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borumis님의 문장 수집: "우리는 문명이란 것이 과연 사람들에게 그들이 아직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을 가져다주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문명은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토록 가혹하냐는 질문도."
헛. @borumis 님과 거의 동시에 같은 구절을 문장 수집했네요. ^^ 이 문장 참 좋아요.
장맥주님의 대화: 헛. @borumis 님과 거의 동시에 같은 구절을 문장 수집했네요. ^^ 이 문장 참 좋아요.
그쵸^^ 아름다운 문장들도 눈이 가지만 제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파고들게 하는 문장들을 참 좋아해요. 단순히 공감이나 감상에 젖게 하는 책들보다 그 뒤에 어떤 답을 찾아낼 지 상상하게 하는 horizon같은 책들이 좋아요.
오늘날 아프리카나 호주 시골의 전통 마을에서, 바리오와 파벨라와 게토에서, 혹은 대도시의 작은 구역들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붕괴를 목격하면서, 나는 이러한 붕괴의 근본 원인이 ‘문명’의 부재나 ‘사악함’의 존재 같은 것과는 무관하며, 거의 전적으로 끊임없는 정치적 억압과 가난, 인종차별, 굴종적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 장소들에서는 사람들이 번영을 보장받는 것은 고사하고, 생존을 확보하는 문제만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겹다. 이런 상황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고, 어떤 전통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면 “다시 꿈꾸는 일이 필요하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borumis님의 대화: 책에서 나온 masked booby는 그나마 좀 점잖아 보이지만 blue-footed booby는 진짜 살짝 웃음이 배어나오는 외모입니다.
세상에... blue footed 너무너무 귀워여요 ㅎㅎㅎㅎ
siouxsie님의 대화: 어디서 이런 귀여운 사진은 찾으시는 거예요? 저 동물 안 좋아하는데 오구오구님이 올려 주시는 사진은 다들 넘 깜찍이에요! 혹시...키우는?
어머나.. 저는 사람이외의 생물은 사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곤충은 거의 포비아에요 ㅠ 사진은 구그리가 보여줍니다 ㅎ
borumis님의 대화: 그쵸^^ 아름다운 문장들도 눈이 가지만 제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파고들게 하는 문장들을 참 좋아해요. 단순히 공감이나 감상에 젖게 하는 책들보다 그 뒤에 어떤 답을 찾아낼 지 상상하게 하는 horizon같은 책들이 좋아요.
저두요, 게다가 구글지도에서 지역 사진을 열어두고 읽으니 더 좋네요~
장맥주님의 문장 수집: "역사는 우리에게 거대한 제국에는 거대한 야만이 함께하며 그 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그러니 야만을 벗어나려면 제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명이란 것이 과연 사람들에게 그들이 아직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을 가져다주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문명은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토록 가혹하냐는 질문도."
이 문장을 읽다가 생각난 것이 미접촉부족(uncontacted peoples)인데요. 남미의 Yanomami 등도 유명하지만 인도양의 North Sentinel Island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부족 Sentineles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데 섬 근처에 헬리콥터가 다가가기만 해도 화살들을 쏴서 접근도 못한다네요. 하지만 여기서도 자본주의의 폐해가 보이는 게 근접지역의 경찰들과 결탁해서 이런 미접촉부족들을 구경하게 하는 '인간 사파리'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 관광상품을 만들려고 한 사람들도 있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https://www.forbes.com/sites/kionasmith/2018/11/30/everything-we-know-about-the-isolated-sentinelese-people-of-north-sentinel-island/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2/feb/26/human-safari-threat-amazon-tribe
