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경 작가의 [툰드라]

D-29
자격증 취득을 위해 새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며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기 위해 시작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싱글챌린지는 자신이 직접 정한 책으로 29일간 완독에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그믐의 안내자인 제가 앞으로 29일 동안 10개의 질문을 던질게요. 책을 성실히 읽고 모든 질문에 답하면 싱글챌린지 성공이에요. 29일간의 독서 마라톤, 저 도우리가 페이스메이커로 같이 뛰면서 함께 합니다. 그믐의 모든 회원들도 완독을 응원할거에요. 계속 미뤄 두기만 했던 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싱글챌린지! 자신만의 싱글챌린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로 접속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olo/template
싱글챌린지로 왜 이 책을 왜 선택했나요?
귀국하기 전에 선물 받은 책입니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던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워낙 여행을 싫어해서 미지의 장소나 지역에 대한 궁금증이 없는 편인데 소설의 제목이 툰드라.... 궁금해집니다. 처음 만난 지인에게서 받은 책인데 그믐에 싱글챌린지 올리겠다는 약속도 있었고 칠개월 만에 돌아온 캐나다에서 겨울을 나야하니 마음의 여유와 훈훈함도 필요합니다. 나무를 태우며 온기를 느끼듯 종이를 넘기며 마음을 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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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 툰드라는 여름날의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지 않는 지역으로 곡물을 재배하거나 동물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합니다. 땅이 일년 내내 녹지 않는 영구 동토라고 합니다. 학원 강사인 주영은 새학기 시작 전 몽골로 열흘 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그 일정 중 며칠을 함께 한 승민은 치과의사로 고등학교 때 주영의 집에서 잠시 하숙을 하느라 머물렀고, 그 후로는 주영이 아이를 낳고 기르던 인도에서 그리고 이 년 전 치과 방문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온 친구입니다. 주영은 유부남인 승민과의 이별여행으로 몽골을 택했습니다. 소설은 몽골 유목민들의 생활과 자연을 아름답게 담아 보여 줍니다. 많은 문장 속에서 독자는 주영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삶을 얼마나 갈망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의 제도 속에 있고 싶어하지 않고 제도를 부정하는 주영의 의지는 여러 부분에서 드러납니다만 저는, 제도에 대한 주영의 속마음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소설의 소재로 쓰인, 나혜석 화가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 그리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 무라카미 하루키 평전 속의 [벽과 계란]과 나루세 미키오의 [흐트러진 구름]을 통해 작가는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려 애쓰거나 죄의식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인물을 보여주지만 정작 주인공 주영이 동경하는 노마드의 실질적인 삶은 무엇을 거스르거나 회피하는 성질이 아니라 다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런지요. 유목민의 삶을 동경하지만 절대 유목민으로 살 수 없는 주영의 모습 또한 소설 군데 군데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승민에게 자신과의 만남으로 인해 아내에게 죄의식을 느끼지는 않는지, 유부남이면서 왜 자신을 계속 만나는지 등의 질문을 하는 주영의 속내를 통해 사회가 만든 결혼제도를 전혀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혜석의 삶도 그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음이 자유로운 것과 몸만 자유로운 것은 다르지 않을까요. 강석경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고 제게 술술 읽어지는 책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예술적 소재를 끌어 쓰는 걸 선호하지 않기도 합니다. 인물들의 성향이나 생각을 짐작컨데 주영과 승민의 가치관이 소설 내에서 끝까지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한 때, 아프리카에서 한 달쯤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여건을 받아들이며 살다 보면, 내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내 안의 뭔가가 바뀌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나보다 없는 사람 아니,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의 생각은 삶은 어떠한지.... 