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진보> 함께 읽기

D-29
10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지적되었던 문제라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언제봐도 많이 우려스럽습니다. 요즘 국내외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8, 9장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저자의 AI 를 포함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식에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AI 툴 구독료를 한달에 10만원 정도 쓰지만 (많이) 아깝지 않고 효용을 체감하는 저로서는 저자들이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저자들은 "인간이 수행하는 일 중 진정으로 루틴한 것은 일부분이다. 우리 인간종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어느정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한다." 며 이 문제 해결 능력이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인간의 사회적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하루를 구성하는 많은 업무가 루틴하고 실제로 이 업무들을 자동화해서 효용을 느낀 적이 꽤 있습니다.
관련해서 가져온 사례가 체리피킹 같다는 인상도 듭니다. ㅎㅎ
그렇지만 8장의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이득이 존재하더라도 미미하다는 실증 연구를 생각해보니(p.420~421) 조금 설득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연구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면 결국 생산성 증대의 핵심은 새로운 업무의 창출이고 그렇다면 테크놀로지가 '그저 그런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업무 창출을 지향하는 경로로 발전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요.
9장에서 또 흥미로웠던 점은 AGI와 같은 기계지능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1. 연구자들의 비전(AGI가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 2. 경영자들의 이해관계(자동화와 감시 추구를 통한 생산성 증대) 이 일치돼서(allign) 기계지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저자들은 이러한 기계지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기계유용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AGI 개발이 무척 기대되는 일이긴 하지만 저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특히 AI가 저소득국과 중위소득국에서는 비적정기술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기계유용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AI 가 발전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네요.
한 가지 제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자는 테크놀로지에 의한 자동화와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이 향상된 것을 구분하고, 전자를 부정적으로 후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근데 후자의 생산성 향상의 경우가 자동화처럼 해고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잠재적인 노동 수요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요? 이를테면 혼자 일할 때는 1을 하는 사람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10을 한다면, 회사의 할당량 10을 채우기 위해 9명이 더 필요했는데 이제는 9명을 안뽑아도 되고 이는 결국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 아닌가요? 제가 뭔가 놓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역할의 문제로 이해했습니다. 기술로 '대체'를 하는 것과 기술로 '보완' 하는 것.. 결과적으로 9명의 노동 수요를 감소시킨다면 이는 보완이 아니라 대체의 역할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진보된 기술에 대한 '권력'을 가진자들이 그에 대한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바이니까요.. 9명의 노동 수요를 감소하기로 선택할 수도 있고..(대체) 9명으로 추가적인 90의 생산성을 선택하거나, 또다른 창의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9명의 인력을 재투자 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보완) '대체'는 부정적으로, '보완'은 긍정적으로..
인력 9명을 대체하는 자동화를 위한 추가 업무가 9명분 이상 발생한다면 좋은 거겠죠. 자동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운용, 개발 , 유지보수, 마케팅에 9명 이상의 신규 수요가 필요할 수 있죠.(비록 해당 회사에서는 노동자가 감소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유지 또는 증가) 하지만 이 경우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 힘든 저학력 노동자에게 더 피해가 가는 상황은 피하기 힘들어보입니다.
공감합니다~ 기술 중심에서는 기회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지요.. 그래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창의성 발현을 통해 새로운 생산성 추구를 선택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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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휴머노이드 로봇, 축제서 관람객 공격 - 기사 제목] https://naver.me/GV2JxwwT 지능의 문제가 아닌 오류의 문제이겠지만.. 인공지능이든 프로그램이든 '통제'는 '선택'과는 또다른 차원의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에게 심는 프로그램을 어떤식으로 통제하느냐에 따라 인간 닮은 무기가 될 수도.. 저 기사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사람에 대한 '폭력' '공격' 보다는..(오른쪽의 팔꿈치가 그대로 몸측에 붙어 있는데..) 댄스 동작과 타이밍의 오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수료증이라는 걸 발급할 수 있네요. 처음이라 어떤 기준으로 발급해야 할 지 고민인데, 일단 한 번이라도 책 내용에 대한 채팅을 올리신 분들 or 완독한 분들에게 발급하고자 합니다. 완독했는데 채팅을 올리지 않아 누락될 것 같다면 알려주세요.
