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별 실용성도 없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저도 들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 챕터 말미에 약물 중독이었던 한 남자가 저자의 <북극을 꿈꾸다>를 읽고 자신의 관점을 바꾸고 약을 끊었다는 부분이 나와요. 비록 인류를 걱정하는 사유를 늘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 여기저기를 놀러다닌 이야기를 쓴것일 뿐이라고 이와 같은 여행기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약 끊은 사람 사례를 보면 어떤 책이든 예상 외의 가치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심 저자도 @장맥주 작가님의 시니컬한 반응에 공감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매력이자 독자에게 주는 혼동은 주로 저자의 40대, 50대 여행이 중심 일화이긴 하지만 서술 속에서 저자의 20대, 30대부터 60대까지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저자도 젊었을 때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낭만 여행했던 자기에 대한 성찰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저도 가끔 이런 글에 오글거리긴 합니다. 그리고 이걸 쓴 분이 지금 더 시니컬한 태도로 무장한 MZ세대들의 눈으로는 어떻게 비칠 지 (전 MZ와는 멀지만;;) 고민도 해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이제 온실 속에서 살지 않는 한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멀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자가 하도 오지만 돌아다닌 이야기를 써서 설마 제가 가본 적 있는 곳이 나올줄은 몰랐네요. 제임스 쿡 기념비가 서 있는 하와이섬(빅아일랜드) 케알라케쿠아만이 바로 그곳인데요(파울웨더곶 챕터에서도 이곳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땐 그곳이 제가 갔던 곳이라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ㅠㅠ). 제가 그곳을 방문했을 당시 전 제임스 쿡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기념비를 보면서도 그가 여기를 탐험했었나보다 정도만 생각했지 그곳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쳤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구가 또 생각납니다. 재방문할 기회가 혹시라도 있다면 아주 다른 장소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호주 인구 전체를 놓고 보면 이들은 두 가지 의미심장한 극단으로 나뉜다. 한쪽은 본질적으로 영국적인 것을 고집스럽게 선호하고, 다른 한쪽은 독립혁명기 미국인들이 미국 고유의 운명을 찾아내기를 원했던 것처럼 순수한 호주만의 운명을 찾기를 원한다. 전자는 과거에 선주민들에게 했던 처사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 따라오는 혼란을 회피하고 싶어하고, 후자는 그 불의한 일들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흑인과 아메리카 선주민 문제에 관해 비슷한 분열이 뚜렷이 나타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런데 이번 5장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글로벌 인싸, 적어도 영미권에서는 지식계의 인싸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었답니다. :) 중간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열린 한 작가 모임에 참석한 얘기를 무심하게 하는데, 참가자가 존 쿳시, 애니 프루 등. 이건 뭐지, 했었어요.
이런 다양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주제가 community라는 점, 그리고 그 community에 대해 그들이 던진 질문들이 참 좋았아요. 생각해보니 정말 다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존 쿳시 책의 남아공도 애니 프루 책의 뉴펀들랜드에서도 부딪히는 커뮤니티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2월 22일(토), 2월 23일(일) 주말에는 5장 '포트 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를 마저 다 읽습니다. 뒤에서는 보타니베이를 처음 발견한 제임스 쿡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4장에 나왔던 '어른'에 대한 생각도 다시 변주되죠. 제가 이 장이 단행본으로 묶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앞에서 두루 저자가 얘기했던 메시지가 여정 중에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어서이기도 했었어요. 마저 읽으면서 확인해 보세요.
