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오늘날 권력을 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런 피해들을 다시 살펴보고 싶어하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들 역시 대체로 독재국가와 경찰국가뿐 아니라 유사 민주국가에서도 여전히 그러한 책략을 옹호하는 현대의 폭군들에게 맞설 용기가 없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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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문장 수집: "오늘날 권력을 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런 피해들을 다시 살펴보고 싶어하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들 역시 대체로 독재국가와 경찰국가뿐 아니라 유사 민주국가에서도 여전히 그러한 책략을 옹호하는 현대의 폭군들에게 맞설 용기가 없다."
제가 내일 아마 인터넷 사용을 못 할 것 같아서 미리 적는데.. 제임스 쿡에 대한 배리 로페즈의 의견들이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집니다. 그 자신이 백인 미국인이고 식민지의 혜택을 조상부터 받아온 (심지어 새아버지는 hidalgo, 아마 그가 다닌 prep school도 새아버지 덕분에 다닌 것이었겠죠)자로서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민감한 포인트일 것 같고 그런 피해에 대해 눈감는다는 지적이 그 자신에게 향할 것 같다는데요.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지는군요. 아직까지는 작가가 너무 그 시대 제임스 쿡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너무 애쓰다보니 제임스 쿡에 대해 지나치게 친절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일단 더 읽어가겠습니다.
borumis님의 대화: 제가 내일 아마 인터넷 사용을 못 할 것 같아서 미리 적는데.. 제임스 쿡에 대한 배리 로페즈의 의견들이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집니다. 그 자신이 백인 미국인이고 식민지의 혜택을 조상부터 받아온 (심지어 새아버지는 hidalgo, 아마 그가 다닌 prep school도 새아버지 덕분에 다닌 것이었겠죠)자로서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민감한 포인트일 것 같고 그런 피해에 대해 눈감는다는 지적이 그 자신에게 향할 것 같다는데요.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지는군요. 아직까지는 작가가 너무 그 시대 제임스 쿡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너무 애쓰다보니 제임스 쿡에 대해 지나치게 친절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일단 더 읽어가겠습니다.
@borumis 네, 저도 그런 걱정을 하면서 읽었어요. 그런데 뒤에 쿡과 닮았으면서도 또 전혀 다른 래널드 맥도날드라는 문제적 인물이 등장해서 쿡과 비교합니다. 배리 로페즈도 그런 자기 안의 동요를 염두에 두고 둘을 동시에 언급한 것으로 보여요. 또 의견 나누시죠.
Nana님의 대화: 아아앗 저도 이 생각 했었는데요! 결국 중간에 다른 책으로 빠져서 완독 못했습니다만. ^^;;
결국 다 읽고 나니 메모 모음인 게 맞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메모라면 일독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그의 시를 읽지 않고 이 산문을 읽는 게 과연 바람직한 순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라는 홍보 문구에는 코웃음을 쳤고요.
장맥주님의 대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등산을 하는 기분이에요. 제가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해도 해병대 체험이나 사이비종교 입문 프로그램 수강은 못해요. 그런데 이 산은 꽤 괜찮은데요? 오히려 혼자서는 절대 펼치지 않았을 책이라 생각하니 이런 기회가 감사합니다. ^^
@장맥주 작가님과 마음 맞는 사람들 가운데 해병대 체험이나 사이비 종교 입문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음에 제가 맥주 삽니다! 즐거운 산행 비유 좋네요!
장맥주님의 대화: 결국 다 읽고 나니 메모 모음인 게 맞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메모라면 일독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그의 시를 읽지 않고 이 산문을 읽는 게 과연 바람직한 순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책’이라는 홍보 문구에는 코웃음을 쳤고요.
@오구오구 @Nana @장맥주 페소아 읽기에 실패한 사람 여기도 한 명 더 있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 2월 7일 목요일부터 본문으로 들어갑니다.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1장 '파울웨더 곶'을 읽습니다. 파울웨더 곶은 미국 오리건주에서 북태평양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곶인데요. 배리 로페즈는 자기 여행의 출발점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서 그곳에서 여러 차례 야영하는 동안의 사색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이 장의 동반자는 유명한 제임스 쿡이고, 그가 북미 대륙 해안으로 항해했을 때 이 곶에 대한 기록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일단 시작은 한국어판 기준 132쪽까지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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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계의 운명을 인간 이외 존재들의 세계와 분리하려 애쓰며 나아가던 우리는 바로 그 위협들 앞에서 별안간 멈춰 서게되고, 비로소 생물학적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바로 자연은 우리 없이도 잘 지내리라는 현실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제 인간의 안락과 이득을 위해 자연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언젠가 자연 세계안에서 우리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다.
