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22.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타오>를 이야기하오

D-29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실뿐이다. 오지영은 선입견과 추측을 배제하는 것을 수사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타인이 설정한 수사 방향을 의심 없이 무조건 따르는 것 또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타오 김세화 지음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오지영이 T형 형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지형 형사님이 타오에서는 탐정의 역할도 하고 있어서 T형 이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탐정의 세계는 사실만의 총합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올리신 문장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천사가 되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가능성이 커진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타오 김세화 지음
그녀는 고작 3학점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살해당했다.
타오 김세화 지음
깊은 우물 속에서도 큰 돌에 짓눌려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생명체. 타오는 그런 존재였다.
타오 김세화 지음
작가의 말에서 “오지영 형사과장의 이야기를 여기서 끝낼 수 없다”란 문장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김세화 작가님이 들려주는 오지영 과장 이야기를 또 듣고 싶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이제 거의 완독한 분들이 대부분일겝니다. <사전 질문> 말머리 달고 김세화 작가님께 많은 질문을 남겨주세요! :-) 저도 독서의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사전 질문을 여럿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사전 질문> Q1. 오지영 형사 과장이 형용사와 부사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란 표현이 인상 깊었는데, 그만큼 미사여구를 쓰지 않고 할 말만 단정하게 하는 정직한 성격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한편으론 ‘형용사’와 ‘부사’를 쓰지 않는다는 표현이 작가분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의도하신 건지 알고 싶기도 합니다.
저도 같은 질문이라 묻어 갑니다..마크 트웨인은 형용사를 발견하면 죽이라고 했고 볼테르는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라 했지요. 아 이것도 전에 읽은 책에서 그러더라구요. 무조건 짧게 쓰라는 게 아니라 짧게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요.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지요 :)
@박소해 님의 Q1번 질문과 Q12번 질문, @센스민트 님의 Q2번 질문이 같은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어서 한꺼번에 연결해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오지영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는 <타오>의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성격이기도 하고, 스웨덴이나 독일로 수출되면 성공할 거라는 생각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지영은 자기 월급의 30%를 한 복지기관에 기부합니다. 그 기관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이 복지기관은 농촌지역 조손가족을 지정해 생활비를 지원하고 맞춤형 봉사활동을 합니다. 이 기관의 운영실장이 퇴직해 새로 뽑아야 하는데 이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봉사자들이 대거 지원했습니다.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다양한 경력, 봉사 이력, 각오, 앞으로 운영 계획 등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지원자 가운데서 실장을 뽑는 임무를 오지영이 맡게 됐습니다. 오지영은 어떤 방법으로 실장을 뽑았을까요? 개량화된 선임 방법이 있고 정성적 판단에서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오지영이 선택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 방법이 적합하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오지영의 캐릭터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오지영은 지원서에 쓰여진 언어보다는 지원자의 수입에 대비한 기부금의 비율이 어떤지 파악했습니다. 지원자의 자기 가정 내 시간 활용 내용에 대비한 이 기관에서의 봉사 시간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행정 업무를 해본 경력이 있는지 파악했습니다. 오지영이 이 같은 방법으로 실장을 뽑은 것은 지원자마다 비슷한 내용의 각오를 지원서에 썼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은 제가 앞으로 쓸 오지영 시리즈의 한 부분에 나오는 캐릭터 설명 대목입니다. 경찰 조서나 검찰 기소내용, 판결문을 보면 형용사나 부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를 음미하거나 소설을 감상할 때 형용사와 부사가 없다면 무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20년 정도 살인범을 잡는 오지영은 용의자들의 거짓말에 이골이 났기 때문에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명제만 인식 과정에서 수용합니다. 그래서 잔정이 없는 것도 같지만, 진실을 누구보다도 깊숙하게 알기 때문에 나오는 진정한 공감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타오> 마지막 대목에서 타오와 그 어머니, 그들을 그렇게 만든 한국사회의 구조를 누구보다도 깊숙하게 들여다 보았지만, 미안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오지영의 캐릭터는 그가 지닌 의식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의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쨌든 <타오>는 현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것, 또 우리가 보고 듣는 현상 속에서 사실만을 추려내 데이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내용으로도 또 오지영의 캐릭터를 통해서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현실의 세계는 매우 복잡하고 따라서 현상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이처럼 복잡한 현상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이 같은 제 생각의 전형을 제일 비슷하게 보여준 추리작가가 스웨덴의 '마이 슈발과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와 '헨닝 망켈'의 <발란더 시리즈>입니다. 최근 보니까 독일의 '넬레 노이하우스' 또한 리얼하고 또 리얼한 만큼 복잡한 전개의 작품을 쓰더군요. 유럽에서 그들의 인기나 판매고가 대단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타오>가 그들 나라에 간다면 그쪽 추리애호가들이 좋아하게 될 거라는 '제 맘대로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주 비과학적이지만...
답변을 보고나서야 왜 오지영형사님이 차를 세우기 까지 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는지 알 거 같아요. 왜 말을 못하지? 하고 의문이 있었는데 깨달은 기분이네요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더더욱 북유럽에 <타오>가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소해 작가님의 제주도 배경 이야기도 그쪽에 소개되면 좋을 듯 합니다. 대체로 그쪽 추리소설은 별장과 같은 한정된 공간, 현실과 유리된 설정의 추리소설보다는 마르틴 베크나 발란더 시리즈 같은 사실적 경찰 추리물이 더 각광을 받았습니다. 21세기 이후 가장 걸출한 추리 작가 가운데 한 명인,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도 경찰 소설은 아니지만, 스웨덴의 전통처럼 복잡하면서도 리얼한 구성의 작가였습니다. 스웨덴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그리고 영국, 어쩌면 미국까지도 이른바 사회적인 추리물은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제프리 디버'나 근년의 '퍼트리샤 콘웰'의 작품을 읽어보았는데 늘 그렇듯이 사회 현상을 많이 녹여 놓았습니다.
반가운 분석입니다.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ㅠ 열심히 써야지요. <타오>와 김세화 작가님 덕분에 북유럽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에 더 관심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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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질문> Q2. 오지형 형사 과장은 냉철하고 일은 잘하지만 동료와 사담을 나누는 것조차 불편해할 정도로 잔정이 없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타오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감성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이 일부 있어서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내면적인 생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오지형 형사 과장처럼 형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감정을 배제하는 철두철미한 타입이라면 이런 인간적인 면이 다소 부족한 것이 일반적인데 단순히 오지형 형사 과장이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라는 것을 나타내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요즘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장르살롱을 기웃거리지 못하고 있었네요. 라이브 채팅 때는 최대한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다시 <타오>를 읽어봐야 할거 같은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완독했습니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쉬고, 그러니까 한 번에 평균 100쪽 이상씩 읽은 셈이네요. 멋진 작품 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이 몇 가지 생겼는데 이거 아무래도 어딘가 있겠다 싶어 찾아보니 인터뷰 기사가 있어서 링크합니다. 질문하시기 전에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https://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key=20240403.22012000144 https://m.blog.naver.com/nabiclubbook/223716439234
전 금요일 그 시각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라이브 채팅에 참석 못합니다. 끝난 후에 채팅록 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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