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이미지가 한 장 첨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오늘 시를 읽고 떠오른 풍경과 가장 비슷한 그림을 가져왔어요. 캐나다 출신 아서 헤밍(Arthur Heming) 작가의 황야의 우편 배달부(Postmen of the Wilderness)입니다. 1921년에 그린 작품이라고 해요.
아주 어릴 때 색맹 진단을 받은 헤밍은 일평생 주로 흑백, 그리고 포인트 컬러로 노란색을 사용한 작품을 그렸다고 해요. 그 샛노란 색이 시의 2연 '쥐고 있는 손을 펴면 내 마음이 들려 있고'에 묘사 된 '내 마음'의 색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네요.
남이 무슨 말을 해도, 심지어는 다정한 껍데기를 둘러 건네도 삼키기 쉽지 않은 날들이 있잖아요. 도무지 오늘은 어떤 형태의 잔소리나 충고, 조언도 듣고 싶지 않을만큼 예민한 날이요. 마음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시기가 지나고 눈발이 잠잠해지면 시인처럼 눈발에 파묻혀 있는 사람들의 다정함을 다시 곱씹어보는 것 같아요. 집어 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 흙먼지를 털어 쌉쌀한 맛이 다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시 속의 그 모든 과정이 내가 쓰다고 뱉어버린 애정어린 잔소리들을 주워먹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지금 당장은 삼키지 않을 쓴 약을 주는 마음으로 잔소리를 할 때가 있죠. 틱틱댔어도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나 아니면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그 말을 되새겨줄거라고 생각하면, 그 잠시의 무안함과 속상함을 잊고 입술을 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다정함을 되새기게 하는 시 같네요.
https://youtu.be/10zxBMvH23s?si=EFtyuoQ_PTPH58ah
오늘은 왠지 비염이 심해져서 일은 아무리 해도 손에 안 잡히고, 글도 안 읽혔는데 이 곡이랑 같이 겨우 시를 읽고 감상을 썼어요. 크리에이터의 자작 피아노 연주곡이라고 하는데 만약 오늘 종일 혼란스러운 기분에 휩쓸려 다니셨다면 추천드리고 싶어요.
jena
하금님 어느날보다 수고하신 날이었네요
오늘 저도 기침이 종종나서
미세먼지가 많은날인가?하고 날씨앱을 자주 들여다보았네요
오늘밤엔 더 쉼이가득한 시간보내셔 서
컨디션이 좋아지시면 좋겠어요^^
밝은바다
손으로 툭툭 털거나 입으로 후 불어
얼굴을 확인한 다음
쥐고 있는 손을 펴면
내 마음이 들려 있고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피부와 마음>, p.138, 전욱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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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바다
<피부와 마음>
다자이 오사무의 '피부와 마음'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피부와 마음' 이라는 제목에서 '겉과 속'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줄어든 사람의 손에 들린 내 마음.
그 마음을 입안에 넣고,
줄어든 사람의 몸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고.
가식적인 모습은 줄여서 없애고,
진짜 내가 원하는 '마음 먹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 먹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jena
진짜 내가 진짜 원하는 마음먹기~~
멋지고, 좋은 생각인것같아요
쉽지않지만
밝은바다님이 이일을 이루어가시면 좋겠어요
응원의 마음을 전해드려요^^
jena
밝은바다님~ 메세지 사라졌는줄알고 글을 남겼는데,
찾아서 연락드렸어요^^
밝은바다
그림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읽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풍경과 정말 흡사한 이미지에요!
하금
“ 하지만 내 타고난 명랑은 곧잘 낙관주의로 이어져선 종국엔 다 잘 될 것이다, 이런 근거 없는 희망을 속에 품게 하고 말지요. 그러니까 그다지도 슬퍼하진 않는 거예요(이게 과연 다행인 일일까요?). ”
https://youtu.be/GBAa4TDzEVU?si=tUTD5eEEwGy0qBlR
Outro 아웃트로 라는 제목의 피아노 곡이에요. 오늘 편지와 어울리는 듯 하여 달아둡니다.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라는 제목의 지금은 절판 된 책이 있는데 한때 제가 정말 좋아했던 장편소설이에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 베버의 시선으로 그녀의 삶을 풀어내는 내용인데 실제로 둘이 주고 받았던 편지와 기타 기록물을 바탕으로 쓰여서인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주변 상황 묘사가 생생해서 특히 좋아했어요.
책 한 부분에서 콘스탄체가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죽은 모차르트에게 말을 걸 듯 혼잣말을 하는데, 오늘의 편지가 딱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더이상 조언을 구할 수도 없고 안부를 물을 수도 없는 상대에게, 답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말을 거는 느낌? 답은 오지 않아도 내 마음은 편해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을 이겨 낼 힘을 받기 위해 어제의 사랑의 힘을 빌리는 느낌이라 쓸쓸해도 참 다정한 기운이지만, 그래도 영영 그렇게만은 살 수 없으니까요. 그 시기는 아웃트로처럼 흘려보내고 새로운 챕터로 걸어들어가야만하겠구나, 싶어지네요.
jena
하금님이 공유해 주신 음악을 들으면서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 생각들이 찾아오는 시간이었어요
음악을 플레이하니 악 기를 누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구요
아마도 전자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나는 소리일꺼에요
보통 연주자, 음향 관계자들은 이 소리가 녹음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요...
