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7회차 도서는 마거릿 애트우드 저, <시녀 이야기>입니다.
정해진 모임기간까지 책을 완독하신 후 해당 모임에 댓글 형식으로 감상을 남겨주세요.
작품을 이해하는데 곁들인 외부 자료가 있으면 공유하셔도 됩니다.
감상에 정해진 분량은 없으며 타인의 감상에 대해 피드백을 다는 것은 자유입니다.
모임 기간 내로 댓글을 올리지 못하신 분은 모임 룰에 따라 다른 책에 대한 100자 평을 남겨주셔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이츠발 독서모임, 7회차: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저
D-29
어슐러펭귄모임지기의 말
에밀리브론테랭
개인적으로 이번 책은 정말 괴롭지만 그만큼 재밌게 읽었네요ㅠㅠ저번 회차부터 감상을 노트에 기록 중인데 그대로 옮겨와 올려봅니다!
난 이 책이 중세나 옛날이야기인줄 알았다. ‘시녀’라는 단어 선택이 그러했고, 오래 전 언뜻 스쳐 본 이미지가 하얀색 베일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첫장에 나온 배경의 묘사가 현대라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나의 당황을 우습게 보듯이, 이어지는 묘사는 더 충격적이었다. 사회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을 보는 느낌이었다. 역행한 사회에서 계급으로 가려진 옷을 입고 인간이 아닌 도구로 취급 받으며 자살이 허락되지 않는 방에서 임신을 기다리는 삶..쓸모없으면 버려지는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주인공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 여성들을 보며 나 또한 저들 중 하나려나 짐작할 뿐이다.
매 장면이 답답하고 괴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본 관광객들과 만남, 탈출한 줄 알았던 모이라와 재회한 장면이다. 먼저 일본 관광객들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이 상황이 전세계에 적용된 줄 알았다. 한 나라만 이럴리 없다, 세계 정복의 느낌으로 전세계가 이러니 어쩔수 없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주인공을 구경거리로 보는 장면은 매우 기습적이고, 지금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인지 깨닫게 해주었으며, 행복하다 답할 수 밖에 없다는게 나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두번째로 모이라..주인공처럼, 나 또한 모이라만은 앞서 그랬듯이 이 답답한 상황에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안겨줄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클럽에서 그런 모습으로 재회 했을 때, 그나마 자유롭다고 말하는, 약간의 체념에 빠진 모이라를 보며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짓밟히지 말라’는 문구를 다시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 제발 해피엔딩을 내주라고. 픽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있을 법한 상황들에 괴로웠다. 몇번이나 마지막 장을 미리 보고 싶었지만, 괴로운만큼 재밌어서 참고 끝까지 읽었다. 하지만 길리어드 연구학 제 12회 심포지엄 속기록의 ‘그들이 하는 말들은 그들이 온 세상의 어둠에 흡수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우리 시대의 선명한 빛 속에서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해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문구처럼 주인공의 결말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암흑일까 빛일까. 그저 조금이나마 그녀가 평온했기를 빌어본다.
어슐러펭귄
안녕하세요! 중간 점검 기간까지 빠르게 완독해주시고 제일 먼저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0^ 기록해주신 감상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도 이 책을 사전 정보 없이 읽었을 땐 '과거에 대한 대체역사물인가?' 했는데 현대의 이야기라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브론테님의 말씀대로 그래서 작중에서 묘사하는 디스토피아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었습니다.
언급해주셨던 장면에 대해선 책을 읽은지 오래 되어서, 일본인 관광객을 만났다는 장면은 지금에서야 기억이 났는데 새삼 충격적인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이라의 이야기 경우에는 아직도 기억이 나지만 재회하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참담함이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이야기가 한 번 끝나는 결말부에 이르러서 그러한 참담함이 극대화 되고, 심포지엄을 묘사하는 최종 결말부에서는 결국 그렇게 주인공의 이야기를 알 수 없단 점이 여러모로 읽고 나서 인상 에 남았었네요. 마침 며칠 전에 선정 도서에 <시녀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이 들어왔는데, 추후 <증언들>을 읽으며 뒷 이야기를 확인해보고 싶어요!
시간 들여 독서해주시고 감상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이야기 공감하면서 잘 읽었어요~!
