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바로 전에는 바다사자를 구해준 이야기에 흐믓했는데, ...바로 이어지는..또다른 정반대의 현실, 이런 현실을 만날때 마다 슬프네요.
호모 사피엔스가 오로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관점만이 아니라 생태학적 관점을 취하고, 물리적 환경이 인간 유전체에 선택압을 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단순 명료한 하나의 판단에 이르게 된다. 바로 환경을 보살피는 일이 자신을 보살피는 일이라는 깨달음이다. 환경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인간은 자신들의 물리적 환경에 계속 무관심해도 문제없다는 믿음, 자연선택이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지지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런 인류의 생물학적 미래는 자연선택이 아니라 유전공학에, 크리스퍼[유전자 가위]로 편집된 아기들의 유전체에 있는 것 같다. 맞춤 제작되는 아이들 말이다.
호라이즌 454,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나는 새끼 거북을 물까지 들어다 놓을까 생각해보지만, 금세 그건 선을 넘는 일이란 느낌이 든다. 지나친 개입이다. 이런 건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걸까? 나는 이 접전의 현장에 계속 머물며 거북이 안전하게 흰 파도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거북을 보호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마을 입구에 잠들어 있는 떠돌이 개 두 마리는 내가 옆을 지나갈 때도 땅바닥에서 머리를 들지 않는다. 방으로 돌아와 고리버들 의자에 앉은 나는,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거북이 맞닥뜨리는 세상과 방금 내가 다시 알게 된 상처 입기 쉬운 세상을 별개의 것으로 보려고 애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핀치와 거북 등 갈라파고스를 상징하는 생물들의 조상 역시 다른 곳에서 ‘이주해온’ 생물들인데, 시궁쥐와 돼지 등 나중에 뱃사람들을 따라 들어온 생물들만 ‘침입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무엇이 여기에 속하고 무엇이 속하지 않는지에 관한 논의―예컨대 선호되는 식물은 무엇이며 뿌리를 뽑아야 할 식물은 무엇인가?―에서는 오랜 세월 인간 사회에서 이민자 문제를 논할 때 등장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대립된 의견들이 음험하게 움직이고 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카로스가 원했던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관점을 확보하면, 새들과 물고기들이 전혀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는 3차원이 잠시나마 우리의 것이 된다. 그러면 그들의 삶이 지닌 본성이 우리 앞에 완전히 열린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기이하지만 바다사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 이해한 것 같았다. 내가 한 바다사자의 머리에 걸린 초록색 그물의 마지막 몇 올을 자르려 할 때 녀석은 나에게 저항하며 물려던 행동을 문득 멈췄다. 그러고는 물속에서 차분히 안정을 찾았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방에서는 여러 스피커에서 엄밀하게 조절된 전자음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이 소리는 지구의 역동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알래스카 전역의 지진학, 지구자기, 기상학 연구소에서 나온 데이터가 페어뱅크스에 있는 컴퓨터로 입력되면, 이 컴퓨터는 애덤스의 알고리듬을 사용하여 정교하게 짜인 완전히 새로운 음들을 창조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요소들이 성공적으로 조합되어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이어지고 통합된 작품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그것을―입자물리학자들이 특이점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테오소포스, 즉 신성한 지혜를 아름답다고 말할 때와 같은 의미에서―아름답다고 느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갈라파고스 제도 이야기 재미있게 읽고 계시나요? 3장 '푸에르토아요라'는 예고한 대로 주말까지 읽습니다. 내일(2월 17일) 월요일부터는 4장 '자칼 캠프'로 넘어가서 적도 인근 동아프리카의 고인류 발굴 현장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4장은 월요일(2월 17일)부터 수요일(2월 19일)까지 사흘에 걸쳐서 읽는 일정입니다.
이정모 선생님처럼 직접 가본 게 아니라서, 3장을 올리면서 실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따로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막연히 알던 것과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다른 게 많더라고요. 에콰도르에서 1,0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부산과 백두산 직선거리가 약 1,450킬로미터) 갈라파고스 제도는 1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큰 섬 열세 개는 면적이 각각 10제곱킬로미터 정도랍니다. 제주도 동쪽에 있는 우도가 약 6제곱킬로미터, 울릉도가 약 72제곱킬로미터니까 한번 가늠해 보세요. * 원래는 해적이 피난처로 사용하던 섬들이었다가, 1832년 에콰도르 영토가 되면서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플로레아나섬과 산트리스토발섬은 탈출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야외 감옥이나 마찬가지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20세기 들어서는 이사벨라섬에 감옥을 지으려는 시도가 있었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기 위해 이사벨라섬에 정착했고, 종전 후에는 호세 마리아 벨라스코 이바라가 사용하지 않은 이 군사 시설을 감옥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지금 이곳에서 1946년에서 1959년까지 감옥에 갇혔던 수감자들이 쌓은 눈물의 벽을 볼 수 있다고 해요. * 1959년부터 제도 전체의 97퍼센트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정체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현재 제도 전체에는 약 3만 3,000명이 살고 있는데, 방문객이 2019년 기준으로 27만 명이라고 합니다. 개발과 보존 또 현지인의 생계와 외지인의 관광 또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현지인과 그렇지 않은 현지인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갈라파고스 제도 부분에서 특히 방점을 찍고서 보여주려고 했었던 게 바로 이 갈등이었다고 봐요. 그런데, 이게 갈라파고스 제도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갈등이 여기저기서 벌어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초원을 국립공원으로 보호하면서 야생 동물과 중앙의 국립공원 관리인과 현지 원주민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는 게 한 가지 예죠.
아프리카 사자, 특히 한때 초원의 사자왕으로 불렸던 '세실'의 비극적인 죽음을 놓고서 이런 갈등을 잘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짧은 책이니 슬쩍 살펴보셔도 좋아요.
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최전선 자연 보호 활동가의 육성으로 씌어진 사자 다큐이자 환경 르포. 스타펠캄프가 황게 국립 공원의 사자들과 인연을 맺은 계기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세실을 비롯한 사자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 세상의 경계에서 버텨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짧고 간명한 정리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에콰도르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네요.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도요. 그동안 역사와 지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너무 했다 싶어 지구본이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검색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자칼로 넘어가려던 참인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파나마운하, 이사벨라 섬 등 전체적인 내용이 다시 요약되어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쵸.. 상아 및 다른 동물 밀렵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듯.. 해삼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는 일도..ㅜㅜ
만족스러운 패턴을 만들어내기 위한 어림짐작에 관해 예술가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면 눈앞에 펼쳐진 것을 더 잘 보게 되고, 때로는 그것을 예술보다는 본질로, 예컨대 한 장소의 본질로 바라보게 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해외를 여행할 때 곧잘 하는 실수는, 한 장소에서 좋은 점 또는 나쁜 점만 보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갈라파고스의 전형적인 선을 대표하는 것이 뇌물을 받지 않는 이상주의자 공원 관리인들이라면, 전형적인 악을 대표하는 것은 이사벨라섬에 일부러 산불을 지르고 지느러미를 얻으려 상어를 죽이고, 그곳에 살려고 하는 공원 관리인과 그 가족을 산타크루스로 돌려보내려고 괴롭히고 위협하는 비야밀 주민들일 것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지금 그들은 우리가 지나는 물 밑에 아무 표지도 없이 묻혀 있다고 했다. 운하를 건너는 동안 선교에는 일하는 사람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태평양을 도착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완전한 침묵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우리 시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특정 종교 집단의 종말론에 몰두하려는 충동도, 모든 종교 집단의 종말론에 대한 맹렬한 비판도 둘 다 동일한 확신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확신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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