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함께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토요일에 첫 부 '하나' 읽은 소감 나눕니다! 1. 모순적인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 비켜갈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닐텐데 형용모순인 제목이라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우연이라 생각하는 건 단지 그 필연성을 모르기 때문일까요? 책 추천사 내용을 보건데 누군가를 '어떤 사람'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건 그 사람을 모르기 때문이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제목인가 싶기도 해요. 2. 닐은 엘리자베스 핀치가 그렇게 좋은가 닐이 EF를 너무 열렬히 추종해서 괜히 반감이 생기나봐요. 둘만의 식사에 훼방 놓은 안나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요. 닐은 EF의 감상적이지 않고 자기연민하지 않는 태도를 굉장히 높이 사는데, 저는 EF가 이 둘에 자연스럽다기보단 방어적인 게 아닌가 싶어요. 건강한 감상과 자기연민이 필요한 순간에도 그런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1. 원제는 담백한 <엘리자베스 핀치>인데 번역본 제목은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가 된 이유는 아무래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운을 맞추기 위한 출판사의 전략인 것 같아요. 하지만 내용과 밀접한 제목이기도 해서, 제목을 생각하며 작품을 읽는다면 더 풍부한 감상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2. 주인공은 핀치 교수에게 처음부터 속수무책으로 빠져들며 거의 ‘추앙’을 하는데요, 실제로 핀치의 강의실에서는 주인공과 다른 감상을 가진 학생들도 있고 오히려 주인공의 그런 태도 때문에 더욱 반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핀치의 그런 초연한 태도가 어떤 방어기제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사람에게는 다양한 측면이 있고 어떤 면에서 보면 장점이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약점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반부의 주인공이 너무 좋은 측면만 보고 있는 건 분명한듯 합니다.
저도 2번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ㅎㅎ 저도 읽으면서 그래...EF가 훌륭한 사람인 건 알겠어 그런데 정말 그렇게까지 다 완벽한 사람이야?? 하는 약간의 삐뚤어진 심보로 보기도 했었거든요.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중심 인물이 거의 결점 없는 이상향으로 묘사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조금 의문이 있기는 했고요. 사실 EF라는 사람이 완벽하다기보다는 EF를 바라보는 닐이 그렇게 보고 싶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기는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닐의 환상이 깨지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 점이 또 하나의 독서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호기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흥미가 없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역설적으로 젊은 사람일수록 자기 확신이 더 강해요. 그들의 야망은 외부인의 객관적인 눈에는 모호해 보이지만 자신들에게는 선명하고 성취 가능해 보이죠. 반면 성인의 경우는...... 일부는 그저 즉흥적으로 등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삶에서 결핍을 느끼기 때문에 와요. 자기가 뭔가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그런데 이제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 -어쩌면 아마도 마지막 기회-가 왔다는 느낌. 나는 그게 대단히 감동적이라 생각해요."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72,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그녀와 직선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제 알겠는가? 아니, 이것도 모욕이다, 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내 말은, 나에게, 또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그녀와 대화를 나눌 때 그것을 주도하거나, 심지어 동등한 자리에 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제 알겠느냐는 거다. 그녀가 그걸 교묘하게 조종하기 때문이 아니라 - 그녀는 내가 만나본 여자 가운데 그런 교묘한 조종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더 넓게, 다른 지평과 초점으로 사물을 검토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바라건대는, 내가 왜 그녀를 흠모했는지 알게 되었기를 바란다. 또 나는 그녀가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사실을 흠모했다. 내가 이런 말을 안나에게 했을 때 - 딱 그대로 - 그녀는 나를 지적인 마조히스트라고 불렀다. 나는 그 딱지가 싫지 않았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부모님은?" "중간 어딘가쯤. 