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진보> 함께 읽기

D-29
5장에서는 산업혁명을 촉발한 것을 새로운 비전을 가진 '발명가 계층'이 부상, 더 근본적으로 그 부상을 용인한 영국 사회의 변화라고 주장합니다. "중세는 모든 이의 자리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엄격한 위계사회였고, 계층의 상향 이동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700년대 중반이면 "중간 정도의"사람들, 즉 내세울 것 없는 출신이지만 스스로를 중간 계층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영국에서 큰 꿈을 가질 수 있었고 사회 계층의 사다리에서 빠르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그들은 산화 이전 시대의 유럽이었다면 보잘것없는 신분 출신에게 가능하지 않았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계층 상승을 꿈꾸었다. 둘째, 이러한 야망은 주로 테크놀로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즉 테크놀로지가 실용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그들을 부유하고 유명해지게 해줄 수 있을지와 관련이 있었다. ... 셋째, 가장 주목할 만한 점으로, 영국사회가 이들이 꿈을 실천에 옮기도록 허용했다." 5장 p.224
조지 스티븐슨의 이야기는 위인전에 나올 법한 영웅적인 과학자/공학도의 삶처럼 느껴져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또 '산업혁명이 왜 영국에서 일어났는가' 에 대해 답하기 위해 검토하는 많은 가설들을 반박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발명가 계층'에 의해 촉발된 산업혁명 시기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6장에서 유례없는 착취(특히 아동), 긴 노동시간, 줄어든 임금, 불평등, 자율성 박탈, 환경오염, 위생 악화로 얼룩진 시기로 산업혁명을 묘사합니다. 생산성의 향상이 오히려 지옥을 가져온 것인데, 생산성 밴드왜건 논리에 대한 분명한 반례입니다. @GoHo 님이 언급해주신 것처럼 "새로운 것이 꼭 더 포용적인 것은 아니다."
이후 6장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어떻게 상황이 개선되는지 보여줍니다. 1장에서 제시한 분석틀대로, 생산성 밴드왜건이 발생하기 위한 1. 노동의 한계생산성이 증가 2. 노동자들의 충분한 협상력 이라는 두 조건이 갖춰지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수많은 새로운 업무를 만들고 차티스트들과 같은 길항 권력이 부상하면서 기술 진보가 공유된 번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것으로 3라운드를 마치겠습니다. 5, 6장을 미처 읽지 못하신 분들은 각 장들이 끝나는 바로 이전 챕터 '새로운 것이 꼭 더 포용적인 것은 아니다.'(5장) '기술의 편향에 맞서기'(6장)만 읽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4라운드가 시작됩니다. *4라운드 - 16일차 (2월 17일) ~ 20일차 (2월 21일): 7장, 8장 이제 20세기로 넘어가니까 더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기 진도에 맞춰서 읽으시다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7장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 347쪽 제2 차세계대전 이후에 공유된 번영을 가능케 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이 장의 앞에서 강조한 두가지 요소에 있다. 첫째, 테크놀로지의 방향이 모든 숙련 수준을 통틀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업무와 일자리 기회를 열어 주는 쪽을 향했다. 둘째, 생산성증가의 이득이 노동자들에게도 분배되게 하는 제도적 배열이 존재 했다. 360쪽 긴 역사적 시간으로 보면 제2 차세계대전 이후에 몇 십년은 독특했다. 알려진 바로는 이렇게 빠르고 널리 공유된 번영의 시기는 전혀 없었다. 361쪽 서구 세계에서 전에 없이 공유된 번영의 시대가 펼쳐 지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세 개의 집단은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득 모두에서 배제 되었다. 여성, 소수자(특히 미국의 흑인) 그리고 이민자다. 363쪽 한국에서는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위기의식, 그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 운동이 강했던 것이 공유 된 번영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십 년의 장미빛 시절 이야기로 이후 8장부터는 다시 절망의 시기로 빠져든다고 하니 소중히 읽어야할 챕터가 바로 7장이었습니다. ㅠㅠ