그런데 오늘은 이 소리가 정겹게 다가왔어요
열심히 건반을 누르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소리로 전하는 사람의 마음과 애씀이 느껴져서요~^^
내가 원하지 않는 소리들...그런데 그 소리들에도 누군가의 애씀과 좋은 마음이 담기어져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잘 들었어요.....^^
아웃트로~~~가 곡의 제목이었군요
아웃트로는 곡의 후주이쟎아요
곡의 끝을 알리는 부분에 연주되는 것이요.... 무언가의 끝에는 그동안 수고하며 내는 모든 소리를 가감없이 들려주는 것도 좋으네라는 생각까지 해보게 되었어요
오늘도 좋은 음악 잘 들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jena
현재 (계절서간 ㅡ2월)이라는 글로
편지를 전달하는 활동이 진행되는거 아시죠?
(각자의 메일로 확인 가능해요)
이 방에 있는 책친구들과 편지를 공유하고 싶으시면
메일 주소를 알려주시거나
저의 sns로 연락을 주세요
오늘까지 두개의 서간문을 받았어요
빨리 공유드리고 싶어 우선 두개의 서간문을 보내드렸고요
앞으로 모이는 글들을 추가해서 일주일간 메일로
보내드릴께요^^
서간문을 받은 느낌은 잘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2/28 , 3/1
이틀동안 나누어가기로해요^^
밝은바다
차고 딱딱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따뜻이 그리고 조용히 흐르고 있어야 하는구나, 그때 생각했지요. 온기를 품는다는 건 이 세상에서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계절 서간 - 겨울>, p.145, 전욱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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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a
2월 23일(편지)
‘계절서간- 겨울’
‘도래할 나날에 살포시 기대를 걸어봅니다’
‘조금 축축해져 돌아오곤 합니다’
이 문장들이 배치된 초반에 마음을 많이 두지 않으려하며 뒷부분의 그들을 빠르게 읽어갔네요
그래도 위의 문장이 반대편에 선 듯한 느낌을 주며 제게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이 문장들도 좋았습니다
‘차고 딱딱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따뜻이 그리고 조용히 흐르고 있어야 하는구나.
온기를 품는다는 건 이 세상에서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
당신이 지금 곁에 있다면, 나도 그게 가능할 텐데요.’
어떤 설명이 필요없는 그런 문장으로 제게 다가왔어요
차고 딱딱해지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흐 르는 온기를 품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이 저에게 찾아오기도 하겠지요...
아주아주 작고 조용해서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위해
나직한 노래를 시키며
물이 얼어서 된 얼음 아래
슬픔이 코 고는 소리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p.142 (2월 24일의 시, 해빙기), 전욱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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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얼어 붙은 마음, 이라지만 왠지 살얼음 낀 슬픔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해보이는 저수지가 떠올랐어요. 안개도 짙게 끼고, 나무도 하나 없이 오로지 회색빛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갇힌 깊은 물. 그 위에 뽀얀 먼지처럼 내려 앉은 눈, 그 위로 찍힌 수를 헤아릴 수 있을만큼만 많은 발자국들.
사랑을 시작하기 전 단계는 어떤 모습인가 그려보게 하는 시였던 것 같아요. 굳이 다쳤기 때문에 닫혀있다기보다는, 그냥 나눌 사람이 없어서 닫혀있던 아믕도 있지 않나 싶네요. 나누는 법이나 표현하는 법을 잊고 주인인 나도 자주 메만져주지 않아서 먼지가 쌓인 마음이 그려졌어요. 시나 영화, 그림이나 글 등으로 자주 내 마음을 헤아리고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기록하거나 나누는 버릇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누가 내 마음에 걸어들어와 첨벙 빠졌 을 때 어떻게 구조해줄 수 있을지 알지 않을까요. 내가 내 마음의 깊이와 슬픔의 종류를 아는 건 나와 나를 사랑할 타인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https://youtu.be/s1ANJIYIB6k?si=v27iH6aebntNnMrk
오늘의 시는 아무래도 영화 <윤희에게>가 떠올라서, 차분한 편지 나레이션이 포함 된 플레이리스트 링크를 함께 공유 드려요. <윤희에게>도 내가 묻고 살았던 지난 날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에서 파생되었으나 내가 덮어두느라 잘 살피지 않았던 지금의 내 마음을 돌보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분들은 이 영화가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
2월 한 달 내내 제가 좋아하는 노래 부터 영화까지, 시 말고도 다양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또 뿌듯하기도 하네요ㅎㅎ.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밝은바다
'살얼음 낀 슬픔' 같은 저수지- 외롭고 불안하고 슬픈 느낌이에요.
다쳐서 닫힌 마음도, 나눌 사람이 없어서 닫혀있던 마음도, 먼지가 쌓인 마음도 공감가요.
<윤희에게> 못 본 영화인데, 보고 싶네요! 노래와 영화, 그림도 나눠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jena
글에 등장한 저수지 느낌이 외로움, 불안, 슬픔으로 느끼셨네요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이 아닌
가두어져 있는 저수지의 물을 생각하니 더욱 슬픔이 가득해지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