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읽기

D-29
집은 우리에게 같은 장소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집이 쉼터이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일터가 되었다. 보수도, 출퇴근도, 휴일도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사 노동의 현장. (...) ‘집처럼 편하다’는 관용구대로 일과가 끝난 뒤 돌아가는 휴식의 공간을 집이라 한다면 엄마에게 집은 집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에게 집이 집이기 위해 엄마는 집을 비워선 안 되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1 다크 헤리티지, 하재영 지음
"엄마는 집을 비워선 안된다" 아직도 일부에선 그렇게 생각하는 가족이나 가정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게 80년대 초반 여성들이 엄마가 되면서 정말 많은 부딪힘이 있었고 ing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수성구 범어동은 저도 직접 살아봤던 곳이면서도, 너무 까마득한 어린시절이었어서 그냥 조금 흐릿하고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책에서도 언급된 지산동의 어느 빌라 1층이 외갓집이었는데 그 집과 동네를 떠올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아 그리고 저는 작가님이 수성구로 이사를 하실 때 즈음 태어난 세대라, 이미 한참 ‘대구의 강남’이 되어 있는 수성구를 보고 자랐어요. 수성구 하면 수성못도 절대 빠지면 안되는데... ㅋㅋㅋ
이 책은 읽을수록 너무 좋네요 작가님이 동생과 금호동에서 살던 시절 그리고 독립해서 행신동으로 이사갈때 진심으로 해피엔딩을 바랐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꾸미고 나의 공간 나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너무 즐겁고 마음도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신혼집에 각자의 방을 만들기로 한 생각을 왜 저는 못했을까요 저도 언젠가 엄마가 부엌에 있는 시간을 세어 본 적이 있어요 엄마는 책을 읽을 때도 티비를 볼때도 신문을 읽고 전화를 하고 화장을 할때도 늘 부엌에서 하곤 했죠 엄마의 방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 와 닿네요
아직도 많은 여성이 개인의 방 없이 부엌을 방 삼아 살죠;; 키친 테이블 라이팅하는 작가도 아직 많고요;;
저도 딱 이 마음이었어요. 읽어나갈수록 너무 좋더라구요, 거기다 어떻게 삶이 풀려갈까 조마조마하는 긴장 속에 계속 뒤가 궁금해지면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각자 방 만드는 부분은 정말 좋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저도 왜 그 생각을 못했던건지. 집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서로의 공간을 생각해보게 됐는데, 방을 정확히 반 갈라서 저희는 쓰고 있더라구요 ㅎㅎ 그거보다 방 하나씩 각자 가지는 걸 왜 생각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나중에 들어오면 자신의 방을 갖고 싶지 않았는지 물어보려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ㅎㅎ 뒤로 갈수록 마음이 푸근해지는 동시에 이런 책을 써보고 싶던 사람으로서는 일종의 질투 때문일까요.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이 책이 쓰여질수 있었던 건 온전히 자리잡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서가 아닐까. 여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언제 자신이 살아온 집(방?)들을 돌아보면서 다시 살아볼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게 되는 것일까. 언젠가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설날 달을 보면서 한번 빌어보게 되네요 ^^
여성의 삶을 방해하고 축소하는 가부장적 결혼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상으로의 결혼.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언제나 혼자인 것과 항상 함께인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견딜 만할까? 스무 살의 내 소원이 서울에 가는 일이었다면 스물여섯 살의 내가 바라는 것은 ‘자기만의 방’이었다. 자기만의 방은 독립과 해방의 공간이기 이전에 나의 눈물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을 권리였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3 난초 핀 골짜기와 굴러떨어진 해골, 하재영 지음
‘나의 집이 생기면’ 창문에는 흰색 커튼을 달고 창가에는 잎이 푸른 식물을 키워야지, 라고 생각했다. ‘나의 집이 생기면’ 질 좋은 침구와 수건과 실내화를 사용해야지, 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그토록 소박한 소망조차 현재의 집에서는 이루지 못할 일로 여겼다. 어떤 곳도 나의 집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5 집다운 집, 하재영 지음
어떤 집은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6 고백, 하재영 지음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이 언제든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엄마의 독서, 사색, 휴식은 수시로 멈춰졌다. 할머니가 집안일을 시키거나 아빠가 출출하다고 말할 때, 또는 나와 동생이 사소한 것을 요구하는 순간에.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7 서재의 주인, 하재영 지음
“괜찮아, 집 전체가 다 내 방이지.” 엄마의 뜻과 달리 그 말은 엄마의 처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며느리-아내-엄마인 여자는 집 안의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하므로 집 안의 어느 곳도 소유해서는 안 되었다. 엄마는 장소 그 자체였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7 서재의 주인, 하재영 지음
저희 엄마도 집 전체가 다 내방이라고 항상 말씀하셨었는데.. 우리 엄마만 그런게 아니었다니요.. ㅠㅠ
집과 동네가 위로가 되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9 산책자들, 하재영 지음
나도 당신도, 어딘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떠나온 이방인이다. 나는 20대 때처럼 떠돌지 않아도 되는 데 안도하면서,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꾼다. 진정으로 떠날 수 있는 때는 더 이상 떠돌지 않아도 되는 때인지 모른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9 산책자들, 하재영 지음
몸을 집 안에 두고도 세계를 유랑하는 이들이 있다. 디킨슨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여행자를, 먼 곳을 떠도는 은둔자를 나는 흠모한다 .나의 방 - 작업실 - 서재가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이자 외부로 나가는 길이기를 바란다.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디킨슨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제 자유야.”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10 최초의 집, 하재영 지음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돌아가고 싶거나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절일 것이다. 과거가 되었기에 이야기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시절.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10 최초의 집, 하재영 지음
사실 읽기 시작하고 나서 그다음날인가 다 읽어버렸어요. 원래 조금씩 아껴가면서 하루에 한 챕터씩만 읽을 예정이었는데 말이죠. 허허허... 책은 너무 좋았고요, 무엇보다 <책 읽다 절교할 뻔>을 통해 이런 좋은 책과 작가를 발견하게 해 주신 책방연희 구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실 저는 (애초에 제가 가진 고유의 성향이나 기질 탓인지) 원래부터 '자기만의 방'이 너무도 중요했던 사람이라, 기회가 되는대로 나만의 공간을 사수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집이라는 존재를 공간 이상의 무언가로 만드는데 힘써왔기 때문에, 작가님의 지난 이야기에 그저 함께 마음 아파하고 행복해하고 뿌듯해 하면서 공감하며 읽게 된 것 같아요. 저의 집도 집이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집에 대해 그간 해보지 못했던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엄마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결혼하고 저를 낳고 지금까지 살아오시는 동안 엄마가 거쳐온 집들, 공간들 그리고 시간들. 엄마만의 방. 그에 얽힌 엄마의 이야기들에 더 많이 궁금해하고 물어봐야겠다고, 더 많이 공감해주고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며 위로가 되어 주어야겠다고.. 애틋한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하재영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아아... 제가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다른 책들도 어서어서 읽어야겠습니다! ㅎㅎ
책이 좋았다니 너무 다행입니다. <책절편>은 책절편 자체도 많이 읽어주시면 좋지만, 연결되는 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신아님의 말씀 덕에 책의 의미가 한껏 올라간 기분입니다. 저도 애초에 제 방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물론 선택할 수 있었을 때부터지만요. 그래서 지금은 집의 방이나 집도 그렇지만, 책방도 운영하게 되었나봐요. ㅎㅎ 제3의 공간을 나를 위해 만든 느낌이랄까. 올해도 좋은 책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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