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감정선 따라 읽기] 2. 희랍어 시간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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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여자는 언어를 잃어버린 현상(침묵)을 청소년기에도 마찬가지로 겪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는데요. 나름대로 추측해본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작대기로 흙바닥에 적어간 문자들. 거기 아슬아슬하게 결합돼 있던 음운들의 경이로운 약속.’ p14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p15 경이로운 언어의 세계 속에서 비어져 나와, 현실에 내뱉어지는 말과 언어의 양면성과 위선에 주체할 수 없는 회의감이 몰아쳐 스스로 소리를 삼키게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처음의 침묵이 출생이전의 그것에 가까웠다고 하는 것 보면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언어 자체에 대한 예민함으로 언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출생이전이라는 건 어쨌든 생에 가깝기 때문에 세상자체가 자극으로 느껴지듯 주인공에게 언어자체도 자극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A-4. 이 책에서는 “따옴표”가 쓰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 표는 표현과 감정을 화자의 것으로 객관적이고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은데.. 따옴표 없는 이탤릭체의 문장은 읽는 이에게 제한 없이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희랍어 강의 시간에 강의내용은 또 이탤릭체가 아니더라구요. 나에게 다가오는 언어는 이탤릭체이고, 아직 나를 "변화시키는 말"은 없어서 인걸까.. 싶기도 해요.
인지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어쩌면 발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효과를 통해 책 전체에서 주인공의 상황과 심경을 강조하려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얼핏 살펴보니 <희랍어시간> 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님 작품에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종종 따옴표가 등장하지 않더라구요. 저도 이유가 궁금해 여쭤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님이 답하신 게 있네요.. https://m.khan.co.kr/article/202410161006001#c2b
희랍어 강의는 이탤릭체가 아니던데, 감정의 깊이가 없어서(?) 그랬던 거군요!
저 기사를 읽고나니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감정을 열어두는 차원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그게 더 맞는 접근 같습니다. 흘러들어온 발화로 인해 이탤릭체 문장의 감정을 느낀..!
그런데 14장에서 요아힘 친구와의 대화에서는 이탤릭체를 쓰는군요. 아마도 나와 생각의 차이를 보이는 요아힘의 대사를 대립각으로 보이기 위해 이탤릭체를 썼나 봅니다.
GoHo 님의 생각이 참 깊군요. 17세의 그녀는 언어를 잃고 침묵을 얻고, 17세의 그는 첫사랑을 잃고 그리움을 얻네요. 17세! 열일곱의 나이를 우리는 어떻게 건너 왔을까요. 그 때의 심연을 포착해 내는 작가. 그의 십대에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그 아픔이 길어 올린 무수한 아름다움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으니까요.
둘의 열일곱이 이렇게 교차하였네요.
한강 작가님의 묘사는 되새김질 하며 그 뜻을 음미할 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시 같아요
그래서 재독을 해도 새롭고.. 새롭게 느껴지는 문장들에 감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강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책이었어요. 구입한지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네요! 사실 어떤 이유때문에 사게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읽으며 그때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희랍어 시간 15, 한강 지음
전철에서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다가 시 한편이 눈에 들어오네요. "여덟 살이 된 아이에게/인디언 식으로 내 이름을 지어달라 했다//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아이가 지어준 내 이름이다//(제 이름은 반짝이는 숲이라 했다)//그후 깊은 밤이면 눈을 감을 때마다/눈꺼풀 밖으로/육각형의 눈이 내렸지만/그것을 볼 수 없었다//보이는 것은/피의 수면//펄펄 내리는 눈 속에 /두 눈을 잠그고 누워 있었다 ( '피 흐르는 눈 2' 전문 ) 소설을 읽으며 만났던 구절이 겹치네요. "그때 그녀의 아이는 일곱 살이었다. 오랜만에 한가했던 일요일 오전,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녀는 아이에게 제안했다. 오늘은 인디언 식으로 그들의 이름을 지어보자고. 아이는 재미있어하며 자신의 이름을 '반짝이는 숲'이라고 지은 뒤, 여자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었다. 마치 가장 정확한 작명이라는 듯 단호하게.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응? 그게 엄마 이름이야. 그녀는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의 말간 눈을 들여다보았다." 깊은 슬픔의 두께가 느껴지네요. 이이도 읽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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