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벽님의 대화: 아, 저도 비슷하게… 이게 의미가 있어? 로 가다 보면 자칫 허무주의로 빠지더라고요. 물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의미한 것에 죽자사자 매달리는 것도 그리 권할 만한 태도는 아니지만 분리수거에 대해 공부하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이거 재활용률도 얼마 안 된대, 하면서 그냥 손쉽게 버리는 건 어쩌면 깊은 데서는 내가 편하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 찔리기도 하구요. 실제로 플라스틱 용기에서 잘 안 벗겨지는 비닐 포장을 제거하지 않거나 제대로 씻지 않고 버릴 때도 많은데(식용유병! 으아악) 그럴 때면 제가 분리수거 이거 해봤자… 요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더란 말이죠. 흐… 여하튼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게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채식에 대해서도, 작정하고 비건이 되는 건 너무 어려운데(저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 덩어리 고기 안 먹는 건 비교적 쉬운데 철저한 비건은 제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더라고요…), 꼭 완벽한 비건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아침식사에는 고기 안 먹기 실천하자, 그랬던 것처럼(우리가 날씨다)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마음으로 사는 게 본인에게도 지구에도 좋다 싶어요. ‘아무튼, 비건’에서도 김한민 작가님도의 채식한다고 자기가 받은 도시락에서 고기를 버리느니 그걸 먹는 게 낫다… 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직 소비와 유희를 위한 해외여행은 앞으론 자제하려고 해요( @장맥주 님 강연 및 책에서 느낀 게 있어서요ㅎㅎ). 근데 nature writing은 또한 의미가 있다 싶어서 그 분들이 비행기 타는 만큼 내가 덜 타는 걸로 퉁칠까? 요런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합니다 ㅋㅋ
저도 흰벽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철저히 지키는 건 어렵고, 자칫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죠. 그리고 사실 이게 또 극단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요. 결국은 인간이 지구에 살지 않는 게 가장 친환경적이지 않나, 싶어지거든요. 연인과도 가끔 환경 관련 이야기하면서 격렬해지다가 "오빠, 그냥 다 죽어야 끝나는 거야."라고 말하면, '또 시작이군'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씩 웃곤 하거든요, 허허허. 그래서 수지님과 흰벽님 말씀처럼 조금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그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모여 이 사회를 조금 더 움직이게 하지 않나 싶어요. 그 마음이 모이고,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적인 움직임이 커지면, 종내는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가지 않을까 싶은 게 제 나름의 이상이자 바람입니다.
채식에 대한 솔직한 말씀에도 끄덕끄덕했습니다. 저도 <아무튼, 비건>과 환경 관련 도서들을 더러 읽었는데, 아는 것과 실천은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제 경우,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고, 체질상 밀가루를 못 먹어서 음식의 선택폭이 좁고, 주로 원재료에 가까운 식품들을 섭취하는데요. 소화기가 좋지 않아, 간이 되어있지 음식도 잘 먹지 못해요(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맛있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식품들을 먹지 않고, 혼자 산 이후로는 배달음식이라는 걸 시킬 일도 없었죠). 조금만 짜거나 달게 먹어도 물을 하루종일 마시곤 하고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변에서 저를 채식주의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꽤 있답니다. 원재료에 가까운 식품만(야채나 두부, 과일 등) 주로 섭취하다보니 더 그렇게들 오해하시더라고요. 사담이 길었는데요. 어쨌든 저는 제가 친환경적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를 위해 하는 몇몇 행동들(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도 사실 봉투값 아끼려고... 하하), 이 간혹 그렇게 비춰지기도 하더라고요. 참 아이러니하죠.
소비와 유희를 위한 해외여행은 자제하려 한다는 말씀도 인상 깊어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지독해서 강제로 국내에 발이 묶여있는 처지지만ㅋㅋㅋ 제가 살고 있는 이곳도 매일의 경험이 다를 테니(저자의 말처럼요) 늘 여행지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라 흰벽님의 '퉁'도 너무 좋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