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저는 깊은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어요 (이건 익사할뻔한 경험이 있어서에요. 5분 가까이 제심장이 멈췄었다더라구요), 하지만 동시에 배에 대한 환상도 있어요. 그래서 세일링도 종종 하는데, 엔진이 아닌 돛단배들을 보면 그 옛날 항해를 떠나던, 모험심에 찬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듯해서 좋아요. 뒷부분에 증기선 시대의 해상 재해 사전에 관한 이야기들을 할 때 저자가 당시에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시대라고 하던데,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배를 탈 생각을 했다는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건 저만 그런가요? 수영할 줄 알아도 저는 바다가 무서운데 말이에요. ^^;
범서이네요~ 미국 친구에집에 놀러갔을때 동부의 해군사관학교 안에 있는 박물관?에 다녀온적이 있는데, 당시 해군의 역사, 대항해시대 역사를 모형도랑 보면서 흥미로왔던 기억이 있네요~
아이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저는 생존 수영만 할 줄 아는데 이게 도움이 될 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배에 대한 낭만은 뱃멀미 몇 번에 다 사라졌네요. 책걸상 벽돌책 함께 읽기 모임에서 <메리와 메리>를 읽으면서 퍼시 셸리의 최후에 혀를 찼던 기억이 납니다. 수영도 못하면서 요트를 몰고 바다로 나가서 물에 빠져 죽다니. 왜 이리 무모한가.
전 남들은 멀쩡하다는 큰 크루즈를 타도 배멀미를 하는데, 제가 세일링할 때는 멀쩡해요. 이건 운전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운전대를 잡으면 괜찮은데, 하다못해 조수석에 앉아도 다른 사람이 운전하면 차멀미를 하거든요. ^^;
레바논개잎갈나무,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제눈에는 그냥 소나무 ㅠㅠ 네요
제 눈에도요. ㅎㅎ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 묘하게 안심이(?) 됩니다. 대학에 있는 큰애 전공이 natural resource management 이에요. 이전 학기에 Dendrology and Herbaceous Plant ID 수업 듣는다던데, 사진 보여주고 뭐라고 하는지 보려고요. ㅋㅋㅋ
와, 자녀분이 중요한 전공을 하네요. 미국에 있을때 제 친구가 forest engineering??? 뭐 이런거 박사했었는데, 제가 너무 무식해서 그게 뭐하는거냐고 물어보니 나무 유전자 조합? 이런거 한다고 간단히 이야기해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Dendrology and Herbaceous Plant 제목부터 진입장벽이 느껴지네요 ㅎ
이나무 저나무, 이풀 저풀 이름이 뭔지 그런거 배우는 과목인데, 재밌다더라구요~ ^^
내 경험상 이렇게 해변에 있을 때든 바다 한가운데 있을 때든, 바닷물을 꼼꼼히 살펴보는—이따금 보이는 새나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고래를 관찰하고, 수면에서 노니는 빛의 움직임을 바라보는—시간은 다른 어디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시간, 광활하고 균질적인 공간의 부피를 가득 채우는 시간을 인식하게 한다. 그런 날에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이런 집중적 관찰이 오히려 일상적 경험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호라이즌 1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상황들을 바라보는 그 다른 방식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분명히 말할 수 없다. 햇빛을 받는 대양이라는 거대한 돔 같은 공간이, 거의 아무런 물체도 내보이지 않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또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이 공간이, 어떻게 흔해 빠진 인간의 결함을 덜 영구적이고 덜 위협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 광경을 보고 있을 때면 나는 늘 우리에게 무언가 묘책이 남아 있을 거라고 느낀다.
호라이즌 1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아무런 물체도 내보이지 않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또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공간" 이라는 표현이 멋지네요. 제가 이전에도 표현한 적이 있는것 같은데, 저는 깊은 산속에 들어갔을때 받는 단절의 느낌이 너무 좋아요. 세상과 격리되는 느낌이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는 느낌과 제가 정상에 앉아서 바람맞으며 커피마시며 하늘과 땅의 경계를 바라보는 느낌,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느낌이, 저자가 이야기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또다른 감각이라는 표현과 뭔가 비슷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비슷한 이유로 절에 가는걸 좋아해요. 천주교신자지만 산사에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걸 보고 몸으로 느낄때 제속에 차오르는 마음이 좋더라구요.
저도 산사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내소사였던가 눈 온 뒤에 갔더니 눈 녹은 물이 처마에서 듣는 소리와 풍경이 묘하게 그윽해서 마냥 머물고 싶더라고요.
상상이 되는 풍경이네요. ^^*
와~저와 정반대시군요. 전 단절의 느낌이 싫어서 얼른 도시로 돌아가고 싶거든요. 이 책 정말 명상하는 것처럼 좋으실 것 같아요 ^^
전 이 부분 읽으면서 물멍, 불멍, 바람멍, 햇빛멍(?) 같은 걸 상상했거든요. 저는 차멍을 좋아하는데... 이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지붕 아래에서 할 수 있거든요. 좋아하는 다구들을 꺼내고, 물을 끓이고, 다구를 데우고, 차를 우리고, 차를 따르고, 차를 마시고 이런 동작들을 의식처럼 행하다 보면(행다..라고 합니다) 그 순간의 감각과 동작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잡념이 사라지고 평온해지거든요. 물맛의 변화라는 섬세한 현상에 집중하다 보면 불안이나 걱정 같은 강렬한 감정들은 잠잠해지더라고요. 오롯이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느낌...이 @오구오구 님이 말씀하시는 '세상과 격리되는 느낌'과도 비슷한 느낌일까요?
세바스티앙 살가두라는 분 처음 알게되었는데 훌륭하신 분이네요. 다큐멘터리 한 번 봐야겠어요. 빔 밴더스가 만들었네요!
자신이 속한 지역을 깊고 상세하게 인식하는 토착민의 예리함과, 잘 가꿔가기만 한다면 그를 에워싼 세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수많은 관계들, 여기에 이 모든 각 지역적 세계들이 모여 이뤄내는 전체적 구조에 대한 통찰적 인식이 더해진다면, 인류가 택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가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호라이즌 342/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나는 그 장소들에 처음 갔을 때는 놓친 게 많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번째로 간다면 어떤 것을 받아들이든 간에, 전체적인 경험에서 전과는 다른 영향을 받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다른 장소들에서 밤을 보낼 것이고, 날씨도 다를 것이며, 그사이 내가 읽은 책들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 여행 이후 얻은 깨달음들과 내가 살면서 한 실패들도 분명 예전의 인식을 바꿔놓을 터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아마도 나는 “[건드리지 않은] 땅의 치유력”이라는 관념, 그 땅이 헝클어진 마음 또는 산만해진 마음을 차분한 초월의 상태로 데려갈 수 있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념을 믿는 모양이다. 그것은 적절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관을 보여주는 장소에 있으면 자기 에고의 감옥에서 풀려나 경이롭고 치유적이며 깨달음을 주는 자기 바깥의 존재, 즉 타자의 본성을 새롭게 인지하는 과정에 접어든다는 생각이다.
호라이즌 350/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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