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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저편의 또 다른세계를 꾸며낸 것은 고통과 무능력, 그리고 더없이 극심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자만이 경험하는 그 덧없는 행복의 망상이었다. 단 한 번의 도약, 죽음의 도약으로 끝을 내려는 피로감, 그 어떤 것도 더는 바라지 못하는 저 가련하고 무지한 피로감, 그와 같은 피로감이 온갖 신을 만들어내고 저편의 또 다른 세계라는 것을 꾸며낸 것이다. ... 병들어 신음하는 자와 죽어가는 자들이야말로 신체와 대지를 경멸하고 하늘나라와 구원의 핏방울을 생각해낸 자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저편의 또 다른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367~368, 고명섭 지음
니체가 강조하는 것은 '삶은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제다. 니체는 삶이 자기를 극복하는 데에 민주주의와 평등주의 가치들이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삶 자체를 구렁에 빠뜨린다고 보는 것이다. ...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나 평등주의에 대한 반대가 니체의 목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니체는 삶의 자기 극복과 초인의 탄생을 목적으로 삼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민주주의, 평등주의 이념과 가치들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보았을 뿐이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414~415, 고명섭 지음
반민주적, 반평등적 태도가 단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하여 '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날 민주적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부 우매한 대중성에 대한 비판의 초점이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들이 보여주는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의지와 열정은 삶을 극복하는 초인의 면모와 더 닮아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권력의지의 행위다. 사물을 평가하고 거기에 맞게 가치를 매기는 것이야말로 권력의지가 드러나는 유력한 방식이다.... 가치가 변한다는 것은 창조자들이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창조하는 자가 되려면, 기존의 가치, 기존의 척도를 때려 부수고, 새로운 가치,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창조자는 먼저 파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423, 고명섭 지음
생명체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권력의지도 함께 발견했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복종하고 있는 자의 의지에서조차 나는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약한 자가 더 강한 자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약한 자는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데, 그 약한 자는 자기보다 더 약한자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이 기쁨만은 그 약한 자의 의지도 끊을 수가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자기 극복에 대하여'-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426, 고명섭 지음
영원회귀는 그렇게 차이를 만들어내는 반복이고, 선택하고 정선하는 반복이다. 그리고 그 선택적 영원회귀가 우리의 '사유', 곧 우리의 윤리적 삶에 적용이 되면, 무한한 반복을 견뎌내지 못하는 어떤 사유도 모두 허약한 바퀴살처럼 뽑혀 나가고, 영원한 반복을 소망하는 그런 사유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 바퀴의 회전 속도가 바로 시련이고 시험이다. 이 시련과 시험을 이겨내고 견뎌낸 것들만 살아남아 되돌아오는 것이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497, 고명섭 지음
들뢰즈가 해석한 니체의 영원회귀. 어쨌든 그의 해석에 비추어 보면 지금은 바퀴의 회전 속도가 빨라진 시대인 것 같다. 무한한 반복을 견디지 못하는 지금의 적폐가 하루 빨리 뽑혀 나가기를..
기독교적인 의미에서는, 삶은 성스러운 존재에 이르는 길이어야만 한다. 이에 반해 비극적인 의미에서는 삶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며, 따라서 아무리 엄청난 고통이라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비극적인 인간은 가장 가혹한 고통조차도 긍정한다. 그 정도로 그는 충분히 강하고 충만하며 삶을 신성화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04, 고명섭 지음
삶의 의미에 대한 치열한 고민,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화 과정이었을 것 같다. 이렇게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주어진 하루 하루를 그저 감내해가며 무작정 살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 삶을 견뎌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아니었을까. 나처럼 삶의 의미를 회의하며 무작정 살아가는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그의 삶 자체가 너무 어렵다.