<11장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 557쪽 동일한 세가지 갈래의 조합, 즉 내러티브를 바꾸고 길항 권력을 일구고 가장 긴요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안을 개발하는 것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557쪽 하지만 기업계의 권력 집중이 일으키는 가장 해로운 영향은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통해서 나온다. 현재의 방향은 자동화, 감시, 데이터 수집, 광고 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 공유된 번영을 다시 일구려면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559쪽 디지털 기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보완 할 수 있다. 현재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간의 역량을 강화 해주는 기계 지능의 도움으로 새로운 업무를 창출 할 수 있다. 인간의 의사 결정에 더 신뢰할만 하고 양질인 정보를 제공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능력과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561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 정책을 통해 올바른 제도적 틀과 인센티브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건설적인 내러티브로 강화 되어서, 민간 영역이 과도한 자동화와 감시에서 멀어져 더 노동자 친화적인 테크놀로지 쪽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571쪽 길항 권력의 존재와 새로운 제도 자체만으로는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돌리지 못 한다. 인센티브를 바꿔 사회적으로 유익한 혁신을 독려할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보안적인 정책들, 가령 더 노동자 친화적인 테크놀로지에 대한 보조금과 지원, 조세 개혁, 노동자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데이터 소유권과 데이터 보호제도, 거대 테크 기업의 분할, 디지털 광고세 등도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주되게 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그들은 이미 검열을 내면화했기 때문에 사실 당국이 적극적으로 검열할 필요조차 없었다. p496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길들여진 자발적 복종..
새로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행동을 성공적으로 바꾸었다고 자랑했다. "우리는 익숙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용자들을 다른 상태로 이끌 수 있습니다." p516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11장은 현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경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설정하기 위한 방안들을 다룹니다. 자동화와 감시 대신 노동자들을 보완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여 궁극적으로 불평등을 심화하는 대신 번영이 공유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제안된 방안들이 충분히 설득력 있나요? 문제가 깊고 크다 보니 원론적인 방안을 제안할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원론적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인상깊게 본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1. 테크놀로지가 생산한 부가가치 중 자본으로 가는 몫이 늘고 노동자에게 가는 몫이 감소하는 경우는 자동화 테크놀로지, 반대로 노동자에게 가는 몫이 증가하는 경우는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는 테크놀로지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후자의 경우에 보조금을 주자. 2. 조세 개혁: 자동화 장비나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경우 기업이 내는 세금(5% 이하)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25% 정도)보다 훨씬 적다. 이 비대칭을 없애자. 3. 통신품위법 230조 철폐 : 인터넷 플랫폼에 올라온 컨텐츠에 대한 법적 행동이나 규제로부터 플랫폼 사업자를 보호하는 법. 이때문에 가짜뉴스, 혐오발언이 범람한다. 이 법 없애자. 4. 디지털 광고세 : 일반적으로 광고에는 군비경쟁적 요소가 있어 낭비가 발생하는데, 광고비용이 낮으면 이러한 낭비가 심화된다. 디지털 광고는 비용이 낮기 때문에 낭비가 심하다. 디지털 광고세를 도입해서 무분별한 광고비 증가 줄이자.
추가로, 보편기본소득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흥미로웠고 공감이 됐습니다. 저자들은 보편기본소득은 테크놀로지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적극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잘못된 방향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용인하고 그 안에서 상황을 개선하자는 패배주의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보편기본소득은 기업계와 테크 지배층의 비전과 전적으로 부합한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돈으로 너그럽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머지 사람들을 순치시키고 지위의 차이를 증폭한다. 즉, 이는 우리 사회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중 구조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이중 구조의 인위적인 분절을 재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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