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 아침부터 듣기에 브라이언 이노는 솔직히 처진다 싶지만 글 쓰면서 듣는다면... 역시 차분한 음악이 좋겠지요. 저는 책 읽을 때 이런 음악들을 주로 들어요. 가사가 있으면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해서. 하지만 가사노동할 때나 단순 작업을 할 때는 팟캐스트를 안 들을 땐 신나면서 따라부를 수 있는 재즈나 올드팝 넘버 같은 것들을 주로 듣습니다. Al Jarreau나 Stevie Wonder, Mamas & Papas, Amy Winehouse의 노래 같은 것들요.
@오구오구 @borumis 님은 어떤 노동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하시는지 잘 몰라서 노동요를 추천드리긴 어렵지만... 제가 최근에 빠져 있는 밴드의 흥겨운 곡 둘만 투척하렵니다. 작업하다가 나른함이 밀려오면 이 곡들 들으면서 둠칫둠칫 해보셔요! https://www.youtube.com/watch?v=4d64YHkHkag
https://youtu.be/961LpbX4zCU?si=_EGrzi2_jvm761Kh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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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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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오, 이건 제 취향이에요~~~~~ 오, 좋아요. 이런걸 시티팝이라고 하나요? 아주 편안하고 좋네요~~~ 둠칫둠칫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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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 감사합니다. 근데 흥겨운 둠칫둠칫 속에서 어머니가 눈물을 애써 집어삼키는 모습과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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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가사는 전혀 흥겹지 않은 내용인데도 흥겹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더 매력적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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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오늘 2월 12일 수요일 읽을 분량에 나오는 그릴리 탐험대의 여정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지도 참고하세요. 어휴, 저는 탐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지도만 봐도 아찔하네요. 빨간색 표시한 곳(포트 콩거)에서 맨 아래 파란색 표시한 곳(핌 섬의 세이빈 곶)까지 내려와서 일곱 명 남겨 두고 사망; (일곱 명 가운데는 그릴리가 포함돼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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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축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보니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말예요. 하긴 몇 백 미터 안 되는 산에서도 길을 잃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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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전 저희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만날 길을 잃어서;; 이런 환경에서는 아마 꼼짝 달싹도 못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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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장맥주 @siouxsie 제가 벽돌 책 함께 읽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 중에 하나예요. 연말에 썼던 어느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을 언급하기 전에 한 가지 장면을 소개합니다. 2024년 2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휑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어요. 딱히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렇게 조용한 사무실에서 습관처럼 아주 두꺼운 벽돌 책을 펼쳤습니다.
그 책의 주인공은 1915년에 독일에서 태어나서 나치 저항 운동을 하다가 10대에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파시즘과 맞서면서 수많은 사람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탈출시키는 활동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다, 자기도 미국에 망명하고 제2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죠.
전쟁이 끝나도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아요. 결혼을 해서 가정까지 꾸렸는데 하는 일마다 누군가 일부러 훼방을 놓듯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는 간절히 ‘포르투나(행운)’를 바라고 있었죠. 책을 읽으면서 그를 응원하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올해 저도 아주 힘든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그는 바로 1915년에 태어나서 2012년에 세상을 뜬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입니다. 2020년에 나온 『앨버트 허시먼』(부키)을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 때문에 다시 읽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로서는 책 읽기의 효능을 체험한 경험이어서 이 책을 꼭 언급하고 싶었어요.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인용문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르투는 다른 누군가의 포르투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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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장맥주 작가님 말씀대로, 『호라이즌』도 천천히 따라 읽으면서 묘하게 힐링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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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
맞아요. 힐링이 되네요. 작가를 따라가면서 지도를 찾아가며 올려주신 사진과 음악을 즐기면서 제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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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와아 허시먼의 책은 꼭 읽어봐야겠어요.. 감동적인 독후록입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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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정말 다정하신 @YG 님
항상 방을 열어 주셔서 벽돌책의 장벽을 허물어 주시고 책소개며 백과사전 같은 정보 제공까지 감탄의 연속인데, 감동까지 장착하고 계시네요.
너무 완벽한 거 아닙니까?!
