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dobedo님의 대화: 저는 많은 경험에서 배운 패턴, 언어로 정의내리거나 설명하기 힘든 그런 통찰도 직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들을 긍정하거든요. 한데 과학계에서는 제 입장에서는 그런 직관과는 오히려 거리가 먼, 조금만 경험이 쌓이면 쉽게 무너질(걸핏하면 빗나가는 예측인) 무의식적 편견을 직관으로 정의하고 있는지, 프라이밍 이펙트 등을 예로 들면서 직관에 대체로 부정적이더라고요. 커너먼의 책들이나 새폴스키의 행동이나 리사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같은 뇌과학이나 행동/인지심리학 책들에서 언급하는 직관도 대체로 그런 직관이었던 거 같고요. 저한테는 앞서의 패턴에 대한 학습도, 대체로 의식적인 알아차림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직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과학계에선 그런 직관의 존재는 무시하는 듯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요.
실은 지금 제가 예술과 뇌과학 관련 책인 '통찰의 시대'를 읽고 있어서 통찰과 직관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봤는데요. 우선, 뇌과학에서는 통찰(insight)과 직관(intuition)을 좀 다르게 보는 것 같습니다. 직관은 좀 더 즉각적인 반면 통찰은 직관보다 좀더 한참 후에 이루어지고 좀더 복잡한 듯합니다. (어쩌면 커너먼의 fast와 slow system에 각자 해당되는 걸지도요) 그러나 직관을 섣부른 판단이나 편견으로 단정하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부분의 뇌과학자들은 얘기하고 이런 직관적인 사고가 없었다면 인류의 생존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dobedo님의 대화: 이건 그럴 필요를 별로 못 느껴서인 것도 같아요.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데는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데 밤참새의 노랫소리의 맥락에까지 애정과 관심을 두는(그럴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요즈음에는 좀처럼 흔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신의 감각으로 사물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일들을 하고 있고, 그들의 감각은 비전문가들 눈에는 초능력처럼 보일 정도로 벼려져 있거든요. 저는 그런 전문가들의 '초능력'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극한직업'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걸 즐겼어요.
앗 저는 '극한직업' 프로그램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달인' 등 좀 전문적으로 뭔가 한 가지 일에 평생 몸 담은 장인들을 보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저는 가족들이 다들 어쩌면 저렇게 둔감한 인간이 있을까...하고 탄식할 정도로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덕분에 사물놀이 속에서도 잘 잡니다;;) 후각 미각(자취하던 일년 넘게 삼각김밥과 우유만 먹고 버텼고 딱히 새로운 걸 먹고 싶은 욕구도 없었어요;;) 촉각(간지럼도 하나도 안 타요;;)은 물론 눈치?육감?이나 영감?도 전혀 없을 것입니다. 아마 전 야생에서 가장 먼저 죽어버릴 생물이겠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감각이 둔한 저같은 인간도 문자 숫자를 다루는 IQ는 높아서 잘 살아남은 사회적 환경인 것 같아요..;; (인간이어서 다행일지도;;)
sevet님의 문장 수집: "알렉산드라 저지를 걷는 동안 그곳 특유의 색체, 선, 비례, 소리, 냄새, 질감의 조합은, 그러니까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도록 나의 감각이 아주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그 아름다움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의식했고, 그 풍경에 무방비로 열린 상대가 나의 내면에 건강하다는 느낌을 증폭시켰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 외부에 존재하며 내 이해를 넘어서는 세상과 내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챘다."
경이로운 자연, 장엄한 풍경 속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을 종종 받죠!
이때는 전 세계의 지배적인 문화들이 정교한 과학과 기술, 거대한 물질적 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어쩐지 길을 잃는 것 같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전통적 사회의 사람들 눈에 그 지배적 문화들은 노가 없는 배에 갇힌 채 겉으로만 평온해 보이는 대양 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항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호라이즌 푸에르토아요라, 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borumis님의 대화: 윽.. 정말 과하게 순한 동물이네요.. dodo처럼 너무 순한 동물들은 일찍 멸종되던데..;; 슐라 슐라.. ㅋㅋㅋㅋ 쏼라쏼라~가 생각나요. 몰라 몰라 슐라 슐라 피카 피카 ... 이렇게 동어반복(tautology)되는 학명을 tautonym(반복명)이라고 한다네요. https://www.britannica.com/list/gorilla-gorilla-sula-sula-and-other-animals-whose-names-are-tautonymsthe-same-for-genus-and-species 파랑발도 이쁘지만 빨강발 부비도 발 뿐만 아니라 부리가 참 이쁘네요. 누가 모르고 보면 색칠한 줄 알겠다는;;
아 다시 보니 슐라슐라가 아니라 술라술라로 불러야 할 것 같으네요. ^^
borumis님의 대화: Linnaeus가 만들어낸 Sulidae 과의 Sula 속은 고대 노르웨이어 sula에서 나온 학명인데 기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Sulidae에 속하는 새들이 바다에 수직으로 급하강하는 plunge-dive 기술로 사냥을 한다는데 아마 그렇게 수직으로 내려가는 모습에서 '기둥'이란 어원을 사용하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수직으로 바다에 다이빙해도 다치지 않게 특별한 신체구조가 진화되었다고 하네요.