borumis님의 대화: Booby의 의미에 'stupid or childish person'이란 뜻이 있거든요. 한국어 이름 얼간이새도 아마도 '얼간이'에서 나온 것 같아요. 좀.. 똘똘해 보이진 않아서 그런 걸까요?;;; ㅎㅎㅎ
행동이 바보 같아서 스페인어로 bobo로 불렸고, 영어로는 booby, 한국어로는 얼가니가 됐다고 하네요. 사냥은 바다에서 하고 육지에서는 행동이 굼떠서 사람한테도 잘 잡히고, 다른 동물들의 공격에도 별 저항이 없다고 합니다. 부리가 날카로운 핀치새가 살을 찢어 흐르는 피를 먹고 있는데도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의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ㅠㅜ 얼가니새에는 푸른발얼가니새, 푸른얼굴얼가니새, 갈색얼가니새 그리고 붉은발얼가니새 등이 있는데, 붉은발얼가니새의 학명이 Sula sula네요! 몰라몰라(개복치)와 핀카핀카(까치)에 이어서 슐라슐라 더합니다! ^^
애초에 에콰도르 국민들을 갈라파고스로 불러들인 동기 중 하나는 에콰도르 본토에 널리 퍼져 있는, ‘에콰도르의 변경’으로 가면 누구나 ‘관광’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로 큰돈을 버는 이들은 갈라파고스의 투어 보트 운영권을 누구에게 내줄지 결정하는, 수도 키토에 있는 정치가들과 사업 파트너들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dobedo님의 대화: 행동이 바보 같아서 스페인어로 bobo로 불렸고, 영어로는 booby, 한국어로는 얼가니가 됐다고 하네요. 사냥은 바다에서 하고 육지에서는 행동이 굼떠서 사람한테도 잘 잡히고, 다른 동물들의 공격에도 별 저항이 없다고 합니다. 부리가 날카로운 핀치새가 살을 찢어 흐르는 피를 먹고 있는데도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의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ㅠㅜ 얼가니새에는 푸른발얼가니새, 푸른얼굴얼가니새, 갈색얼가니새 그리고 붉은발얼가니새 등이 있는데, 붉은발얼가니새의 학명이 Sula sula네요! 몰라몰라(개복치)와 핀카핀카(까치)에 이어서 슐라슐라 더합니다! ^^
윽.. 정말 과하게 순한 동물이네요.. dodo처럼 너무 순한 동물들은 일찍 멸종되던데..;; 슐라 슐라.. ㅋㅋㅋㅋ 쏼라쏼라~가 생각나요. 몰라 몰라 슐라 슐라 피카 피카 ... 이렇게 동어반복(tautology)되는 학명을 tautonym(반복명)이라고 한다네요. https://www.britannica.com/list/gorilla-gorilla-sula-sula-and-other-animals-whose-names-are-tautonymsthe-same-for-genus-and-species 파랑발도 이쁘지만 빨강발 부비도 발 뿐만 아니라 부리가 참 이쁘네요. 누가 모르고 보면 색칠한 줄 알겠다는;;
dobedo님의 문장 수집: "(쿡은) 날 것의 공간에 격자를 그리고 등고선을 표시하며 지도를 만드는 일로 인생을 보냈지만, 지도로 만들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해했고, 기지의 세계와 미지의 세계를 나누는 선의 중요성도 이해했다. 두 음표 사이 침묵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한 것이다. 나는 또한 그가 그 침묵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라 믿는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을 들으면서 '두 음표 사이 침묵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작가가 붙잡고 있는 화두가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것, 행간 속에서 그 종횡무진의 도약을 따라가게 하는 것,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일관성이 있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거 같네요.
봄솔님의 대화: 저도 이 문장 수집하려고 표시했는데 반갑네요
제가 수집하려고 한 문장들도 거의 대부분 먼저 읽은 분들이 수집하셨더라고요. ^^
장맥주님의 대화: 사실 좋아하는 공룡이 몇 종류 있으시다면 동물 학명을 이미 여러 개 외우고 계신 셈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키랍토르...
공룡에 대해서는 닭의 조상이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학명은 알고 있었네요.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장맥주님의 문장 수집: "아마도 나는 “[건드리지 않은] 땅의 치유력”이라는 관념, 그 땅이 헝클어진 마음 또는 산만해진 마음을 차분한 초월의 상태로 데려갈 수 있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념을 믿는 모양이다. 그것은 적절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관을 보여주는 장소에 있으면 자기 에고의 감옥에서 풀려나 경이롭고 치유적이며 깨달음을 주는 자기 바깥의 존재, 즉 타자의 본성을 새롭게 인지하는 과정에 접어든다는 생각이다."
