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오직 실체만을 알아보는 상태로 태어났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추상과 이상이야말로 실체를 규정하는 요인임을 깨닫게 된다. 이는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다. 어디에도 없는 것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허상과 실체를 바꿔치는 기예다. 따라서 믿을 사람이라면 기적을 보기 전에 이미 믿으며 믿지 않을 사람은 무엇을 목격하든 삿된 생각을 품게 된다. ”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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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포기의 가치는 상실의 무게와 상응했지만 우혁의 삶은 판돈이 되기에는 너무 가볍고 초라했다.
『피와 기름』 64p,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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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완독했습니다! 작품이 어렵기도 하고, 좀 급하게 읽은 감이 있어 줄거리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진 않지만요...ㅎ
질문을 위해서는 줄거리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아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게요!
여러 장르가 한 군데로 잘 어우러져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siouxsie
어째서 나는 정치철학과 신학을 나느데 정신 차리고 사는 법은 모르는 것인가?
그것은 인간 정신의 유구한 신비였다.
『피와 기름』 67p,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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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
생각보다 단순함 속에 진리가
많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단순하게 사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같아요. 😑😑
siouxsie
"우혁아, 아버지로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마."
"예."
"나는 널 안 믿는다."
"알고 있습니다."
『피와 기름』 74p,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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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충동적으로 사는 우혁과 달리 아버님은 참 이성적이시고, 판단력도 좋으신 것 같습니다.
바닿늘
저도 이 대화보며 빵 터졌는데 ㅋㅋㅋ
siouxsie
작가님의 천재성과 박식함, 문장력에도 놀라지만 개그코드가 저랑 정말 잘 맞아서 계속 혼자 빵빵 터집니다. 김 형과의 대화나 이도유와의 대화에서도요. 그러면서도 '너는 안 그러느냐?'라는 질문을 받는 것처럼 콕콕 찔리고요.
바닿늘
흐흐 ~~
완전 동감합니다!! 😆😆
개그 코드도 .. 굉장하죠!! 🤣🤣🤣
김뿌인
포기의 가지는 상실의 무게와 상응했지만 우혁의 삶은 판돈이 되기에는 너무 가볍고 초라했다. 최소한 아직은.
『피와 기름』 64,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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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뿌인
어째서 나는 정치철학과 신학을 아는데 정신 차리고 사는 법은 모르는 것인가?
『피와 기름』 67,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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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뿌인
좌절은 생생한 미래와 가망 없는 현재 사이에서 움트기 마련이다.
『피와 기름』 106,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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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뿌인
“ (...) 김 형은 미술 경연 대회의 심사위원을 연상시켰고, 우혁을 향한 시선은 가망 없는 출품작을 보는 듯했다. 방향이 빗나간 열정과 어설픈 기술의 혼합물 같은 인간. 김 형이 거기에 안쓰러움을 느낄 만큼 너그럽다는 사실마저 우혁을 괴롭게 만들었다. ”
『피와 기름』 152,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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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뿌인
“ (...) 미슐랭 3스타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사람과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먹는 사람의 거리가 고작 100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은근한 섬뜩함을 느꼈다. 그 감각은 속물 의식의 발로라기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때의 아득함과 비슷했다. ”
『피와 기름』 163,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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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그는 평생토록 도망쳐왔던 세계의 총체가 바로 여기 모였음에 몸서리쳤다. 개념을 물질에 앞세움으로써만 파악될 수 있는 도시의 결절들. 만질 수 없거니와 상상의 대상조차 아니므로 실체와 정신을 동시에 압도하고 마는, 추상화된 객체들 ”
『피와 기름』 90p,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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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밥심
[사전질문] Q2. 신학/철학에 대한 지식은 어떤 경로로 얻으신 것인지요? <피와 기름>을 구상하면서 관련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신 것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 신학/철학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이 작품 집필에 걸린 기간도 자연스레 궁금해지네요.