그 말은 우리 둘 다 그분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뜻이죠. 오 뻔한 방식으로 그런 건 아니고. 나는 흔히 말하듯이 '그분들에게 손자를 안겨 드렸어요;. 하지만 내 생각에 그분들은 리즈가 더 관습적이기를, 그리고 나는 더...... 진취적이기를 바랐다고 봐요, 아마도."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97,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둘'까지 읽으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율리아누스의 행적에 대한 닐의 - 작가의 - 글부터, 중간에 EF를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묘하게 구슬펐네요. 이름만 아는 정도지 구체적 행적은 몰랐던 황제라 세간에 문학작품으로까지 다뤄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무슨 소리를 했는지 약간이라도 읽어보자고 위키 소스 뒤졌다가 꽤 놀랐습니다. 사람이 질투하면 비난하면서, 신이 질투하면 신성이냐는 이 패기는 요새 기준으로 쳐도 닐의 말대로 두개골에 피켈 꽂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율리아누스 황제 또한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율리아누스 황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캐릭터라는 점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일단 인물도 그렇지만, 비난을 감내했다는 면에서도 선택된 것일까 싶기도 하네요. 율리아누스는 사후에도 계속 까이고 있으니 단순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EF에 대한 제프의 편지(한숨 팍...)를 보니 나름 평행라인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작품 내적으로 EF가 율리아누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메모를 했던 건 의식했거나 하지 못했거나 본인과의 친연성이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 외적으로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둘 사이의 평행라인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을 것 같고요. 여러모로 생각할 지점이 많은 부분 같습니다!
메릴 스트립도 어울리는데요! 새삼 좋은 배우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많은 분들이 흡연에 대해 언급해주셨는데요. 핀치는 담배도 남들과는 다르게 피우죠. 니코틴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중독된 자신을 혐오하는 것도 아니며 담배를 피우는 자신을 과시하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마치 자기가 중독을 관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루에 딱 한두 대”만 피운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데, 저는 여기서 문득 이 소설에 멋진 추천사를 써주신 김연수 작가님이 떠올랐습니다. 10년 전에 김연수 작가님은 멋들어진 케이스에 담배 한 대를 넣어다니며 하루에 딱 그 한 대만 피우는 흡연자였거든요. 요즘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잘 지내시죠 작가님...
그런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예전에 손석희 씨도 아침에 종이신문을 읽으며 커피 한잔과 함께 담배를 딱 한 대만 피운다고 했던 것 같은....
어떻게 생각하면 금연을 하신 분들보다 더 대단한 것 같기도 하네요. 정말 딱 한 대만 피우는 거라면...
ㅎㅎㅎ 최애작가님 등장에 놀라서요~~ 맞네, 줄리언 반스도 좋아하는데 마침 작가님 추천이어서 바로 샀었지 했어요.. 담배 이야기는 또 새롭네요^^;
앗 아이디부터 찐팬이시군요!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그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식으로 넓어지는 독서 경험이 진짜 짜릿한 것 같아요.
오래 전에 저 역시 흠모하는 김연수 작가님 인터뷰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금연하실 때 하루에 한 개비씩 줄여가다가 결국 0개비, 그리고 완전히 똑 끊었다 하셔서 '정말 대단한 분'이라며 새삼 놀랐던 기억이.. 늘 하루에 한 대만 피우시는 양반인데 제 기억이 왜곡된 건지. ㅋㅋ 요즘 노화가 급속도라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ㅎ
제가 기억하는 건 10년 전의 일화여서 그 이후에 담배를 완전히 끊으셨을 수도 있죠. 혹은 끊으셨다 다시 한 대만 피우기로 하셨을 수도 있고... 그냥 여담처럼 꺼낸 이야기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괜히 죄송하네요. 작가님 귀가 간지러우실듯...
아.. 저도 김연수 작가님 최애 작가… 신작 나오면 반드시 사서 읽는, 개인적 ’전작읽기 작가’의 한 분으로서, 김연수 작가님 책은 다 읽었네요. 이름만 봐도 반갑~🤍 (TMI로, 다른 전작읽기 작가로는 요시다 슈이치와 페터 회, 가즈오 이시구로가 있습니다ㅎㅎㅎ)
다만 요즘 같은 디지털 풍경 속에서는 친 구와 추종자follower가 전과는 다른 희석된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서로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 그리고 그런 피상성에 만족한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22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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