메르카토르
저도 클럽에서 모이라와 나눈 대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초반부터 주인공이 꾸준히 모이라와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데, 모이라의 주도적인 캐릭터성에 몰입해서 읽다보면 이른바 사이다스러운 장면을 기대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예상 밖의 전개라...유독 더 비극적이고 끔찍하게 느껴졌어요.
얼킨
읽을 때마다 감정 소모가 엄청나게 되는 책. 예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 때문에 진도가 더디게 나갔다...
아무리 가상의 세계라지만 여성이 이렇게 고통 받는(비록 내가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일지라도) 내용은 보기가 힘겹다. 왜 이렇게 삶이 힘들어야 하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가부장제 등 여러가지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그런 메세지를 읽어내지 못할 정도로 보여지는 내용들에 충격을 많이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었겠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실제로 일어날 것 같아서 더 소름이 끼쳐온다. 여자는 아기를 생산하는 자궁의 기능이 전부인가, 최근 혈육의 결혼식에서 들었던 말들까지 되살아난다.
소설 얘기로 돌아가자. 내용 외적으로 감탄한 부분이라면 역시 문장 중간에서 억지로 끊어야 했을 정도로 엄청났던 몰입감을 꼽을 수 있겠다. 번역본이 이 정도라면 원본은 어떨까? 어떤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 끔찍한 세계를 표현했을까?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는 사실이었다. 그저 체제에 순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내게 위안을 가져다 주었다. 사방에서는 감시의 눈길, 행동을 통제 당하고, 주변에서 강요하는 목표가 있다. 신경쇠약에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 아닌가.
감상 기록을 위해 복기하고 있으니 우울감이 더욱 심해진다...길게 쓰는건 포기하고 후속권인 증언들을 찾아봐야겠다. 여기서는 조금 더 희망이 있게 끝났다고 했으니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다.
어슐러펭귄
안녕하세요, 얼킨님! 기존에 읽어보셨던 책임에도 다시 읽어주시고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1회독을 한 게 전부이지만, 이야기가 여성에게 유독 버거운 디스토피아 이야기라 얼킨님의 의견에 동감해요.
픽션이지만 단순히 허구적인 상상이 주가 아니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작가의 멋진 문장력이 더해져 정말로 숨이 막히는 디스토피아였지만, 오브프레드의 저항 자체는 저에게도 어떤 위안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증언들>은 언젠가 읽어볼 생각으로 많이 알아보지 않았는데, 희망찬 암시가 있다니 저도 기대가 되네요! 감상 남겨주신 것 감사합니다! 모임 도서 목록에도 추가가 되었으니 함께 읽을 날을 기다리겠습니다!^ㅁ^
랭랭
나 역시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로는 뭔가 중세~근대쯤의 과거를 배경으로 한 가상시대물이 아닐까 싶었는데 현대 배경이었던게 예상 외였다. 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현대 배경일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오히려 몇십 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길리아드의 상황이 지금 일부 국가들과 어느정도 비슷한 면을 보인다는 점이 씁쓸하기도 했다. 아예 허구의 세계를 소재로 한 소설이었으면 소설 속 세계관이 비극적이어도 별로 상관없었을텐데 물론 가상의 세계는 맞긴 해도 군데군데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어서 읽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인 1984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나 나에겐 주인공이 오브프레드가 되기 전에 평범한 삶을 살았고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슬펐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계속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한 나라에만 이런 일이 일어날수가 있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역시 이것도 현실에서도 비슷하게 있는 일이구나... 다들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순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딱히 도망칠 방법도 없다는 사실도 안타까웠다.
여러모로 착잡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소설이고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뭐라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우선 번역은 매끄럽게 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원어가 아니면 잘 와닿지 않는 언어유희가 많은 편이라 언젠가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후속권인 증언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슐러펭귄
안녕하세요 랭랭님! 먼저 빠르게 완독해주시고, 시간에 맞춰 감상 남겨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잘 짜인 디스토피아물은 현실을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다고 언제나 생각해왔는데, 랭랭님의 말씀대로 <시녀 이야기> 역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곳곳에 보여서 괴롭고 씁쓸했던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소설이 오브프레드의 길리어드 이전 살을 비춰준 것이 저도 비극으로 다가왔어요. 분명 본명도 오브프레드 같은 것이 아닐텐데, 딸과 남편을 걱정하며 그리는 모습과 오브프레드의 현실의 차이가 보면서 많이 착잡했네요.