그러네요~ 5장을 방금 마쳤는데 YG님 남겨주신 말이 무엇인지 이해가 됩니다~~
저도 어른에 대한 저자의 사유가 담긴 문장들이 유독 좋았습니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로페즈가 말하는 '어른'의 모습과 그가 지향하는 삶은 어떠했을까를 연결지어 보기도 했죠. 그럼에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른 영역 같기도 하고.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힘들다는 걸 알기에 부러 하지 않는 것들이 많지 않나 싶기도 해서요(이를테면 운동?ㅋㅋㅋ). 지향점과 일치한, 반듯한 삶을 산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제(2월 21일) 읽을 분량에서 포트 아서의 비극이 나오죠? 그에 대해서 그와 동행했던 시인 피트 헤이가 남긴 에세이가 있더라고요. 링크 남겨 놓으니 한번 살펴보세요. https://walleahpress.com.au/HayPortArthur.html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 주는 월요일(2월 24일)부터 목요일(2월 27일)까지 6장의 남극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일정에 참고하세요!
“노래를 불러” 한 동물을 다시 존재하게 한다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복원의 생물학적 과정을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이며, 이를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라 여기는 이들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다고 혹은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무팃줄루에서 지낸 어느 밤 나는 자지 않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때때로 우리의 대화가 2.5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3차원적 인지의 영역을 깨달은 뒤로 나 역시 그 영역에 머무는 법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생겼지만, 반대로 그들은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이 2차원적 관점을 찾거나 유지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인간과 관련된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소재인가? 그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여지가 없는 대화를 밀고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당신과 같은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문화의 사람들보다 더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가?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한번은 오리건으로 찾아온 호주 친구와 저녁을 먹던 중에도 브라이언트의 이름이 나왔다. 태즈메이니아 출신 여성인 이 친구는 호바트에서 학습 장애 어린이를 가르치는 특별반에서 다른 남자아이 네 명과 함께 브라이언트를 가르쳤었다고 말했다. 다섯 명 모두 난폭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에 따르면 그중 두 명은 후에 자살했고, 다른 한 명은 브라이언트처럼 살인을 저질렀다. 친구는 브라이언트의 특징을 둔하고 내성적이며 침울했다고 표현했다. 항상 정신이 산만해 보였다고도 했다. 그리고 외로워 보였다고. 친구는 브라이언트가 서프보드를 산 건—그는 서핑을 할 줄 몰랐다—자기를 거부했던 다른 서퍼들 무리에 끼고 싶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유산을 좀 물려받았을 때는 그 돈으로 몇 차례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갔는데, 순전히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혼자서.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범죄는 나쁘지만 그 누구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인간의 어마어마한 실책들과 현실 정치의 결정들, 개인적 과오들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고되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인간이 끝없이 부도덕해지고, 테러리스트가 되고, 권력과 거대한 특권을 좇고, 자신이 옳다고 보는 일이면 무엇이든 신에게 권한을 부여받은 일인 양 당당히 자행하는 존재라는 걸 목격하면서도 눈도 깜짝하지 않을 만큼 단련되었는지도 모른다.
호라이즌 681,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전통적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그 사람이 다른 어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계획을 세우는 일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 어른이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대로 하는 것을 자율성을 빼앗기는 일로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그 어른이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의 지도 원칙은 아무도 낙오하게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라이즌 70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런 지도 원칙.. 정말 제일 지키기 어렵지만 어찌 보면 가장 지도자로서 본질적인 원칙이네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클레이하우스/책 증정] 『축제의 날들』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한빛비즈/책 증정] 레이 달리오의 《빅 사이클》 함께 읽어요 (+세계 흐름 읽기)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예수와 교회가 궁금하다면...
[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이수호 선생님의 교육 에세이 <교사 예수> 함께 읽기[올디너리교회] 2025 수련회 - 소그룹리더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톱클래스 20주년 특별호 <질문력> 함께 읽어요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6월의 그믐밤도 달밤에 낭독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 벽돌책 같이 격파해요! (ft. YG)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반가운 이 사람의 블로그 : )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함께 조용한 질문 하나씩[n회차 독서기록] 에리히 프롬 '건전한 사회'를 다시 펼치며, 두 번째 읽는 중간 단상
내일의 고전을 우리 손으로
[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내일의 고전 소설 <냉담>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예제가 궁금한 사람들, 주목!!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2.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