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세워둔 좋은 행동에 대한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언제나 산만함과 무관심을 탈출구 삼아, 직면하기 너무 힘들거나 참혹한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경험한바, 세상 모든 모퉁이에는 아직도 그러한 낙담과 패배를 뚫고 계속 밀고 나아가며, 자신의 상처를 동여매고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보살피는 많은 사람이 있다.
호라이즌 <들어가며>,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누구든 이러한 무시무시한 지평선을 마주한다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쪽을 선택할 수도, 대신 아름다움에 탐닉하기로 마음먹거나 전자 기기에 주의를 빼앗긴 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자아의 요새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고립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자신과 그 혼란스러운 세상 사이의 간극 속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해 거기서 그 광활함과 복잡함과 그 세상이 지닌 가능성들에 압도되어 휘청거릴 수도 있으며, 죽음의 필연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잔인함의 강도를 줄이고 삶의 모든 측면에 정의가 닿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호라이즌 <들어가며>,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하지만 긴 인생이란 불완전하게 기억된 결심들이 연기푸 쏟아져 내리는 일종의 폭포로 이해할 수도 있다. 초기에 품었던 결심 중 어떤 것들은 희미하게 지워진다. 잃어버린 기억과 배신, 믿음의 상실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우회로를 거치고도 이어지는 결심들도 있다. 또 어떤 결심들은 세월이 흘러도 약간만 변형된 채 계속 유지된다. 예상치 못한 트라우마와 상처를 만나면 차는 언제든 도로 밖으로 탈선할 수 있고, 그러면 그 사람은 영원히 목적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테면 불타오르듯 뜨거운 얼굴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과 같은 의도치 않은 순간에 솟아나는 가늠할 수 없는 숭고함이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되살릴 수도 있으며,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자기 회의와 후회가 주는 삶의 무게를 줄여줄 수도 있다. 혹은 휘청거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아름다움 앞에 선 한순간이 한때 그 사람이 품었던, 큰 의미를 지닌 삶을 살겠다던,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삶을 살겠다던 결심에 다시금 불을 당길 수도 있다.
호라이즌 p. 34,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2월 4일 화요일은 '들어가며'의 2 찾아가기, 3 기억하기를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66쪽까지 읽는 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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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오늘 2월 4일 화요일은 '들어가며'의 2 찾아가기, 3 기억하기를 읽습니다. 한국어판 종이책 기준 66쪽까지 읽는 일정입니다.
Embedded in the system of belief that over the years came to replace (or perhaps augment) religion for me is a conviction that the numinous dimension of certain inanimate objects is substantial, as real as their texture or color. This is not, I think, an illusion. One might not be able to “squeeze meaning” from a stone, but a stone, presented with an opportunity, with a certain kind of welcoming stillness, might reveal, easily and naturally, some part of its meaning.
호라이즌 Kindle 43/689,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새벽서가님의 문장 수집: "Embedded in the system of belief that over the years came to replace (or perhaps augment) religion for me is a conviction that the numinous dimension of certain inanimate objects is substantial, as real as their texture or color. This is not, I think, an illusion. One might not be able to “squeeze meaning” from a stone, but a stone, presented with an opportunity, with a certain kind of welcoming stillness, might reveal, easily and naturally, some part of its meaning."
여러 해에 걸쳐 내 안에서 종교를 대체하게 (혹은 어쩌면 강화하게) 된 믿음 체계 속에는, 생명이 없는 어떤 대상에는 그 질감이나 색채만큼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영적 차원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 나는 이것이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돌멩이 하나에서 ‘의미를 짜낼’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기회가 특정한 종류의 우호적인 고요함과 함께 주어질 때 하나의 돌멩이는 제가 지닌 의미의 일부를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도 있다.
호라이즌 밀리의 서재 96/1674,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니컬러스 래릭 미술관은 저도 가본 곳이어서 반가웠어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뉴욕시에 가면 모마, 더 맷, 구겐하임정도 가지 래릭 미술관까지 가진 않거든요. 어퍼 웨스트 조용한 주택가 브라운 스톤안에 진열된 그의 작품들을 보면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데, 작가도 언급을 하니 혼자서 작가에게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피식거리며 웃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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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니컬러스 래릭을 알아야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던게 처음은 이니고 록웰 켄트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했는데, <기억하라> 는 원서에서는 Remember 로 표기되었던데, 찾아봐도 이미지를 못찾겠네요. Memory 라는 그림은 있습니다만. 혹시 제대로 된 작품을 찾으시면 이미지정보 나눠주세요.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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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을 따라 충칭에서 우한으로 가던 저자가 야시장에 들러서 목도한 풍경을 보면서 Pieter Aertsen 의 그림을 떠올렸는데, 아마 이 그림이었지 싶습니다. 벨롯해협은 어딘지 몰라서 찾아봤어요. 저는 관심분야여서 지리에 꽤 밝은 편이라고 자부했었는데, 이젠 어디 가서 지리에 밝단 말 하지 말아야겠어요. 저자 덕분에 몰랐던 곳들을 여행하는듯해서 오랜만에 비소설책 읽는 재미가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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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1979년 알래스카의 에스키모인 누나미우트족의 작은 마을을 처음 방문한 후에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하이라이트했는데, 2 페이지가 넘어 문장수집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연해님의 대화: 저는 오히려 오구오구님 덕분에 이 부분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네요. 책에서 복잡한 가족관계를 읽을 때는 '역시 서구 문화는 자유분방하군' 이러면서 가볍게 넘어갔거든요. 다른 분들이 정리해주신 글도 읽고, YG님이 올려주신 관련 자료도 읽고(충격적이고 끔찍하긴 했지만요). 모두 함께 같은 책을 읽으니까 더 풍성하게 알아가는 것 같아요.