호라이즌 p. 8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YG님의 대화: @장맥주 작가님과 마음 맞는 사람들 가운데 해병대 체험이나 사이비 종교 입문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음에 제가 맥주 삽니다! 즐거운 산행 비유 좋네요!
저는 이제 아무 것도 자신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몇 년 전에 괜찮은 저자라고 생각했던 분 중에 지금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는 분도 계셔서요. 사이비종교 입문 프로그램이라는 문구를 타로 공부, 명리학 공부라는 말로 바꿔도 되나요? 그러면 맥주 얻어마실 수 있는데. ㅎㅎㅎ
borumis님의 대화: 제가 내일 아마 인터넷 사용을 못 할 것 같아서 미리 적는데.. 제임스 쿡에 대한 배리 로페즈의 의견들이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집니다. 그 자신이 백인 미국인이고 식민지의 혜택을 조상부터 받아온 (심지어 새아버지는 hidalgo, 아마 그가 다닌 prep school도 새아버지 덕분에 다닌 것이었겠죠)자로서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민감한 포인트일 것 같고 그런 피해에 대해 눈감는다는 지적이 그 자신에게 향할 것 같다는데요.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지는군요. 아직까지는 작가가 너무 그 시대 제임스 쿡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너무 애쓰다보니 제임스 쿡에 대해 지나치게 친절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일단 더 읽어가겠습니다.
조금 엉뚱하고 시니컬한 생각도 해요. 미국인 지식인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미국의 역사를 넘어 영국의 역사(제임스 쿡은 영국인이지요), 더 나아가 서구 문명의 역사에까지 죄책감을 느낄 때 저는 간혹 고까운 기분이 듭니다. ‘백인의 의무’의 새로운 변종으로 들려서요. 배리 로페즈 말고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미국인을 볼 때 한편으로는 저런 게 제국 시민의 특권이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네가 뭔데?’ 싶기도 해요. ‘야, 세상 고통 다 떠안은 척 굴지 말고 지금 너희 나라 비만이랑 마약 문제부터 좀 해결해라, 세상에서 비만 인구 제일 많은 나라가 너희 나라라고. 너희가 먹는 걸 20퍼센트쯤 줄이면 너희 건강도 좋아지고 탄소발생도 많이 줄 거야, 그런 건 서구 문명의 역사 고민하지 않고도 할 수 있어’ 하고 쏘아주고 싶기도 하죠.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아냥거림일까요?
새벽서가님의 대화: 제가 위에 너무 길어서 문장수집을 못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했다고 했던 부분이 여기였어요. 두페이지 가득 올라오는 질문들 보면서 난 세상 헛살고 있나? 이런 질문을 내게 던져본 적이 언제였지? 이럴거면 책은 왜 읽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부분을 질문이 아닌 비판으로 읽었어요. ‘파울웨더곶에서 나는 나의 정신으로부터 분석하는 마음을 비워내고, 끊임없이 분석하며 핵심을 찾으려는 욕망을 유보한 채 몇 시간씩 보냈는데, 그럴 때면 윌리엄 브레이크가 말한, 모래 한 알 속에 우리를 위한 온 세상이 갖춰져 있다는 불멸의 은유를 수시로 실감했다.' '여러 해에 걸쳐 내 안에서 종교를 대체하게 (혹은 어쩌면 강화하게) 된 믿음 체계 속에는, 생명이 없는 어떤 대상에는 그 질감이나 색채만큼 실질적인 영적 차원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제 인간의 안락과 이득을 위해 자연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언젠가 자연 세계 안에서 우리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런 글을 쓰는, 이런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품고 있는 세계관이 있죠. '우리'의 범위가 유난히 확장돼 있어서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이고, 연민의 대상도 광범위하고, 자연의 경이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고는 하죠. 그리고 ‘인류의 운명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고, 그걸 자주 이야기하곤 하죠. 저는 그런 영적인 면에선 대충 중간 정도의 사람인 것 같은데 이런 면에서 한쪽 끝에 있는 사람은 다른 쪽 끝에 있는 사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 하고, 서로가 서로를 몹시 싫어하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불가해한 존재인 것만 같았어요. 