무엇이 여기에 속하고 무엇이 속하지 않는지에 관한 논의-예컨대 선호되는 식물은 무엇이며 뿌리를 뽑아야할 식물은 무엇인가?-에서는 오랜 세월 인간사회에서 이민자 문제를 논할 때 등장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대립된 의견들이 음험하게 움직이고 있다.
호라이즌 P.40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borumis님의 대화: Sulidae에 속하는 새들이 바다에 수직으로 급하강하는 plunge-dive 기술로 사냥을 한다는데 아마 그렇게 수직으로 내려가는 모습에서 '기둥'이란 어원을 사용하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수직으로 바다에 다이빙해도 다치지 않게 특별한 신체구조가 진화되었다고 하네요.
오호라!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주장했을 때, 그리고 다윈과 월리스가 인간은 우주 최상의 피조물이 아니라고 선언했을 때, 이어서 융과 프로이트가 합리적인 정신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을 때, 신학은 그에 적응하거나 최소한 반응이라도 해야 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패르트의 음악은 금욕적이고 사색적이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는 인간의 고난과 신의 위로이며, 때로 그가 찾아내는 해답은 장엄하다. 예상대로 우리의 대화는 각자의 개인적 삶과 작업에 나타난 연민과 절망이라는 주제에 가닿았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우리는 해변과 그 너머 대양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서 있었다. 노라는 내 셔츠의 앞섶과 남편 조끼의 깃을 붙잡더니 부드럽게 우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래요, 맞아요, 맞아” 하고 속삭이며 울기 시작했고, 남편에게는 그가 이해받았다고 말하고, 나에게는 자기 남편이 작곡한 음악은 한 사람을 새로 짜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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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월 12일 수요일 읽을 분량에 나오는 그릴리 탐험대의 여정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지도 참고하세요. 어휴, 저는 탐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지도만 봐도 아찔하네요. 빨간색 표시한 곳(포트 콩거)에서 맨 아래 파란색 표시한 곳(핌 섬의 세이빈 곶)까지 내려와서 일곱 명 남겨 두고 사망; (일곱 명 가운데는 그릴리가 포함돼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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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siouxsie 제가 벽돌 책 함께 읽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 중에 하나예요. 연말에 썼던 어느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을 언급하기 전에 한 가지 장면을 소개합니다. 2024년 2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휑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어요. 딱히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렇게 조용한 사무실에서 습관처럼 아주 두꺼운 벽돌 책을 펼쳤습니다. 그 책의 주인공은 1915년에 독일에서 태어나서 나치 저항 운동을 하다가 10대에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파시즘과 맞서면서 수많은 사람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탈출시키는 활동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다, 자기도 미국에 망명하고 제2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죠. 전쟁이 끝나도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아요. 결혼을 해서 가정까지 꾸렸는데 하는 일마다 누군가 일부러 훼방을 놓듯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는 간절히 ‘포르투나(행운)’를 바라고 있었죠. 책을 읽으면서 그를 응원하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올해 저도 아주 힘든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그는 바로 1915년에 태어나서 2012년에 세상을 뜬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입니다. 2020년에 나온 『앨버트 허시먼』(부키)을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 때문에 다시 읽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로서는 책 읽기의 효능을 체험한 경험이어서 이 책을 꼭 언급하고 싶었어요.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인용문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르투는 다른 누군가의 포르투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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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장맥주 @siouxsie 제가 벽돌 책 함께 읽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 중에 하나예요. 연말에 썼던 어느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을 언급하기 전에 한 가지 장면을 소개합니다. 2024년 2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휑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어요. 딱히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렇게 조용한 사무실에서 습관처럼 아주 두꺼운 벽돌 책을 펼쳤습니다. 그 책의 주인공은 1915년에 독일에서 태어나서 나치 저항 운동을 하다가 10대에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파시즘과 맞서면서 수많은 사람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탈출시키는 활동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다, 자기도 미국에 망명하고 제2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죠. 전쟁이 끝나도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아요. 결혼을 해서 가정까지 꾸렸는데 하는 일마다 누군가 일부러 훼방을 놓듯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는 간절히 ‘포르투나(행운)’를 바라고 있었죠. 책을 읽으면서 그를 응원하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올해 저도 아주 힘든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그는 바로 1915년에 태어나서 2012년에 세상을 뜬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입니다. 2020년에 나온 『앨버트 허시먼』(부키)을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 때문에 다시 읽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로서는 책 읽기의 효능을 체험한 경험이어서 이 책을 꼭 언급하고 싶었어요.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인용문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르투는 다른 누군가의 포르투나가 된다.”
