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알렉산드라 저지를 걷는 동안 그곳 특유의 색체, 선, 비례, 소리, 냄새, 질감의 조합은, 그러니까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도록 나의 감각이 아주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그 아름다움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의식했고, 그 풍경에 무방비로 열린 상대가 나의 내면에 건강하다는 느낌을 증폭시켰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 외부에 존재하며 내 이해를 넘어서는 세상과 내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챘다.
호라이즌 p. 25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경이로운 자연, 장엄한 풍경 속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을 종종 받죠!
그로부터 수년 뒤 위더스푼은 이전 번역을 더 다듬어 "생명의 주기를 무한히 반복하는 것, 그리고 그 반복을 통해 모든 곳에 아름다움과 조화, 건강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627/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유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나는 매일 그에게 자유롭게 사색할 물리적 시간적 공간을 보장해주고 싶었다. 누가 따라다니며 자기에게 시시콜콜 따지거나 자기를 일거수일투족 관찰할 거라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텐트가 떨어져 있는 건 물론 나에게도 좋았다. 그것은 내가 고고학자도 고고학 팬도 아니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강조하는 한 방법이었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681/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웬지 이런 내향인의 특성도 있겠지만.. 고고학 현장을 훔치는 것 까진 아니어도 훼손시키는 등에 대한 우려도 있고 어쩌면 예전 이 작가의 Arctic Dreams가 하도 힛트친 후 북극권으로 관광객들이 늘어서 골치를 썩혔고 작가도 그래서 후회했다는 인터뷰를 읽었는데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작가만 놔두고 Haa 섬으로 가버린 것 같아요.. 결국 왜 그랬는지 책에서 피터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아래 인터뷰를 보니 짐작이 가게되었습니다. https://www.thegeorgiareview.com/posts/the-goal-now-has-to-be-to-listen-an-interview-with-barry-lopez/ JA(기자): Do you consider how your work as a writer who hopes to protect remote landscapes might actually be doing the opposite? In the Skraeling Island chapter, you talk about Arctic Dreams and its success possibly causing scientists like Peter Schledermann, the director of an archaeological project there, some lack of privacy, I presume because of increased tourism, which brings with it certain problems. Has that happened, do you know? BL(Barry Lopez): It has, and it happened on that trip. We had heard that a private group was going to fly in to the airstrip at Alexandra Fjord lowland on a chartered plane. They were bringing inflatable boats with them so they could actually cross the water from the mainland and visit Skraeling Island. Peter hated the idea and was upset about it all the time. I, of course, didn’t see myself playing any role in this. We all just sort of stepped back when these people came ashore. Peter retreated to his tent, and he wasn’t available to answer any of their questions. He was outraged that these tourists were there. The leader of the group walked up to me and said, “I don’t know how to adequately thank you. Arctic Dreams has built a business for me.” He was from Vancouver, B.C., and ran an outfitting business. It was he who had brought all these people, and who had advertised that he could take you into the High Arctic to see the places you had read about in Arctic Dreams. I was appalled. I thought, “My God, what have I done?” I realized that Peter’s occasional testiness had to do with the fact that my having written about the High Arctic had created problems for him and made the sites vulnerable to disturbance and theft. Tourists were starting to arrive in all these previously unvisited places in the Arctic. 기자: 먼 풍경을 보호하려는 작가로서의 당신의 작업이 실제로는 그 반대로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나요? Skraeling Island 장에서 당신은 Arctic Dreams와 그 성공으로 인해 그곳의 고고학 프로젝트 책임자인 Peter Schledermann과 같은 과학자들에게 사생활 보호가 부족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관광객 증가로 인해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작가: 그런 일이 있었고, 바로 그 여행 중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민간 단체가 전세 비행기를 타고 알렉산드라 피요르드 저지대의 활주로로 날아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본토에서 바다를 건너 스크랠링 섬을 방문할 수 있도록 풍선 보트를 가져오고 있었습니다. 피터는 그게 싫었고 항상 그것에 대해 속상했습니다. 물론 나는 이 일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해변에 왔을 때 우리는 모두 약간 뒤로 물러났습니다. 피터는 천막으로 물러갔고 그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안 했습니다. 그는 이 관광객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그룹의 리더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어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rctic Dreams는 제가 사업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는 BC주 밴쿠버 출신으로 의류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이 모든 사람들을 데려왔고, 그들이 Arctic Dreams에서 읽은 장소를 볼 수 있도록 북극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광고한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맙소사,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피터가 가끔 짜증내던 것은 내가 북극에 대해 글을 쓴 것이 그에게 문제를 일으켰고 그 장소가 소란과 도난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관광객들은 이전에 방문하지 않았던 북극의 모든 장소에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올려주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아....작가님 너무 힘드셨겠어요. 최소한 관광객분들이 그곳에 쓰레기만이라도 안 버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ㅜ.ㅜ
아마 페테르가 속으로 엄청 투덜투덜 씩씩댔을 것 같아요.. 작가한테 대놓고 화내긴 그렇고.. 결국 헬리콥터 연료 부족을 핑계로 따돌리기? ㅎㅎ
@siouxsie @borumis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유물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요; (이럴 땐 여행 안 좋아하는 제가 다행이다 싶습니다.)
