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영화 500일의 썸머가 생각이 나더곤요
[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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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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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500일의 썸머]!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안나가 닐에게 하는 "닐, 영감을 주는 선생이란 위로를 주는 신화 같은 거야. 사춘기 애들한테는 통할 수 있어도 서른 살짜리들이 모인 집단에는 그렇지 않아. 그런데 너는 늘 너한테 뭐가 뭔지 말해줄 수 있는 여자들을 찾았지. 예를 들어 나 같은, 한동안은"이라는 말이 더 잘 와닿는데요. 자신의 환상 속에 어떤 인물을 가둬놓고 그렸다는 점에서(물론 톰은 환상이 틀어지자 혼자 배신감을 느끼며 치 졸하게 굴었고 닐은 그렇지 않다는 작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엇비슷한 남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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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 순수청년 톰. 어느 날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를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자신의 반쪽임을 직감한다. 이후 대책없이 썸머에게 빠져드는 톰.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도 남자친구도 눈꼽만큼도 믿지 않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썸머로 인해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녀를 천생연분이라 확신하는 톰. 이제 둘 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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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 "그냥 관심이 생겨서 그런데...... 왜 알코올 없는 점심을 그냥 견뎠나요? 엘리자베스는 선생님이 술을 마셔도 상관하지 않았을 텐데."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거기서 어떤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죠. 점심 먹을 때 꼭 술을 마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마시는 쪽이 좋다는 것일 뿐. 그리고 내가 마시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리즈의 머릿속에는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냥 거기 앉아서 이런 생각을 하곤 했죠. '너는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젊고 나는 너를 누이로서 사랑하지만 너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니구나.' 그것 때문에, 웃기는 일이기는 하지만, 누이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이상한 거예요, 인생이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동의했다. ”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237-238,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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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아주 작고 사소한 순간, 어떻게 생각하면 서운할 수도 있는 무심함이 오히려 누군가를 더 사랑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이상한 방식을 잘 포착한듯 느껴져서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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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 가끔 전기 작가들이 어떻게 그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정황적이고 모순되고 이가 빠진 그 모든 증거에서 하나의 삶, 살아 있는 삶, 빛나는 삶, 일관된 삶을 만드는 것. 그들은 점쟁이들을 끌고 원정에 나선 율리아누스와 같은 기분일 것이 틀림없다. 에르투리아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철학자들은 저런 말을 한다. 신들은 말을 하고 신탁은 없거나 모호하다. 꿈들은 이런 식으로 경고하고 환상은 저런 식으로 몰아붙이는데 짐승 창자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하늘은 이렇게 말하고 먼지 폭풍과 조언하는 벼락은 다른 쪽을 고집한다. 진실은 어디 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 있는가?
아니면 일관된 서사란 것은 대립하는 판단들을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기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216-217,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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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 "너도 그분이 어땠는지 알잖아." 안나가 입을 열었다. "완전한 솔직함과 갑작스러운 감춤이 섞여 있었지. 또 완전한 공감과 이따금 나타나는 거리감. 그분은 내 평생 이야기를 나누어본 다른 어떤 여자하고도 완전히 달랐어. 대부분의 여자는 '우리가 어떻게 만났나' 하는 이야기를 해"--그녀는 공중에 따옴표를 찍었다--"그리고 '뭐가 잘못됐나' 또 '어떻게 끝났나' 또 '내가 그 모든 것에서 뭘 배웠나.' 그걸 비난하는 게 아냐. 나도 그러니까. 내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지. 우리 모두 그래. 그런데 EF는 그런 식이 아니었어. 결론은 주지만 서사는 주지 않았어. 왜? 뻔하고 일반적인 이유는 프라이버시, 신중한 그런 이유겠지. 하지만 나는 어쩌면 이건 그보다 큰 걸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어. 인생은, 우리가 아무리 그렇게 되기를 바라더라도, 서사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느낌--또는 우리가 이해하고 기대하는 서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
나는 나보다 똑똑하거나 명석한 여자들의 말을 듣는 걸 사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때문에 안나와 내가 함께했던 그 해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현재 이 순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268-269,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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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닐이 율리아누스를 다룬 문헌들을 깊게 파다가 결국 깨달은 것--"일관된 서사란 것은 대립하는 판단들을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기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을, 안나는 EF를 보면서 느끼고 있었는데 정작 닐은 안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캐치하지 못한다는 게 재미있어요. 바보 닐...