'호라이즌' 같은 스타일의 책도 처음 읽어 봅니다. 덕분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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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마음 급하신 분들은 갈라파고스 제도로 가 있는데, 저만 오늘 분량 얘기 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한국어판 기준 338쪽 일화 인상적이지 않으셨어요?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인류 문명의 정점을 상징하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들려주다고 갑자기 수치심에 몸 둘 바 몰라하는 저자. 저는 그 대목이 이 책의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일화 같아서 표시해 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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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저는 베리 로페즈 , 이 분 매우매우 예민하고 어나더 레벨의 감수성 소유자인 것 같은데, 일상 생활은 원할하게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글쓰는 자아와 일상의 자아는 다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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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소피아 수양 딸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또 온갖 여행지에 만나는 사람들과 친교를 유지하는 걸 보면 상당한 사교성도 보유하고 계시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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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확신의 내향형이었을 거 같지만 개방적이고, 우호적이고, 섬세한 만큼 눈치 빠르고 배려심도 있는 분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좀 신경증적이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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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저는 저자가 느끼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이 책 중간중간에서 읽었어요. 가령 이런 문장에서.
'또 일방적으로 걸려오는 전화, 경찰의 무작위적 사찰, 공공장소에서 귀를 침범하는 ‘이지 리스닝’ 음악, 검문소의 불필요한 조사, 빅 데이터로 가능해진 정치 및 상업의 마이크로 타기팅 프로그램을 달가운 침입으로 받아들이는 말을 들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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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아 죄송합니다. 제가 한국어판은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어디서 끊을지 애매하다보니 막 읽고 있네요;; 안그래도 이 부분에서 저자가 쥐구멍으로 기어들고 싶어한 기분이 느껴졌다는 게 절절히 느껴졌어요. 마치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고급음식인 푸아그라나 고노와다가 제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데 억지로 떠먹여주고 나서 나의 '좋은 의도'가 얼마나 그에게는 무례하고 오만한 짓이었는지 깨닫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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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이미 갈라파고스로 떠나 계신 분들도 많은 거 같은데, 저는 3장 첫 문장 보자마자, 난 여기서 (스크랠링섬)에서 좀 더 머물란다, 하고 주저앉았습니다. 3장 첫문장 - “이곳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 덥고 너무 습하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기후대가 고온다습입니다. 고온건조까지는 견딜 수 있으나, 다습, 그리고 다습과 함께 따라오는 벌레 대잔치, 상한 음식 등등은 정말 힘들어요 ㅠㅠ 먼저들 가셔요 ~~ 전 남아서 2장 정리 모먼트를 가져 보겠습니다.
#1. 지질학 지식이 없어서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피오르와 사운드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건지 궁금했었는 데, 2장 읽으면서 드디어 찾아봤네요. 생성 원인이 다른 듯 합니다. 피오르 (빙하의 침식) vs. 사운드 (강의 침식)
그 밖에도, 북극 지방에도 사막이 있고(극지사막), 오아시스 (북극 오아시스)도 있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
# 2. 상아 조각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잠시 어리둥절 했는데요, 상아는 코끼리 어금니 아님? 하고 생각해보니, 바다코끼리도 코끼리라서 그럴수도 ^^;; (위에서 @오구오구 님의 베프인 페플렉시티도 그렇게 말했군요 ㅠㅠ)
# 3. 2장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 - 페테르가 이끄는 고고학 팀에 깍두기로 낑겨서 고대 왕국 탐사 가보고 싶다. 고고학 이론을 성실하고 차분하고 자세히 설명해줄 거 같지만, 나는 밥만 축낸다고 내쫒기겠지 ㅠㅠ
#4. 2장의 결정적 한 장면 - 돌로 만든 여우덫에서 물범 태아의 턱뼈 위에 놓인 여우 해골을 들여다 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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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저는 페테르가 아예 북극해 근처에도 오지도 못하게 할 듯..ㅎㅎㅎ
저도 고온다습의 기후에서는 픽픽 기절하고 쓰러집니다. 추위는 괴롭지만 적어도 쓰러지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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