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을 여는 문장입니다. 소설 내내 한겨울이 배경은 아니지만, 첫문장을 읽으면 이 책은 역시 겨울에 펼쳐보고 싶죠❄️
만렙토끼
첫 문장은 책을 잘 드러내는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링곰
저도 이 첫 문장 수집하려고 했어요! 영화 러브레터도 떠오르고 지금 계절이랑 딱 맞아떨어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마무라가 기차 안에서 요코를 몰래 훔쳐보는 장면이 길고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저도 시마무라가 되어 요코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네요. 요코는 누구일까? 요코가 간호하고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시마무라는 어떤 인물일까 등 주로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링곰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p.7
거울 속에는 저녁풍경이 흘렀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푸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이 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p.12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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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현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雪) 고장이었다.
『설국』 p.9,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장경룡 옮김
설국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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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첫 문장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문예출판사 판본에는 국경 대신 현 접경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원문은 '국경國境'으로 되어있고, 여기서 국은 나라라는 뜻이 아니라 일본의 옛 행정구역을 뜻한다고 하네요. 군마 현에서 시미즈 터널을 지나 니가타 현으로 들어온 것이죠. 작품 내에서 명확한 지명은 나오지 않지만, 설국은 니가타 현의 유자와 온천일 것이라고 합니다.
링곰
저도 읽으면서 왜 국경이라고 했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런 뜻이 있었네요. 인터넷에 설국의 배경인 니가타 현에 대한 사진도 많고 읽을거리도 많네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이곳에 다녀오고 싶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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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여관 안내인의 마중
14~18쪽
링곰
당신은 그때, 그렇게 말했어도 그건 역시 틀렸어.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세밑에 이런 추운 델 찾아오겠나?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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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시마무라가 설국에 찾아온 이유가 드러나는 장면인데요. 맨 처음 읽을 때는 요코, 시마무라가 찾아온 여자, 그 여자가 사는 집의 아들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인물이 헷갈리더라고요. 그래도 같은 이야기를 한꺼풀 한꺼풀 벗겨가며 다시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다 읽을 때쯤에는 캐릭터가 명확하게 인상에 남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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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③ 등산철, 첫 방문
18~36쪽
링곰
“ 여자의 인상은 믿기 어려울 만큼 깨끗했다. 발가락 뒤 오목한 곳까지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여름 산들을 둘러보아 온 자신의 눈 때문인가 하고 시마무라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p.19
서양무용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큼 편한 일은 없었다. 보지 못한 무용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중략. 겪어보지 못한 사랑에 동경심을 품는 것과 흡사하다.
p. 25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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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이 부분에서는 고마코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와 시마무라의 직업에 대한 설명이 나오죠. 무용한 일을 한다는 것, 이것이 시마무라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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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④ 199일만의 두 번째 방문
36~44쪽
링곰
“ 사방의 눈 얼어붙는 소리가 땅속 깊숙이 울릴 듯한 매서운 밤 풍경이었다. 달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은, 올려다보노라니 허무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고 생각될 만큼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별무리가 바로 눈앞에 가득 차면서 하늘은 마침내 머언 밤의 색깔로 깊어졌다. 서로 중첩된 국경의 산들은 이제 거의 분간할 수가 없게 되고 대신 저마다의 두께를 잿빛으로 그리며 별 가득한 하늘 한 자락에 무게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맑고 차분한 조화를 이루었다. ”
『설국』 p.40,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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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고마코는 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시마무라가 저번에 방문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시마무라는 이런 행위를 다 '헛수고'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매정한 남자죠.
거울에 비친 새하얀 눈과 고마코의 새빨간 뺨이 대조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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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⑤ 마을을 둘러보는 시마무라
44~58쪽
링곰
이윽고 제각기 산의 원근이나 높낮이에 따라 다양하게 주름진 그늘이 깊어가고, 봉우리에만 엷은 별을 남길 무렵이 되자, 꼭대기의 눈 위에는 붉은 노을이 졌다.
『설국』 p.55,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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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사람
설국의 재미 중 아름다운 마을 풍경의 묘사인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시마무라는 고마코의 방에 방문해서 요코를 마주치고, 유리창에 비쳤던 요코의 모습과 거울에 비쳤던 고마코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두 여인이 자연스럽게 대조가 되죠?
우연히 만난 안마사에게 고마코와 요코의 사연도 듣게 되는데요, 게이샤로 나서면서까지 선생 아들 병원비를 보탠 고마코와, 그를 지극적성으로 간호하는 요코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짐작이 됩니다.
시마무라는 고마코의 행동을 또 헛수고라고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