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진보에 의한 공유된 번영이 자동적이지 않다고 구호처럼 주장하는 대신, 왜 그런지 경제적 메커니즘을 통해 분석하는 부분이 저에게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경제학자가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다룬다고 할 때 기대하는 바가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기술 진보가 공유된 번영으로 이어지리라는 낙관은 ‘생산성 밴드왜건’ 이라는 개념에 기초합니다. 도식적으로 보면 생산성 밴드왜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 진보 → 생산성 향상 → 1) 노동 수요 증가 → 2) 임금 상승
저자들은 이 인과적 연쇄 중 뒷 두 단계가 특정 조건 하에서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1) 노동 수요 증가 : 한계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을 때 (새로운 업무 창출이 한계생산성을 높인다.)
2) 임금 상승 : 노동주와 고용자의 관계가 억압적이거나, 다른 고용주와의 경쟁이 없거나, 노동자의 협상력이 발휘되지 않을 때.
이러한 분석 끝에 저자는 “공유된 번영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고 테크놀로지의 이득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분배될 수 있어야만 가능”하고, 이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권력과 진보> 함께 읽기
D-29

존르카레라이스

존르카레라이스
제작년에 의료 인공지능을 다룬 <딥 메디슨>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책은 현재 의료 시스템을 빠르고 얕은 의료로 진단한 후 미래의 의료 인공지능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당시에도 기술이 좋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그믐 블로그에 책 후기를 남기면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그의 전망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분석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이라기 보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의료의 기술적 측면에만 기반한 낙관론이자 그래야 한다는 규범적 이상이다.
나는 단순한 이유에서 그런 식으로 흘러갈 것 같지 않다는 쪽이다. 이미 IT기술에 힘입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겪은 다른 산업군을 보면 그러하다. 대개 자동화는 인원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존에 의사나 간호사들이 하던 일이 자동화되는 상황에서 병원이 비싼 임금을 들여 이들을 고용할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었는데 의료 분야라 해서 다른 분야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생각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집어내지 못했는데, <권력과 진보>의 생산성 밴드왜건과 관련한 부분을 읽으면서 좀 더 이해가 깊어진 것 같습니다.
(<딥 메디슨> 에 대한 당시의 감상을 그믐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gmeum.com/blog/curry/1398 )

딥메디슨 - 인공지능, 의료의 인간화를 꿈꾸다저자는 의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던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40여 년을 돌이켜보며 눈부신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치료 성적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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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블로그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책 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의술 대신 기술이 진료하는 시대..
의사는 진료시간을 확대할까.. 진료인원을 확대할까.. 하는 물음이 생겼습니다..ㅎ
링크 꼬리에 ) 괄호가 붙어서 연결되지 않습니다.. 지워주시면.. ^^;

존르카레라이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권력과 진보>의 저자들은 아마 <딥 메디슨>을 테크노-낙관주의로 치부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의료라는 구체적인 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어느 단계에 왔는지, 빠른 시일 내에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GoHo 님께서 가지신 의문이 <권력과 진보> 의 저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물음일텐데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고 있네요. 게다가 기업화된 대형병원이라면 의사조차도 의사결정권이 없을 것 같네요.
링크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교동들고양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인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존르카레라이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모건 하우절 좋아합니다. 지난 달에 읽고 매 연말마다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권력과 진보>도 함께 즐겁게 읽어요!
밥심
“ <2장 운하의 비전>
101 쪽
우리가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는 우리가 그리는 진보의 방향이 무엇인지와 무엇을 감당 가능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102 쪽
비전이 없으면 테크놀로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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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우리가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는 우리가 그리는 진보의 방향이 무엇인지와 무엇을 감당 가능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지에 달려있다. 또한 우리가 실수와 현장에서 나오는 증거에서 무엇을 배우는지에도 달려 있다. ”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p.101 (2장 운하의 비전),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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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하지만 비전은 가시 범위를 제한하는 왜곡된 렌즈이기도 하다.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p.102 (2장 운하의 비전),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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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다른 이들의 목소리, 특히 그의 비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았을까? 답은 사회적 권력과, 또한 정말로 우리가 "공화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잇는지와 관련이 있다. ”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p.104 (2장 운하의 비전),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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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공화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역할에 부여되는 의무를 행하고 있는지 묻는걸까? 궁금해져서 구글에 여러 키워드로 검색해보았어요. '공화국의 시민'의 의무는 무엇이 있을까? 라고 물어봤을 때 스스로 답을 잘 내놓지 못하겠더라구요. 투표권 행사, 말고는 명확히 말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 부끄러웠네요.
미국의 주 정부,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정부 공식 페이지에서 '시민의 의무와 책임'이라는 카테고리로 시민의 의무를 나열하거나 예시를 들어준 내용도 확인하고 기타 페이지 사용자들이 '시민의 의무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달아준 답도 읽어봤는데 하나같이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우려 사항이나 의견을 표출하는 것', 그리고 '정보를 놓치지 말기(*주변 사회 상황을 인지하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이 문장들 만으로도 2장을 마무리하며 작가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되는 것 같네요. 이미 거대한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의 비뚫어진 비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공화국 시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내용이 이어질 것 같은데, 어떤 예시들과 이야기로 이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줄지 기대 됩니다.