그들 곁에서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가까운 지인이 그러더군요. "네 안의 무언가를 바꾸려면 네 스스로 네 안을 들여다 봐야지 타인이나 타인의 삶을 지켜본다고 바뀌겠어? 아프리카에 가서 바뀔 수 있는 가치관과 삶이면 서울에서도 바꿀 수 있어야 진정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아프리카로의 여행은 접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디에서도 저는 아직 그냥 저입니다. 주영이 몽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학원 강사인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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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길] 각본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문학관에 들어가 스스로를 가두는 화자의 직업은 극작가입니다. 영감을 받았던 그리스로의 두 번째 여행도, 기대없이 가서 매료 당한 이집트에서의 황홀함도 입국해 돌아오자마자 다시 생각과 세상으로의 모든 통로는 막혀 버리고 사는 게 사는 것 같다 느껴지지 않는 순간, 남은 인생은 눈 앞에 있는 깡통을 차듯 오 년으로 끊어 살아보기로 합니다. 작가와 예술가들이 작업을 위해 무료로 제공받는 단테문학관은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아니, 실제로 귀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작가의 얼굴에 닿기도 하며 기도문을 외우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일반인들은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문인이나 예술가들은 남달리 안테나가 발달한 족속이라 사차원세계를 의심없이 받아들이는지 모른다' 라고 서술하는 그녀 또한 정작 귀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 년이 흘러 다시 단테문학관에 입주를 하고, 귀신 때문에 결국 이 년 전 산신제까지 지냈다는 소식을 듣고 반색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 또한 '남달리 안테나가 발달한 족속'이라는 걸 알려 줍니다. [기나긴 길]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삶의 여정인지, 죽고난 이후에도 이어지는 방황과 혼란의 시기인지, 혹은 목표에 닿지 못해 여전히 터벅거리며 걸어가는 족속들의 여정인지..... 그게 무엇이든 소설을 통한 작가의 시도는 독자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옅고 흐립니다. 그럼에도, 읽으며 빨간 줄 그은 문장이 있습니다. - 아무리 불행한 사람이라도 인생에서 행복했던 한순간은 있어요. 불행과 원한에 집착하면 그것도 안 보이겠지만. 읽는 내내 화자의 뒷모습을 좆아 안개 낀 도시를 여행하는 듯했습니다만 작가는 이 구절 하나를 화두처럼 툭 던져 줍니다. 대수롭지도 보잘 것도 없는 것들에 집착하느라 잊혀진 나의 '행복했던 한순간'은 과연 언제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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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빌에서 만난 우리] 보루빌은 인터넷 검색에서 나오지 않습니다만, '인도 남부 생태공동체'를 검색하면 '오로빌'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오로빌은 소설 속 작가의 설명대로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만든 60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공동체로 게스트의 신분(?)에서 1년 미만 자원봉사자 > 1년 이상 자원봉사자 > 오로빌에 2년 이상 머물며 멤버가 되려는 사람들 > 오로빌 멤버 등이 있다고 합니다. 오십 중반의 화자 진희는, 외박은 물론 이유 없는 가출(?)을 일삼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 십 년을 마치 참기 대회에 참가한 성실한 선수처럼 채우고 나서야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 후의 삶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화자는 티비에서 방영되는 보루빌이라는 생태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갖기 위해 현지 답사를 떠났다가 대학 후배를 만났습니다. 국회의원을 아버지로 둔 아나운서와 결혼한 후배는 어릴 적부터 뭐 하나 부족함 없는 부잣집 딸이었습니다. 화자처럼 보루빌에 대해 답사를 왔다는 그녀는 보루빌에 사는 사람들이 그저 일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추방자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 후로 후배는 화자에게 이런 저런 화제와 이유로 돈을 빌려 가거나 투자를 받습니다만 그 돈을 젼혀 돌려 받지 못하는 화자는 비상금은 물론 대출까지 물려 금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순록은 진화를 거치며 툰드라의 생활에 아주 잘 적응한 동물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이 진화된 두 개의 넓적한 발굽은 먹이를 찾고 헤엄을 치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허연의 '눈밭에 덜 미끄러지도록 겨우 발가락 하나 길어졌을 뿐'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순록의 캐나다 연방 정부에서 그 개체수 증가를 위해 노력할 만큼 활용도나 가치가 높습니다. 