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나는 잘못된 정보에 속아 부실한 꿈을 품은 채 정부가 지원하는 비행기를 타고 본토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에콰도르 사람들과,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부족한 자금으로 불법적 사냥과 어업, 목재 절도를 통제하며 자신들이 보기에 국립공원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수많은 방문객이 이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과 생태 보호 활동가들 양쪽 모두에게 짠한 연민을 느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내 인생에서 스크랠링섬에 있던 바로 이 시기에 나는 어떤 예술 작품들에는 뿌리 깊은 편견을 무너뜨리고 냉소주의를 허물며 딱딱하게 굳어 냉담해진 심장을 열어젖히는 힘이 있다고 강하게 믿었지만, 그것은 또한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믿음이었던지.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갈라파고스 제도는 정말 막연히 아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이번 장 읽으면서 찾아본 이야기는 저녁이나 내일 시간 나면 써볼게요!
기이하지만 바다사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이해한 것 같았다. 내가 한 바다사자의 머리에 걸린 초록색 그물의 마지막 몇 올을 자르려 할 때 녀석은 나에게 저항하며 물려던 행동을 문득 멈췄다. 그러고는 물속에서 차분히 안정을 찾았다
호라이즌 P. 41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래도 자꾸 읽다보니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문체에도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운 곳 푸에르토아요라 파트는 추운 곳 스크랠링섬 보다는 수월하게 읽혀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올려주시는 동물 사진들도 보고 유튜브에서 갈라파고스 동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바다이구아나가 해조류를 먹기 위해 바다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은 마치 역대급 빌런인 에일리언이 꼬리를 흔들며 물속에서 사람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연상시켜 흠칫 놀라기도 했고 코끼리거북이 가시돋힌 선인장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습엔 경악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더 강하고 길게 진화시켰다는 선인장 이야기를 옛날에 들었을 때 그걸 누가 먹을까 하고 설마했었는데 갈라파고스의 코끼리거북이 천연덕스럽게 먹고 있네요. 병행 독서 중인 <권력과 진보>에서 잘못된 비전으로 인해 파나마 운하 공사 때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내용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호라이즌>의 푸에르토아요라 파트에도 그 이야기가 나와서 이게 이렇게도 연결되는구나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아프리카 적도인데 무슨 이야기들이 나올까요, 다른 책들 읽다가 다음주부터 다시 읽을까 합니다.
보리고래. 처음들어봐서 찾아봤는데,,, 무슨차이인지... 똥눈으로는 구분이 안가네요
https://blog.naver.com/nifskorea1/223057871475 보리고래는 보리가 익을 때 즈음 국내 연안에서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고래는 최대 체장 19.5m까지 성장하며, 수염고래* 중 세 번째로 큰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깊은 바다에 서식하고 회유시기가 불규칙하여 다른 고래에 비해 생태적 특성 등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 고래는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분류하며, 수염판이 있는 수염고래는 대왕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밍크고래 등이 있으며, 수염판은 먹이를 거르는 채의 역할을 합니다. 이빨이 있는 이빨고래는 남방큰돌고래, 참돌고래, 상괭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대형 보리고래 국내 최초 과학적 해부|작성자 국립수산과학원
오를란도는 갈라파고스 어부들이 바다사자 시체를 상어잡이 미끼로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해에 아시아의 어류 가공선들이 푸에르토비야밀 같은 마을들을 찾아와 상어 지느러미를 사겠다고 제안하며 어부들에게 그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류 가공선들이 갈라파고스의 마을에 상륙하는 것, 바다사자를 그물로 잡는 것, 상어를 죽이고 그 지느러미를 파는 것까지 전부 다 불법이었지만, 국립공원은 그 일을 막을 자금도 인력도 없었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아시아의 어류 가공선. 한국이 아니길, 유치하게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속한 세계에서 그렇듯, 급증하는 인구를 부양하려 노력하는 와중에 필수적인 물자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세계에서 떠오르는 유일한 질문은, 그러한 부정 행위들이 과연 언젠가는 혹독한 비난을 받게 되고 그리하여 더 이상 방관적 무관심과 냉소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동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공적인 일이 공정하게 처리되고 난민촌은 결코 생기지 않는 세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곧잘 지지하는 이기적 남용이 도를 넘는 위험을 초래한다면, 그런 남용을 더 이상 쉽게 묵인하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일도 가능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야퀴나족과 실레츠족, 그리고 다른 연안 부족들의 전통은 상업적 착취와 문화적 예속에 의해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해체되었다. 이들만의 독특한 인식론과 존재론이 사라짐으로써 인류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한탄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문명’ 국가들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 상실을 인간의 풍부한 집단적 지식에 발생한 아주 작고 하찮은 손실로 치부한다. 하지만 어떤 앎의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그 크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다. 한 종족이 우리가 ‘현실 세계’라고 부르는 근본적 수수께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어휘와 글의 짜임, 비유에서 가장 뚜렷하고 간명하게 드러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해리슨은 언어란 단순히 단어와 문법만이 아니라, 다른 언어에서는 인식되지 않은 생태 환경과 잠재력을 드러내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각각의 언어가 또 하나의 역사, 또 하나의 신화, 또 한 무리의 기술들, 또 하나의 지리학을 품고 있음을 힘주어 말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어떤 언어든 인간의 언어가 사라졌다는 것은, 인류가 이제껏 처한 것 중 가장 어려운 곤경에서 생존할 또 하나의 전략이 버려졌음을 뜻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갑자기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겨 아주 많이 밀렸습니다. 댓글도 소화하기 어렵고~ㅠ 부라부랴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알래스카의 북동 해안에는—이누피아트족의 이누피아크어로—나알라기아그비크, 즉 ‘들으러 가는 곳’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다. 이누피아트 샤먼이 동물들의 목소리와 자기 조상들의 목소리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으러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샤먼은 이 목소리들을 모아 자기네 종족을 이끌 때 건네줄 이야기, 그들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을 해악으로부터 지켜주는 이야기를 엮어낸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당시 알래스카에 살고 있던 작곡가 존 루서 애덤스는 이러한 샤먼의 행위와 거기 담긴 거대한 은유에서 영감을 받아 페어뱅크스에 있는 알래스카대학교 북부 박물관의 한 방에 〈들으러 가는 곳〉이라는 설치물을 만들었다. 이 방에서는 여러 스피커에서 엄밀하게 조절된 전자음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이 소리는 지구의 역동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에 "침묵의 미래"라는 단편이 있는데 소멸해가는 소수언어를 의인화했던 아주 창의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니 작가님이 "들으러가는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갑자기 연상작용이 일어났어요 ㅎ
존에게서 받은 자극으로 나도 어디를 가든 그곳의 환경에서 나오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했고, 그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장소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곳의 계절,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 하루 중 시간대와 함께 변화하는 독특한 소리의 패턴과 배열이 있다고 믿는다.
호라이즌 4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렇게 오감을 이용해서 시간, 장소 뿐 아니라 지구와 온몸으로 교감하는 분들.. 너무 멋지네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곳을 방문한 배리 로페즈의 경험담도 좋았지만요. 그가 느낀 감상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자신만의 사유로 엮어내는 문장들이 특히 더 좋은 것 같아요(영감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기록하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지명들은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곳들이 많아 버퍼링이 여러 번 걸리고 있습니다(허허허). 문장이 버벅버벅? 읽히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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