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과 쓰루카와라는 친구의 등장, 육군 사관의 이별의식이 주요 사건으로 등장했습니다. 미조구치의 의식 속에서 금각은 '현상계의 덧없는 상징'이다가, 곧 나처럼 폭격을 받아 사라질 존재, 즉 나와 가까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금각에 대한 미조구치의 생각 변화가 계속 이어지는데 주목하게 됩니다.
[이달의 고전] 1월 『금각사』 함께 읽어요
D-29
함께읽는사람
함께읽는사람
2장 앞 부분에 시골 주지의 죽음과 단가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단가가 무엇인가 찾아보았는데, 단가 제도는 일본인 모두가 사찰에서 장례와 제사를 치르도록 강제한 제도라고 합니다. 그들의 사후를 위탁받은 사람이라는 문장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절이 계속 등장하니, 일본의 불교 문화에 대해서 알면 작품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기도 하네요!
sunflower
여자의 하얀 가슴과 그 가슴에서 나온 하얀 젖을 마시는 군인. 이 장면은 예전에도 기이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도 역시 기이하군요. 사귀는 사이라면 굳이 젖을 찻잔 안에 담아 마셔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기묘한 장면이 어쩌면 주술적인 의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충분히 더 에로틱한 장면으로 빠질 수 있음에도 군인이 찻잔에 든 젖을 마시는 것으로, 그리고 여자가 젖을 짜는 모습을 주인공이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으로 처리하면서 절대적인 미에 지저분한 것이 들러붙지 않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나저마 1장에서는 우이코, 2장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라니. 작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아름다운 여인이 빠지지 않는 듯 싶습니다.
지니00
“ 곤충 표본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곧잘 그러하듯이, 쓰루카와는 인간의 감정을 자기 방의 잘 정돈된 서랍에 가지런히 분류해놓고는 때때로 그것을 꺼내어 그 자리에서 살펴보는 따위의 취미가 있는 듯했다. ”
『금각사 (무선)』 p.59,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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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00
“ 기다란 속눈썹에 둘러싸인 쓰루카와의 눈은 말더듬 증세만을 여과해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묘하게도 그때까지 나는, 말더듬이라는 사실을 무시당할 때 나라는 존재를 말살당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
『금각사 (무선)』 p.66,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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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00
“ 이 세상에 나와 금각에게 공통되는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했다. 미와 나를 연결하는 매체를 발견한 것이다. 나를 거절하며 소외시키고 있는 듯이 여겨졌던 것과의 사이에 다리가 놓였다고 느꼈다. 나를 태워 죽일 불이 금각도 태워 없애버리리라는 생각은 거의 나를 도취시켰다. ”
『금각사 (무선)』 p.69,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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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함께읽는사람
3장
80~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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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벽돌
2장에서 3장까지는 2차 세계대전 패전까지의 시기를 다룹니다. 이 소설이 일제의 지난 영광보다 패전의 기억이 더 큰, 또한 군에 입대하지 못하고 전쟁을 공습으로만 겪은 세대의 현상을 조명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들입니다. 그렇게 바라보면 <금각사>는 너무 빤해지기는 합니다. 그런데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나 그의 작품이 언제는 안 빤했나 싶기는 합니다. 그는 그 시대에만 태어날 수 있는 작가였고 그 시대에만 쓸 수 있는 소설을 썼습니다(누구는 안 그렇냐만). 미시마는 상당히 파괴적인 면모를 가졌으나 저는 그의 소설이 꽤 현실과 타협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현실을 능가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저는 소설 <금각사>가 실제의 금각사 방화 사건을 뛰어넘거나 전복하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단지 윤색하고 덧붙였을 뿐이지요. 꽤 다른 예지만, 그래도 비교하자면, 진 리스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서 등장한 로체스터 저택 방화를 자기 소설에서 꽤나 완벽히 전복했어요. <금각사>를 평가 절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금각사>를 통해 그 시대의 질감과 심상을 상세하게 느낍니다. 진 리스와는 다른 솜씨죠. 미시마는 <금각사>에서 자신이 느낀 시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줄은 몰랐지만 시대의 외양을 철저히 미적으로 해부하여 재현할 줄은 알았습니다. 2장과 3장에서 여러 시간과 날씨를 배경으로 금각사의 외양을 묘사하는 그 디테일이 참 그래요. 미시마는 소설을 통해 낡은 금각사를 허물고 새 금각사를 짓기보다는, 기존에다 화려한 금박을 입히기를 선택했습니다. 마치 실제 금각사가 방화 전보다 복원 후가 더 화려한 것처럼, 이 소설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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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서가
그러나 내 혐오감만큼은 어딘가 정확한 데가 있다. 내 자신이, 혐오해야 할 인간이기 때문이다.