준가축에 해당되는 동물로 교통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하고 가죽과 뿔, 고기의 공급원이기도 한 까닭입니다. 특히나 First Nation들의 생활에서 순록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두 번째 발가락이 유난히 길어 컴플렉스라는 그녀의, '내 긴 둘째 발가락에 발 가락지를 채워줄 남자'에 대한 갈망, 소설에 수록된, 순록을 그린, 허연의 시 [툰드라]는 제가 느끼기에 묘하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캐나다 이민 초창기 시절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우스개 소리로 하곤 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말입니다. 도대체 성질이 얼마나 유하지 않길래 태어난 땅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뚝 떨어진 남의 땅까지 넘어와 사냐고." - 태어난 나라에서 주어진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도 오지까지 갔으니 나도 추방된 자인지 모르겠다. 소시민의 일상으로부터 추방, 사랑의 꿈으로부터 추방. 이제 나는 스스로 추방됐어. 라는 작가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파라다이스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갑자기 솟아난 곳이 아닌 많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소설 속 보루빌 또한 그저 이상적인 삶에 대해 동한 사람들이 합류해 그 가치와 이웃을 존중하며 이뤄나가는 곳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은 낙원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배신도 있고 화도 있고 절망도 있을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어느 집단이든 정도는 차이가 나겠지만 상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30%쯤 존재한다고 합니다. 낙원이란 찾아갈 곳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장소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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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새] 독문학 전공의 영서는 경주의 한 도서관 사서입니다. 조경학과 명예교수였던 신재호 박사께서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시자마자 그의 사위는 이천여 권이나 되는 장인의 개인 도서들을 모두 도서관에 기증하겠다며 연락을 해 옵니다. 도서관에서는 소장 가치가 있는 육백여 권만 공식적으로 기증 받고 대신 나머지 도서들을 도서관에서 처리해주기로 합니다. 신박사가 머물던 곳에 도착해 보니 정작 안내를 맡은 사람은 연락을 해온 사위가 아닌, 그 곳의 땅을 매입한 인근 힐링센터 원장입니다. 도서관 동료들과 육백여 권의 도서를 챙기는 사이, 버려지거나 잊혀지는 책에 늘 미련과 아쉬움이 많은 김계장이 남은 도서들을 살펴 봅니다. 영서의 남편은 오십 세를 넘긴 시간 강사입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돈을 아끼지 않고 사들이는 편이라 집안은 사방이 빈 공간 없는 책장과 널브러진 책들도 가득합니다. 영서는 집을 꽉 채우고도 끊임 없이 배송되는 남편의 책을 견딜 수 없어 차라리 자신이 고이 간직해 오던 전공서적과 아끼던 레코드판까지 모두 밖으로 내다 버립니다. "발 없는 새"는 아비정전의 아비(장국영)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아흔 살 노학자의 인생이 담겼지만 이제는 가족에 의해 버려진 서가를 정리하며 과연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영서는 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소유한 것들을 계속 소유해도 좋을 것인가. 삶을 추리고 정리해야 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제게는 사실, 남편의 꾸준한 구입을 통해 스스로 잠식 당하고 있는 책이나 씨디들과 한 켠에 모아져 꽂혀 있던 영서의 전공서적들 혹는 레코드판들을 견주어 볼 때 크게 다른 점이 와닿지 않습니다. 그저 욕정의 그침과 이어짐 정도일까요. 이 소설을 쓸 때 60세를 넘긴 작가는 아마도 삶이란 욕심을 내려놓고 정리정돈하며 사는 것이라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삶은 내가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까요. 