@장맥주 작가님 말씀대로, 『호라이즌』도 천천히 따라 읽으면서 묘하게 힐링이 되네요.
마음 급하신 분들은 갈라파고스 제도로 가 있는데, 저만 오늘 분량 얘기 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한국어판 기준 338쪽 일화 인상적이지 않으셨어요?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인류 문명의 정점을 상징하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들려주다고 갑자기 수치심에 몸 둘 바 몰라하는 저자. 저는 그 대목이 이 책의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일화 같아서 표시해 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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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갈라파고스로 떠나 계신 분들도 많은 거 같은데, 저는 3장 첫 문장 보자마자, 난 여기서 (스크랠링섬)에서 좀 더 머물란다, 하고 주저앉았습니다. 3장 첫문장 - “이곳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 덥고 너무 습하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기후대가 고온다습입니다. 고온건조까지는 견딜 수 있으나, 다습, 그리고 다습과 함께 따라오는 벌레 대잔치, 상한 음식 등등은 정말 힘들어요 ㅠㅠ 먼저들 가셔요 ~~ 전 남아서 2장 정리 모먼트를 가져 보겠습니다. #1. 지질학 지식이 없어서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피오르와 사운드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건지 궁금했었는데, 2장 읽으면서 드디어 찾아봤네요. 생성 원인이 다른 듯 합니다. 피오르 (빙하의 침식) vs. 사운드 (강의 침식) 그 밖에도, 북극 지방에도 사막이 있고(극지사막), 오아시스 (북극 오아시스)도 있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 # 2. 상아 조각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잠시 어리둥절 했는데요, 상아는 코끼리 어금니 아님? 하고 생각해보니, 바다코끼리도 코끼리라서 그럴수도 ^^;; (위에서 @오구오구 님의 베프인 페플렉시티도 그렇게 말했군요 ㅠㅠ) # 3. 2장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 - 페테르가 이끄는 고고학 팀에 깍두기로 낑겨서 고대 왕국 탐사 가보고 싶다. 고고학 이론을 성실하고 차분하고 자세히 설명해줄 거 같지만, 나는 밥만 축낸다고 내쫒기겠지 ㅠㅠ #4. 2장의 결정적 한 장면 - 돌로 만든 여우덫에서 물범 태아의 턱뼈 위에 놓인 여우 해골을 들여다 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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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마음 급하신 분들은 갈라파고스 제도로 가 있는데, 저만 오늘 분량 얘기 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한국어판 기준 338쪽 일화 인상적이지 않으셨어요?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인류 문명의 정점을 상징하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들려주다고 갑자기 수치심에 몸 둘 바 몰라하는 저자. 저는 그 대목이 이 책의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일화 같아서 표시해 뒀답니다!
저는 베리 로페즈 , 이 분 매우매우 예민하고 어나더 레벨의 감수성 소유자인 것 같은데, 일상 생활은 원할하게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글쓰는 자아와 일상의 자아는 다르려나요?
소피아님의 대화: 저는 베리 로페즈 , 이 분 매우매우 예민하고 어나더 레벨의 감수성 소유자인 것 같은데, 일상 생활은 원할하게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글쓰는 자아와 일상의 자아는 다르려나요?
@소피아 수양 딸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또 온갖 여행지에 만나는 사람들과 친교를 유지하는 걸 보면 상당한 사교성도 보유하고 계시는 게 아닐지?