저는 귀여움과 경이로움을 못 느끼는 사람과 깊이 소통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종종 해서 그런 이들을 '나랑 안 맞는 사람' 카테고리에 넣어버렸는데... 그게 아마 '적절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관을 보여주는 장소에 있으면 자기 에고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못할) 사람들이 가지는 경직성(에고의 감옥)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시 했어요.
dobedo님의 대화: 행동이 바보 같아서 스페인어로 bobo로 불렸고, 영어로는 booby, 한국어로는 얼가니가 됐다고 하네요. 사냥은 바다에서 하고 육지에서는 행동이 굼떠서 사람한테도 잘 잡히고, 다른 동물들의 공격에도 별 저항이 없다고 합니다. 부리가 날카로운 핀치새가 살을 찢어 흐르는 피를 먹고 있는데도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의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ㅠㅜ 얼가니새에는 푸른발얼가니새, 푸른얼굴얼가니새, 갈색얼가니새 그리고 붉은발얼가니새 등이 있는데, 붉은발얼가니새의 학명이 Sula sula네요! 몰라몰라(개복치)와 핀카핀카(까치)에 이어서 슐라슐라 더합니다! ^^
어머 왜 sula 일까요. 영어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로마 유명한 집정관 이름이 술라 아닌가요? ㅎ 진짜 공포정치했던 사람이었는데요 ㅎㅎ 얼간이랑 안어울려요 ㅎㅎ
borumis님의 대화: 이 문장을 읽다가 생각난 것이 미접촉부족(uncontacted peoples)인데요. 남미의 Yanomami 등도 유명하지만 인도양의 North Sentinel Island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부족 Sentineles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데 섬 근처에 헬리콥터가 다가가기만 해도 화살들을 쏴서 접근도 못한다네요. 하지만 여기서도 자본주의의 폐해가 보이는 게 근접지역의 경찰들과 결탁해서 이런 미접촉부족들을 구경하게 하는 '인간 사파리'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 관광상품을 만들려고 한 사람들도 있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https://www.forbes.com/sites/kionasmith/2018/11/30/everything-we-know-about-the-isolated-sentinelese-people-of-north-sentinel-island/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2/feb/26/human-safari-threat-amazon-tribe
어머나 너무 잔인하네요.
borumis님의 대화: 벽돌책모임 중 뇌과학 관련 책들에서 여러 심리학 실험에서 언어의 priming effect에 대해 여러번 언급되었는데 여기서 일상에서 실제적으로 확인하는 게 신기하네요. 원주민들로부터 배우는 통찰을 뇌과학에서 뒤늦게 따라가는 걸까요?
저는 많은 경험에서 배운 패턴, 언어로 정의내리거나 설명하기 힘든 그런 통찰도 직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들을 긍정하거든요. 한데 과학계에서는 제 입장에서는 그런 직관과는 오히려 거리가 먼, 조금만 경험이 쌓이면 쉽게 무너질(걸핏하면 빗나가는 예측인) 무의식적 편견을 직관으로 정의하고 있는지, 프라이밍 이펙트 등을 예로 들면서 직관에 대체로 부정적이더라고요. 커너먼의 책들이나 새폴스키의 행동이나 리사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같은 뇌과학이나 행동/인지심리학 책들에서 언급하는 직관도 대체로 그런 직관이었던 거 같고요. 저한테는 앞서의 패턴에 대한 학습도, 대체로 의식적인 알아차림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직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과학계에선 그런 직관의 존재는 무시하는 듯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요.
오구오구님의 대화: 어머 왜 sula 일까요. 영어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로마 유명한 집정관 이름이 술라 아닌가요? ㅎ 진짜 공포정치했던 사람이었는데요 ㅎㅎ 얼간이랑 안어울려요 ㅎㅎ
Linnaeus가 만들어낸 Sulidae 과의 Sula 속은 고대 노르웨이어 sula에서 나온 학명인데 기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borumis님의 문장 수집: "소리를 분간하는 신체의 능력을 정신이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장소에 대한 정신의 앎은 피상적인 상태로 남는다."
이건 그럴 필요를 별로 못 느껴서인 것도 같아요.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데는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데 밤참새의 노랫소리의 맥락에까지 애정과 관심을 두는(그럴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요즈음에는 좀처럼 흔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신의 감각으로 사물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일들을 하고 있고, 그들의 감각은 비전문가들 눈에는 초능력처럼 보일 정도로 벼려져 있거든요. 저는 그런 전문가들의 '초능력'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극한직업'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걸 즐겼어요.
borumis님의 대화: 이 부분의 한글 번역이 원문과 좀 다른 느낌이어서... 원 글과 함께 올려봤습니다. 첫번째 문장은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다는 게 아니라 사악함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는 것 같고... inspiring enough를 민첩하다로 번역한 것도 좀 아닌 것 같은데..
올려 주신 원문을 보니 저도 @borumis 님 해석이 맞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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