<8장 디지털 피해> 369쪽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노동자의 업무를 자동화했고, 자본에 비해 노동에 불리하게, 그리고 대졸이나 대학원졸 노동자에 비해 저학력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370쪽 그리고 더 중요하게, 이윤 추구와 주주 가치 극대화가 공공선이라는 새로운 비전이 사회의 상당 부분에 걸쳐 주된 조직 원리가 되었다. 393쪽 경영대학원에서 훈련받은 경영자들이 생산성, 매출, 수출, 투자를 더 향상시켰다는 증거는 없다. 그래도 이들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는 하는데,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MBA가 아닌 경영자들에 비해 스스로에게 막대한 보상을 주는 경향도 더 크다. 422쪽 그러나 1980년 이후로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 살펴보았듯이, 이 시기에 자동화는 더 빠르게 벌어졌지만 자동화의 노동자 적대적인 편향을 상쇄할 테크놀로지는 별로 생겨나지 않았다. 노동운동이 약화되면서 임금 증가도 둔화되었다. 노동계의 저항이 부재했던 것은 자동화가 한층 더 강하게 추진되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상당히 공유된 번영이 존재했던 시기에도 많은 경영자들이 자동화 쪽으로 선호를 가지고 있었다. 노동 비용과 노동자의 협상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동 운동과 정부 규제에서 나오는 길항 권력이 약화되자 지대의 공유도 줄어들었고 자동화로의 편향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 생산성 밴드왜건에 올라탈 수 있는 사람은 훨씬 적어졌다. 423쪽 결론적으로, 테크놀로지의 편향은 아주 많이 “선택”의 문제였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이어서 테크 미래주의자들이 사회를 재구성하는 도구를 새로이 발견하면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그 도구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8장에서 암울한 이야기를 잔뜩 쏟아내고는 인공지능 때문에 더 나빠질 것이다 하고 9장을 예고하며 끝냈네요.
제가 밑줄 친 부분과 많이 겹치네요. 잘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9장 읽으시다가 너무 암울하다면 제가 첨부해드린 비평글을 한번 참고해보세요. 설득력이 있는지는.. 아직은 모르겠네요
책에 대한 비판 글 잘 읽었습니다. 두 편 모두 상당히 기네요. ^^ <권력과 진보>를 포함해서 책이라는 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는 창작물이죠. 그 주장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얼마든지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누가 더 논리적이고 자료에 기반한 주장을 하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일 같습니다. 어쨌든 비판글에서 수긍할만한 주장들이 상당부분 눈에 띄네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성숙한 AI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그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지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제 분야는 경제학이라는 학문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인과관계의 결정물입니다. 전 <권력과 진보>에서 주장하는 바들 중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AI가 발전하면서 비숙련 노동 부분의 일은 줄어들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고학력 노동자들의 일은 그럴 것 같지 않구요. 전 그 정도만 예상합니다. 딱 그 정도 입니다. 소개해주신 책과 비판글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이제 4라운드를 끝내고 5라운드를 시작합니다. *5라운드 - 21일차 (2월 22일) ~ 25일차 (2월 26일): 9장, 10장 드디어 인공지능을 다룬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저자들의 입장에 반대하는 경제학자 조슈아 갠스(Joshua Gans)의 비평을 첨부합니다. 저는 <예측 기계> 라는 책으로 저자를 처음 접했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입장을 좀 더 폭넓게 접하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합니다. 마침 <AI 경제학> 이라는 책도 냈네요. https://joshuagans.substack.com/p/are-acemoglu-and-johnson-right-about?t= (비평글을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AI 경제학 - 경제 시스템의 판도 변화저자들은 《예측 기계》에서 인공지능 경제학을 위한 체계를 제시했으나, 인공지능의 또 다른 핵심 부분, 즉 시스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못했다. 이 책에서 남은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기회와 도전을 설명한다.
