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적막하고 무더운 길을 걸었습니다. 아버지가 화장장에 갈 때마다 항상 길가로 걸어야 한다고 알려준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시신 기름을 운반해올 때마다 항상 길가로 걸었지요. 우리 아버지가 평생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길가로 걸었던 것과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길 한가운데로 걷지 않은 것과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길 한가운데로 걷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저는 길 한가운데로 걸어봤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비밀을 알릴 때면 사람은 몽유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된단다."
아버지는 또 제게 이런 말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시신 기름이 든 기름통을 화장장에서 운번해 나올 때도 꼭 몽유하는 것 같았지." ”
『해가 죽던 날』 p.114,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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