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인적으로 쿡과 맥도날드가 그렇게까지 악인으로 보지도 않지만 로페즈가 그리는 것만큼 훌륭한 사람도 아니었을 것 같고 결국 그들도 시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기 나름 적응하고 살아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보이는 낙관적인 추측이나 태도 등에 경계를 하게 되네요. 그리고 새폴스키의 말대로 너무 심한 공감은 오히려 외면이나 도피를 낳게 한다는 염려가 작가가 칠흑같이 어두운 숲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결국 밝은 개벌지로 나오자 분노도 잊고 무관심해지는 걸 인정하는 걸 보고 이따금 나오는 연민과 분개 등이 지나치면 오히려 그런 결과를 작가 자신도 어느 정도 인지하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이 책에 대해 다소 너무 self-serious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한 어조가 거슬린다는 평도 있었는데 그것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제 자신도 사춘기 때 너무 과거 및 현대사, 환경파괴, 인종 및 성차별 등에 대해 분개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게 독이 되고 일찍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고 씨니컬한 태도를 갖게 한 것일 수도 있거든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borumis

오구오구
아 공감합니다. 요즘 애들 말로는 진지충 (죄송합니다 ㅎㅎ) 처럼 보일 수 있을거 같아요. 근데 로페즈의 연령, 살아온 삶을 생각해보면 그런 우려를 진지하게 했을만 하다는 생각도 하게되네요

borumis
실은 쿡 뿐만 아니라 Ranald MacDonald에 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정도까지가 Barry Lopez의 긍정적인 희망회로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데요. James Cook에 대한 자료보다 더 부족하고 또 비슷하게 일본에서 거의 영웅화로 포장된 것도 있을 것 같아서 과연 그가 일본에 대해 호기심이나 어느 정도 명예욕 이상으로 일본을 제국주의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경고하려는 훌륭한 intent가 있었을지,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왜 일본에 남지 않고 기회가 닿자마자 일본을 떠났는지도 의심이 가네요. 제가 너무 씨니컬한 걸까요? 뭔가 white savior 백인 구원자의 그림같기도 해서 물론 제임스 쿡보다 더 을의 입장인 mestizo의 삶으로 아무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정착하지도 못한 그의 아픔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하멜표류기 이전의 박연도 실은 자발적으로 귀화한 게 아니라 강제 체류(감시?)되었던 외국인이고 하멜이 오자 같이 탈출 계획을 짰죠. 레이날드도 어느 정도 탈출할 기회를 계속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의심도 들고요.

YG
@borumis 래널드 맥도널드와 제임스 쿡에 대한 저자의 (한계를 인정한) 호감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으로도 보여요. 저는 배리 로페즈의 전략이 한 개인의 맥락에 따른 다층적인 정체성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한 태도 같아서 그런 부분에 점수를 주면서 읽고 있답니다. (가이드로서의 벽돌 책 저자 옹호입니다! :) )

YG
래널드 맥도널드를 놓고서는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
1.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에서 래널드 맥도널드를 짧게 소개한 대목이 있었더라고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요. 일본통 외교관하다고 우동의 세계에 빠져서 아예 외교관 그만두고 우동집을 차린 신상목 선생님께서 쓰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에 나오더라고요.
2. 래널드 맥도널드의 삶을 기록한 평전 가운데 저자가 높이 평가한 Native American in the Land of the Shogun: Ranald MacDonald and the Opening of Japan(2003) 기억하시죠? 저는 이 저자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영미권에 일본 만화를 처음(?) 아니 적극적으로 소개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더라고요. 프레드릭 쇼트. 한국에도 그의 일본 대중문화 해설 책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이것이 일본 만화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근대화 우등생 일본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한국인들이 몰랐던 '축적'과 '가교'의 시간, 에도시대.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화 경로의 운명을 가른 일본의 '에도시대' 대해부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역사의 길을 묻는다.

이것이 일본 만화다 - 망가, 그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 예술로서 만화보기 1이 책은 지은이가 16년 동안의 연구와 폭넓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엮어낸 일본 만화 탐색서다. 만화의 예술적인 면과 독특한 개성을 잘 살려 수준높은 작품을 만들어 냄으로 만화 문화를 발전시키고, 일본을 세계적인 만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한 수많은 작가와 편집자를 소개함으로써 일본 만화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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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 이 책 안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감사합니다.

소피아
잘 안 알려져있거나 잊혀진 역사 속 인물을 발굴해서 공들여 복원해주는 이야기, 완전 좋아합니다. 1장에서 래널드 맥도날드라는 인물을 알게 되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이 책 너무 좋아하는데, 왜 기억나지 않았을까요?

오구오구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도 기억이 잘 안나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를 보면서 학교에서 알려준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야겠어요 ㅎ

소피아
에도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구요. 덧붙여 김시덕에 <일본이야기> 1,2권도 추천합니다. 5권 편찬 예정이라던데, 저자분이 다른 책만 내시고 이 시리즈 완간 안해주셔서 화나요.

