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이 탄피들은 나에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정서에 관해, 이렇게 외딴 곳에 있는 황량하고 사실상 아무도 점유하지 않는 땅을 식민지화하려는 현대국가의 집요함에 관해, 인류가 정치적 신념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폭력적으로 행사하는 일에 보이는 열성에 관해 도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호라이즌 P.7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자기 가족에게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것은, 그 먹을 것이 물범 고기든 자루에 든 곡식이든 아보카도 과육이든, 죽음이 생명을 공급하는 방식에 관한 불편한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 여기서 행동한다는 것은 자신이 범하는 죄를 직시하는 일, 자신의 일족이 계속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생명을 빼앗기를 선택하는 일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우리는 그런 일을 명령한 자들을 규탄하고 그 정책을 수행한 자들을 비난하며 그들을 비인간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인간다운 행동이다. 우리가 그 어둠이다. 우리가 빛이기도 하듯이.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나는 침대에 누워 내가 느꼈던 격분이 정말로 역사 때문에 불타오른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의 무력함을 다시금 자각하게 된 결과였는지 생각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제 인간의 안락과 이득을 위해 자연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언젠가 자연 세계 안에서 우리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인간의 다양성을 계속 두려워한다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 바로 우리 스스로 자신의 치명적 숙적이 될 가능성만 더욱 커질 뿐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오랫동안 나는 우리 대부분이 찾고 있는 것이, 창피해하지도 않고 비판이나 보복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표현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갓 지구가 형성되고 난 후의 그 태곳적 돌을 마주한 기분은 어땠을지.. 우리 인간은 이 Hadean zircon이 있던 Hadean Eon(명왕누대)과 지구 역사의 가장 반대쪽 끝인 Phanerozoic Eon(현생대)에 아주 잠시 살아왔을 뿐인데 그 인간이 만든 페트라나 마추피추 등의 고대유적을 보고 한없이 제 자신이 얼마나 유한한 우주의 찰나인지 실감했던 과거의 제가 우습네요.
한때 매일 직장에서 고통이나 죽음을 곁에서 보고 살아가며 인간의 생명은 정말 찰나같이 느껴져서 예전에는 죽음이야 말로 인생이 바라보는 수평선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다소 비관적이죠? 가장 패기가 넘쳐야했던 20대에 그런 생각에 빠져 살았다니;;)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는 삶 자체가 더 멀리 헤엄쳐 나가는 수평선이 될 수 있는데.. 당시 저는 죽으면 남기고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해서 여행은 많이 하고 방황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돌아다니며 기념품은 물론 사진도 안 찍었어요. 어쩌면 새폴스키가 말했던 너무 극심한 공감은 아픔으로부터 눈을 감고 싶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을 실감했던 시기여서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도 전혀 소유하고 싶지 않았고 제 미흡한 사진 실력으로 포착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세상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통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의 덫'에 걸린 채 절망으로 내몰리지 않았던 작가의 글을 보며 저 또한 살아남아 다행이라고 느껴지네요. 어찌 보면 그 모든 방황 속 남아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그런 생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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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와 달리 자신과 그 혼란스러운 세상 사이의 간극 속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해 거기서 그 광활함과 복잡함과 그 세상이 지닌 가능성들에 압도되어 휘청거릴 수도 있으며, 죽음의 필연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잔인함의 강도를 줄이고 삶의 모든 측면에 정의가 닿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YG님의 대화: @장맥주 앞서 읽고 계시는데. 어떠세요? 취향...은 아니시죠? :)
마음 맞는 사람들과 등산을 하는 기분이에요. 제가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해도 해병대 체험이나 사이비종교 입문 프로그램 수강은 못해요. 그런데 이 산은 꽤 괜찮은데요? 오히려 혼자서는 절대 펼치지 않았을 책이라 생각하니 이런 기회가 감사합니다. ^^
장맥주님의 대화: <불안의 서>만 읽었어요. 배수아 선생님 번역은 유려했고, 굳이 <불안의 책>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연해님의 대화: 네, 점잖게 솔직하시죠. 새폴스키처럼요? 하하.
새폴스키의 유머 감각도 곧 따라잡으려고요! 턱수염도 기를까나...
나는 서구 예술의 역사를 공간의 양감과 시간의 연장, 빛과 소리의 진동을 이용해 행한 다양한 실험의 역사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근본적 강점은 예술이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의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라이즌 212/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예술은 즐거움을 주는 일을 열망하지 않는다. 예술이 갈망하는 것은 대화다. 또한 예술은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에 관해 클라우지우스가 했던 말처럼 운명이 정해진 삶에 관한 것이다.
호라이즌 213/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예술은 즐거움을 주는 일을 열망하지 않는다. 예술이 갈망하는 것은 대화다.] 너무 좋은데요. 나중에 꼭 써먹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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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님의 대화: 아, 불안의 서... 저는 그 의식의 흐름이 따라가기 어렵던데요 ㅠㅠ 그에 비하면 호라이즌은 주술 일치가 되어 ㅠ 읽기 수월합니다. 불안의 서는 읽으며... 주술 일치가 되는게 맞나? 뭥미? 이러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불안의 서 읽다가 '내가 왜 남의 메모를 읽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몇 번 들기도 했습니다. ^^
니컬러스 래릭 미술관, 위치를 찾아보니... 뉴욕 거주자들도 존재를 모를만한 위치네요.. 걷기도 지하철로 가기도 애매하고 으슥한 위치 ㅠㅠ @새벽서가 님이 여기까지 찾아가신 게 대단... 바로 근처에 있는 거대한 세인트존디바인 성당도 존재를 모르는 뉴요커들이 많더라고요. 이 부근에서 관광객의 행선지는 모두 컬럼비아 대학교 ㅎㅎ 니컬러스 래릭 검색하다가 발견한 짜투리 정보 - 박신양 배우가 러시아 유학때 니컬러스 래릭 그림을 보고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 Remeber는 @FiveJ 님도 올리셨는데, 저도 찾아서 링크 올립니다. 그림에 대해서 어쩜 이렇게 찰떡같은 설명을 한담. https://www.wikiart.org/en/nicholas-roerich/remember-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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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예전에 보았던 거의 모든 걸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날 파울웨더 옆구리에 텐트를 치고 늦은 겨울의 폭풍을 기다리고 있던 그 남자가, 유년기의 몇몇 장면을 회상하는 동시에, 해안가로 다가오는 쿡의 레절루션호가 처음에는 수평선의 작은 점으로만 존재하다가 몇 시간 뒤에 세 개의 돛을 절반만 펼친 채 갑판 배수구에서 검은 선체 옆면으로 녹물을 흘리며 전장 범선의 위용을 드러내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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