당히 영화 같습니다. 시작에서 가장 아슬아슬한 클라이맥스 직전 부분을 갑자기 들이미는데, 복잡한 사변 없이 긴박감 넘치게 현장을 묘사합니다. 그 다음 과거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프롤로그 덕분에 별 것 아닌 문장에도 서스펜스가 깔리네요. 클라이맥스 직전에서 시작했던 《미션 임파서블 3》 같은 영화가 생각납니다.
장맥주
51쪽, [“현재 예상되는 물의 수위를 고려해보면, 병원 가운데 상당수의 발전기가 작동을 멈출 것 같음.”] 참 건조한 단어들인데, 숨이 턱 막히네요.
장맥주
80쪽, [아나운서들은 이렇게 물어보았다. 이것은 단순히 이들이 목격한 폭풍 중에서 최악의 사례가 되고 그칠 것인가, 아니면 대규모 홍수를 발생시킴으로써 진정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것인가? 주 방위군은 뉴올리언스를 떠나지 않은, 또는 떠날 수 없었던 2만 5천명 이상의 주민이 슈퍼 돔에 집결해 있다고 추산했다. 그들 역시 이 질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맥주
무시무 시하네요. 딴 얘긴데, 이번 《더 배트맨》 영화의 후반부는 카트리나 당시 상황을 연상케 하도록 노리고 찍은 것이었군요.
장맥주
97쪽, [주 방위군 병사는 뉴올리언스를 보호하던 제방이 터졌다고 그에게 알려주었다. “물이 5미터쯤 차오를 예정이니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얀코비치가 중얼거렸다. 곧이어 그는 이 병사의 말이 결코 농담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토마
71쪽, [“우리에게는 죽을 의무가 있다.” 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온갖 기계와 인공심장과 기타 등등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사회가 즉, 우리 아이들이 온당한 삶을 건설하도록 하자.”]
토마
73쪽, [그리고 더 깊고 불편한 질문이 생겼다. 이제는 죽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생명 유지 치료를 보류하고나 (더 노골적으로 말해서) 제거하는 것이 허용 가능한, 심지어 옳은 때는 과연 언제라고 봐야 할까?]
장맥주
101쪽, [메모리얼 곳곳의 창문마다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몇몇 의사들이 나중에 한 말에 따르면, 허리케인으로 인해 생긴 쓰레기를 앞장세우고 병원 쪽으로 물이 밀려오던 그 광경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즉 1960년대의 SF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괴물 아메바 덩어리라든지, 세실 B. 드밀의 《십계》에서 각 가정의 장남을 죽이기 위해 이집트의 거리를 배회하던 ‘죽음의 천사’의 안개 같은 모습과도 유사했다는 것이다. 라이프케어에 있던 환자의 딸인 엔절라 맥마너스는 당시 메모리얼의 흡연용 베란다에 있었는데, 땅을 뒤덮은 시커먼 물이 마치 구름의 그림자 같았다고 말했다.]
장맥주
104~105쪽, [1990년에는 JCAHO의 두툼한 병원 인증 평가 기준 설명서에서 재난 대비 태세에 관한 분량이 겨우 한 페이지도 안 되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매력 없는 분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재난 관리자란 그저 성실하기만 한 사람으로, 즉 주로 지하 사무실에서 비상계획을 고안한 다음, 굳이 남의 일을 방해하면서까지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괴짜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병원 고위층도 이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장맥주
106쪽, [비상계획이 얼마나 현실적이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JCAHO도 전혀 할 말이 없었다. 성서 구절과 마찬가지로, 이 기준 역시 상당히 폭넓은 해석이 가능한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토마
비유가 재밌던데요. 이거 성서를 우회적으로 까는 것 같기도 하고.
장맥주
우회적으로 까는 게 아니라 그냥 대놓고 까는 거 같은데요? ^^
장맥주
124~125쪽, 아픈 아기들을 인큐베이터에 넣었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어 꼭대기층의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끌고 들고 가야 했다는 이야기. 그런데 헬리콥터는 오지 않고. 아, 정말 심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