발 없는 새가 지쳐도 공중에서 내려오지 않는 까닭은 땅에 닿으면 다시 날아 오르는 게 너무도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땅이 아니라 높은 나무의 가지에서 쉴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새도 있지 않을까 또, 태어나서 한 번도 날지 못하는 새도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마구잡이로 듭니다. - 한 단어에도 순간 필이 꽂히면 마치 숙제처럼 종일 생각이 고리처럼 이어진다. - 그날 집힌 잉여란 단어 때문인지 십오 년 전 영서가 도서관에 근무한 첫해가 퇴근길에 떠올랐다. >> 어쩌면 이 두 문장이 작가가 이 소설을 시작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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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마일] 500 miles 는 1938년 Hedy West가 작곡한 것을 1962년 Peter,Paul & Mary가 데뷔 앨범에 넣은 곡입니다. 대공황 시절 직장이 날아가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 헤메는 날품팔이의 고단함을 노래한, 많은 대중들이 기억하는 곡입니다. 인영은 광저우에서 한어 고급반 수업을 듣는 학생이면서 동시에 고려물산의 중국 직원들에게는 한국어를 한국 직원에게는 중국어를 가르치며 지내는 시간 교사입니다. 이 소설은 그녀의 일상을 중국 차문화를 곁들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오는 사람 맞고 가는 사람 떠나보내며 무심히 게스트 하우스 주인으로 늙어가는 것. 젊은 인영은 여행지에서 느닷없이 그런 상상을 했다. 아무도 영원히 머물지 않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되고 싶다고. 속세의 절간 같은 상상의 게스트 하우스 이름은 '인연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짓자. - 한국 엄마라면 식당에서 어린아이를 안고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다. 하나부터 다섯까지 모성이 강요된 사회, 여자 스스로도 거의 강박관념처럼 모성에 매이는 사회라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참을 터이다. - 도서관과 인생 사이의 백팔번뇌를 오르내리며 인영은 자기만의 이십 세를 보냈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과 이혼. 다른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속했을, 아니 죽을 때까지 끈을 놓지 않았을 가정이란 삶의 방식을 짧은 시간에 매듭짓고 지금은 낯선 이국에 와 있다. - 아이도 사랑도 포기하고 빈 몸으로 떠났건만 가방까지 잃어버리다니. 내게 더 잃어버릴 게 있는지, 더 버려야 할 거나 있는지, 땅에 딛고 있는 두 발도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데..... 머릿속으론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도 인영은 자신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 이 모든 문장에서의 공통점은 아마도 세상에서 이어진 모든 인연과 제도를 거부하고 싶은 작가의 내면일 것 같습니다. 거부하고 싶어 끊임 없이 밀어내면서고 끊어내지는 못하는 갈등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이 작가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상,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렇다치고 과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제도로만 존재할까요. 아이를 키운 제 입장에서 보면 그건 저의 선택이었고 선택이 만들어낸 책임이었으며 언제나 새로 솟는 기쁨의 옹달샘입니다. 스스로 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평온을 찾지 못하고 늘 불완전함과 불안을 드러내는 인영은 자신의 더 깊은 속내를 스스로 들여다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 오열할 수 있을 만큼 한마음으로 뭉친 파티. 인영은 진정한 축제에 참여해본 적이 있었던가. >> 라면서 말이죠. [오백 마일]의 가사에 나오는 날품팔이는 괴롭고 어려운 현실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집을 그리워하는 입장이고 소설 속의 정황으로 볼 때, 인영의 현 위치는 인영이 선택한 것입니다. 인영 또한 주변 환경이 고단해 떠났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연 오백 마일의 날품팔이들의 삶과 견줄만한 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 뱀발 1마일은 1.6킬로미터입니다. 오백 마일은 805킬로미터입니다. 인영이 있는 광저우와 서울의 거리는 2,069킬로미터로 마일로는 1,286 마일입니다. 제가 가장 멀리 간 곳은 베트남 호치민으로 집에서 11,909 킬로미터, 마일로는 7,400마일 떨어진 곳입니다. 다른 이들이 가장 멀리 간 곳은 어디일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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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 여덟 개의 단편소설 중 여섯 개를 읽었습니다. 그 동안 읽어왔던 내용들로 보아 앞으로 남은 소설 두 개의 주인공도 다리 하나가 짧은 의자처럼 삐딱하고 불안정하고 외롭고 그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작가들은 두 가지 이유로 소설의 주인공을 빚습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게 과거든 현재든 거울을 보듯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처나 아픔이나 기쁨을 기록합니다. 