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귀여움과 경이로움을 못 느끼는 사람과 깊이 소통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종종 해서 그런 이들을 '나랑 안 맞는 사람' 카테고리에 넣어버렸는데... 그게 아마 '적절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관을 보여주는 장소에 있으면 자기 에고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못할) 사람들이 가지는 경직성(에고의 감옥)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시 했어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dobedo

장맥주
“ 나는 내 나라 미국의 불안정성이 부분적으로는 청소년이 갖는 이상―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이상―과 어떤 대가를 치르든 자기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집착을 지지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을 소수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
『호라이즌』 356/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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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절제하지 않는 삶은 결국에는 본인에게도 주변의 사회적 물리적 세계에도 파괴적이다. 연금 생활자의 운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의 연금을 사취해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헤지 펀드 매니저는 여럿의 삶을 망친다. 그는 일종의 자살 폭탄 테러범이다. ”
『호라이즌』 356/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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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갑자기 추리소설과 다른 읽어야 할 책에 빠져… 호라이즌을 늦게 시작했더니, 역시나 제가 하이라이트한 문장들은 다 수집되어 있네요^^ 그리고 예상한 대로… 넘쳐나는 댓글, 따라 읽기도 버겁습니다… 핫핫 다들 책 읽고 댓글 읽고 댓글 달고… 현생 살면서 언제 그걸 다 하시나요? 저는 지금 반백수 상태인데도 버거운데 말이죠 허허 존경합니다 여러분…
위에 페소아 이야기가 있네요. 저는 ‘불안의 서’는 안 읽었고 페소아는 시집 딱 하나 읽었는데, 넘 좋게 읽었어요.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시집 제목부터 넘 좋지 않나요? 시집인데 술술 읽히고 말이죠~~ 슬그머니 추천하고 또 책 읽으러 갑니다. 전 아직 ’들어가며’ 읽는 중이라서요~~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민음사 세계시인선 24권. 수많은 이름으로 썼던 천재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대표 시선집. 세계 문학계에서 이제 페소아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페소아는 무엇보다도 시인이며, 국내 처음 제대로 작가의 대표 시들을 원전 번역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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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앗 저도 하루 빠졌더니 이미 하이라이트한 문장들이 ..^^;; 나름 편해서 좋다는;; 다들 비슷한 데서 밑줄 쳤군요.
근데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미국과 한국의 분리수거로 논점이 넘어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장맥주 @dobedo 님 등이 말했듯이 약간 페소아의 '불안의 서'나 도덕경이나 Heraclitus의 글에서 나올 듯한 안개나 구름 같은 생각의 파편들 속에 흘려보내듯이 자유연상에 맡기는 듯한 것도 좋지만.. 제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T의 성향이 불쑥불쑥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보다도 더 타이트한 유럽의 여러가지 규제가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따라가기 힘든 점 등 그리고 이것이 제3세계의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및 대책이 미흡한 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에서 지역화로 reshoring (국내 복귀)하는 움직임 등 여러가지 논점이 있는데 단순히 백인과 계몽시대의 관점에서 벗어나 더 전통적이고 다양한 문화의 접점에서 지역적인 지혜와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아직은 제 취향(?)에 비해 좀 여러 가지 희망사항을 뭉뚱그려서 멋있게 쓰긴 했지만 아직 그런 지워지고 무시당해온 지혜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yg 님이 썼던 '세계화에 반대한다'에 대한 평처럼 저도 약간 비뚤어진 생각을 했습니다. Flight shame(ship shame?)에 굳이 몰 필요는 없지만 이런 많은 여행 또한 탄소 발자취를 늘리는 것인데 nature writing을 하는 작가가 이렇게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니고 계속 떠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인간의 본능인가 하네요. 인간이 알바트로스나 바다 소금쟁이처럼 무해하게 먼 하늘과 바다를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dobedo
불안의 서는 안 읽어봤는데 제목에서부터 어떤 책일지 느낌이 오긴 해요. 아마 다른 분들이 그런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작가의 충만한 자의식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시는 거라면, 저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그렇게까지 힘든 책은 아니고요. 근데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끌어안으며 느끼는 작가의 연민과 고통이 어떤 권력과 세력에 대한 분노와 성토로 단순하게 치환되고 끝난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낭만적인 낙관으로 귀결되거나 하면 허탈할 것 같아요. 뭐 아직 책의 초반이니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고요. @borumis 님이 염려하신 부분과 바람에는 저도 큰 틀에서 동의해요.

borumis
네.. 개인적으로 쿡과 맥도날드가 그렇게까지 악인으로 보지도 않지만 로페즈가 그리는 것만큼 훌륭한 사람도 아니었을 것 같고 결국 그들도 시 대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기 나름 적응하고 살아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보이는 낙관적인 추측이나 태도 등에 경계를 하게 되네요. 그리고 새폴스키의 말대로 너무 심한 공감은 오히려 외면이나 도피를 낳게 한다는 염려가 작가가 칠흑같이 어두운 숲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결국 밝은 개벌지로 나오자 분노도 잊고 무관심해지는 걸 인정하는 걸 보고 이따금 나오는 연민과 분개 등이 지나치면 오히려 그런 결과를 작가 자신도 어느 정도 인지하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이 책에 대해 다소 너무 self-serious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한 어조가 거슬린다는 평도 있었는데 그것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제 자신도 사춘기 때 너무 과거 및 현대사, 환경파괴, 인종 및 성차별 등에 대해 분개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게 독이 되고 일찍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고 씨니컬한 태도를 갖게 한 것일 수도 있거든요.

