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와 사진이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리네요
하지만 이 감방 건물에서 무엇보다 나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통렬한 고행의 신호들이 아니라 복도 한 곳에 걸려 있던 예전 수감자들의 확대된 사진이었다. 정신이상자의 반항적인 얼굴, 소아 성도착자의 기만적 응시, 살인자의 멍한 눈빛.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때쯤이면 전파 안테나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대지를 땅 주인인 선주민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이 암흑 물질 연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겠지. 그들은 어떤 은유와 이미지로 이 가학자들의 탐구를 이해할까? 그리고 저 백인들이 여기서 뭐 하려고 저런 “워커바웃”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술에 취했든 멀쩡한 정신이든, 차분하든 그렇지 않든, 분노에 차 있든 정신없이 들떠 있든, 스스로 의식하든 못 하든, 진실은 아무도 이 대혼란의 소용돌이를 멈추는 위험을 진정으로 감수하길 원치 않으며, 우리 모두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기업을 운영하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이 설계한 사회적 경제적 변화들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권력을 쥔 사람들은 그중 가장 점잖은 사람조차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신의 경험과 교육, 직관, 본능이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엇. 저 이 부분 막 올리려고 했는데...! ^^
휴~ 이번엔 저 진도 제대로 쫓아가고 있네요!
내 경험에 따르면, 권력을 쥔 사람들은 그 중 가장 점잖은 사람조차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신의 경험과 교육, 직관, 본능이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자이푸르와 상파울루의 빈민가, 미들랜드 주변 텍사스 유전의 황폐한 풍경, 탄소로 가득한 베이징의 공기, 늦여름 해빙이 사라진 북극해를 기억하는 나는, 아마도 그들이 제일 잘 안다는 건 틀린 생각일 거라고 반박할 수밖에 없다.
호라이즌 <포트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1603/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도 이 문장 좋았는데, @siouxsie 님과 통해서 좋아요:) 이어지는 문장도 조금 더 적어봤습니다.
그러게요 그 이후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문장들이 많아 여러번 읽고 있어요~
내게는 마크가 모르도르의 이미지―톨킨이 전 세계 산업화의 필연적 종착점으로 생각했던 이미지―를 언급한 것이 좀 과장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톨킨이 그려낸 산업 발달에 내재한 야만적 폭력성, 그리고 유치한 탐욕을 품고 권력 자체를 위한 권력을 탐하는 사이코패스 사우론의 폭압적 지배가 이곳 풍경의 특징과도 잘 들어맞는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런 길을 가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이상을 지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이상을 실행하는 일이 극도로 어려운 탓에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 일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지금 EBS에서 서호주를 보여주는데 평소때였으면 그냥 돌렸을 텐데 이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 보고 있어요.(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아름답네요. 다 그믐 덕분이에요
EBS에서 서호주를! 시기가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저였어도 되게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호라이즌』을 읽으면서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에 점점 더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다 그믐 덕분이라는 수지님 말씀에 제 마음이 다 포근해집니다:)
풍경이 시간을 초월한다는 말은 비유적 의미만 지닐 뿐 실제로 풍경은 시간을 초월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전례 없는 문화 교류의 시대, 들어가고 나가는 이주의 시대다.
호라이즌 1725/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일 년 뒤에는 또다시 호주로 가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다이빙을 하고 그곳의 대체로 온화한 파도와 열대어들의 강렬한 색채와 물의 투명함과 산호초의 고아활함에 나를 푹 담갔다. 아무리 절박한 절망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더라도,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절박한 절망의 소용돌이>: 국제 뉴스를 볼 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딱히 그걸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나 희생을 할 의지는 없을 때 얻게 되는 선진국 중산층의 나른한 죄책감.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호주까지 탄소 배출하며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바다 수영을 즐긴 다음 자기 여행에 별 용건이 없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동원하는 미사여구. 너무 시니컬한가요? ^^
별 실용성도 없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저도 들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 챕터 말미에 약물 중독이었던 한 남자가 저자의 <북극을 꿈꾸다>를 읽고 자신의 관점을 바꾸고 약을 끊었다는 부분이 나와요. 비록 인류를 걱정하는 사유를 늘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 여기저기를 놀러다닌 이야기를 쓴것일 뿐이라고 이와 같은 여행기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약 끊은 사람 사례를 보면 어떤 책이든 예상 외의 가치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심 저자도 @장맥주 작가님의 시니컬한 반응에 공감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매력이자 독자에게 주는 혼동은 주로 저자의 40대, 50대 여행이 중심 일화이긴 하지만 서술 속에서 저자의 20대, 30대부터 60대까지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저자도 젊었을 때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낭만 여행했던 자기에 대한 성찰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저도 가끔 이런 글에 오글거리긴 합니다. 그리고 이걸 쓴 분이 지금 더 시니컬한 태도로 무장한 MZ세대들의 눈으로는 어떻게 비칠 지 (전 MZ와는 멀지만;;) 고민도 해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이제 온실 속에서 살지 않는 한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멀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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