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부터 <해가 죽던 날>을 함께 읽을 최가은이라고 합니다. 금정연 선생님의 소개 글을 보니 책을 읽어나갈 시간이 기대되네요! 다들 독서 경험 나누면서 연말 연초 즐거운 시간 보내요. 🙂 내일 첫 부분 읽기와 함께 다시 오겠습니다~~!
책 잘 받았습니다! 새삼 책의 두께에 놀라게 되네요ㅎㅎ 앞으로 읽어나갈 시간이 기대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두께에 조금 기가 죽었지만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줄어드는 페이지를 아쉬워하게 되더라고요!
1주차 분량을 지금 막 읽었습니다. 옌렌커 책은 처음인데 충격적입니다. 위화를 뛰어넘은 작가네요. 사람들이 몽유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사고로 죽거나 깨어나는 내용은 장자의 호접몽이 연상됩니다. 몽유인 사람을 지켜보는 아이가 없다면 뭐가 꿈이고 어디가 생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매장을 금지하고 화장을 장려하는 문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매장을 고발하는 아버지와 화장장을 운영하는 외삼촌의 이야기도 긴장하면서 읽었습니다. 고기를 태울 때 기름이 나오는 것처럼 시신을 태울 때도 기름이 나오고 그 기름으로 돈을 벌다니요.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당 차원에서 장려하는 사업으로 이득을 챙기는 걸 보며(그것도 시신을 이용하여) 어느 사회든 이런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는 지점에 이르면 인간성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참 절망스럽습니다.
저도 말씀해주신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뒤로 갈수록 점점 몽유와 깨어 있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국가 주도로 풍속을 바꾸며 거기서 얻어지는 부산물-사람 기름-이 이익을 가져다주는 부산물로 취급된다는 게 충격적이기도 하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설은 ‘앞: 제 말 좀 들어주세요‘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장으로 시작합니다. ‘앞’은 프롤로그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는 프롤로그의 제목이고, 제목처럼 화자가 누군가에게 간청하는 것이 프롤로그의 내용입니다. 다짜고짜 하소연으로 시작해요. 한 마을을 위해서, 작은 진(중국의 행정구역으로 적당히 우리나라의 읍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을 위하서, 산맥과 세계를 위해서 왔다고 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지?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보지요. 화자가 그것을 간청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아직 우리에겐 500페이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까요.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하룻밤의 이야기가 남은 소설에서 이어질 것 같다고 예상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스스로 바보라고 자처하는 어린 화자를 통해 서술될 예정인데요. 우리가 그의 눈과 귀와 코(점차 드러나겠지만 후각이 비중이 무척 높은 소설입니다) 입을 통해 이야기를 경험하는만큼 그가 어떤 화자인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직접 들어볼까요? “저는 가장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여러 신께 그 어두운 밤과 밝은 대낮에 일어났던 나무의 잔가지처럼 세밀한 사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말 가운데 어딘가 정확하지 못하거나 약간 틀린 부분이 있다면 그건 어린 제가 성실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린아이인 제가 너무 흥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제 머리는 원래부터 진흙탕처럼 멍청하고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말도 두서가 없고 어눌합니다. 사람이 있든 없든 자기 말만 하길 좋아합니다. 그렇게 끊이지 않고 한마디 또 한마디 말을 이어가길 좋아합니다. 반 마디에 또 반 마디가 이어지기도 하지요. (...) 저는 멍청하기 때문에 그 어지럽고 복잡한 일들을 두서를 갖춰 조리 있게 풀어내지 못합니다. 말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이치를 갖지 못합니다.” 음, 스스로 멍청하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서문을 읽으면 아시겠지만 화자는 분명 두서도 없고 조리도 없는 말을 끊이지 않고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지요.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소설이 500페이지나 되는 이유입니다... 그럼 왜 이런 소설을 읽어야 하냐고요? “하지만 신들이시여-- 보살과 주님이시여-- 나한과 상제들이시여-- 제발 저를 진짜 바보로 여기지는 말아주십시오. 때로 저는 머리가 아주 명징해지기도 합니다. 물처럼 맑아지지요. 파란 하늘 같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제 머리는 천창을 연 것처럼 환합니다. 하늘을 볼 수 있고 땅도 볼 수 있습니다. 그날 밤 벌어진 일의 진정한 의미를 볼 수 있습니다. 진실하고 분명하게 전부 제 머릿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흔히 ’믿을 수 없는 화자‘라는 말을 하지요. 