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부터 10장까지 다 읽었습니다. 사건과 결말을 향하여 가능성을 좁혀 나가는 구간입니다. 본격적인 발동이 의외로 느리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전에는 못 느낀 개인적인 불만이 꽤 있습니다. 취향 차이겠지요. 설명과 내면의 독백이 좀 줄었으면(아니면 아예 3인칭으로), 그리하여 분량이 더 짧았더라면 현재의 구성을 지금보다 훨씬 짜임성 있게 유지하면서도 더 담백하고 간결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이 소설만의 고유성을 깎아 하나의 전형으로 만드는 패착이겠죠. 하여튼 <금각사>가 작가 나이 30대에 쓰였다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능숙하고 완연하지만, 너무 도취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한 실제 사건의 해설에 머무르는 부분도 크게 느껴집니다. 맨 마지막 두 문단이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이 그래도 좀 위안이 됩니다. 재독에서는 여러 모로 죽음과 에로티시즘의 관계 맺음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바타유의 소설들이 떠오르는데, 좀 다르기는 합니다. 금각은 제겐 그렇게 절대적인 미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화자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금각은 죽음을 극복하는 행위의 명분입니다... 너무 뻔한 시선일까요? 미시마의 초기작 <사랑의 갈증>이 떠오르는 면모도 있습니다. 근데 두 소설 모두 시작은 참 좋은데 뒤에 가서 미진했다는 인상이기는 하네요. 제 생각에 그 두 소설은 끝까지 안 갔습니다. 현실의 어느 지점에서 멈춘 느낌. 아무리 전반적으로 묘사와 서술의 구체성이 치밀하고 미적이어도 결국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범상한 겁니다(예컨대 영화로 치면 히치콕이나 박찬욱 감독 작품들도 참 그렇지 않나요?) 참 희한하지요. 저 같은 불평쟁이는 미적인 작품에서 가장 범상한 부분을 꼭 찾아냅니다(반대로, 미적이지 않다고들 하는 작품에서 미를 느낄 때가 저는 많습니다.) 하여튼 그럼에도 이 소설은 시대를 문학적인 방식으로 증언한다는 점에서 고전의 무게감이 있습니다. 결국 제가 느끼는 불만들도 또 고전의 관점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이지요.
[이달의 고전] 1월 『금각사』 함께 읽어요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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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벽돌
지니00
결말에서 금각사에 불을 지르고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자살을 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금각사와 자신을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했으나 금각사를 태워보니 그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함께읽는사람
마지막 장에서는 금각에 불을 지른 구체적 과정을 보여줍니다. 미조구치는 금각에 불을 지르고 금각에서 죽으려 했으나, 빠져나와 산 정상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살아야지 생각하는데요. 결말은 각자 여러가지로 해석해 볼 여지가 있는 부분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 읽었기 때문에, 인식의 세계에서 행위의 세계로 넘어온 주인공이 당연히 앞으로 살아갈 날만 남지 않았는가...생각했어요.
sunflower
드디어 10장에서 미조구치가 금각에 불을 지르는군요. 1장부터 9장까지는 이 10장을 위한 빌드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실에서 실제 금각사의 방화범은 금각에 불을 지른 후 수면제를 먹고 단도로 자살시도를 하지만, 이를 토대로 소설을 쓴 미시마는 미조구치가 방화 후 약과 담배를 계곡에 던져 버리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것으로 결말을 짓습니다. 미시마는 미조구치가 자살시도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저자인 미시마는 현실에서 끔찍하게 자살했으니 인생이란 참.....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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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soul
안녕하세요 읽는사람에 가입하고 이달의책도받고 기프트도받고 무력감과 고구마로 연명하고있는 요즘 시원한 물김치같은 기분이듭니다 금각사는 처음 읽기시작했고 저는 가능하면 하루 1장~1.5장씩 8~ 10일동안 읽어나갈 계획이고 현재 4.5장 읽었습니다 사건!?위주의 전개여선지 생각보다 잘 읽히고 중간중간 작가의 작심성 문장들에 발목이 잡혀 곱씹으며 순조롭게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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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서가
안녕하세요. <금각사>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처음으로 '이달의 고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마침 12월에는 <설국>을 읽었던지라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미시마 유키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제자라고 알고 있어서 둘의 느낌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 어제 시작해서 2장까지 읽었습니다. <설국>에서도 그랬지만 문장에 힘을 많이 쓴 느낌이 들고요. <설국>에 비해서는 스토리 진행이 좀 잘 되어서 저도 순조롭게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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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새
안녕하세요.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보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귀하네요. 1월이 지나가기 전 남은 세번의 일요일 동안에 완독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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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jito
저도 읽는 사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20대 초에 이 책을 읽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읽으면 느낌이 어떨지 기대됩니다. 읽는 중간 떠오르는 감상을 공유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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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jito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첫 페이지의 '일본해'라는 어휘 선택에서 탄복하고 갑니다.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해 '동해'로 바꾸지 않은, 번역가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확고한 이해에 믿음이 확 가더군요. 장정도 아름답고 번역의 첫 인상이 좋아서 완독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함께읽는사람
설 연휴가 시작되면 몰아서 읽으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그 전에는 끝내고 싶었는데요. 약간 늦었지만 완독했습니다. 작품을 직접 읽어보기 전에는 정치적 사건 때문에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섬세하게 잘 짜여진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네요! 모두 힘내서 완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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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jito
