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st님의 대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표제작입니다. 말 그대로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적는 그 특수함에 대한 글입니다. 먼저,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의 언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오류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글을 엽니다.
"한쪽은 악인의 말투를 흉내 내고, 다른 쪽은 사전이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문제적 스페인어를 흉내 낸다."⏤304쪽.
아르헨티나의 언어는 변두리나 교외의 사투리를 뜻하는 아라발레로(arrabalrero)에서 탄생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스페인어의 '순수한 완벽함'을 믿고서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순수 언어주의자들의 그것도 아닙니다. 즉, 아르헨티나의 언어는 아르헨티나의 '지역색'으로 환원되지도,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의 '고유함'으로 환원되지 않는단 겁니다. 전자의 오류를 간략히 짚어보면, 아라발레로는 소통되고 교환되기보다는 소수의 무리짓기에 봉사하는 언어, 기호로 전락한 언어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1부에서 다룬 ⟨아라발레로에 대한 비판⟩에서 이미 한번 다룬 적 있습니다. 후자도 오류이긴 매한가지입니다. 스페인어 순수주의자들은 스페인어 사전의 풍요로움을 언급하지만, 그것이 문학적 풍요로움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르헤스에 따르면 "단어 수의 우월성은 쓸모없는 비축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1부에서 다룬 ⟨끝없는 언어⟩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성은 어떤 억압이나 구경거리 이상의 무엇이어야 한다. 소명 의식이어야 한다."⏤306쪽.
나아가, 보르헤스는 유럽의 남서쪽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의 스페인어"와 아메리카 대륙의 "아르헨티나의 스페인어"의 차이를 살핍니다. 거기에 건너가지 못할 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둘은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언어라고 해서 어느 시공간 속에서나 다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언어는 그 언어가 속한 시공간과 조응한 결과물이고, 그것은 아르헨티나의 스페인어 즉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도 마찬가집니다. 보르헤스는 "어조의 다른 분위기, 특정 단어에 우리가 부여하는 모순적이거나 애정이 담긴 가치, 동일하지 않은 온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약간 다른 의미의 청출어람, 쪽빛에서 나왔지만 쪽빛과는 또 다른 빛깔을 입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잘 쓰인 문학 작품은 고유한 뉘앙스를 포착해내기에 성공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스페인어를 쓰는 한 토론은 스페인적일 수 있지만 자신들의 시와 유머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내용 역시 1부의 ⟨토착화된 민요⟩에서 한번 다룬 바 있습니다.
곱씹어 읽어 보면 1부와 2부를 아우르는 멋진 글, 과연 표제작이라고 할 만한 글입니다.
“ 선대 사람들은 이보다 나았다. 그들의 문체는 말의 어조와 같았다. 입이 손을 배반하지 않았다. 그들은 품위를 갖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었다. 스스로를 크리오요로 칭한 것도 변두리 출신의 자존심이나 불쾌함에 기인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상의 평범한 사투리를 글로 표현했다. 스페인 사람들을 흉내 내거나 시골뜨기로 퇴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그들은 용도 폐기된 아르헨티나어로 멋지게 표현했다. 글을 쓰기 위해 치장하거나 새로운 이민자인 척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305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용호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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