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있으세요? 이제 곧 생각할 수도 없게 되리라는 걸 알지만 나는 괜찮아요. 오래전부터 이렇게 바람과 햇빛과 물만으로 살 수 있게 되기를 꿈꿔왔어요.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32,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 고향에서도 불행했고 고향 아닌 곳에서도 불행했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했을까요.
나는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요. 어떤 끈질긴 혼령이 내 목을, 팔다리를 옥죄며 따라다녔을까요. 아프면 울고 꼬집히면 소리치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언제나 달아나고만 싶었어요. 울부짖고 싶었어요.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34,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이 방의 문은 밖에서 잠긴 게 아닐까, 하고 아이는 문득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와 아빠가 여기 있는 걸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57,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 ......또 먹고 싶은 거 없냐?
아이의 시선을 의식한 아빠는 불콰해진 뺨으로 묻는다. 반투명한 고량주병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걸 아이는 본다. 그게 미워서 아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짜장면은 맛이 있고, 고량주를 더 주문하는 대신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지켜보는 아빠에게 아이는 자꾸만 화가 풀어지려고 한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65,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 .......지겨워, 눈은 영락없이 그 인간이네.
아이가 눈을 꿈벅꿈벅하는 동안 엄마는 아이의 가슴에 서늘한 금이 그어지도록, 그래서 그만 눈물이 날 만큼 매몰차게 아이의 어깨를 떠밀고는 돌아앉아버렸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83,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 아이에겐 울 힘이 없다. 그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는 막연하게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꼭 쥐었다 놓은 것처럼 거북한 배, 금세라도 다시 토할 것 같은 위장으로부터, 제 토사물의 역한 냄새로부터, 어두침침한 욕실 백열등으로부터, 이 외진 소음의 여관방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97,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꼬리별님의 대화: [1.27 - 1.29 / 파트 A / 내 여자의 열매 -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A-1. 책을 받아든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 책을 읽고난 후 무엇을 얻게 되길 기대하시나요?
'단정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랑무늬영원>과도 디자인이 차이나지 않아 둘을 헷갈리기도 했어요.
한강작가님의 작품을 더 이해하고, 다음에 읽을 <채식주의자>의 씨앗을 잘 유추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존재의완성
“ 정오가 가까웠다.
무른 복숭아살 같은 햇볕은 무수한 모래 먼지며 꽃가루들이 제 몸에 달라붙도록 내버려둔 채 거실 바닥으로 물컹물컹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 들큼하고 미지근한 볕을 흰 러닝셔츠 바람의 등짝으로 받으며, 아내와 나는 말없이 일요일 자 조간신문을 나누어 읽고 있었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9,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존재의완성
문장 수집 기능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듯.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존재의완성
“ 어떤 까닭이었든 이제 베란다에 남은 것은 메마른 흙이 채워진 직사각형의 화분들뿐이었다. 그 죽은 화초와 채소 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창틀에 화분을 올려놓으며 차가운 빗속에 손을 적셔보곤 하던 날
들은, 젊었던 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23,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존재의완성
“ 허기와 피로 때문에, 밥 떠먹을 깨끗한 숟가락 하나도 남김없이 싱크대의 개수통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식기들 때문에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먼 곳에서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다는 것 때문에, 긴 비행 시간 동안 겪은 소소한 일들과 이역의 기차에서 본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피곤해?' 라고 물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괜찮아' 라고 강인하고 참을성 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외로웠다. 외로움 때문에 화가 났다. 내 몸이 보잘것없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에게 엉겨붙지 않는 듯한 느낌, 어떤 옷으로도 가릴수 없는 한기, 무엇으로도 누구로부터도 위로받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용케 스스로에게 숨겨왔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났다. 언제 어디에서나 혼자이며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미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28,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꼬리별
존재의완성님의 대화: 문장 수집 기능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듯.
그래도 나중에 모아볼 수 있어서 좋답니다!