산 바로 아래 아파트, 꼭대기에서 한 칸 내려간 층이라 완벽한 마운틴뷰에서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더니 친구가 집자랑을 하면서 그러더라고요. 사람들 참 바보라고, 이렇게 조용하고 공기도 좋은 거 모르고 다들 시끄러운 대로변 아파트를 찾는다고. 그래서 제가 친구에게 얘기했죠. 그 사람들이 여기 전망이 더 좋고, 공기도 더 깨끗하고, 조용한 거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지금 그들에겐 전망이나 공기나 소음보다 버스 정류장이나 편의점이 가까운 게 더 중요한 거라고. 그들은 당신보다 전자에 덜 민감하고 후자에 더 민감한 거라고. 대로변 아파트가 좋은가, 가장 구석진 안쪽 아파트가 좋은가 하는 단순한 취향 문제에도 이런 오해와 단절(?)이 있는데 더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들, 더 민감한 가치관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싶네요. 다른 이들의 고통에 더 민감한 사람이 있죠. 그들 눈에는 자기만큼 민감하지 못한 사람들이 무심하고 게으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걸 느끼는 것도 능력일 수 있겠죠. 어쩌면 ‘폭군들, 과두정치 지배자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들’도 다양한 인간의 모습 중의 하나일텐데, 바로 앞에서 ‘인간의 다양성’을 두려워하면 ‘우리 스스로 자신의 치명적 숙적이 될 가능성만 더욱 커질 뿐’이라고 말하던 로페즈 자신도 폭군과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들을 호명할 때는 스스로 말한 것처럼 ‘우리가 그 어둠’이자 ‘빛’이라는 사실을 잊고 그 어둠은 타자화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누나미우트족의 전통이나 통찰은 서구에 알려지고 받아들여지기에 아마도 너무 비주류 문화고, 소수자의 문화겠죠. ‘문화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로페즈도 충분히 알 것 같은데, 이게 질문이라면 참 공허한 질문을 던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보다는 ‘삶의 곤경에 대한 그들의 통찰’의 구체적인 예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책의 뒷부분에서 나올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는 사실 이 책에서 그런 부분들을 기대했거든요. @새벽서가 님의 질문에 짧게 몇 마디 대답한다는 게 쓰다 보니 너무 장황한 독후감이 되어버렸네요. ^^;;
사람들이 각자 떨쳐내려 기도하거나 소망하거나 노력하는 외로움의 무거운 짐은 사랑하지 못한 결과다. 사랑의 실패는 사람들이 각자 털어내려고 기도하거나 희망하거나 노력하는 인간의 무거운 외로움을 보여줄 뿐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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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님의 문장 수집: "사람들이 각자 떨쳐내려 기도하거나 소망하거나 노력하는 외로움의 무거운 짐은 사랑하지 못한 결과다. 사랑의 실패는 사람들이 각자 털어내려고 기도하거나 희망하거나 노력하는 인간의 무거운 외로움을 보여줄 뿐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이 양반은 문장을 툭 떨궈 놓고 휙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버리네요. 많은 문장들이 '내가 이해한 뜻으로 쓴 게 맞으려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네요. 스타일이신 듯.
장맥주님의 대화: 조금 엉뚱하고 시니컬한 생각도 해요. 미국인 지식인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미국의 역사를 넘어 영국의 역사(제임스 쿡은 영국인이지요), 더 나아가 서구 문명의 역사에까지 죄책감을 느낄 때 저는 간혹 고까운 기분이 듭니다. ‘백인의 의무’의 새로운 변종으로 들려서요. 배리 로페즈 말고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미국인을 볼 때 한편으로는 저런 게 제국 시민의 특권이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네가 뭔데?’ 싶기도 해요. ‘야, 세상 고통 다 떠안은 척 굴지 말고 지금 너희 나라 비만이랑 마약 문제부터 좀 해결해라, 세상에서 비만 인구 제일 많은 나라가 너희 나라라고. 너희가 먹는 걸 20퍼센트쯤 줄이면 너희 건강도 좋아지고 탄소발생도 많이 줄 거야, 그런 건 서구 문명의 역사 고민하지 않고도 할 수 있어’ 하고 쏘아주고 싶기도 하죠. 번지수를 잘못 찾은 비아냥거림일까요?