오구오구
아 공감합니다. 요즘 애들 말로는 진지충 (죄송합니다 ㅎㅎ) 처럼 보일 수 있을거 같아요. 근데 로페즈의 연령, 살아온 삶을 생각해보면 그런 우려를 진지하게 했을만 하다는 생각도 하게되네요

borumis
실은 쿡 뿐만 아니라 Ranald MacDonald에 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정도까지가 Barry Lopez의 긍정적인 희망회로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데요. James Cook에 대한 자료보다 더 부족하고 또 비슷하게 일본에서 거의 영웅화로 포장된 것도 있을 것 같아서 과연 그가 일본에 대해 호기심이나 어느 정도 명예욕 이상으로 일본을 제국주의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경고하려는 훌륭한 intent가 있었을지,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왜 일본에 남지 않고 기회가 닿자마자 일본을 떠났는지도 의심이 가네요. 제가 너무 씨니컬한 걸까요? 뭔가 white savior 백인 구원자의 그림같기도 해서 물론 제임스 쿡보다 더 을의 입장인 mestizo의 삶으로 아무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정착하지도 못한 그의 아픔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하멜표류기 이전의 박연도 실은 자발적으로 귀화한 게 아니라 강제 체류(감시?)되었던 외국인이고 하멜이 오자 같이 탈출 계획을 짰죠. 레이날드도 어느 정도 탈출할 기회를 계속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의심도 들고요.

YG
@borumis 래널드 맥도널드 와 제임스 쿡에 대한 저자의 (한계를 인정한) 호감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으로도 보여요. 저는 배리 로페즈의 전략이 한 개인의 맥락에 따른 다층적인 정체성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한 태도 같아서 그런 부분에 점수를 주면서 읽고 있답니다. (가이드로서의 벽돌 책 저자 옹호입니다! :) )

YG
래널드 맥도널드를 놓고서는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
1.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에서 래널드 맥도널드를 짧게 소개한 대목이 있었더라고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요. 일본통 외교관하다고 우동의 세계에 빠져서 아예 외교관 그만두고 우동집을 차린 신상목 선생님께서 쓰 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에 나오더라고요.
2. 래널드 맥도널드의 삶을 기록한 평전 가운데 저자가 높이 평가한 Native American in the Land of the Shogun: Ranald MacDonald and the Opening of Japan(2003) 기억하시죠? 저는 이 저자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영미권에 일본 만화를 처음(?) 아니 적극적으로 소개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더라고요. 프레드릭 쇼트. 한국에도 그의 일본 대중문화 해설 책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이것이 일본 만화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근대화 우등생 일본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한국인들이 몰랐던 '축적'과 '가교'의 시간, 에도시대.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화 경로의 운명을 가른 일본의 '에도시대' 대해부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역사의 길을 묻는다.

이것이 일본 만화다 - 망가, 그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 예술로서 만화보기 1이 책은 지은이가 16년 동안의 연구와 폭넓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엮어낸 일본 만화 탐색서다. 만화의 예술적인 면과 독특한 개성을 잘 살려 수준높은 작품을 만들어 냄으로 만화 문화를 발전시키고, 일본을 세계적인 만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한 수많은 작가와 편집자를 소개함으로써 일본 만화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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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 이 책 안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감사합니다.

소피아
잘 안 알려져있거나 잊혀진 역사 속 인물을 발굴해서 공들여 복원해주는 이야기, 완전 좋아합니다. 1장에서 래널드 맥도날드라는 인물을 알게 되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이 책 너무 좋아하는데, 왜 기억나지 않았을까요?

오구오구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도 기억이 잘 안나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를 보면서 학교에서 알려준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야겠어요 ㅎ

소피아
에도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구요. 덧붙여 김시덕에 <일본이야기> 1,2권도 추천합니다. 5권 편찬 예정이라던데, 저자분이 다른 책만 내시고 이 시리즈 완간 안해주셔서 화나요.

[세트] 일본인 이야기 1~2 세트 - 전2권<동 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로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 사를 관통하며 오늘날 한반도의 복잡다단한 국제정세를 새롭게 읽어낼 단초를 제시했던 저자 김시덕이 이번에는 전국시대부터 패전에 이르는 일본의 4세기 역사를 다섯 권의 책으로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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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아, 김시덕 이분, 유명한 분 같은데요? 유튜브에서 본거 같아요 추천 감사합니다~~~

장맥주
아, 저도 좋아하는 저자 분이세요. 뵌 적은 없지만 저랑 동갑이어서 괜한 내적 친밀감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 추천합니다. '대서울'이라는 개념을 주장하시는데 그 관련 도서들도 좋습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를 담은 책. 해양과 대륙의 충돌로 해석하는 임진왜란은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이후 동아시아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 책은 동아시아를 보는 일반적인 통념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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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맞아요, 그 대서울 시리즈 쓰시느라고,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 내동댕이치신거 아닌지 ㅜㅜ

오구오구
일본인 이야기(전2권): 2024년 9월 26일자 강연에서 밝히길 "8권까지 분량을 완성했으나, 한국 사회 분위기상 일본사가 팔리지 않을 것을 생각하여 출간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후속편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자.
나무위키에 이렇게 나와있어요 ㅠㅠ

소피아
네? 뭐라구요????? 어휴 ㅜㅜ 대충격 !!
대중적인 눈높이로 알기 쉽게 쓴 일본 근대화 시대 이야기였는데요ㅜㅜ
제대로된 일본 근현대사 이야기 책이 정말 없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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