존르카레라이스
저도 궁금했었는데 찾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흥미롭네요.

루나84
“ 생산성 증가가 필연적, 자동적으로 폭넓게 공유되
는 번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공유된 번영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고 테크놀로지의 이득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분배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41,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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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84
1장을 다 읽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흥미로워 보입니다.

존르카레라이스
네, 2장부터는 1장에서 제시된 저자들의 관점이 타당한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검토합니다. 물론, 저자들은 이러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1장에서와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례를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례 자체가 극적일 뿐만 아니라 저자들의 서술도 흥미진진하여 2장부터는 책이 더 잘 넘어갑니다.

하금
“ 이와 같은 좁은 의미에서의 권력은 투입이 얼마가 되었든 산출에 더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능력, 듣고 있기보다는 말할 수 있는 능 력을 의미한다. 어느 면에서 이것은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수 있는 능력이다. ”
『권력과 진보 -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p.106 (3장 설득 권력, 칼 도이치 『정부의 신경망』인용),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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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매 장의 시작마다 인용 되는 글들이 짧지만 강렬하네요. 듣기보다는 말하기가 시민으로 갖추어야하는 태도겠구나, 하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듭니다.

존르카레라이스
저는 거칠게 질문을 던졌지만,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Harry Frankfurt)는 좀 더 정교한 논증으로 경제적 불평등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불평등 보다는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는지 여부(충분성 원칙)이고, 충분한 수준 이상의 자원을 가진다면 다른 사람이 더 많이 가진 것은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고 논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정책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중요한 것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적절한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몇 해 전에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 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자유로서의 발전>을 그믐에서 했습니다. 책에서 이러한 주장을 접했고 당시 모임에 참여하신 @ 장맥주 님께서 논의를 풍부하게 해주셨습니다. 관련하여 그때 모임에서 논의했던 것과 @장맥주 님께서 쓰신 칼럼의 링크를 첨부합니다. (현재 모임에 참여하지 않아 @장맥주 님 멘션은 안되네요.)
https://gmeum.com/meet/345?talkId=16129
https://v.daum.net/v/k8VpLaljQw?f=p

평등은 없다 -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빈곤이다《개소리에 대하여》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정치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의 경제 불평등 분석서이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이 도발적인 책을 통해 “사회정의의 목표는 경제적 평등을 달성하거나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는 빈곤을 완전히 제거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서의 발전아시아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 아마티아 센.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웅대한 문제의식의 결정판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장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의 목표임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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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얼마 전 <좋은 불평등> 이라는 책으로 그믐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국내의 불평등 지표의 통계치 변화를 대상으로 불평등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쓴 책으로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좋은 불평등 -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일반시민을 위한 한국경제 불평등 교과서’를 목표로 집필된 책이다. ‘시민을 위한 불평등 교과서’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책 결정권자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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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르카레라이스
아 모임을 했었군요.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까 먹고 있었는데, 다음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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