마거릿 애트우드는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 생각하는데, 확실히 번역은 잘 된 편이라 생각하지만22222 원어가 덩달아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후속작인 <증언들>도 언제 다같이 읽어보면 좋겠어요~!! 감상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ㅁ^
붕대
보는 내내 괴로웠다. 처음에 아무 사전정보 없이 볼 땐 이게 뭐야?싶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그저 불쾌하기만 했었다. 그러다 나중에서야 책소개를 읽고 아. 어떤 사건에 의해 과거로 돌아가버린 나라구나 비판을 위한 글이군 하고 적당히 머리속에서 납득시키고 나서야 진도가 나갈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현대에 더 여성을 억압하는 나라를 알고 있어서 더 괴롭게 느낀 것 같다.
끝까지 보고나면 조금은 개운한 기분을 주지 않을까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기력이 빨려나갔다..
이런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알지만 괴로운건 어쩔 수가 없다
페이지수가 많은 것에 비해 빠르게 읽은 편이다 의미없이 길다고 생각되는 묘사와 천천히 곱씹기엔 괴로운 묘사가 많아 빠르게 보고 넘기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같다
이렇게 괴로운 이야기를 읽고나면 항상 이게 뭘 위한 책인가 생각하게 된다. 뒷맛이 좋지않다.. 커다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주인공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혁명가도 아닌 평범한 사회 구성원인 책은 오랜만이라 읽으면서 슈퍼히어로가 나타나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다른 사람 후기를 보며 깨달았는데 나는 이 소설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현실적인 공포... 다음에 읽을 땐 말도 안되는 이야기네 라고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일본 관광객이 나온 부분과 모이라 부분이다. 슬픔과 비참함을 함께 느꼈다
지금보다 상당히 과거의 책인데도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서 놀랍고 후속권은 좀 더 나은 결말이란 말에 조금 희망을 가집니다..!
어슐러펭귄
안녕하세요 붕대님! 완독 후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도 지적해주셨듯, 그리고 붕대님도 말씀해주셨듯 <시녀 이야기>는 여러모로 답답하고 괴로운 소설 같아요. 물론 그만큼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뒷맛이 좋지 않은 결말'이라는 점은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야기를 읽으면서 혁명군이나, 사회를 전복할 히어로를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다는 점까지 참담했던 것 같아요ㅠ_ㅠ 그만큼 현실적이게 잘 쓰인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괴로웠다는 감상에 동의합니다...
<증언들>은 저도 위에서 이야기를 듣고 기대하고 있어요! 언젠가 모임원분들과 함께 읽을 날을 기다립니다 ^ㅁ^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붕대님!
메르카토르
<시녀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제목만 아는 책이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가상미래사회가 배경이다보니 소설을 읽으며 차근차근 이해해야 하는 설정들이 있어서 초반에는 쉽게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끔찍한 처지와 기괴한 사회 행태에 몰입하게 되면서 순식간에 결말까지 읽었다. 주인공이 모이라나 오브글렌처럼 주도적인 인물이 아니라 더 이입하기 쉬웠던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감상은, 정말 역겹고 두려웠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탈출하기를, 모이라와 꼭 재회하기를, 루크와 딸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원하고 예상한 전개도 결말도 아니었다. 특히 모이라와 다시 만나는 장면과 후반에 주인공이 모든 걸 놓아버리고 순응하는 장면에서 그야말로 참혹한 기분을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함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던 이유는, 단순히 소설적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 같아서였다. 가임기여성지도, 비혼여성과 딩크족에게 이기적이라고 하는 시선들이 떠오르다보니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 이 책이 가장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그 외에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자산을 가질 수 없게 되었을 때 루크에게 종속되었다고 느끼는 감정과 마지막 장에 정리하듯이 나오는 길리어드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다. 특히 작중에서 추악하면서도 조금이나마 인간적이라고 느낀 사령관이 알고보니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떤 사회제도를 만들었는지 알고나서 매우 끔찍함을 느꼈다.
긍정적인 기분보다 경계심, 불안함을 느끼며 읽게 되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여성이라면 꼭 한번 읽어야 할,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페미니즘 소설이다.