그리하여 권력의지는 삶의 본질이고 영원회귀는 삶의 형식이다. 질병과 고통의 영원한 반복은 권력의지를 시험하는 시련이다. 영원회귀 앞에서 짓눌리지 않고, "좋다, 한 번 더"라고 외치는 것, 어떤 고통도 어떤 시련도 회피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수락하는 것, 그리하여 매번 영원회귀 자체와 결전을 벌이는 것, 그것이 권력의지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07, 고명섭 지음
'의지의 자유' 이것은 의지를 행하는 사람이 느끼는 기쁨의 복합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는 명령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명령 수행자와 일치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저항을 극복하는 기쁨을 맛본다. 그는 참으로 그 저항을 극복한 것은 자신의 의지 자체라고 생각한다. 의지하는 자는 이와 같이 명령하는 자로서의 기쁨의 감정에 더해,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 즉 유용한 '하위 의지' 또는 '하위 영혼'의 즐거움을 덧보탠다. 그 결과, 그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다. -<선악의 저편>, 19절-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44~545, 고명섭 지음
니체는 남성과 여성이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발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여성이 권리의 평등, 교육의 평등, 의무의 평등을 꿈꾼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의 전형적인 천박함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여성과 남성은 근원적으로 적대적 긴장 관계에 있으며 그 긴장이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니체의 관점이다. 남자는 여자를 그 영원한 적대 관계 속에서 지배해야 한다. 니체는 이런 영원한 비재, 영원한 적대, 영원한 불평등을 인간관계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64, 고명섭 지음
인간은 자신이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는지, 자기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는지 알기 위해 적절한 때를 골라 자기 자신을 시험해봐야 한다. ... 훌륭하고 뛰어난 인간이 겪는 위험 중의 위험은 친절함이라는 부분적인 미덕 때문에 자신의 전체를 희생하는 일이다. ... 인간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독립성에 대한 가장 어려운 시험이다.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70~571, 고명섭 지음
이러한 은밀한 정신적 긍지와 지식의 선민의식을 지닌 고통받은 자, '창조하는 자', 그리고 희생자라고 할 만한 인간은 주제넘은 간섭이나 동정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만큼 고통받지 않은 모든 인간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종류의 가장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큰 고통은 고귀함과 비범함을 낳는다. -<선악의 저편>, 270절-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79, 고명섭 지음
한국에서는 훨씬 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민주주의에 대한 니체의 비판이나 과장된 비난은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많은 학자와 연구자들은 그의 비판과 비난을 어떻게든 합리화하거나 덜 위험하게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 ... 민주주의적 평등주의와 평화주의는, 모든 사회적 존재자들이 일정하게 '권력에의 의지'를 소유할 뿐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여 그것을 실현한다는 그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플라톤적이고 기독교적인 이상이었다. 그는 '권력에의 의지'라는 관점에 충실하기 위하여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비판한 셈이다. -김진석-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87, 고명섭 지음
근대적 평등과 자유 개념이 노예의 이상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평등은 무엇인가? 그것은 더는 평준화된 무리 본능의 소산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책임 의식과 긍지에서 나오는 자유이자 평등일 것이다. 진정한 자유가 주권적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듯이, 진정한 평등 역시 주권적 존재들 사이에서만 요구될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니체가 주권적 존재로의 자기 고양을 우리에게 지치지 않고 권유하고 그 길을 가르치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백승영-
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p.592, 고명섭 지음
니체가 비단 자유와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기 위한 계몽의 목적 때문에 민주주의를 비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에 드러난 그의 주장만 놓고 본다면 반민주주의자이자 차별주의자에 더 가깝지 않나. 어쩌면 이런 극단의 생각은 어릴적 부터 갖고 있던 콤플렉스에 저항하기 위한 처절한 내적 싸움이 아닐까 싶었다. 다만 평준화된 무리 본능을 가진 자들이 자유와 평등 아닌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작금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니체에 대한 이런 해석이 일견 타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니체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진다. 그 동안 부분적으로만 알던 내용을 바탕으로 내 안에 니체상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 그에게 관심을 갖고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어쨌든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시 힘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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