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가 참 어렵네요 집중이 안 되는군요. 낯선 표현, 낯선 단어, 제목이 흥미 있어서 기대했는데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빙글빙글 돌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10) [보르헤스 읽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2,3부 같이 읽어요
D-29
산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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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스페인어의 문법적 내용이라서 그렇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반복해서 읽어보시면 아마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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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뭔가 번역이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했어요; 어지러운 가운데에서도.. 좀 엉뚱하지만 언어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를 선취한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중간에 스피노자와 비교되는 '라몬 율'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인공지능의 시조새 같은 기계를 만드신 분이라고.. 처 음 알게 된 사실이라 이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보르헤스 읽기는 이런 이름 수집 재미도 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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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예수의 선동이라고 하는데)율은 자칭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190p)’
예수의 선동이 무슨 말이지 싶어서 라몬 율이 어떤 기계를 만들었는지 대충 찾아보고 나서야… 괄호의 뜻이 대충 ‘기독교 선전용 기계라고들 하는데’ 정도의 의미겠거니 추측하게 되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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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저는 영역본만 가지고 있는데요, 해당 부분은 이렇습니다.
"Llull⏤inspired by Jesus, they say⏤invented the so-called thinking machine, a kind of glorified lottery, though with a different mechanism;"
라몬 율이 예수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그냥 '예수의 계시를 받았다고들 하는 라몬 율'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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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아 이게 훨씬 자연스럽겠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원래 번역본도 대충 늬앙스로 이해하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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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실제 기계는 아니고 사고 모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 구글의 Gemini API의 프로젝트 이름도 '아르스 마그나 에트 울티마(Ars Magna et Ultima)'라고 해서 라몬 율의 이 사고 모델에서 이름을 따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다이어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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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 나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논제를 내세웠다. 하나는 품사나 문장의 부분을 부인하고, 이것들을 하나의 평범한 '단어' 또는 여러 단어로 된 표현 단위로 대체하는 것이다. (표현에는 문법적인 범주가 없다. 누군가가 내게 새가 날아가는 것과 날아가는 새를 혼동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길.) 다른 하나는 담화에서 구문의 연속성이 가지는 힘이다. 그 힘 혹은 권위는 별 볼 일 없는 것인데, 이미 우리는 구문법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이 상호 모순은 골이 깊다.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찾을 수 없는 것)은 모든 글쓰기의 보편적 비극이다. 나는 이 비극, 즉 말하는 것 사이의 위험한 편차,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인다.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190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용호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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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 모든 개념은 유사하거나 유사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반대되는 것들이 예술에서는 동의어가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그 감정적 분위기나 온도는 공통된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분류의 불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사전이 주장하는 구성(또는 해체)은 속임수이다.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192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용호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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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은
"그리고 (살짝 비꼬는 실망감을 가지고) 언어의 가장 쉬운 분류법이 문장을 능동태, 수동태, 현재 분사, 비인칭 등으로 나누는 기술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용호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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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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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알마푸에르테의 위치] 저도 처음에 알마푸에르테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아마 각주로 설명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다른 인명은 각주가 있는데, 정작 중요한 인물에 대한 각주가 없는 것은 편집상 아쉬운 점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알마푸에르테는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라플라타 지역에서 활동한 시인입니다. 본문에도 나오듯 본명은 페드로 보니파시오 팔라시오스(Pedro Bonifacio Palacios)입니다. 청년기에는 화가로 활동했지만, 여러 이유로 유럽행이 좌절되자 진로를 바꿔 글쓰기와 교육에 전념했다고 알려집니다. 시인이자 교사였고, 기자로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보르헤스처럼 사서와 번역을 겸한 적도 있고요. 이른 시기부터 시를 썼던 것으로 보이나, 책들이 주로 출간된 시기는 20세기 초입니다. 그는 무수한 필명을 갖고 있었는데요, '알마푸에르테'는 그중 가장 유명한 이름입니다. ⟨나아가라!(¡Piú avanti!)⟩라는 시를 보면 대충 어떤 시를 쓰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Claude로 번역을 맡겨봤습니다.
포기하지 마라, 패배했더라도,
노예처럼 느끼지 마라, 노예일지라도;
네 자신을 용맹하다고 생각하라, 공포로 떨면서도,
맹렬히 돌진하라, 이미 깊이 다쳤어도.
지녀라, 녹슨 못의 그 끈기를
낡고 보잘것없어도, 다시금 못으로 되돌아가는;
안 된다, 공작새의 비겁한 대담함처럼
작은 소리에도 깃털이 움츠러들어서는.
나아가라, 신처럼 결코 울지 않는;
혹은 결코 기도하지 않는 루시퍼처럼;
혹은 위대함을 지닌 참나무 숲처럼
필요로 하나 구걸하지 않는 물을······
하여, 물어뜯고 외치게 하라, 복수하듯이,
먼지 속을 구르는, 너의 머리를!
산강처럼
알마푸에르테를 검색하니 알마 푸에르테라는 담배가 나오고 아래 내려가니 아르헨티나의 도시 이름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사람 이름 같은데 가상의 인물인지, 실제 인물인지 모르겠네요 알마푸에르테보다 분량이 훨씬 짧지만 그래도 읽기가 쉽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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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계속 얘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보르헤스는 알마푸에르테가 당시 청년들에게 버림받고 있는 현실을 먼저 지적하면서, 그를 두고서 "다정한 관계는 어렵겠지만 존중은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글을 엽니다. 동시에 그가 그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시를 썼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읽어보셔서 알겠지만 이 글 전체가 알마푸에르테를 단순히 칭송하는 게 아니라 묘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당대의 청년들처럼 증오하는 식으로 단순 비판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존중하면서 비판하고 있다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이 과학적인 근거를 추적해서 이성적으로 논변한 것들을 우리 선조들은 몸소 겪어서 그 용무용을 따졌습니다. 약초의 효능이 그러하고, 쑥뜸과 침의 효능이 그러합니다. 개중에는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근거가 없다거나 위약 효과로 밝혀진 것도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무용함이 밝혀졌다고 해서 당대에도 그것이 무용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신념이 사실과 관계없이 그 나름의 효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당시 알마푸에르테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니체의 모조품이라고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 그만의 목소리를 구축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고 난 뒤에, 그 한계를 나란히 펼쳐놓고 살피는 것입니다.
한편, 보르헤스가 알마푸에르테에게서 니체를 찾아내는 장면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보르헤스는 알마푸에르테가 니체의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사람들의 비판을 수용하고, 자신도 한때 그런 비판에 동조했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고, 또 한 번 틀고 있습니다. 표절과 아류 시비를 우회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는 식으로 알마푸에르테의 방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저에겐 읽힙니다. 이 책이 출간된 시기로 미루어볼 때, 이 저변에 흐르는 사고방식은 보르헤스가 훗날 쓰게 될 ⟨돈키호테의 저자, 삐에르 메나르⟩를 예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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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 무엇 때문에 그리스어나 독일어 선생이 이미 생각한 것을 어떤 크로오요가 생각하면 안 된다 말인가? 왜 재규어가 호랑이의 모조품이며, 약초는 차의, 초원은 황무지의, 알마푸에르테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 복사판이라고 추정하는가? 그러나 여기 그런 변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주장이 있다. 알마푸에르테가 그 독일인과 같은 순서로 시작해서 기독교적 도덕성의 소멸과 초인의 위기에 대한 동일한 결론에 다다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용어나 상징성까지 같은 것은 허용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