무지랭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요즘 들어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의심이 있다. 작가의 사상이 인물과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통해서 분명하고 명백하게 드러나는 소설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분명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가인 것 같은데도, 그 주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글을 읽으면 묘하게 불편한 마음이 든다. <시녀 이야기> 의 책 뒷면에 페미니즘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이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일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독후감을 써야 하니까 웬만하면 좋은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유독성 물질, 전염병, 낙태 등으로 인해 인류의 재생산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한 가상의 사회 ‘길리어드’ 에서 ‘시녀’로서 살게 된 주인공 ‘나’의 이야기를 다룬 1인칭 소설이다. ‘시녀’는 ‘길리어드’ 내에 존재하는 계급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고위계급 가정에 보급되어 대신 아이를 출산하는 대리모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마도 미국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세계에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남편과 딸을 잃고, 모르는 남성의 시녀가 되어 강제로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보고 듣고 경험하는 길리어드 사회의 모습이 책의 주요 줄거리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을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문장을 읽다 보면 분명히 허구 사회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 스쳐지나갔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다. 재닌이나 리디아 아주머니같은 얄밉고 재수없는 사람, 코라처럼 순하고 여리며 누군가에게 쉽게 기대는 사람들, 모이라나 주인공의 엄마처럼 굳은 신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등… 주변에서 볼 법한 인물상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묘사된 인물은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그녀는 ‘길리어드’사회의 전복을 꿈꾸는 적극적인 인물은 아니나, 반대로 변화한 사회에 적극적으로 순응하는 인물도 아니다. ‘비여성’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남편인 루크를 배신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러면서도 닉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모습, 딸을 그리워하는 모습, 사령관에게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는 모습 등… 어떤 사건을 마주칠 때 느낄 법한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이 가감없이 서술되어 있어서 몰입하기 쉬웠던 것 같다. 주인공은 자신의 부도덕적인 생각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데, 평소 나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무조건 억압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묘사를 읽으며 은근히 위로를 받기도 했다(드러내지만 않는다면 속으로 그런 생각 좀 할 수 있는 거지, 뭐? 같은…)
세계관 소개가 끝나는 시점부터 이야기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다가 주인공이 혁명군의 도움을 받아 저택을 탈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후 주인공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녀가 무사히 길리어드를 탈출했다고 믿고 싶다. 카세트 테이프까지 남겼으면 잘 탈출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이 이야기가 너무 암울하게만 느껴지니까.
주인공이 살았던 과거나 길리어드 사회는 모두 여성이 여러 의미로 억압받던 사회였다. 그런 사회를 역사로 조망하는 책의 마지막 부분(‘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챕터)은 소설 속의 미스터리 몇 가지를 풀어주면서 ‘길리어드’ 사회가 지속될 수 없었던 이유(상위 계급의 모순적 행보 등)를 드러낸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 누나비트라는 국가에서 여성은 과연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514 페이지에서 ‘만끽한다’는 말로 농담을 하거나 ‘지하 여성도’를 ‘지하 약체도’ 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뭘까? 글을 쓰기 전에 리뷰를 여러 편 찾아봤지만 이 부분을 언급한 리뷰는 없어서 내가 느낀 꺼림칙한 느낌이 온당한 것인지, 단순한 농담을 과하게 받아들인 것인지 궁금하다.
좋은 문학작품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는데, <시녀 이야기> 도 정말 좋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글을 마무리하려다가도 자꾸 생각이 툭툭 튀어나온다. 정말 마지막으로 주절거려보자면, ‘길리어드’가 여성을 억압하는 목적인 인구 재생산이라는 건 아무래도 핑계이고 상위 계급 남성들이 자신들의 ‘뇌피셜’ 사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용도로 재생산을 들먹인 것 같다. 좋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자는 우생학적인 목적이라면 굳이 예정일에만 관계를 하는 불필요한 절차 없이 좋은 유전자를 가진 남성의 정자를 뽑아내서 여성의 질에 넣는게 더 경제적이니까. 이렇게 자기들의 뇌피셜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 역시도 길리어드가 전체주의 사회라는 것을 드러내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 고민했던 것과 달리 <시녀 이야기>는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그저 평행 세계 어디쯤에 존재할 법한 사회의 이야기를 주인공의 목소리를 빌려서 서술할 뿐이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공감할 수 있고 두려워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뉴욕타임스의 “소설의 기본 요소가 재미에 있음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라는 리뷰처럼, 복잡한 철학 없이도 읽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책의 내용에 너무 깊게 몰입해서인지 다시 읽으려니 쉽게 손이 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잊고 싶지는 않은 그런 소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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