좁게 말하면 일종의 서술 트릭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넓게 보면 현대 소설의 모든 화자는 사실 대부분 믿을 수 없습니다(물론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다짜고짜 하늘을 향해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는 우리의 화자 역시 너무 믿을 수 없는 느낌이지요. 하지만 이 긴 소설을 굳이 이런 형식의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이 하늘을 향한 화자의 간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소설을 펼친 독자에게 하는 작가의 요청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이것이 다소 혼란스럽고 두서 없이 중언부언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어떤 진실은 이런 방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 그러니 “인내심을 갖고 제 얘기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짜증 내지 마시고 귀찮아하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하늘과 땅처럼 크고 하늘과 땅처럼 올바른 일이니까요.” 바로 첫 페이지에서 너무나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요. 서문을 조금 더 읽으면 재미있는 부분이 나와요. 화자의 옆집에 바로 소설가 옌롄커가 살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유명한 작가인 옌롄커는 그러나 지금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절망하고 있습니다. 펜대를 통째로 아작아작 씹고, 머리를 벽에다 쾅쾅 소리가 나도록 마구 부딪히며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치고 있지요. 그는 쓰고자 하는 글을 쓸 수 없어 죽고 싶은 마음과 혼란만 남은 상태로 유령처럼 호수를 향해 걸어갔고, 그 모습을 본 화자가 혼자 50~60리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이 산꼭대기로 올라오기로 결심합니다. ”저의 마을, 그 진을 내려다보기 위해서, 우리의 그 땅과 그 땅 위의 사람들, 그리고 옌롄커를 살펴보고 여러분께 그날 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헤서”.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덧붙이면서 하소연은 끝이 납니다. “여러 신이시여, 저희 마을과 진과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그곳의 어두운 밤과 환한 낮을 지켜주십시오. 저희 진에 사는 고양이와 개들을 지켜주십시오. 글재주가 고갈된 옌롄커를 지켜주십시오. 그에게 영감과 하늘의 깨달음을 주십시오. 그에게 고갈되지 않는 하늘의 먹과 하늘의 종이를 내려주십시오. 그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고 계속 살아 있게 해주십시오. 그에게 사나흘 내에 그 <사람의 밤> 이야기를 써내고, 우리 집안 전체의 이야기를 그 안에 포함시킬 수 있게 해주십시오.” 여기에는 기묘한 전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한 마을과 작은 진, 산맥과 세계를 위해서 왔다고 했는데 끝에는 그 진에서 자신의 옆집에 사는 옌롄커가 글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몇 번이고 요청하고 있어요. 이건 얼핏 작가의 고갈(writer's block)을 곧장 세계의 종말로 등치시키는 작가의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중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며 몸으로 겪는 여러 부조리와 병폐를 작품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만 안팎의 여러이유로 쓸 수 없어 절망하던 옌롄커 본인이 그것을 ‘사실주의’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층위에서--그러나 똑같이 ‘진실하게‘-- 쓰기 위해 녠녠이라는 어린-바보 화자를 필요로 했고, 그것을 서문에서 간접적으로-그러나 동시에 직접적으로 일러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음... 아니면 제가 서문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지금 스스로 두서 없이 어눌한 말을 한마디 또 한마디 이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해요.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서문이 실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서문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정은 남은 소설을 통해 충분히 그려질 테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이런, 간단히 말한다는 게 그만 주절주절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이런 프롤로그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본인의 말이지만 타인의 말을 빌려 전달하는 이 독특한 형식으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인상적이면서도 무게감 있게 전달하려는 의도를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읽었지만 언급해 주셔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말이 되어서야 책을 시작했는데,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의 자의식 과잉이라고 느끼기 보다는 예렌커가 써야하는 이야기가 그정도로 중요하단 거야? 도대체 뭔데? 뭐길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며 궁금증과 동시에 집중이 확 되어서 좋았습니다.