저는 미국에 삽니다. 그런데 한국에 놀러갔다가 분리수거 하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CCTV도 달려있고.. 무슨 패트병에 붙은 필름까지 다 떼야한다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 미국에선 한번에 다 때려넣어 버리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국 사람들이 한국처럼 분리수거 하면 지구가 엄청 편안해질지도요…
내가 멈춰 선 앞에는 흰색 브래지어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물건이었다. 누군가 나무 그루터기의 넓은 면을 감싸는 식으로 브래지어 끈을 당긴 다음 압정으로 고정해놓았다. 양쪽 컵에는 오렌지색 동심원이 그려져 있고 각각 대여섯 발의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 나는 브래지어를 풀어내 잡초가 무성한 덤불 속 깊이 밀어 넣고는 다시 트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지. 나는 돌아와 다시 브래지어를 집어들고 운전석 아래에 밀어 넣었다. 뉴포트에 가면 쓰레기통에 넣을 생각이었다. 궁금했다. 그런 물건에, 인간 정신의 악의적 성향을 보여주는 소리 없는 증거에 신경이 쏠리는 것은 좋은 일인가? 그 증거를 감추는 건 소용없는 일, 어쩌면 혹시 심지어 잘못된 일일까? 여성 혐오에도 그냥 있을 자리를 허용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지 못하게 막으면 모방자가 더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제불능일 정도로 순진한 생각일까? 나는 칼리만탄이나 사라왁✻의 시골 벌목지에서도 이런 퇴보의 신호를 볼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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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님의 문장 수집: "내가 멈춰 선 앞에는 흰색 브래지어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물건이었다. 누군가 나무 그루터기의 넓은 면을 감싸는 식으로 브래지어 끈을 당긴 다음 압정으로 고정해놓았다. 양쪽 컵에는 오렌지색 동심원이 그려져 있고 각각 대여섯 발의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 나는 브래지어를 풀어내 잡초가 무성한 덤불 속 깊이 밀어 넣고는 다시 트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지. 나는 돌아와 다시 브래지어를 집어들고 운전석 아래에 밀어 넣었다. 뉴포트에 가면 쓰레기통에 넣을 생각이었다. 궁금했다. 그런 물건에, 인간 정신의 악의적 성향을 보여주는 소리 없는 증거에 신경이 쏠리는 것은 좋은 일인가? 그 증거를 감추는 건 소용없는 일, 어쩌면 혹시 심지어 잘못된 일일까? 여성 혐오에도 그냥 있을 자리를 허용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지 못하게 막으면 모방자가 더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제불능일 정도로 순진한 생각일까? 나는 칼리만탄이나 사라왁✻의 시골 벌목지에서도 이런 퇴보의 신호를 볼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런 생각에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악의 평범성의 반대로 선의 평범성의 느낌이랄까요.
dobedo님의 대화: 저는 그 부분을 질문이 아닌 비판으로 읽었어요. ‘파울웨더곶에서 나는 나의 정신으로부터 분석하는 마음을 비워내고, 끊임없이 분석하며 핵심을 찾으려는 욕망을 유보한 채 몇 시간씩 보냈는데, 그럴 때면 윌리엄 브레이크가 말한, 모래 한 알 속에 우리를 위한 온 세상이 갖춰져 있다는 불멸의 은유를 수시로 실감했다.' '여러 해에 걸쳐 내 안에서 종교를 대체하게 (혹은 어쩌면 강화하게) 된 믿음 체계 속에는, 생명이 없는 어떤 대상에는 그 질감이나 색채만큼 실질적인 영적 차원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제 인간의 안락과 이득을 위해 자연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언젠가 자연 세계 안에서 우리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런 글을 쓰는, 이런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품고 있는 세계관이 있죠. '우리'의 범위가 유난히 확장돼 있어서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이고, 연민의 대상도 광범위하고, 자연의 경이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고는 하죠. 그리고 ‘인류의 운명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고, 그걸 자주 이야기하곤 하죠. 저는 그런 영적인 면에선 대충 중간 정도의 사람인 것 같은데 이런 면에서 한쪽 끝에 있는 사람은 다른 쪽 끝에 있는 사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 하고, 서로가 서로를 몹시 싫어하더라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불가해한 존재인 것만 같았어요. 산 바로 아래 아파트, 꼭대기에서 한 칸 내려간 층이라 완벽한 마운틴뷰에서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더니 친구가 집자랑을 하면서 그러더라고요. 사람들 참 바보라고, 이렇게 조용하고 공기도 좋은 거 모르고 다들 시끄러운 대로변 아파트를 찾는다고. 그래서 제가 친구에게 얘기했죠. 