단요
일단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에서는 제2차 대각성 운동(Second Great Awakening)이라는 것이 전개됩니다. 국가가 청교도 정신을 잃고 타락해가고 있으니 선조들의 정신을 복원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Adventism으로 분류되는 소수파 교파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들은 주류 가톨릭/프로테스탄트 신학과는 다소간 어긋난 자리에서 자신의 믿음을 전개하는데, 가령,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같은 것이 그 일례입니다(저는 이곳과는 아무 연관이 없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Adventism 교파는 일반적으로 이단으로 분류되고(노동착취나 성적 학대와 무관하게, 그리고 교주 숭배와도 무관하게, 그냥 신학적 쟁점들이 치명적으로 어긋나는 대목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다시 분파별로 주류와 비주류가 나뉩니다. 재침례파에 가까운 성격을 띠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보수적인 기독교 분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있고(다만 주류 교단 중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쪽은 이들도 이단으로 분류합니다), 세대해석을 곁들여 종말을 소리높여 외치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그 비주류 교파의 애매한 비주류 분파 가정에서 자랐으며 아주 어릴 때부터 그 분파의 발행물을 읽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의 잡지들, 그러니까 70년대부터의 미국 기독교 잡지 말입니다. 누군가가 읽으라고 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게 집에 있었기 때문에 읽은 것입니다.
그 잡지의 독특한 점은, [ⓐ 정치/시사/환경 이슈/종교사/지정학에 대한 분석 및 논증]과(대강 시사IN정도의 밀도를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 실질적 통계/정통파 학자들의 인용]과(가령 저는 이 잡지를 통해 자끄 엘륄을 접했고, 논조상으로는 독일 비판이론 및 벤야민과 공명하는 지점이 명백히 있습니다), [ⓒ 강경한 평화주의/반전주의/생태주의/반자본주의/반동주의/고보수주의(이때의 고보수주의란, 자본주의가 새로운 이념이었을 시절의 보수주의를 일컫는 것입니다) 경향]과, [ⓓ 특유의 종말론적 예언]이 긴밀히 결합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잡지 기사들의 기-승-전-결 구조는 사회주의 잡지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는데,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압니다. 착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고 국제정치의 판도를 압니다; 사회주의자들은 그 대안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 잡지는 기독교적 종말과 심판을 제시했습니다!
이 잡지의 악랄한 점은, [기-승-전]이 상당히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어조로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에서 갑자기 종말, 구원, 심판, 부활, 영원한 생명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 잡지 안에서만큼은 [종말]이 [상호확증파괴나 군비경쟁, 기술 발전만큼이나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걸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가 무한정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십시오. 이게 사실은 미국의 무슨 비주류 교파의 80년대 잡지에 불과하며, 종말은 오지 않고, 제가 이걸 주구장창 읽고 있었을 때 냉전은 이미 끝나 있었다는 그 사실을……
무신론자가 되는 것은 차라리 쉽습니다. 지금의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그러나 중세적인 비관, 즉 이 세상은 순간이며 인간의 모든 노력이 허망하다는 비관을 떨쳐내기는 신을 부정하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저는 전근대의 사람들이 무신론자들을 그토록 박해하고 기이하게 바라보았던 이유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그 비관에 짓눌려 다시 신을 믿으러 가고, 저도 주류 조직신학이라는 것을 좀 배워 보았는데, Fides informis까지는 가능했지만 Fides formata는 결여되어 있었고(제가 칼 바르트나 판넨베르크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도 저도 안 됐습니다. <피와 기름>은 그 이도 저도 안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피와 기름> 본편은 24년 7월 14일부터 9월 28일까지 썼고, 그중 3주가량은 다른 일로 인해 집필이 중단되었으니, 60일 가량이 걸린 셈입니다. 그냥 아는 이야기들로 썼기 때문에 따로 조사하거나 공부한 부분은 없습니다. 더 복잡한 사정들이 있습니다만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밥심
[사전질문] Q3. 어느 작가라도 당연히 문장에 신경을 쓰겠지만 작가님의 문장을 읽으며 굉장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한 분이 예를 들어 주셨던 주인공이 물에 빠져 익사하는 부분에 대한 묘사를 초고부터 그 정도로 완성도 있게 쓰시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이 물에 빠져 휩쓸려간다‘ 정도로만 쓴 후 정밀하게 문장을 짜내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평론도 쓰셔서 그런가 통상적인 스릴러에는 잘 쓰이지 않는, 휙휙 읽히지 않는, 꽤 생각을 해야 이해가 되는 문장들도 사용되었는데 혹시 초고에는 그런 글들이 훨씬 많이 쓰였지만 스릴러의 속성을 감안해서 퇴고 시에 상당히 쳐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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