[세트] 일본인 이야기 1~2 세트 - 전2권<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로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 사를 관통하며 오늘날 한반도의 복잡다단한 국제정세를 새롭게 읽어낼 단초를 제시했던 저자 김시덕이 이번에는 전국시대부터 패전에 이르는 일본의 4세기 역사를 다섯 권의 책으로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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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아, 김시덕 이분, 유명한 분 같은데요? 유튜 브에서 본거 같아요 추천 감사합니다~~~

장맥주
아, 저도 좋아하는 저자 분이세요. 뵌 적은 없지만 저랑 동갑이어서 괜한 내적 친밀감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 추천합니다. '대서울'이라는 개념을 주장하시는데 그 관련 도서들도 좋습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를 담은 책. 해 양과 대륙의 충돌로 해석하는 임진왜란은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이후 동아시아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 책은 동아시아를 보는 일반적인 통념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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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맞아요, 그 대서울 시리즈 쓰시느라고,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 내동댕이치신거 아닌지 ㅜㅜ

오구오구
일본인 이야기(전2권): 2024년 9월 26일자 강연에서 밝히길 "8권까지 분량을 완성했으나, 한국 사회 분위기상 일본사가 팔리지 않을 것을 생각하여 출간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후속편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자.
나무위키에 이렇게 나와있어요 ㅠㅠ

소피아
네? 뭐라구요????? 어휴 ㅜㅜ 대충격 !!
대중적인 눈높이로 알기 쉽게 쓴 일본 근대화 시대 이야기였는데요ㅜㅜ
제대로된 일본 근현대사 이야기 책이 정말 없어요 ㅠㅠ

borumis
헐;; 근데 정말.. 일본 근현대사 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 책이나 일본에 관련된 책은 아예 안 읽으려는 한국인들도 꽤 있더라구요;; 오히려 그런 쇄국정책 같은 태도가 지피지기의 지혜로부터 멀어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도태하게 하는 건데..;; 그렇게 갇힌 태도 때문에 예전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ㅜㅜ

siouxsie
근데 여행을 정말 많이 가시던데~~ㅎㅎ
아직도 학교에서 감정적으로 일본사람=나쁜사람으로 가르치는지 저희 아이도 일본사람은 나쁜 사람 취급해요.(그럼서 음식은 일본음식이 젤로 입에 맞는다며)
심지어 역사수업을 공부방에서 하는데 동네에 사는 일본학생이 수업 듣고 싶다고 했는데 식민지 시대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아이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뭐지?했어요.
민감한 문제일수록 더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개인 의견입니다.

borumis
저도요. 민감할수록 논란이 많은 문제일 수록 더 깊이 파고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맥도날드처럼 외국어를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것 외에도 외국의 역사 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울 자세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오구오구
학교에서 반일 교육을 많이해도 요즘 아이들은 일본 문화에 친밀함을 느끼고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저희집 1호는 러브레터의 원작자 영화 및 책인 <릴리 슈슈의 모든것>에 완전히 몰입해서 한동안 덕질을 하더라구요. 러브레터 영화, 책, 릴리슈슈 영화음악, 대본집... 그리고는 이와이 슌지 감독 이 의식있는 감독이라면서 멋지다고 하더라구요.
저희애들은 일본 여행도 자주 가고,, 무엇보다 일본 여자아이들이 예쁘고 친절하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는 일본 며느리 찬성이다!" ㅋㅋ 라고 했어요 ㅎㅎ
새벽부터 뻘소리 중입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유이치는 중1 여름방학 이후, 친한 친구였던 동급생의 주도 하에 갑작스레 왕따를 당하게 된다. 유이치는 마음의 고통을 카리스마적 존재인 여제 '릴리 슈슈'의 세계를 통해 치유하려 한다. 오직 그곳만이,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비상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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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아니 그 오래된 영화를 아이가 본다고요? 역시 알파 세대는 다르군요~ 자제분에겐 고전이겠죠? 으헉
그 때 나온 배우들이 지금은 전부 중년인데....ㅎㅎㅎ
저도 릴리 슈슈의 음악팬이에요. 드뷔시 말고, Salyu가 부른 음반요~
(혹시 가지고 계시면 어디서 구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전 영화 개봉했을 당시에 불법다운로드 받은 것-죄송합니다-이 컴퓨터에 있었는데, 컴퓨터를 버리면서 같이 사라졌거든요. 그때 돈 주고 살걸 아직도 후회합니다. 참고로 제가 그 음악 듣고 있음 다들 귀신나오는 음악 듣는다고 놀렸어요. ㅜ.ㅜ)
릴리슈슈가 러브레터랑 결이 달라서 저평가? 내지는 한국에서 인기가 없었는데, 전 사실 러브레터 보다는 릴리슈슈가 훨씬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도 20대 땐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막 찾아 보고 그랬는데, 예전에 멋 모르고 볼 땐 와~ 멋있다 정도였던 게 나이 들고 보니 이것 저것 보이지 않던 게 보여서 눈물이 많이 납니다. 다시 한번 찾아 봐야겠어요. 요새 콘텐츠들이 하도 볼 게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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