@새벽서가 @borumis 20일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게 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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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마음 급하신 분들은 갈라파고스 제도로 가 있는데, 저만 오늘 분량 얘기 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한국어판 기준 338쪽 일화 인상적이지 않으셨어요? 고대 문명의 흔적에서 인류 문명의 정점을 상징하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들려주다고 갑자기 수치심에 몸 둘 바 몰라하는 저자. 저는 그 대목이 이 책의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일화 같아서 표시해 뒀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한국어판은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어디서 끊을지 애매하다보니 막 읽고 있네요;; 안그래도 이 부분에서 저자가 쥐구멍으로 기어들고 싶어한 기분이 느껴졌다는 게 절절히 느껴졌어요. 마치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고급음식인 푸아그라나 고노와다가 제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데 억지로 떠먹여주고 나서 나의 '좋은 의도'가 얼마나 그에게는 무례하고 오만한 짓이었는지 깨닫는 듯이...
소피아님의 대화: 이미 갈라파고스로 떠나 계신 분들도 많은 거 같은데, 저는 3장 첫 문장 보자마자, 난 여기서 (스크랠링섬)에서 좀 더 머물란다, 하고 주저앉았습니다. 3장 첫문장 - “이곳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 덥고 너무 습하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기후대가 고온다습입니다. 고온건조까지는 견딜 수 있으나, 다습, 그리고 다습과 함께 따라오는 벌레 대잔치, 상한 음식 등등은 정말 힘들어요 ㅠㅠ 먼저들 가셔요 ~~ 전 남아서 2장 정리 모먼트를 가져 보겠습니다. #1. 지질학 지식이 없어서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피오르와 사운드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건지 궁금했었는데, 2장 읽으면서 드디어 찾아봤네요. 생성 원인이 다른 듯 합니다. 피오르 (빙하의 침식) vs. 사운드 (강의 침식) 그 밖에도, 북극 지방에도 사막이 있고(극지사막), 오아시스 (북극 오아시스)도 있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 # 2. 상아 조각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잠시 어리둥절 했는데요, 상아는 코끼리 어금니 아님? 하고 생각해보니, 바다코끼리도 코끼리라서 그럴수도 ^^;; (위에서 @오구오구 님의 베프인 페플렉시티도 그렇게 말했군요 ㅠㅠ) # 3. 2장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 - 페테르가 이끄는 고고학 팀에 깍두기로 낑겨서 고대 왕국 탐사 가보고 싶다. 고고학 이론을 성실하고 차분하고 자세히 설명해줄 거 같지만, 나는 밥만 축낸다고 내쫒기겠지 ㅠㅠ #4. 2장의 결정적 한 장면 - 돌로 만든 여우덫에서 물범 태아의 턱뼈 위에 놓인 여우 해골을 들여다 보는 장면.
저는 페테르가 아예 북극해 근처에도 오지도 못하게 할 듯..ㅎㅎㅎ 저도 고온다습의 기후에서는 픽픽 기절하고 쓰러집니다. 추위는 괴롭지만 적어도 쓰러지진 않는데;;
YG님의 대화: @장맥주 @siouxsie 제가 벽돌 책 함께 읽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 중에 하나예요. 연말에 썼던 어느 글에서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을 언급하기 전에 한 가지 장면을 소개합니다. 2024년 2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휑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어요. 딱히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렇게 조용한 사무실에서 습관처럼 아주 두꺼운 벽돌 책을 펼쳤습니다. 그 책의 주인공은 1915년에 독일에서 태어나서 나치 저항 운동을 하다가 10대에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파시즘과 맞서면서 수많은 사람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탈출시키는 활동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다, 자기도 미국에 망명하고 제2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죠. 전쟁이 끝나도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아요. 결혼을 해서 가정까지 꾸렸는데 하는 일마다 누군가 일부러 훼방을 놓듯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는 간절히 ‘포르투나(행운)’를 바라고 있었죠. 책을 읽으면서 그를 응원하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올해 저도 아주 힘든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그는 바로 1915년에 태어나서 2012년에 세상을 뜬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입니다. 2020년에 나온 『앨버트 허시먼』(부키)을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 때문에 다시 읽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로서는 책 읽기의 효능을 체험한 경험이어서 이 책을 꼭 언급하고 싶었어요.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인용문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르투는 다른 누군가의 포르투나가 된다.”
와아 허시먼의 책은 꼭 읽어봐야겠어요.. 감동적인 독후록입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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