스무살 때 읽었던 것은 완역판이 아니었다봅니다. 결말을 알지만 마치 처음 접하는 작품처럼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가면의 고백보다 더디게 읽힌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읽고 졸고 읽고 조는 연말연시였는데 주인공이 제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인간이며 그 사상에 동조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찌질한 인간의 심층 심리를 나노 단위로 자잘하게 흩어놓아 보여준 작가는 드물 것입니다. 문장은 유려하나 이 소설이 탐미주의 작품이라는 데는 찬동하기 어렵습니다.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못나고 이성에게 인기없는 남자가 어째서 전방위적으로 파괴적인 '행위'에 나서는지를 보여주는 르포와 같달까요. 다 읽고난 감상은 읽는 사람을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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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하루를 남기고 완독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금각사>를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주인공과 친구의 열등감에 대한 고뇌와 이를 통해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들이 아슬아슬했습니다
내용은 굉장히 어두운 느낌인데 읽는동안 느낌은 선선한 가을날씨처럼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문장이 섬세하고 정갈한 느낌이라 내용과 상이하지만 매력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요근래 오랫동안 머리를 감지 못한것처럼 몸이 무겁고 찌뿌등한 느낌이었는데(기분이 계속 그래서 책에 푹 빠져들지 못하는거 같아요~ㅜㅜ) 금각사라는 작품은 왠지 저에게 오랫만에 머리를 감고 깔끔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문학을 자주 접하지는 않았는지 감정적으로는 멀지 몰라도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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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다. 쓰루카와의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보다도 훨씬 나의 중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시와기를 알고부터 쓰루카와를 약간은 멀리했지만, 그를 잃고 나서 지금 새삼스레 느끼는 것은, 나와 밝은 대낮의 세계를 잇는 한 가닥의 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끊어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나는 잃어버린 낮, 잃어버린 빛, 잃어버린 여름 때문에 울었다. ”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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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그때 금각이 나타났다.
위엄으로 가득한, 우울하고 섬세한 건축, 벗겨진 금박을 여기저기에 남긴 호사(豪奢)의 주검 같은 건축. 가까운가 싶으면 멀고, 친하면서도 소원하고 불가사의한 거리에 언제나 선명하게 솟아 있는 그 금각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나와 내가 지향하는 인생 사이를 가로막고 서서 처음에는 미세화(微細畫)처럼 조그맣던 것이 점차로 커지면서, 그 정교하고 치밀한 모형 속에 거의 전 세계를 감쌀 듯한 거대한 금각의 대응이 보였듯이, 나를 둘러싼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메우고 이 세계의 치수를 꽉 채울 정도가 됐다. 웅장한 음악처럼 세계를 채우고, 그 음악만으로 세계의 의미를 충족시켰다. 때로는 그토록 나를 소외시키고 나의 외부에 우뚝 서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금각이, 지금 완전히 나를 감싸 그 구조의 내부에 내 자리를 허용하고 있었다. ”
『금각사 (무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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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내 감정에도, 말더듬이 증세가 있었던 것이다. 내 감정은 언제나 시기를 놓쳐 버린다. 그 결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슬픔이라는 감정이, 각기 다른, 고립된,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 침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미미한 시간의 엇갈림...나에게 슬픔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떠한 사건이나 동기와도 관련없이, 돌발적으로 이유도 없이 나를 엄습하리라(44p)
리딩곰도리
도서를 수령하자마자 일주일만에 완독한 도서입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고 주인공의 내면의 묘사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하여 매우 궁금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던 책입니다. 탐미주의 문예사조같이 비슷한 문체들을 보면서 인간의 마음과 생각들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음에 놀라웠고 가끔은 어려운 단어 선택을 한 문장을 만났을때는 어학사전을 찾아본 경험이 두어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체들이 쉽게 써내려가지 않았다는 느낌마저 들만큼 어휘들이 고급어휘가 많았는데 비단 원본을 번역함에 있어서 그래도 최대한 한국어로 번역하기에 이르러서는 다소 쉽게 읽혀지기 위하여 애쓴 점도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큰 일에 대한 서사가 일어날 일을 반드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궁금해서 한 문장 한문장을 더 읽어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미의식에 대한 주인공의 가치관,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실상과 함께 대조하여 생각하면서 비슷한 점과 다른점도 찾아보는 재미도 흥미로웠습니다. 실제 금각사를 이미지로 보았을때 느꼈던 아름다움을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이기도하면서 그로부터 자유를 찾기위해 몸부림 치는 주인공의 행위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벗어나지 못하지만 벗어나고자 했고 속박되어있지만 자유롭고싶은 주인공의 체험에는 누적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그 체험으로인해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를 소실시킴으로서 비로서 자유로워졌으나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는 못하는 결말의 내용은 박진감이 넘치기도했지만 주인공이라는 인물에게서는 애잔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의 오후를 꿈꾸었을 다양한 핸디캡을 가지고 살아갔던 주인공... 자신의 단점들이 아름다움과 반하는 실체로 다가왔기에 더욱더 극한 아름다움을 찾고 인간의 본성을 개입시키며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내면의 고통들의 묘사들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궁금했던 책이었고 워낙 유명해서 꼭한번 읽고싶었는데 좋은 기회로 읽을 수 있게 기회가 닿은 행운이 그저 감사할 다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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