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오, 이번에는 역사책이네요! 다른 어떤 소개보다 "저는 아주 좋게 읽었고 몇 차례 권하기도 했는데"라는 문장에서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동안은 다른 나라 이야기 많이 했으니까, 3월에는 우리나라 이야기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3월의 벽돌 책'과 『3월 1일의 밤』이라는 제목이 은근히 연결되기도 하고요. "그때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또 어떤 욕망과 비전을 가지고 만세를 불렀는지"라는 대목에서는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서사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만 같아 기대감이 더욱 커지네요. 아직 3월 모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했어요. 당시의 고인류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지 고인류학에 문외한인 저는 모르지만, 랜도가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로페즈의 글을 읽으면서 짐작되는 바가 있거든요. 저는 안다고 말하려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면 믿음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서사)에 기반한 학문은 그것이 무엇이든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앎'보다는 '안다고 착각'하기 좋은 그럴듯한 설명에 기댄다고 생각하고요. 엄밀한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인문학은 결국 스토리텔링에 지나지 않을 텐데, 랜도는 그런 과학자의 입장에서 당시의 고인류학을 비판한 게 아닐까 싶네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과학적 수단들도 늘었으니 현재의 고인류학은 당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 거 같고요. 사람들은 세상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돌아가서 예측가능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서사일수록 외려 현실과는 괴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현생 호모 사피엔스가 스토리텔링에 약하다는 건 뇌과학도 밝혀냈지만, 조금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면 알아차릴 수 있는 패턴이고, 또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과학은 믿지만 과학자는 믿지 않습니다.
저는 ‘빈약한 증거를 스토리텔링으로 메우면서 스스로를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을 경제학에 적용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현실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경제학의 문제가 훨씬 더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의 지평선은 우리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거라면? 우리를 지탱하기 위해 이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아이네이아스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여정이 아니라, 융의 여정 혹은 토머스 머튼의 여정, 아니면 심지어 아웅 산 수치의 여정이 필요한 거라면?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마크에 따르면, 지리는 인간의 특정한 행동과 행위, 사회제도에 틀을 부여하고 또 촉진하는데, 이러한 지리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장소에 결부된 사람들의 사회윤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지리라는 용어를 써도 될 정도로 강력하다.
호라이즌 <포트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1545/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내가 클리프턴 호수를 처음 본 순간 꿈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하자, 애나마리아는 언젠가 톰 카먼트라는 호주 화가가 자신이 나무를 그리는 것은 "나무들 주변의 빛에 담긴 정서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나는 그 말에 깔린 지적인 면에 강하게 끌렸다. 그러나 아마도 어떤 사업가들은 카먼트의 이런 생각을 어리석다고, 심지어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여길 것이다.
호라이즌 <포트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1546/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인도양으로 튀어나와 있는 이 반도, 최초의 백인 정착민들이 자부라라 사람들이 마시는 샘물에 계속해서 비소를 풀었던 곳, 그렇게 해도 충분히 죽이지 못하자 그냥 그 사람들을 총으로 쏘기 시작했던 곳에서, 개발업자들은 2만 5000년의 가치를 지닌 암면 예술 작품들을 허물어 다른 건축 폐기물처럼 한곳에 쌓아두고 그 주위에 철조망 울타리를 둘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2월 21일 금요일은 5장 '포트 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두 번째 부분을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 책 기준 668쪽까지 읽습니다. 오늘 읽을 분량에서는 대조적인 두 브라이언트가 등장합니다. 메리와 마틴. 또 이번 장의 도입부의 평화로운 봄날의 포트 아서의 끔찍한 반전도 있습니다;
두 브라이언트 부분도 아주 흥미로왔어요. 과거 메리 브라이언트는 왠지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졌을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정말 극과 극의 두 브라이언트네요. 특히 마틴 브라이언트의 일화가 참... 로페즈가 기대고 있던 차가 그의 차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마치 그 차가 나를 튕겨내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에서 물음표가 뜨긴 했는데, 사람일이라는 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소름이 쫘악-
@dobedo 저도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이라서 같이 읽자고 권해 봅니다. 3월에도 함께 하실 수 있으시면 같이 읽어요!
나는 바 안에 있는 남자들에게 경멸보다는 이상한 애정을 느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처한 이 환경이 덫처럼 느껴진다고(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말할 것만 같다. 집에서는 사랑이 식어버렸고, 갚아야 할 대출이 있으며, 아빠인 자신이야 어쩔 수 없이 이 따분하고 고된 반복 노동에 묶여 있지만 아이들만은 그러지 않도록 자녀의 대학 학비를 저축해둬야 한다. 그는 매일 일하고, 일이 끝나면 그 일이 자기 내면에 가득 채워놓은 분노와 권태를 묻어버릴 마취제를 찾는다.
호라이즌 6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는 자신이 태어난 물리적 땅에 직접적으로 친밀하게 닿아 있다는 사실을 심리적 닻처럼 의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들에서 삶의 안내를 받는 사람들에게 요란하게 지나가는 열차의 모습은 트라우마를 후벼파는 자극일 것이다. 열차의 존재 자체가 자기 조상들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빼앗기고 접근권을 부인당한 자신들의 경험을 상징했다.
호라이즌 6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세계 최대의 호주의 철강석 산업은 선주민의 심리적 닻을 흔들어 후벼파고, 노동자에게는 반복과 권태의 덫이 되었네요. 이 두 구문들에 여러번 눈이 갑니다. 산업화 후 어디에나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포트아일랜드 항구를 모르도르 군이라 부른 이유.. 전체적인 주황색 먼지구름
아 저도 비슷한 사진 찾아보았어요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와 사진이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리네요
하지만 이 감방 건물에서 무엇보다 나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통렬한 고행의 신호들이 아니라 복도 한 곳에 걸려 있던 예전 수감자들의 확대된 사진이었다. 정신이상자의 반항적인 얼굴, 소아 성도착자의 기만적 응시, 살인자의 멍한 눈빛.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때쯤이면 전파 안테나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대지를 땅 주인인 선주민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이 암흑 물질 연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겠지. 그들은 어떤 은유와 이미지로 이 가학자들의 탐구를 이해할까? 그리고 저 백인들이 여기서 뭐 하려고 저런 “워커바웃”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술에 취했든 멀쩡한 정신이든, 차분하든 그렇지 않든, 분노에 차 있든 정신없이 들떠 있든, 스스로 의식하든 못 하든, 진실은 아무도 이 대혼란의 소용돌이를 멈추는 위험을 진정으로 감수하길 원치 않으며, 우리 모두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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