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5. 피아니스트의 뇌

D-29
말씀하신 방법대로 하니 성공률이 올라가네요. 제 생각에는 한 손가락이 탁자에 닿으면서 다른 쪽 손가락은 아직 위로 올라가야한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 되어 이 손가락은 내려가면 안 되고 올려야 해 하는 의지가 그 짧은 순간에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탁자에 두드리며 몇 번 성공하고 난 후 허공에서 해보면 성공률이 처음보다는 올라가네요. 이것도 역시 연습하면 나아지는 것 같아요. ㅎㅎ 재밌는 실험이었습니다.
책 읽다가 저도 막 연습을 했습니다. 되다 안 되다 나중엔 나, 뭐하는 거지? 하면서 혼자 웃었어요. 아침부터 재미있네요^^
1장 <초절기교를 가능하게 하는 뇌>를 읽었습니다. 저는 피아노를 오래 친 사람과 처음 배우는 사람 사이에 어떤 기교적인 차이가 있는지, 처음 피아노를 칠 때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렵고 왜 손가락이 안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그게 정확히 뇌의 어떤 작용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처음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냥 손가락이 단련되어 있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지, 딱히 뇌와 연관지어서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특히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양손의 독립성’ 관련하여, 좌우 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뇌들보의 존재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피아노를 오래 친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안좋은 교사”의 특징 중 하나로, 학생에게 “왜 이게 안돼? 그냥 하면 되지 않아?”라고 하는 태도를 꼽는데요. ㅎㅎ (물론 다행히도 저는 한번도 그렇게 학생들을 대한 적은 없지만요 ㅋㅋㅋ) 이번 챕터를 읽으면서 제가 학생이었을 때와 또 지금 제가 만나는 학생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어요. 피아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이어른 할것없이 건반 위에서 손가락 자체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거든요. 뇌의 특정 부분들이 아예 다르게 발달되고 다듬어져 있다니, 겉으로는 간단한 손놀림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구나 새삼 느끼게 되네요. ㅠㅠ
초반에 피아니스트와 비음악인의 악력을 측정한 결과가 나오는데, 피아니스트들이 손가락으로 물건을 더 잘 집긴 하는 이유가, 손가락 자체의 근력이나 악력은 별 차이 없을지 몰라도, 아마 손가락 끝의 힘이 세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상체 전체의 힘과 무게를 손가락 끝으로 집중시키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그 힘을 기르기 위해 벽에다가 "손가락 푸시업" 비스무리한 훈련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손가락 근육이 아닌 뇌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접근을 한 것이니 당연히 논리적이도 하지만요.
'이미지 트레이닝' '멘탈 트레이닝'의 효과가 뇌과학적으로 입증되다니 정말 기쁘네요! ㅎㅎ 모든 연주자에게 너무너무 중요하고 필수적인 시간인데요, 이게 이정도로 큰 효과를 내는 줄 알았다면 어려서부터 멘탈연습 더 열심히 할걸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초절기교' 라는 용어가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도 이 단어를 이렇게 단독으로 사용한 것은 원문이 일본어여서 그런 것 같고, 흔한 일은 아닙니다.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이라는 프랑스어 작품명(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에서 유래한 용어인데요, 거의 대부분 리스트 작품으로 연관지어서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아 이런게 초절기교라는 거구나 라는걸 느껴보기 원하신다면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1-3장을 읽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당연히 손가락과 관련된 뇌 부분을 많이 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일반인보다 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복잡한 연주를 하기까지 수많은 연습이 필요했으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거기에 더해 신경세포의 기능을 특수하게 변화시키기까지 한다니, 인간의 뇌가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보다 정교한 동작을 하기 위해 '피각'이 크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2장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경험은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즐길 줄 알게 되는 의미 있는 체험이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어려서부터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장에서는 좋은 귀를 갖기 위해 좋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7세 이전 유년기의 경험이 중요하고, 피아노 레슨이 어린이의 지능 발달에도 기여한다는 말에 작년에 초등학교 입학한 딸을 위해 피아노 학원 등록을 한 제 자신을 칭찬했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 음악가는 '귀가 좋아서' 말도 잘 알아듣고 외국어도 빨리 습득하는데다 타인의 목소리에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도 잘 감지한다니 여러모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음악가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피각 이라는 녀석이 뇌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죠. 정체가 궁금한데 이번 주에 그 내용이 나올 것 같네요.