맞아요. 과연 그 중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울러 옌롄커가 아직 문학의 힘을 믿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프롤로그를 읽는데 작가의 이름이 나와서 표지를 몇 번이나 번갈아가며 봤는지 모르겠어요ㅋㅋ 프롤로그를 읽고 어쩌면 이건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일부 녹여낸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롤로그를 지나 본문에서도 옌롄커가 감초 조연으로 제법 등장하는데요, 글을 못 쓰겠다고 괴로워하다가도 (몽유에 빠져) 드디어 쓸 게 생겼다고 기뻐하는 모습이... 이건 옌롄커 본인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소설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녹아 있게 마련이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아요.
책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랐네요. 근래에 받은 벽돌책 중 디자인적으로 뛰어납니다🤩
표지가 아주 강렬하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도 프롤로그 형식이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소설의 초반부가 생성하는 극적 긴장감이 바로 이 서문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누군가가 대뜸 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간청, 호소로 시작된다는 것, 또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그날 밤”이라고 지칭되는 어떤 사건이 자꾸만 실체를 드러내길 미루는 방식으로 등장하다 보니 어딘가 굉장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며 긴장을 하게 되는 거죠. 화자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지칭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유일한 관찰자로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물이기에, 독자는 그 ‘바보’에게 점점 기댈 수밖에 없게되는 과정도 재미있고요. 금정연 샘이 짚어주신 것처럼 저도 작가 옌렌커가 이웃집 친척 아저씨로 등장하는 것이 다소 뜬금없긴 했는데요. 옌렌커의 작가로서의 좌절과 리녠녠의 호소가 겹치게 되면서 “그날 밤”을 서사화하는 일이 옌렌커의 <<그 사람의 밤>>이 완성되는 일과 동일한 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 ... 1주차 분량만 읽고 난 지금은 리녠녠의 아버지인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글쎄요.. 그리고 옌렌커의 작품 속 구절이라 말해지는 인용문들이 서술 중간 중간 끼어드는 것도 아직 그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포인트 같아요.
프롤로그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부분을 읽으며 너무나 절실한 화자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감정 몰입+공감 상위 1%에 속하는 INFJ라 그런지 이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마을에 사는 소설가 옌렌커 선생이 제발 소설 좀 잘 써주기를 함께 기도라고 하게 되는 마음입니다 ㅋㅋ 녠녠이라는 어리고 바보스러운 (소설 속 표현, 저의 의견 아님) 소년 화자를 내세운 이유는?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이 말을 하면 그다지 절실하게 들리지 않아서일까요? 오히려 약자로 보이는 사람의 말에 더 공감이 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날 밤으로 묘사되는 그 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P13~14에 보면,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이 마을은 곧 세계의 중심이다. 소설가 옌 삼촌이 자기 책에서 한 말」이라고 묘사되는 부분 (제가 중국 작가들의 소설 읽을 때 매의 눈으로 살피는 부분인데요.) 중국인들의 이런 세계관에 대해 조금 염려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ㅎㅎ 그냥 슬쩍 지나가는 표현인지 뒷부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그의 전작, 그간의 소설들을 두로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중국 소설가들이 체제 안에서 작품을 써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압니다만, 중국을 넘어? 선 소설을 만나고 싶은 독자의 마음 이것은 한국의 최근 젊음 작가들의 소설에도 공통적으로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본격적으로 본문이 시작되고 나서는 부제에 시간(이를테면 17:00~18:00)이 뜨는데요. 언뜻 “그날 밤”의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작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과거 이야기가 서술되기도 해서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건지 알쏭달쏭하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자, 화자가 두려워하며 언급하려고 하는 그날 밤, 그 사건이란 마을 사람들의 “대규모 공유”인 것으로 드러나요. 흔히 몽유병이라고 말하는 어떤 상태가 마을 전반을 점차 지배해가는 상태처럼 보이는데요. 이것이 특정 원인에 의한 질병 같은 것으로 묘사된다기보다 오히려 마을 전체가 무엇에 씌인 것 같은 ... 마을에 걸린 거대한 저주처럼 서술되는 것 같아요. 몽유 상태에 있는 이들은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사람처럼 보이는데요. 자고 있는데, 깨어 있는 이들의 상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48-48)처럼 묘사됩니다. 흡사 좀비가 된 것 같기도 한데요. 마을의 장씨 아저씨와, 화자의 엄마에게 발생한 몽유 상태를 보고 있자니 저는 이들이 몽유 상태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화자의 말로는 이들은 주변 풍경은 의식하지만 주변의 인물들은 의식하지 못한다고 하니까요. 