네.. 저도 관광객들이 유물을 몰래 가져갈까봐 노심초사했을 페테르가 상상이 됩니다. 안그래도 배리 로페즈가 자기 아무 것도 안 가져갔다고 말했을 때 '어, 알고 있어'그런 걸 보니 작가도 어느 정도 주시하고 있던 것 같네요.. ㅎㅎㅎ
세상에, 기사까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느끼고 있지만, 자연 그 자체(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로 아름다운 곳들이 관광객들로 인해, 탐험가들로 인해 의도치 않게 침범당하거나 훼손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참 그렇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작년에 세종시에 놀러갔다가 세종호수공원을 갔었는데요. 원래 호수공원을 가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게 됐어요. 근데 정말 크고 관리가 잘 되어있는 거예요. 제가 익히 알고 있던 유명한 몇몇 호수공원들보다 훨씬 더요(너무 넓어서 다 걷지도 못했습니다). 근데 '물꽃섬'이라는 곳을 지나다가 문득 '여기에 잔잔한 음악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고, 서울로 돌아와서 세종시설관리공단에 제안을 드렸어요. 그리고 오래 지나고 답변을 받았는데요. "현재 세종호수‧중앙공원 내 설치된 방송 시스템을 통해 음주, 흡연, 소란 행위 등을 예방하여 건전한 공원 문화 정착 및 쾌적한 공원 환경 조성을 위한 이용 수칙 안내 방송을 일 14회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이 건의하신 물꽃섬 내 음악 스피커 설치 및 운영은 저작권 등 예산과 다양한 공원 이용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검토하여야 하는 사항으로, 공원 일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선행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되어 빠른 시일 내 반영이 어려움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렇게요. 예가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제가 그쪽(?) 생태계를 잘 모르고 했던 단순한 건의가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어간다는 걸 알았죠. 이야기가 돌고 돌았는데, 제 이야기는 너무 가볍게 마무리되었지만, "맙소사,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말하는 로페즈도 원대한 꿈과 이상으로 시작한 일이 이런 결과를 만들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이쪽 분야로는 문외한이라(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너무 납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생각의 폭을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에 14번이나 방송을;;; 하이고.. 그쵸.. 의도는 좋았지만 우리 의도대로 모든 게 흘러가진 않으니..
이 책 넘 좋은데 그중에서도 이 스크랠링섬 이야기가 젤 좋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 2월 11일에는 2장 '스크랠링 섬'의 두 번째 부분을 읽습니다. 한국어판 기준으로 320쪽까지 읽는 일정입니다. 스크랠링 섬에 도착한 저자가 고고학 팀과 함께 또 홀로 겪은 경험과 그에 따른 사유가 펼쳐지는 장입니다. 소소한 일화도 있어서 각자의 호흡대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혹시 읽다가 모기 얘기에 화들짝 놀라지 않으셨어요? 북극권에 모기가? 네, 북극 모기가 있답니다. 주로 순록 등을 흡혈하는데, 북극권 여름이 따뜻해지면서 더욱더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책 가운데 『엄마는 북극 출장 중』의 저자가 스발바르 제도(스크랠링 섬과 거의 같은 위도의 그린란드 반대쪽)에서 연구할 때 제일 힘들었던 일이 바로 북극 모기와 외출할 때 시도 때도 없이 배고파서 달려드는 북극곰의 무서움이었다고 해요. (스발바르 제도에는 북극곰이 약 3,500~4,500마리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답니다.)
북극 모기가 우리가 아는 모기보다 훨씬 더 흉악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기 뿐만 아니라 black fly도 피부를 파고들어 피를 빨아먹는다고;;; 아마 물이 고여있고 다른 천적이 적어서 더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도 있던데.. 하여간 북극권이나 알래스카에 갈때 꼭 모기를 조심하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제 친구도 아무 생각없이 알래스카에 갔다가 엄청난 모기에 화들짝 놀라고 당했다고 하더군요. 그 모기들은 뭘 먹고 살까요..
극한의 환경 속에서 더 터프해진 걸지도;;; 거의 살이 잡아뜯긴다고 하더군요.
헉...북극까지 가서 모기 걱정을...ㅜ.ㅜ 예전에 호주 울루루였나요...지구의 배꼽? 거기는 파리들 때문에 얼굴에 모기장모자 쓰고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그래도 그것이 자연이기에..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북극과 울루루엔 안 가겠습니다!!
알래스카에 이어 울룰루까지 나오니 한 마디 또 하자면요, 울룰루엔 제 아들이 갔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파리떼가 입으로 쳐들어와서 밥먹기가 고역이었다고 합니다. 얼굴에 모기장 쓰고 다녀야하니 멋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겠죠. 다신 호주에 안간다고 했었는데 그 맘이 여전한진 모르겠네요. 무인도에 가면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모기 때문에 못 산다고 하더니 자연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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