둘째는, 역시 그게 과거든 현재든 작가가 살아온 혹은 누군가가 살아온 시대의 인간상을 수집해 나열하거나 이어 붙이거나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더럽히거나.... 입니다. 강석경 작가의 소설쓰기 목적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는 관점에서, 주인공 관은 염세주의자입니다. 그저 누군가에 혹은 무언가에 끌려다닐 뿐 주체적으로 일을 벌이거나 관계를(육체적이든 인간적 교류든) 맺는 일은 드뭅니다. 서른 중반 즈음일 그가 소설 속에서 내뱉거나 떠올리는 모든 것에 깃들인 무관심과 그것이 불러온 결과들에 독자인 저는 살짝 신물이 납니다. '그럼 도대체 왜?'라는 물음으로 그의 뇌를 두드리고 싶어집니다. 이유 없이 끌려 다니는, 누구에게도 동정 받지 못할 처절함이라니..... - 관과 오가 식탁에서 마주 앉지 않은 것은 얼굴을 마주 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관은 꿈에서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 관은 앞을 바라보며 감상 없이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우리가 두 번의 밤을 함께 보낸 것은 너와 내가 사랑한 영화 때문이었다고, 좋은 영화의 여운이 두 방랑자를 뒤따라왔다고. 나의 기억은 거기까지라고. 너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좋아했다 말할 수도 없다고. 다소 위악적이지만 위선보다는 위악이 진실에 가까운 법이다. >> 관의 인생이 어떻게 끌려 다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모든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또 너를 끌어 패대기 치는 무언가의 탓이라는 그의 무책임한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 달갑지 않은 소리였으나 관은 그러십시오, 했다. '당신이 싫다'고 직선적으로 말한다면 오히려 관답지 않은 짓이었다. - 미성년자도 아니고 배에 군살이 붙기 시작한 남녀가 합의하에 성인의 잠을 누렸건만 강아지처럼 끌려가 결혼이란 족쇄를 차라는 말씀이지. 너의 아버지를 왜 만나야 하지? >>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아기를 밴 오와 결혼식을 하기로 한 관의 속내는 아래의 문장들로 드러납니다. - 굶어도 평화롭게 허기를 음미하고 싶어. -"딸을 사랑하게 됐는데 전에 그 엄마하고 악수하듯 의미 없이 잔 적이 있다고 사랑을 포기해야 하니? 인간은 본래 불완전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야. 성자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든 실수하고 죄도 지을 수 있어. 경박해서 실수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과거 때문에 미래까지 저당 잡혀야 하나?" - 관에게 결여된 것은 맹목이 아닌가. 무모했을지언정 맹목적이 된 적이 없다. 사랑이든 무엇이든 결사적으로 매달려본 적이. >> 매순간 끌려 다니기만 하는 관의 인생에서 과연 무언가에 매달릴 기회를 갖게 될까 행여 그런 기회가 눈 앞에 닥친들 과연 매달릴 수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 관은 때때로 생각 없는 아이처럼 자신의 행위에서 '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행위와 그 사이에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 역시나 관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 이 멀리까지 와서 사람 하나 쏘아 죽인들 무엇이 바뀌랴.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도 안 된다는 걸 알았을 것 같아. 이 거대한 자연 앞에 서면 인간 존재가 하찮다는 걸 알게 되니까. 조선의 독립투사도 그저 으악, 소리 한번 지르고 싶은 심정으로 총을 쏘았을 거야. 하얼빈은 그런 곳이야. 정말 춥고 외로워. 정신의 유형지라는 말도 사치야.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아무도 내 존재와 연결되지 않아. >> 관이나 관이 어느 순간 사랑이었다고 확신 비스무리한 생각을 갖게 된 인물이자 마치 쌍둥이 같다고 느낀 재연의 성향을 자세히 보여준 대목은 이것입니다. 이 문장들에서 저는, 어느 하나에도 가치를 두지 않는 무관심병자, 까뮈의 [이방인] 속 뫼르소가 떠올랐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잣대와 표현으로 뫼르소를 이 소설 속에서 빚어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이 아닌 독립운동가로서의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삼는 건.....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긴, 염세주의자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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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멸사] - 가멸은 순 우리말인데 부를 예스럽게 말하는 단어예요. 가멸다, 하면 풍부하다, 넉넉하다, 그런 뜻. >> 순 우리말이 이렇듯 발음도 글자도 한자어 같은 건 처음입니다. 무장사지를 찾아가는 중년의 두 사람이 삶에서 얻은 상처와 배신과 조언에 대해 나누는 대화입니다. 