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플라⟫를 다시 읽으며 작가가 덧없고 일시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고를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만리케(철학적 명상에 잠긴 모든 스페인 사람)에게는 영원한 것이 유일한 존재 형태이다. 하지만 해골은 그 주인보다 오래 살아남고, 따라서 해골이 인간보다 사실적인 법이다. 이탈리카의 유적들은 도시보다 오래 살아남고(죽어 남고) 따라서 오늘 그곳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사실이며 지난날 그곳에 산 사람들은 허구이다. 스페인이라는 이름은 그 제국보다 오래 버텼으나 이제 제국은 존재하지 않으니 영국인들은 이와 유사한 현실을 기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현실을 위계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이유로 죽음의 순간이 삶의 순간들보다 진실하며, 금요일이 월요일보다 진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244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용호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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