몽유 상태로 꿈을 꾸면서 기껏 하는 일은 평소 자신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밀 털기, 종이 오리기) 금정연 선생님께서 후각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 소설에선 땀냄새와 탄냄새가 번갈아 등장하고 그것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왜냐하면 이 마을에는 죽음이 애초부터 매우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땀냄새와 탄냄새가 그 죽음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그와 같은 감각 체계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전반적으로 화자의 서술 방식이 매우 특이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마을에서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딘가 굉장히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화자의 독특한 풍경 묘사가 은근히 일러주고 있는 것 같거든요. 엄마의 몽유 상태를 마주한 화자가, 그 모습을 묘사하는 구절을 가져와보겠습니다. “제가 갔을 때 엄마는 점당 안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쓰러져 있었고 눈앞에는 오색 종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전지공예에 쓰이는 크고 작은 가위들이 점당 바닥과 엄마 발밑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큰길은 원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달빛은 청명하기만 했습니다. 등불은 누런 진흙 빛이었지요. 누런 진흙 빛과 청명한 빛이 한데 섞인 모습이 마치 깨끗한 물에 쌀뜨물을 풀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깨끗한 물도 쌀뜨물 같은 구정물이 되지요. 무척 고요했습니다. 죽은 것 같았습니다, 죽음처럼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53) 여기서 일어난 중대한 사건은 엄마의 몽유 상태인데, 화자는 엄마 자체보다 엄마를 둘러싼 기묘한 분위기를 여러 배경 묘사를 통해 서술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청명한 달빛과 누런 진흙 빛의 등불 간 대비, 쌀뜨물 같은 구정물의 고요함과 죽음 등이 이상하게 겹치면서 독자에게는 이 암마의 ‘몽유 상태’라는 것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운틴 님께서 짚어주신대로 1주차의 후반부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풍속’의 정책적 변화 속에서 인간의 죽음이라는 주제가 진지하게 다뤄지는데요. 이 죽음의 문제와 범상치 않은 “대규모 몽유”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지 다음 읽기가 무척 기대됩니다. 여러분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와... 이 책 도입부 부터 몰입이 되기 시작합니다.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1주차 분량까지 읽으면서도 엄청난 이야기를 읽어낸 느낌입니다. 1. 제목 일식(日熄)의 우리말 제목은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해가 죽던 날이라니.. 아직 이 '해'의 의미를 유추해 보기는 어렵지만 대략 미래에 대한 희망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해가 하룻밤의 해프닝을 통해 사라지는 이야기를 옌렌커는 하려나 봅니다. 2. 남미 환타지 문학의 한 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위에 @stella15 님은 사라마구의 소설이 생각났다고 했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최근 드라마화 된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소설도 생각이 났습니다. 집단 몽유병이라니? 전염병인가?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여러가지 추측을 해 보던 중 알게 된 정보는 중국 문화대혁명과 관련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 문체가 뭐랄까? 차분하면서도 뭔가 임팩트가 있습니다. 구구절절 ~니다 라며 설명하는 문체로 끝을 맺습니다. 아무래도 이 화자의 수준?으로 묘사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단순한 묘사나 혹은 반복되는 문장들이 주는 느낌이 가볍기 보단 저에게 무겁고 힘겹게 느껴집니다. 1주차로 일단 몸풀기?는 끝난 것 같네요..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과연 새들의 정체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문체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 같아도 묘한 리듬이 있어서 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오히려 무게감을 더하게 되기도 하고요. 외국에서는 후안 룰포를 연상시킨다는 평이 있던데, 말씀하신 마르케스의 소설과 이어지는 지점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자꾸 '같다'라고 쓰게 되는데, 결국 감상이란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조심스럽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백년 동안의 고독>과 달리 하룻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본격적인 독서 감상이 기대됩니다!
저는 문체적으로 볼 때 그리스 비극이 연상되었습니다. 동일한 혹은 앞뒤 어휘만 바꾼 짧은 문장들이 반복되는 것도 그리스 비극에서 코러스가 담당하는 부분처럼 들리는 것 같았고요.
정말 그렇네요. 말씀한 부분들도 그렇고 비슷한 느낌의 묘사(얼굴색이나 냄새 등에 대한)가 반복되는 부분들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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