소설의 첫 문장부터 온갖 나무와 꽃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식물에 관심 없는 이에게는 지루하고 심심합니다. 개울을 열두 개 지나야 하는 깊은 산골에 자리한 무장사지는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앞으로 평화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로 전쟁에 사용된 병기와 투구를 묻은 곳입니다. 이러한 장소를 소설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소설 속 두 주인공의 내면에서 세상을 향해 솟은 가시들을 묻기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이십오 년 전 이야기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껑충 큰 키와 치진 눈썹이 어디 한 군데 모진 데 없이 유순한 인상을 주는데 간첩이라니. >> 라고 생각하는 하 과장이나, - 난 A가 입은 싸다지만 사람이 악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웃을 때 가물가물한 그 눈을 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 거예요...... 난 금방 잊어버려요. 천성적으로 사람을 경계할 줄 모르는 백치 같아서. >> 라고 말하는 여자의 사람 보는 기준이 겨우 눈에만 보이는 외모라는 것이 제 맘엔 들지 않습니다. 또한, 제 경험상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도 '금방 잊어버리고..... 경계할 줄 모르는' 이유는 어쩌면 관계에 대한 게으름과 무관심일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 혹은 그녀는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시인은 써야 할 어떤 생각이나 문장이 문득문득 떠오르잖아요. 나는 뭔가, 스스로 물아봐도 아무 답이 안 나와요. >> 라는 여자의 말에 대한 답은 어쩌면 남자의, - 젊은 날의 시간이 아까웠고 삭막한 현실에서 내면의 기록이나마 필요했어요. 그게 내 존재 이유니까. >> 라는 고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 이러한 글을 쓰겠다 작정하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쓰고 쓰고 또 쓰고 쓰다가 문득 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게 시인이고 소설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치, 내 인생을 바꿔 줄 아니 적어도 내 수고 혹은 상처를 덮고도 남을 금맥이 어딘가에는 숨어 있을 거라 믿으며 작은 삽을 들고 매일 광산으로 향하는 광부처럼 말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화살나무는 이 소설에 나오지 않습니다. 다 커도 3미터를 넘지 않는 화살나무는 나뭇가지가 마치 화살촉처럼 생겼다 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가을에 단풍나무보다 더 빨갛게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나무 이름 많이 나오길래 은근히 기대했는데 다 읽도록 없어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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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꽃] [툰드라]의 단편 여덟 개 중 마지막에 실린 작품입니다. 소설집 맨 끝에 있는, 문학평론가의 해설에 의하면 [석양꽃]은 1987년 작품으로 소설집에 실린 단편 중 제일 나이가 많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스님과 보살과 그들이 지내는 절에 찾아온 여인 하나와 그 여인을 찾아온 손님 한 명과 해탈이라 불리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 각자의 눈짓과 움직임과 생각에 관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뒤집어 보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여덟 개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소설입니다. 소설 속 스님 영명이 '잔에 술을 따르며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읇는' [법구경] ' 사랑도 미움도 가지지 마라'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 만나서 괴롭다. (아래는 소설에 실리지 않은 나머지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을 짓지 마라 사랑으로 말미암아 미움이 생기나니 이미 그 얽매임을 벗어난 사람은 사랑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 작가가 [법구경] 전체가 아닌 윗상단만을 인용한 것은, ~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그 얽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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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수), 함께 낭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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