저두요, 앞부분 읽을때 그러려니 했는데, 미주 읽다가 놀랬어요.
새벽서가님의 대화: 들러가며 2장에서 언급된 바미안 석불관련 령상 가져와봤어요. 작가가 여행한 곳들은 제가 가봤거나 가볼 수 있는 곳들이지만, 여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궁금해서 영상으로라도 보고 싶더라구요. https://youtube.com/shorts/aLRiFRt9Af4?si=y-ejeNDeddI_lFRU
어머, 감사해요~ 잘 봤어요.
새벽서가님의 대화: 니컬러스 래릭 미술관은 저도 가본 곳이어서 반가웠어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뉴욕시에 가면 모마, 더 맷, 구겐하임정도 가지 래릭 미술관까지 가진 않거든요. 어퍼 웨스트 조용한 주택가 브라운 스톤안에 진열된 그의 작품들을 보면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데, 작가도 언급을 하니 혼자서 작가에게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피식거리며 웃었네요. ^^;
오, 이분이군요. 가운데 사진의 가운데 그림이 눈에 훅 들어오네요~ 가운데 그림 색이 멋지다 그러면서 3장 읽는데, 색채예술가라는 표현이 나오네요. 희말라야 산의 다양한 색에 대한 그림인가봐요
Cardita megastropha 세상에는 참 신기한 것들이 많네요. 요즘 사는게 좀 재미없고 식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식상하고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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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님의 대화: Cardita megastropha 세상에는 참 신기한 것들이 많네요. 요즘 사는게 좀 재미없고 식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식상하고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줍니다!
앗! 오늘 분량은 3장까지였네요. 제대로 신경안쓰고 읽다보니 4장에 언급된 조개관련 정보를 올렸네요. 죄송합니다~!
새벽서가님의 대화: 앗! 오늘 분량은 3장까지였네요. 제대로 신경안쓰고 읽다보니 4장에 언급된 조개관련 정보를 올렸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요~ 지금 3 장 읽기 시작했는데~ 올려주신 정보를 먼저 보고 읽으니 더 재미있어요!
새벽서가님의 대화: 작가가 니컬러스 래릭을 알아야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던게 처음은 이니고 록웰 켄트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했는데, <기억하라> 는 원서에서는 Remember 로 표기되었던데, 찾아봐도 이미지를 못찾겠네요. Memory 라는 그림은 있습니다만. 혹시 제대로 된 작품을 찾으시면 이미지정보 나눠주세요. 궁금합니다. ^^
이그림 같습니다~ “Remember” From His Country series 1924 https://nrm.s3.amazonaws.com/website/images_collections/03/700053.jpg 다른 그림들 https://www.roerich.org/museum-paintings-slideshows.php
FiveJ님의 대화: 이그림 같습니다~ “Remember” From His Country series 1924 https://nrm.s3.amazonaws.com/website/images_collections/03/700053.jpg 다른 그림들 https://www.roerich.org/museum-paintings-slideshows.php
지금 찾다가 포기하던 중이었는데, 감사합니다. 근데 그림이 너무 아름답네요. 색감도 그렇고 구도도 그렇고.. 산을 좋아하는 1인으로, 히말라야는 못 가봤지만.... 찾아보니 박신양배우가 화가가 되는데 영향을 준 화가라 니콜라스 라는 정보도 알게되었네요 ㅎㅎ 죽음 후 화장하여 그 유해를 히말라야에 뿌렸다는 것, 그림과 삶을 보니 호라이즌의 저자가 왜 니컬러스 래릭에게 연결된 느낌을 갖았을지 이해가 됩니다
오구오구님의 대화: 아니요~ 지금 3 장 읽기 시작했는데~ 올려주신 정보를 먼저 보고 읽으니 더 재미있어요!
다행이에요. ^^
FiveJ님의 대화: 이그림 같습니다~ “Remember” From His Country series 1924 https://nrm.s3.amazonaws.com/website/images_collections/03/700053.jpg 다른 그림들 https://www.roerich.org/museum-paintings-slideshows.php
아! 파이브제이님이 올려주셨군요! 점심시간에 찾고는 신나서 올리려고 돌아오던 참이었어요. 그나저나, 저만 그런가요? 이 그림, 왜 이렇게 좋죠?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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