존재의완성
“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해질녘에 아이는, 여관방 창 너머로 아스라이 사위는 바다를 항해 걸어가고 싶어진다. 흙펄을 핥는 파도의 거품이 흰빛인지 황금빛인지 가까이서 보고 싶어진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 정판』 p.43,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존재의완성
“ 아이가 개들을 만난 것은 오후 두 시경의 일이었다. 하지만 해질녘이 되면 그 개들도 흰 흙펄에 비친 석양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아이를 에워싸고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대는 대신 잠자코 아이와 함께 걸어가지 않을까? 일렬로 바다쪽을 향해 앉아 꼼짝 않고 일몰을 지켜보지 않을까? 이맘때가 되면 언제나 그것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47,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존재의완성
“ 다시 해가 진다.
아이는 겹쳐놓은 베개들 위로 올라간다. 창틀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괸다. 세상은 차츰 어두워질 것 같지만, 그렇게 어두워지고 말 것 같지만, 해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는 깜짝 놀랄 만큼 환해진다. 마치 꿈속같이, 그 순간만큼 세상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49,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존재의완성
“ 엄마가 얘기해준 과수원은 다른 곳에 있는 거 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내일이라도 거기를 찾아간다면 복사꽃들이 만발하고 햇살이 찬연한 곳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엄마를 찾아내지 못한 건 그 진짜 과수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배꽃 환한 그늘 아래 앉아서 아이를 향해 두 팔을 벌릴 거라고, 그 가슴팍에서 향긋하고 끈끈한 과즙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55,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GoHo
꼬리별님의 대화: [1.27 - 1.29 / 파트 A / 내 여자의 열매 -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A-1. 책을 받아든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 책을 읽고난 후 무엇을 얻게 되길 기대하시나요?
이정도 두께의 다른 책은 한숨을 한 번 쉬었겠지만..
이책은 손에 쥔 순간 부자가된 기분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의 씨앗과 잘 대면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ㅎ
꼬리별
GoHo님의 대화: 이정도 두께의 다른 책은 한숨을 한 번 쉬었겠지만..
이책은 손에 쥔 순간 부자가된 기분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의 씨앗과 잘 대면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ㅎ
[책증정] 조선판 다크 판타지 어떤데👀『암행』 정명섭 작가가 풀어주는 조선 괴담[북다]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함께 읽어요! (+책 나눔 이벤트)[책 증정] Beyond Bookclub 10기 <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여러분의 처방책이 필요합니다.
결혼하는 같은회사 직원에게 선물할 책을 추천해주세요.수험생이 시집이 읽고 싶대요. 스무살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을 추천해주세요.[책처방] 5.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추천받고 싶어요.
독서모임에선 책만 읽는다? 댓츠 노노!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프리스타일 랩을 위한 북클럽 《운율,서재》
2월 8일(토) 달오름극장에서 만나요.
[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2월 26일(수), 함께 낭독해요 🎤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2월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이달의 고전] 2월 『제5도살장』 함께 읽어요[이달의 고전] 2월 『양철북』 함께 읽어요[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책도 벽돌, 독자들의 대화도 벽돌!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 이즈>[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작품 말고 작가가 더 궁금할 때!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Re:Fresh] 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다시 읽어요.
illef의 깊이 읽기
AI 교과서(AIDT)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왕의 목을 친 남자 - 사형집행인 샤를 앙리 상송의 이야기
매달 만나는 젊은 작가의 달달한 로맨스 🧁
[북다]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함께 읽어요! (+책 나눔 이벤트)[북다] 《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달달북다07)》 함께 읽어요! (1/23 라이브 채팅!)[북다] 《지나가는 것들(달달북다06)》 함께 읽어요! (책 나눔 이벤트)[북다] 《빛처럼 비지처럼(달달북다05)》 함께 읽어요! (+책 나눔 이벤트)[북다]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달달북다04)》
📩 닫히지 않는 편지 가게 글월
편지가게 글월 / 백승연 지음 (2024 런던 국제 도서전 화제작)[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편지 가게 글월] 서로 꿈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전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SF 어렵지 않아요! 함께 읽는다면
[함께 읽는 SF소설] 03.키리냐가 - 마이크 레스닉[함께 읽는 SF소설] 02.민들레 와인 - 레이 브래드버리[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