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읽은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책이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진 것 같습니다. ㅎㅎ 특히 실험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이런 실험까지 해봤다니!" 하는 감탄이 끊임없이 나오더라고요. 밥심님도 언급하셨지만 저자의 피땀섞인 고생의 결과물인 것 같아서 너무나 대단했고요,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피아노연주'라는 어찌보면 아주아주 작은 분야에 엄청난 기여를 해 주신 듯 하여 감사하는 마음도 솟아났습니다.
피아니스트의 뇌 이야기 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에 숨겨진 거의 모든 (뒷)이야기를 다 쏟아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사실 뒤로 갈수록 뇌과학 이야기는 점점 더 줄어들었...ㅋㅋ)
의학과 과학 그리고 피아노까지.. 세 분야 모두 어느정도 전문적인 수준까지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어요. 세상에 이런 멀티 전문가들이야 많이 있겠지만, 저자처럼 피아노를 이렇게 전문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사람은 몇명 없지 않을까요. ㅎㅎㅎ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5. 피아니스트의 뇌
D-29

신아
숨쉬는초록
피아노 취미생의 입장에서 6, 7장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들이 어깨를 움직여 채찍질하듯이 탄력 있게 타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하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책에서 그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주어 지금까지 궁금했던 ‘어깨와 손끝 사이의 수수께끼’가 풀린 느낌이에요. 글로 읽어서 정확히 이해했는지, 피아노 연습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탈력을 하면 그렇게 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탈력에 신경 쓰며 팔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대로 내버려 두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어깨뿐만 아니라 위팔세갈래근(삼두근)도 사용했던 것 같아요. 요즘 책에서 배운 것을 피아노 연습에 적용해보는 중이에요.
자세가 구부정하면 목과 어깨가 긴장하고 팔과 손이 무거워져서 피아노 음색이 딱딱해지고, 상체를 세우고 복근에 힘주어 배를 당기고 바르게 앉으면 팔과 손이 가벼워지고 피아노 음색이 부드러워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어요. 책을 읽고 나선 삼두근이 아닌 어깨의 움직임을 좀 더 느끼며 피아노 연습을 하는데 예전보다 팔과 손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요.
숨쉬는초록
피아노 연습이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부분 연습’이 효과적인 연습이라고 해서 꼭 하는데요. 부분 연습을 할 때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부분 연습이 있어요. 양손을 건반의 한쪽으로 치우치게 두고 불편한 자세로 악보의 한두 마디를 반복해서 연습할 때 7, 8분 지나면 어깨가 뻣뻣해지고 피로감을 느껴요.
반면 건반의 양쪽을 오가면서 치다 보면 등과 어깨가 풀리는, 가벼운 운동 효과를 느끼고요. (연습을 조금만 해서 ‘가벼운’ 운동 효과인 건지? ㅋㅋ 한두 시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은 땀을 흘리던데 말이죠.)
비슷한 이야기를 물리치료사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데,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걷는 것보다 야외에서 걷는 게 무릎에 더 좋다고 해요. 트레드밀 위에서는 제자리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로 걸어야 해서 좋지 않은 자세로 걸을 때 그 걸음걸이 패턴에서 벗어나기 힘들대요. 반면 야외에서는 걷는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좋지 않은 자세에서 금세 벗어날 수 있다고 해요.
숨쉬는초록
앞에서 @신아 님이 말씀하셨는데 수영이 왜 피아니스트에게 좋은 운동인지 알겠어요. 수영은 지근을 기르기에 좋은 유산소 운동이면서 전신 근력 운동이고, 물 위에 떠서 이완할 수 있고, 자유형과 배영은 척추를 바르게 하고(평영과 접영은 척추에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자유형과 배영의 스트로크 동작이 몸통을 유연하게 하고 어깨 가동범위를 늘려주고.
숨쉬는초록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근육기억’으로 알려진 ‘절차기억’은 몸을 움직여 배울 때마다 늘어나겠죠.
“‘근육기억’이라는 용어는 옳지 않다. ... 이 기억은 근육이 아니라 뇌에 저장되어 있다.”
“근육기억은 운동 기능과 절차에 관한 기억이자 어떤 일을 하는 방법이 기록된 매뉴얼이다. 근육기억은 무의식적으로, 의식의 경계 너머에서 소환되는 기억이다.”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근육기억은 더 강해지고,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근육기억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리사 제노바, <기억의 뇌과학>, 4장)
아마도 운동이나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경험했을 것 같은데요. 피아노 연습할 때 반복 연습해도 잘 안 되었던 부분이 다음날 갑자기 잘 되어서 신기했던 적이 있어요.
“연구자들은 렘수면이 절차기억이라는 것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운동선수와 음악가가 몸을 움직이는 새로운 방식을 배울 때 쓰는 기억이다.” (피터 아티아, 빌 기퍼드, <질병 해방>, p.584)
어디선가 읽었는데,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장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해요.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면 수면을 통해 절차기억으로 저장할 기회가 한 번뿐이지만, 매일 연습하면 기억으로 저장할 수면 기회를 매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연습을 하루 거르면 취미생인 저도 압니다.