『금각사 (무선)』 85,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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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곰
아버지의 손바닥이 미조구치의 눈을 가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에 대한 양가 감정도 이해가 가고요. 미조구치 옆에 마음을 알아주는 쓰루카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링곰
“ 내가 말을 더듬으며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쓰루카와의 손이 내 감정을 뒤집어서 외부로 전해준다. 이러한 놀라움에서 내가 배운 것은, 단지 감정에 머물러 있는 한에는 이 세상의 최악의 감정도 최선의 감정도 차이가 없다는 것, 그 효과는 마찬가지라는 것, 살의도 자비도 겉보기에는 다를 바 없다는 것 등이었다. ”
『금각사 (무선)』 p.85,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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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flower
소년의 눈을 가린 아버지의 손바닥, 그리고 그 손바닥 안에서 가볍게 얼굴을 끄덕이는 소년. 사라지는 손바닥, 그리고 완고히 감은 두 눈. 머릿속에 오래 머물렀던 장면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증오하면서도 어머니의 야심에 공감하고 그 마음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금각을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교토에 공습이 없을 거란 말에 실망하는 주인공의 마음도 흥미로웠습니다. 3장에서는 탄력있는 여자의 배가 나오는군요 . 작가는 아무래도 금각과 함께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링곰
“ 나는 힐끗 그 파란 자국을 보고 불안을 느꼈다. 이 소년은 나 같은 인간과는 달리 생명의 순결한 말단에서 불타고 있었다. 타오르기 전까지 미래는 숨겨져 있는 것이다. 미래 의 등심(燈心)은 투명하고 차가운 기름 속에 잠겨 있었다. 누가 자신의 순결과 순수를 예견할 필요가 있겠는가? 만약 미래에 순결과 순수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
『금각사 (무선)』 p.102,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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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저도 3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은 개장 전 구경을 온 미국 병사와 동행한 여인의 배를 밟은 일인데요. 미조구치는 자신이 행한 악의 행위를 불가사의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함께읽는사람
4장
120~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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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서가
먼저 읽은 설국에 비해 분량도 그렇지만 꽤나 스토리가 느껴진다고 생각하며 읽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느낌보다는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일화들이 툭툭 나타난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일화들과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자체로 중요하기보다는 미조구치가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하는 계기, 점점 확고히 하게 되는 계기로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점이 흥미롭기도 하면서, 동시에 조금 지루함을 느끼고 있기도 해요. 이 소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후반에 이르렀을 때 미조구치가 어떤 인물이 되어있을지가 궁금합니다.
링곰
입학 당시부터 가시와기를 주목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불구가 나를 안심시켰던 것이다. 그의 안짱다리는 애당초 내가 처해 있는 조건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고 있었다.
『금각사 (무선)』 p.135, 미시마 유키 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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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곰
내가 일개의 육체, 일개의 욕망으로서 완성된다는 사실, 그것은 내가 투명한 것, 보이지 않는 것, 즉 바람이 되는 일이었거든.
『금각사 (무선)』 p.145,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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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flower
안짱다리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부잣집 딸의 아름다운 육체를 거부하고 늙은 노파를 탐하는 가시와기를 보며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얼마 전 송지은과 결혼한 유튜버 박위가 떠올랐어요. 하반신 마비인 박위가 가시와기처럼 자신을 장애인 프레임 속에 가두었다면 결코 그런 미인을 사랑할 수 없었겠죠. 어떻게 보면 주인공의 말더듬이나 가시와기의 안짱다리나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지만 대학생 나이의 어린 청춘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나저나 가시와기, 정말 이상한 여성관이네요. 이해할 수 없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거니...하고 넘어가 봅니다.
함께읽는사람
“ 노사의 무언에 대항하여 고백도 않고 버텨온 나는 '악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 하나만을 시험해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내가 마지막까지 참회를 하지 않는다면 아주 조그만 악이라도 악은 이미 가능해진 것이다. ”
『금각사 (무선)』 p.130,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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