저도 피각 관련된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마도 뒷 챕터의 국소 근긴장이상증 관련 내용이 나올때 설명이 부연될 것 같네요. pianist's cramp 라고도 부르는 질환이 국소 근긴장이상증인데, 참 신기한 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뇌는 일반 사람이 어려워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은 신경세포를 일하게 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뇌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p.18 보다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일수록 피각이 작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원래 왼손잡이었던 사람이 어릴 적에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는 훈련을 받은 경우, 주로 쓰는 손이 아니었던 오른손을 더욱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된 사람일수록 피각이 작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p.25 피아니스트와 초보자 모두 실수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연주하는 동안 실수를 재빨리 감지하는 뛰어난 뇌구조는 피아니스트만 갖고 있다. p.58 박자가 빠른 곡에서는 뜻하지 않은 음이 들려도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박자가 느린 곡을 연주할 때에는 단 한음을 실수해도 기억이 쉽게 흐트러지는 듯하다. p.65 음을 들었을 때 활동하는 신경세포는 평소 자주 듣는 악기의 음색에 특히 잘 반응한다고 한다. p.74 음악가는 멜로디나 화음 같은 음악정보를 처리하는 뇌기능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p.79 '좋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년기의 경험과 훈련이다. p.81 악기를 직접 연주하면서 자신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을 듣는 편이 멜로디나 리듬을 처리하는 청각피질의 신경세포 활동을 한층 더 활발하게 만든다. p.84 음악가의 뇌간이 상대가 하는 말의 뉘앙스의 변화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90
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 후루야 신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피각이 챕터 소제목에는 없던데 내용에 있나 봅니다. 이 책 덕분에 피각이라는 걸 처음 알았는데 신기하더라고요. 피아니스트의 3대 질병도 궁금하고, 디스토피아로 잘못 읽은ㅎ 포컬 디스토니아라는 병도 궁금합니다. 이번 주도 파이팅 해서 읽어보아요^^
저도 피각 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처음 알게 되는 뇌 부위가 참 많습니다. ㅠㅠ 그리고 디스토니아 저만 잘못 읽은 것이 아니었다니요 ㅋㅋㅋㅋ
원래 우리 인간은 맞춤법에 딱딱 맞춰서 글을 읽지 않고 컨텍스트 즉 문맥으로 보기 때문에 디스 뭐시기로 대강 이해해버리는 거죠. ㅎㅎ
3장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음악을 처리하는 뇌 구조에 대한 챕터였어요. 어쩌면 뇌 속에서는 음악이라는 분야가 따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라는 것이 결국 귀의 복잡한 청각구조를 통과한 후 뇌 속에서는 일종의 전기신호로만 존재할 뿐이기도 하고, 또 화음은 언어의 문법, 리듬은 몸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위들과 같은 곳에서 처리된다는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는데 뇌가 음악의 각 요소들을 더이상 음악이 아닌 다른 어떤 모양으로 인식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는 포인트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크게 공감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연구결과와 실제 현실 사이에는 역시 차이가 있나봅니다. 예를 들면 피아니스트는 고음을 좋아한다던지, 외국어 습득이 빠르다던지, 시끄러운 잡음 속에서 필요한 소리를 쉽게 구분한다던지, 피아노와 성악 교육이 지능 발달과 연관이 있다던지, 등등의 내용은 제가 실제 겪었던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속한 음악가 집단 속에서 보편적으로 말이지요. ㅠㅠ 오히려 음악가들은 좋은 귀를 가졌다고 너무 당연시 여겨지다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오해를 받아서 서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어떤 소리가 났던 게 이슈였는데 “당신은 음악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이 소리를 들었을 것 아니냐, 거짓말하지 마라” 라는 비난을 받았어요. 근데 저는 정말로 못들었거든요. (제가 그 소리를 들었어야 그 사람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억울했고, 그 사람은 제가 음악가라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너무 자신만만하게 우기기만 하는데, 저는 못 들었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도 없고... 그냥 할 말이 없었습니다. ㅠㅠ 음악가들이 특정 능력에서 특출날 거라는 선입견 보다는, 음악가와 일반인을 굳이 나누지 않고 다 똑같은 인간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 책은 연구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실제로는 음악가들도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ㅋㅋㅋ
네, 다 같은 인류로 생각토록 하겠습니다.
글에서도 신아님의 억울함이 느껴집니다. 영문과 나오면 영어 잘하고 컴퓨터학과 나오면 컴퓨터 박사인 줄 아는 거랑 비슷하네요ㅎ
취미로 피아노를 치고 있어요. 어릴 적 조금 배웠고, 몇 해 전 다시 시작했어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해 고도의 테크닉 습득을 욕심내진 않지만, 좋은 귀를 갖고 싶고 원하는 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하루 평균 15분 가량의 연습이 4년 동안 쌓이니,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진다는 걸 느껴요. 무엇보다 피아노 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우와 매일 15분씩 4년동안이나 연습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뭐니뭐니해도 꾸준함과 즐겁게 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저도 취미로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은데 이래저래 잘 안 되더라고요. 뭐든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은데 4년씩이나 하시다니, 초록님 멋지십니다!
저는 정말 조금 연습하는 거예요. 전공생처럼 매일 세 시간씩 연습하는 열정적인 취미생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걸 따라할 수는 없죠. 각자 자신만의 삶의 조건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겠죠. 루틴으로 만드는 데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는 방식으로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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