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저자는 신경과학자의 깊이에 뛰어난 스토리텔링 재능을 바탕으로 우리를 불완전하고도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리고 주의집중, 감정, 수면, 맥락과 스트레스 등 본질적으로 더 나은 기억 생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출간 1주 만에 13만 부, 12개월 만에 150만 부를 돌파하며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모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전례가 드문 기록을 세운 화제작, 피터 아티아 박사의 《질병 해방》이 마침내 한국에 출간되었다. 《뉴욕타임스매거진》의 표현대로 “폭주하는(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지금도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 1년 넘게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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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초록
이 책을 읽으면서 ‘뇌가 변한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피아니스트들도 태어날 때부터 피아니스트는 아니었고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그들의 뇌가 피아니스트의 뇌로 변한 거잖아요. 또한 “성인이 되어도 뇌의 신경세포는 증가한다”(30쪽)고 하고요.
우리가 무언가를 실행하면 그걸 할 수 있는 뇌로 변한다고 하는데 피아노 연습 역시 예외가 아니네요. 우리가 실행하는 만큼 피아노 치는 뇌로, 운동하는 뇌로, 학습하는 뇌로, 책 읽는 뇌로 변하겠죠.
모임 열어주시고 피아니스트로서 의견 나누어주신@신아 님, 문장과 의견을 나누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신아
이번 책이 숨쉬는초록님의 피아노 생활에 도움이 되셨다니 너무 기쁘네요. 실제로 제게도 도움이 많이 됐고, 저도 연습할 때나 레슨할 때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하면서, 취미생 전공생 상관 없이 학생들에게 추천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실제로 두어명에게는 레슨 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읽고 직접 적용해 보 신 것들 경험으로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최적의 자세와 움직임을 찾아가시면서 효과적인 연습 하실 수 있기를, 피아노 실력도 일취월장 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기억의 뇌과학>은 저희 모임에서도 한번 책장에 꽂았던 적이 있는데, 당시 다른 책으로 골라서 읽는 바람에 아직 못 읽었네요. 담에 이 책으로 모임 한번 꼭 열어야겠습니다:)

신아
@모임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이번 모임에서도 함께 재미나게 읽고 많은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수고하셨고요, 다음 모임은 저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5월초에나 다시 열 수 있지 싶어요. 혹시 함께 읽고 싶은 뇌과학책이 있다면 남겨주셔도 좋겠습니다:)
링곰
모임 덕분에 좋은 책 또 한 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밥심
피아노를 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실용서 역할도 한 것 같네요. 전 그저 신기하다 하고 읽었습니다. 모임지기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읽으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번에 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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