예측 기계 - 인공지능의 간단한 경제학누군가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마법과도 같은 미래를, 누군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그린다. 이런 막연한 낙관과 공포를 극복하고,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본질과 이것이 초래할 변화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그 도구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p424' 그래도 9장 어디쯤에 한 문장의 희망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올려주신 두 개 링크는 9장을 모두 읽고나서 읽어봐야겠습니다.. AI 번역에 의지해서..ㅎ
잘 읽었습니다 21세기 자본 나왔을 때와 논쟁의 양상이 유사하네요 https://youtu.be/hjFRF36xnQM?si=yH8V_2kg0Yb3cFQE 이 영상을 보면서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 AI에 대해 걱정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최적의, 결과적인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제공하지 않는 권력의 불균형이 있다는 점에 대해 여전히 걱정합니다. 새로운 기술적 개선에 대해 여전히 희망적이지만, 우리의 정치 및 사업 기관에서 선택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합니다. / Joshua Gans ] AI에 대한 견해는 다르지만 저자의 기술 발전에 따른 '공유된 번영'이 '선택'의 문제라는 견해에는 동의 하는 것 같네요.. "우리가 만든 기계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데이터에 기반해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작동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꺼야 할 시점이 언제인지를 너무 늦기 전에 알지 못할 수 있다. p465" AI에 대한 조슈아 간스의 견해도 공감이 되지만, 인류의 터전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의 예측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AI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입니다..ㅎ
아이, 로봇2035년,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제공받으며 편리하게 살아가게 된다.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로봇 3원칙이 내장된 로봇은 인간을 위해 요리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없어서는 안될 신뢰 받는 동반자로 여겨진다. NS-4에 이어 더 높은 지능을 가진 로봇 NS-5의 출시를 하루 앞둔 어느 날, NS-5의 창시자인 래닝 박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시카고 경찰 델 스프너는 자살이 아니라는데 확신을 갖고 조사에 착수한다. 끔찍한 사고 이후 로봇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던 그는 이 사건 역시 로봇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숨은 음모를 파헤치는데...
이제 책 후반기에 들어왔으니 이 책에 대한 비판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비판은 위의 조슈아 갠스의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좀 더 깊이있는 비판은 아래 노아 스미스(Noah Smith)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번역기로 훑어봤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요약해서 한번 올리겠습니다.) https://www.noahpinion.blog/p/book-review-power-and-progress?t=
발달된 기계와 새로운 숙련 교육의 결합이 기회의 창출과 노동자에 대한 수요 증가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20세기 전반뿐 아니라 전후 시기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했다. (...) 저숙련 노동자도 고용될 수 있었고, 회사에서 교육 훈련을 받아서 발달된 기계와 함께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고학력 저학력을 통틀어 모든 종류의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저숙련 노동자들에게도 몇몇 가장 좋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 기회가 열리면서, 번영이 더 폭넓은 계층으로 공유되게 할 강력한 경로가 생긴 것이다. p332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현대의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미)이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기술 발전의 변화가 빠르다보니 기업들은 우위의 패권 다툼을 위해 저숙련자를 교육 훈련시키는데 들일 시간도 관대함도 없어 보입니다. 이는 다른 출발선 상에서 기회의 불평등을 겪으며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불평등 상황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겠지요.. 예전에는 기본적인 역량만 갖추고 입사하여 기업에 맞게 일을 배우면서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했다면.. 현대는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갖추고 입사하여 그 역량을 발휘하며 성장.소진되어가는..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해 길항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채널이 없었다면 복지 자본주의는 희망사항 이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p335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서구 세계에서 전에 없이 공유된 번영의 시대가 펼쳐지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세 개의 집단은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득 모두에서 배제되었다. 여성, 소수자(특히 미국의 흑인) 그리고 이민자였다. p362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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