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어느 젊은이가 이발소 창문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품 안에 안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모조리 다양한 형태의 샴푸였습니다. 전기 이발기와 향비누, 세탁용 가루비누 등도 있었지요. 도 다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거리에 서서 머리를 위로 쳐들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그가 소리 지르는 사이에 또 다른 사람이 양고기 가게 문을 부쉈습니다. 별다른 건 훔치지 못하고 양고기를 삶는 커다란 솥 하나를 머리에 이고 나왔지요. 도둑은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 앞으로 가서 솥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의 뺨을 한 대 후려갈겼습니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조용해졌습니다.
뜻밖에도 두 사람은 형제인 양 함께 큰 솥을 들고 가버렸습니다.
몹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기이하고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
『해가 죽던 날』 p.181-182,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