그 사람들이 여기 전망이 더 좋고, 공기도 더 깨끗하고, 조용한 거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지금 그들에겐 전망이나 공기나 소음보다 버스 정류장이나 편의점이 가까운 게 더 중요한 거라고. 그들은 당신보다 전자에 덜 민감하고 후자에 더 민감한 거라고. 대로변 아파트가 좋은가, 가장 구석진 안쪽 아파트가 좋은가 하는 단순한 취향 문제에도 이런 오해와 단절(?)이 있는데 더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들, 더 민감한 가치관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싶네요. 다른 이들의 고통에 더 민감한 사람이 있죠. 그들 눈에는 자기만큼 민감하지 못한 사람들이 무심하고 게으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걸 느끼는 것도 능력일 수 있겠죠. 어쩌면 ‘폭군들, 과두정치 지배자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들’도 다양한 인간의 모습 중의 하나일텐데, 바로 앞에서 ‘인간의 다양성’을 두려워하면 ‘우리 스스로 자신의 치명적 숙적이 될 가능성만 더욱 커질 뿐’이라고 말하던 로페즈 자신도 폭군과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들을 호명할 때는 스스로 말한 것처럼 ‘우리가 그 어둠’이자 ‘빛’이라는 사실을 잊고 그 어둠은 타자화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누나미우트족의 전통이나 통찰은 서구에 알려지고 받아들여지기에 아마도 너무 비주류 문화고, 소수자의 문화겠죠. ‘문화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로페즈도 충분히 알 것 같은데, 이게 질문이라면 참 공허한 질문을 던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보다는 ‘삶의 곤경에 대한 그들의 통찰’의 구체적인 예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책의 뒷부분에서 나올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는 사실 이 책에서 그런 부분들을 기대했거든요. @새벽서가 님의 질문에 짧게 몇 마디 대답한다는 게 쓰다 보니 너무 장황한 독후감이 되어버렸네요. ^^;;
비판이 섞인 질문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 질문들에 대한 멤버님들 의견이 어떠신지 궁금하긴 했어요. 저 스스로는 몇개의 질문에만 답을 할 수가 있었거든요. 이런 독후감(?) 너무 좋습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었어요. ^^*
siouxsie님의 대화: 오~ '불안의 서' 전자책에 담아 놓은지만 몇 달 지났는데 읽어 봐야겠네요~저얼대~한소희 씨 땜에 담아 놓은 건 아닙니다!
수지님, 우리 이거 같이 읽을까요? ^^
borumis님의 대화: 안그래도 지명이나 인명은 물론이고 동식물 및 광물 이름들이 워낙 방대해서 한국어 사전이나 인터넷에는 아예 검색 안 되는 게 많아서 번역가가 힘들었을 것 같네요. 저는 이런 이름들이 영어로는 알고 있어도 한글로 모르는 게 많아서 한글 전자책을 비교해가며 읽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역자가 나름 작명센스를 발휘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종종 눈에 보여요. 과학 쪽, 특히 생물 쪽 비문학 번역서를 읽다보면 이런 어려움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예전에 그래서 이게 힘들어서 한글로 논문 쓰는 걸 아예 포기했어요;) sword fern을 그냥 줄고사리로 번역하면 되는데 굳이 '칼고사리와 줄고사리'로 번역하고.. 참 Pearly everlasting이란 너무 아리따운 이름의 꽃은 한국어로 산떡쑥이네요. ^^;;;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산떡쑥! ㅎㅎ
borumis님의 대화: 반면, 한글 번역서에는 예를 들어 레바논개잎갈나무에 대한 성서의 언급에 대해 옂가 주석으로 달아주는 등 원서에서 보지 못한 내용 등이 담겨 있어서 둘다 볼 만한 것 같아요.^^ 번역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역자의 수고와 정성이 이런 곳에서 느껴지네요.
한글로도 모르는 거는 동시에 검색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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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페이지_책증정] 《그리고 밤은 온다》 함께 읽어요!
2월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이달의 고전] 2월 『제5도살장』 함께 읽어요[이달의 고전] 2월 『양철북』 함께 읽어요[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다정한 모임지기 jena와 함께 한 달, 또 한 달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2월〕 선릉과 정릉[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월] 읽을, 거리
SH의 깊이 있는 서평 블로그
<페이크와 팩트>를 읽고<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고
이 책은 미술책이다? 아니다? 🎨
[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책 증정] Beyond Bookclub 10기 <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5. 피아니스트의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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